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자이언트 킬러
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Jack the Giant Slayer, 2013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 엘리너 톰린슨, 스탠리 투치




  동화를 비틀어서 새로운 관점으로 만드는 것이 몇 년 전부터 유행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라는 건, 전해 내려오는 동안 많이 바뀌고 첨가되고 빠지는 각색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래는 그게 아니었다는 주장도 그럴듯하긴 하다. 그런 설정의 작품을 보는 포인트는 동화의 내용을 어떻게 잘 바꾸어, 그렇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냐이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는 동화이다. 마술콩이라는 말에 혹해서 유일한 재산인 소와 바꾼 멍청한 잭. 그런데 진짜 마술콩이었고, 잭은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자란 콩줄기를 타고 구름 위에 있는 거인의 성까지 간다. 그곳에는 많은 보물들이 있다. 어떤 동화에서는 원래 잭의 아빠 것인데 거인이 빼앗아갔다고도 한다. 하여간 거인을 죽이고, 그것들을 다시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알고 보면 불법가택침입에 절도 그리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동화다.


  영화는 그 이야기에 여러 가지 살을 붙였다. 인간 세상에 침략한 거인들을 물리친 것은 거인의 심장을 녹인 왕관이었다. 거인들은 그 왕관을 가진 존재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그 얘기를 그냥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거인을 물리친 왕의 무덤을 도굴해서, 콩과 왕관을 훔친 귀족이 있었다. 그에게는 이를 이용해 세계 정복을 하겠다는 엄청난 꿈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수도사가 잭에게 빼앗은 콩을 맡기며, 말을 갖고 도망친다. 말과 콩을 바꿨다고 화를 낸 잭의 삼촌은 동화에서처럼 콩을 던지는데, 마침 그 날 폭우가 쏟아진다. 밤사이에 자란 콩줄기는 하늘까지 닿았고, 그 와중에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쳤던 공주가 사라진다.


  공주를 찾기 위해 콩줄기를 타고 오르던 잭과 기사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거인들. 지상으로 내려갈 기회만 엿보던 거인들은 드디어 인간들을 공격하기로 한다.


  솔직히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잭이 어떻게 거인을 처리할 지 알아버렸다. 거인의 수가 많았기에 다 죽이지는 못할 것이고, 아마 그가 왕관을 차지할 것이라 추측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그것을 빼앗을까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면서, 그 중에 하나는 맞아 떨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해봤다.


  왕관을 보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절대 반지가 떠올랐다. 가진 사람은 종족이나 성별나이를 막론하고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비슷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인들이 왜 그 반지에 복종하냐는 것이다. 아무리 거인의 심장으로 만들었다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절대 반지도 그냥 이게 절대적인 힘을 가졌다고만 나오지. 어떤 작용으로 그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왕관도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믿어야 하나보다.


  왕관을 가진 자가 나타났을 때 거인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마치 뷔페에 가서 음식의 탑을 쌓아놓고 막 먹으려는 순간, 시간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왜 나한테만 이래라고 항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왕관이고 뭐고 다 깨부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해 잔뜩 열 받은 얼굴 같기도 하고.


  인간을 위해 거인에게 너무 가혹한 핸디캡을 부여한 것 같다. 역동적이면서 위기감을 주기 위해 거인의 수를 너무 많이 설정했고, 그러다보니 그것을 어떻게 제어해야 개연성이 있을까 고민한 모양이다. 그리고 잭에게 거인 일족을 몰살시킨 자라는 호칭을 붙이기엔, 그가 너무 순진하고 착해빠졌고 말이다. 어느 정도 화면 안에서 액션 활극을 살리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거인의 수와 착하고 날렵한 잭이 해치울 수 있는 거인의 수를 고려하고, 나머지 거인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고안한 해결책이 왕관인 모양이다.


  그래서 결말이 너무 싱거울 정도로 쉽게 끝이 난 느낌이 들었다. 하늘 끝까지 공간을 확장했으면, 육지에서도 좀 범위를 넓혔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그 많은 거인들이 작은 성 하나 점령하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무를 뽑아 던지는 괴력의 소유자들이 성문 하나를 못 열어 쩔쩔 매는 것도 웃기고.


  문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지금도 거인들이 영국 하늘 저 위 어딘가에서 생존해있을까? 거인들은 꽤 오래 산다. 예전 1차 침공을 했던 이들이 그대로 살아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자 거인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후손을 낳는 걸까? 어떤 거인은 아주 할아버지던데, 계속 늙기만 하고 죽지는 않는 걸까? 그러니까 공격을 받아 죽기는 하지만, 나이 들어서 죽는 일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무성생식 내지는 상황에 따라 성별이 바뀌어서 2세를 얻거나 아니면 황새가 가져가주거나 설마 나무에서 열매로 따는 걸까?


  영화는 기존의 동화를 잘 비틀면서 그럴듯하게 했는데,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보기엔 좀 잔인한 장면도 있었고,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 유치했다. 관객층을 어디로 목표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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