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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 오스만 제국에서 아랍 혁명까지, 개정판
유진 로건 지음, 이은정 옮김 / 까치 / 2022년 1월
평점 :
동쪽으로 이라크, 서쪽으로 모로코, 남쪽으로 이집트, 북쪽으로 시리아를 포괄하는 광대한 지역의 약 500년의 역사를 담아낸 역작. 오스만 제국의 정복 이후 ’하나의 아랍‘이라는 정체성이 한 측면에서는 교조화되고(아랍민족주의), 한 측면에서는 현실에 굴복한(아랍 국가의 아랍 국가 침공) 역사적 변화들을 흥미진진하게 기술하면서 최근의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몇 군데 논쟁이 필요한 지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지역 역사와 정치를 개관하기 위한 입문서로 이만한 책은 많지 않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지식의 전달이나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아랍에 과연 평화가 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 역시 불가피하게 던지도록 하는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죄없는 죽음과 피난민들의 참상을 볼 때 물론 평화는 간절하다. 그렇지만 석유라는 최고의 자원과 지정학적 위치, 하나의 종교 같으면서도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파의 대립과 여기에 얽힌 수많은 소수 종파들, 군주와 독재자,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은 민중들의 희망이 뒤섞인 정치체제, 이스라엘과 미국이라는 아랍 내부와 외부에 자리한 이질적인 존재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극심한 대립을 보인 협상(PLO)과 무장대응(헤즈볼라, 하마스)의 간극, 그리고 그 간극의 틈새에서 나타나는 ISIS와 같은 기형체들은 이 질문에 몹시 우울한 답을 내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