아르고 - 85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장작
벤 애플렉 감독, 존 굿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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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rgo, 2012

  감독 - 벤 애플렉

  출연 - 벤 애플렉, 존 굿맨, 알란 아킨, 브라이언 크랜스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또한 해피앤드로 끝이 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화는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결말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왜! 보는 내내 X줄이 타는 경험을 하는지 모르겠다. 안절부절못하고, 긴장해서 심장이 콩닥콩닥 그러다가 두근두근 좀 있다가는 쿵쾅쿵쾅,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았다가,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섰다가, ‘어머, 어떡해’를 연신 내뱉고,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영화 초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계속 저런 상태였다.


  살인마가 나오지도 않고, 납치당한 여자나 시체가 줄줄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피가 낭자한 음울한 밤도 아니었고, 악마나 귀신이 ‘왁!’하고 깜짝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반미 감정이 일어난 이란에서 몰래 숨어있는 여섯 명의 미국인 외교관을 탈출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왜 이란에서 반미 감정이 일어났는지는 간략하게 앞에 사진과 카툰으로 언급만 하고 있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검색을 해봐야한다. 영화는 시대적 정치적 배경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오직 단 한 가지, 숨어있는 여섯 명을 탈출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쩌면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자세히 밝히면, 미국의 치부가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간섭하다가 삽질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어정쩡하게 미국 제일이라는, 미국은 절대로 잘못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란이 비이성적이고 지나치게 과격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서술할 뿐이다. 오직 갇혀있는 사람들의 생존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하긴 그게 영리한 방법이긴 하다. 어설프게 정치를 다뤘다가는 양 쪽에서 욕먹을 수 있으니까.


  다만 사고는 윗사람들이 치고, 수습은 다른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과정이 마음 아팠다. 윗사람들에게 그 여섯 명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있는,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지를 위해서만 이용하고 버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과 접촉을 하고 작전에 연관된 사람들에게는 살아 숨 쉬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었다.


  아마 그 차이였을 것이다. 후반부에 엄청난 긴장감을 주었던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은. 간발의 차이로 폐기되었던 계획이 다시 재개되고, 아슬아슬하게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관점의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감정을 최대한 절제했다. 모든 희망을 포기했던 여섯 명은 그냥 무덤덤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구출하러 들어간 요원도, 그들을 숨겨줬던 캐나다 대사 부부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머문 것은 두려움과 긴장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희망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닥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친 상태였을지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 여겨지는 행동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기적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란에 존 맥클레인 같은 군인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랬다면 그들은 고향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 그랬으면 이 영화도 만들어지지 못했겠다.


  맨 마지막에 실제 인물과 배우들이 나란히 나오는데, 많이 비슷했다. 비슷한 사람을 골랐는지, 아니면 그렇게 분장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세상은 넓고 비슷한 사람은 많으니까.


  하여간 간만에 손에 땀을 쥐는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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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존 무어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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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 Good Day to Die Hard, 2013

  감독 - 존 무어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재이 코트니,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율리아 스니기르




  아들이 러시아에서 감옥에 가게 되자, 맥클레인은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그런데 어랍쇼? 재판정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아들은 한 남자와 함께 도망치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 채 맥클레인은 아들을 공격하는 놈들을 무찔러주면서 따라가지만, 이놈의 애물단지 아들은 아버지가 왔는데 좋아하기는커녕 짐짝 취급한다. 알고 보니 아들은 CIA 요원이었고, 비밀 임무 중이었던 것이다. 적들의 공격에 팀원을 다 잃은 아들은 아빠 탓이라고 난리를 피우며 작전을 계속 수행한다.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건, 반전이 숨어있는 함정의 연속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존 맥클레인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가족 때문에 생고생을 하는 걸까?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애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으니, 다음 생에서도 평온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세계 평화를 지키기는 했지만, 글쎄?


  그보다 저 아들 녀석은 대체 뭘까? 적들이 비밀 은신처를 급습한 것은 지들이 방심해서이지, 아빠 탓은 아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테러 집단과 단신으로 맞서 싸운 존 맥클레인이 그 경험을 되살려 혼자서 거의 공격을 막아주고 목숨을 구해줬건만, 아들은 성질만 낸다. 와, 진짜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옛말이 있는 모양이다. 저런 XX도 자식이라고 감싸고 도와주려고 하다니.


  영화의 설정은 괜찮았다. 반전과 함정에 뒤통수도 강하게 때려주고. 하지만 아들의 캐릭터가 너무너무너무 재수 없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그래도 명색이 CIA인데 개념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철도 안 들었다. 아주 그냥 없는 것투성이다. 저런 놈이 어떻게 요원이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하긴 한국의 국정원 직원들은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그 나이 먹도록 댓글 놀이나 하고 있으니까, 뭐……. 역시 FBI가 짱인가보다. 멀더와 스컬리를 보면 말이다.


  4편까지는 거의 브루스 윌리스의 원맨쇼에 가까웠다면, 이번 편에서는 변화가 생겼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브루스 윌리스는 한발 뒤로 물러서고 아들 역을 맡은 배우가 거의 전면에서 몸을 쓰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보여줬던 그의 톡톡 튀던 재치 있는 대사를 들을 수가 없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적들을 골탕 먹이던 날렵함은 사라지고, 이제는 지치고 관망하다가 한두 번 기회를 만들어주는 노 스승의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면 아들이라도 분위기를 살려야하는데, 위에서 언급한대로 그 녀석은 징징대고 짜증만 내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영화는 예전의 재기발랄함이 많이 사라졌다.


  반전이나 뒤통수치기는 훌륭했지만, 4편까지의 분위기와 너무 달라졌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조직이라고 하지만, 별로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차라리 저 대본으로 다이하드 시리즈에 넣지 않고, 그냥 CIA 팀원들이 고군분투하는 스파이 액션물을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부자지간의 화해 같지도 않은 화해를 곁가지로 넣었다가 분위기만 이상해졌다.


  게다가 딸내미조차 러시아로 가는 아빠한테 사고치지 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4편에서 아빠가 사고치고 싶어서 쳤나? 네가 인질로 잡혀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가족들이다. 평소에는 개소 보듯이 상대해놓고는, 위기에 처하면 아빠 살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기껏 도와주면 사고나 치고 다닌다고 뭐라고 하고.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이하 생략)


  돌아가신 피천득씨는 그의 수필 ‘인연’에서 아사코와 세 번째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나도 역시 존 맥클레인과 다섯 번째는 만나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아들과는 절대로 안 만났어야 했다. 그 전까지의 좋았던 감정이 반으로 깎이고 말았다. 역시 시리즈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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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4.0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렌 와이즈만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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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ve Free or Die Hard, 2007

  감독 - 렌 와이즈먼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저스틴 롱, 매기 큐, 티모시 올리펀트




  3편이 나온 지 12년 만이다. 그동안 강산만 변한 게 아니라, 브루스 윌리스의 머리도 바뀌었다. 전편에서 약간 대머리가 될 조짐이 보이더니, 이제는 완전 빡빡이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어제 본 '무한도전 100 빡빡이의 습격'이 생각났다.


  세상은 변했다. 모든 것은 데이터화되어 컴퓨터에 저장되고, 컴퓨터로 조작된다. 따라서 전편처럼 총을 들고 은행을 터는 것이 아닌, 컴퓨터 서버에 접속해서 해킹을 해서 계좌를 털거나 데이터를 빼가는 범죄가 늘어만 간다.


  이번 편의 악당인 가브리엘은 그야말로 대단한 놈이다. 전직 국방부 수석 보안 프로그래머로 몇 명의 일류 해커를 고용해서 미국 정부의 모든 시스템을 장악한다. 그가 노리는 것은 미국의 모든 재산! 또한 자기의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다른 해커들을 암살까지 한다. 그 와중에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정부 서버를 해킹한 매튜를 체포하기 위해 그의 집에 간다. 그곳에서 악당의 공격을 받은 그는, 직감적으로 매튜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가브리엘은 정부의 모든 시스템, 그러니까 전기 공급에서 가스, 방송과 인공위성을 담당하는 모든 서버를 장악한다. 급기야 자기의 일을 방해하는 맥클레인의 딸 루시까지 납치하는데…….


  원조 '테이큰 Taken, 2008'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해커를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나중에는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테러리스트 일당과 맞서 싸운다. 그 동안 맥클레인은 업그레이드를 했는지 못하는 게 없다. 자동차로 전투 헬기도 추락시키고, 헬리콥터 조종도 하고. 컴퓨터에 대한 것만 잘 모르지, 싸우는 부분은 특화된 모양이다. 오죽하면 해커 매튜가 그가 혼자 암살자들을 무찌르는 걸 보면서 '이런 일 겪어본 적 있어요?'라고 물었을까.


  1편에서 인형을 들고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어린 루시는 이제 아빠에게 대드는 반항기 가득한 아가씨로 성장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빠를 돕기도 한다. 가브리엘이 맥클레인을 협박하려고 전화를 바꿔주니까 그녀가 하는 말이 대박이었다. 아,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구나. 하긴 '테이큰 2 Taken 2, 2012'에서도 딸이 훈련도 받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활약을 한다. 아무래도 미국은 집에서 딸들에게 대 테러 훈련을 시키는 모양이다. 특히 아빠가 경찰로 몇 번 큰 활약을 한 집안은 말이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흑인 파트너가 나오지 않았다. 매튜는 백인 청년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루시와 눈이 맞는다. 기껏 목숨을 구해줬더니, 이것들이 연애질을 해?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존 맥클레인의 파일을 검토한 악당들이 나카토미 빌딩이라든지 LA 공항이라든지 뉴욕 테러 사건에서의 그의 활약을 간과한 것이다. 그가 그곳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감히 그의 딸을 납치해서 협박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설마 그 기록들은 봉인된 거였을까? 아니면 알고도 이미 늙은이라고 무시한 걸까? 노인 공경 사상이 아닌 노인 공격 사상을 갖고 있는 나쁜 놈들…….


  그래서 니들이 그렇게 된 거다!


  ‘노인을 공경해야한다’는 교훈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아쉬운 점은 멕클레인과 가브리엘의 현피가 너무 엉성하고 쉽게 끝났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팽팽하게 맞서던 둘의 관계가 너무 일방적이어서 이게 뭐람?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5편에서는 아들이 나온다는데, 맥클레인도 참 바람 잘 날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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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스카이
티모 부오렌솔라 감독, 줄리아 디에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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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ron Sky, 2012

  감독 - 티모 부오렌솔라

  출연 - 줄리아 다이엣지, 페타 서전트, 우도 키어, 틸로 프러크너



  괴담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믿거나 말거나라고 해야 할까? 예전부터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면 히틀러는 자살하지 않았고, 그의 부하들이 이 지구상 어딘가에 그들만의 기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구 내부에 숨어들었으며, 가끔 보이는 UFO는 바로 그들이 만든 작품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소문을 더 확장시켜 범위를 우주로까지 넓혔다. 바로 달의 뒤편에 나치의 기지가 있다는 설정을 짠 것이다. 독일이 망하기 직전 히틀러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달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독자적인 기술과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니까 1945년에 이미 우주선이 존재했고, 사람의 이주도 가능했다는 뜻이다. 아, 그러면 결국 1950~60년대에 개와 원숭이를 보내는 등 난리쳤던 미국과 소련은 삽질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재선을 노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있다. 이 여자는 2008년 부통령 후보인 사라 페일린을 노린 것이 분명하다. 그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낸 우주 비행사가 나치의 달 기지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를 인질로 잡은 나치들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지구 침략을 위한 선발대를 보내기로 한다.


  지구에 도착한 그들은 어찌어찌하다가 대통령을 만나기는 하지만, 그녀의 선거 운동을 돕는데 일조한다. 그들을 기다리다가 지친 달의 나치군은 마침내 지구를 총공격하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비틀고 비꼬며 우스꽝스럽게 진행한다. 어떤 인물은 특정인을 약간 비틀어서 풍자하고, 또 어떤 장면은 다른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을 패러디했다. 또한 상황을 극과 극으로 만들거나 더 과장되게 표현하여 웃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후보의 자질보다 이미지 메이킹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은 웃기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뒤에서 무슨 짓을 하건, 겉으로 보이는 것에 사람들이 더 열광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까지 했다. 나치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조차 이미지 메이킹으로 선거 캠페인에 이용하는 언론의 행동과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쩐지 달의 나치가 지구의 미국인보다 더 순수해보이기까지 했다.


  미국의 우주선 조지 W. 부시호를 조종하는 함장의 복장은 어쩐지 게임 ‘스타크래프트 Star Craft’의 캐리건을 연상시킨다. 또한 북한……. 나치들이 쳐들어오자 처음에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각 나라의 정상들이 우왕좌왕할 때, 한 마디 한다. “우리 지도자께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드신 겁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의 비웃음을 산다. 불쌍해라. 아니, 한국은 아예 등장도 안 한 거 같은데? 그럼 우리가 더 불쌍한가? 심지어 일본도 우주선이 있는데!


  거의 모든 국가가 우주선, 그것도 공격이 가능한 대형 우주선을 몇 척씩 갖고 있었다는 설정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미국 대통령이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다른 나라 지도자들을 비난하자, 그들은 너희들도 그러지 않았냐고 반격한다. 그 때 미국 대통령의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는 원래 그래!”


  영화의 풍자성이나 패러디 그리고 몇몇 장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참으로 좋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만 보여주는 언론과 아무 것도 모르고 그것에 열광하는 국민들의 모습도 좋았고, 앞으로는 악수하지만 뒤로는 뒤통수치는 강대국의 행태도 괜찮았다. 그리고 달의 나치 기지라는 기본 설정도 좋았고 말이다. 대놓고 미국을 욕하는 걸 보고 혹시나 싶어서 봤더니, 역시나 제작국에 미국은 끼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좋은 것들을 일관적으로 끌고나가는 스토리는 좀 어색했다. 극과 극으로 보이기 위해 막장으로 이끄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점은 좀 아쉬웠다.


  특히 달에 우주선을 만들어서 갔을 정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을 가진 나치가 미국인 우주비행사의 휴대 전화에 경이로워하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들이 지구에 쳐들어올 때 사용한 우주선을 보면, 장난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참……. 하긴 내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달에 토끼는 안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놀고 있는 걸까? 설마 나치들이 다 잡아먹었나? 이런 나쁜 놈들! 동심을 파괴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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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3
존 맥티어넌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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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e Hard : With a Vengeance, 1995

  감독 - 존 맥티어넌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제레미 아이언스, 사무엘 L. 잭슨, 앤서니 펙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사건사고를 몰고 다녔던 맥클레인 부부에게 위기가 닥쳤다. 둘은 헤어졌고, 그 때문에 존 맥클레인은 술에 찌들어 살고 있다. 또한 경찰직도 자칫하면 해고당할지도 모를 지경에 처했다. 그런 상황에서 뉴욕 시내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폭파범은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제안을 한다. 존 맥클레인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면, 어디에 다음 폭탄이 있는지 힌트를 주겠다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쾅! 문제를 못 풀면 쾅! 뉴욕 시민 전체를 인질로 한 폭파범과 존 맥클레인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1,2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주인공은 흑인과 짝을 이루었다. 그런데 전편에서는 경찰이거나 관제탑 직원이었는데, 이번의 파트너는 흑인 거주 지역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음, 캐릭터의 성격이 좀 마음에 안 들었다. 우선 이 사람은 대놓고 흑인과 백인 차별에 대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부분까지 흑백차별이냐고 짚어댔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가 그런 문제를 제일 의식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그가 흑인이기 때문에 용의자처럼 취급받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꼭 그가 흑인이라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본다. 흑인이건 백인이건 흙과 피와 땀에 찌든 모습으로 옆에 서가지고 당장 전화 내놓으라고 하면, 그런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번 영화의 테러범은 스케일이 참 컸다. 1편에서 죽은 악당이 그의 동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겉으로는 동생의 복수를 한다지만 뒤로는 딴 짓을 하는 모양새가 완전 판박이였다. 형제는 형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옛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나보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 형이 더 잘생기고 계획도 철두철미했으며 거둬들인 돈의 양도 더 많았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니라서…….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이 범인 잡겠다고 길거리에 주차된 다른 차량을 긁으면서 운전하고, 노점을 망가뜨리고, 공원을 차로 가로지르는 장면을 보면서 신이 나지 않았다. 저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까? 이런 생각만 들었다. 아, 속세에 너무 물들었나보다. 예전에는 그런 장면이 나오면 신이 나서 '오오!'하면서 보았는데 말이다.


  맥클레인은 자기 대사처럼 이제 뛰어다니기에는 좀 나이가 들었고, 악당은 잘 나가다가 막판에 방심했다. 사실 그렇지 않았으면 악당의 승리로 끝나는 건데 말이다. 그리고 경찰 중에 머리가 좀 돌아가는 사람이 오직 주인공 하나라는 사실에 좀 안타까웠다. 치안이 불안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뉴욕에는 CSI 팀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요즘 쓰는 휴대 전화와 크기부터 다른 모델을 보고 있으니, 새삼 시간차가 느껴졌다. 18년차인가? 그래도 화면이나 그런 것은 전혀 구닥다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악몽을 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는데,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악연을 가진 악당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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