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1-B - 할인행사
20세기폭스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Die Hard, 1988

  감독 - 존 맥티어넌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알란 릭맨, 보니 베델리아, 레지날드 벨존슨



  어릴 적 명절 때의 일인데, 아마 설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냐하면 외사촌들이 다 돈이 두둑했으니까. 아마 세뱃돈 받은 게 아니었을까? 다들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었기에 어른들이 하시는 고스톱 판에 낄 엄두는 못 내고 그렇다고 짤짤이 같은 걸 하는 성격들도 아니고, 뭐하면서 명절을 보내야 잘 지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극장에 가자는 제의가 나왔고, 좋다고 다들 우르르 몰려갔다. 마침 시간이 맞는 영화가 있어서 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얘기할 이 영화 ‘다이 하드 1’이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 그 날 이후, 외사촌들끼리 명절날 다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나이가 들어서는 술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지금은 하나둘씩 다들 결혼하고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하지만, 그때는 참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미혼인 외사촌이 나까지 포함해서 이제 넷 밖에 안 남았다. 하아, 설날에 외가 가기가 두려워진다.


  영화 얘기로 돌아오면, 아마 별거 중인 부부인 것 같다. 남편과 아내가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고, 부인은 결혼 전의 성을 쓰고 있었으니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남편은 부인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한다. 부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고, 그는 잠시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곳을 습격한 일단의 무리가 있었고, 남편은 건물 안에서 그들과 일 대 다수의 전투를 벌이는데…….


  별 생각 없이 넋을 놓고 보기에 딱인 영화이다. 범인이 누군지 구태여 머리를 쓸 필요도 없고, 별다른 복선도 없다. 그냥 서로 총 쏘다가 주인공은 파편이 살짝 스치고, 악당은 총 맞아 죽고, 주인공은 도망 다니다가 기회를 봐서 반격하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그런 구성이다.


  거기다 부부 사이의 안 좋았던 감정은, 위기 상황이 닥치자 팔월 땡볕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물방울같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진다. 하긴 목숨 걸고 자기를 구해준다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대신 건물 밖에서 사태를 100%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경찰 내부의 갈등과 FBI와 경찰의 갈등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FBI가 지역 경찰을 무시하는 거야, FBI가 조연으로 나오는 거의 모든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설정이다. 그러니 뭐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주인공과 무전기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흑인 경찰과 상관과의 갈등도 역시 흔한 설정이긴 하다. 혼자 궁지에 몰린 주인공과 그를 돕는 조력자, 그런데 경찰 상관들은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그들의 상황을 융통성 있게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구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다. 나중에 주인공과 조력자의 말이 맞았음이 판명되면, 그제야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수고했다고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경찰 상관은 끝까지 그런 말을 안 한다. 무지 융통성 없고 딱딱한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내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잡고 하나둘씩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어떻게 보면 진지하고 긴장되면서 피를 말리는 상황의 연속이다. 거기다 경찰 특공대는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죽어나간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든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경찰 특공대나 FBI를 상대하면서 마치 ‘서든 어택’ 게임을 하는 것같이 구는 테러리스트 해커나 지하 주차장에서 엉겁결에 사건에 휘말린 리무진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농담을 중얼거리는 주인공과 악당 대장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거기다 마지막에 큰 웃음을 선사한 방송국 기자도 그렇고.


  물론 아슬아슬한 장면들은 몇 개 있다. 고층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나 부인의 정체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밝혀졌을 때 등등. 하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화끈하게 싸우고 폭탄 펑펑 터지고 그러면서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 제목은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 애들이 걸핏하면 하는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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