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을 쓸 때 독자에게 인물에 대한 정보를 주고 싶다면 설명보다는 대화를 통해 나타내는 게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본다.
A. 래리가 책을 내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할 일이 있어요. 자료도 꽤 모았으니 책을 한 권 쓰려고요.”
“무슨 책?”
“나오면 보세요.”
그가 미소 지었다.
“혹시 생각이 있으면 완성하는 대로 나한테 보내게. 출간을 도와줄 테니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미국 친구들이 파리에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 친구들이 출간해 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데서 내면 잘 안 팔릴 텐데. 서평을 써 주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런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별로 팔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몇 부만 찍어서 인도에 있는 친구들과 관심을 가질 만한 프랑스 지인들한테 보낼 생각이거든요. 별로 중요한 책도 아니에요. 그냥 자료가 많이 모여서 정리나 해 두려고 쓰는 겁니다. 굳이 출간을 하는 건 인쇄물로 봐야 제대로 정리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서머싯 몸, <면도날>, 470쪽.
B. 래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화자가 추측하는 장면이다.
그는 야망도 없고 명예욕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유명해지는 것은 그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선택한 삶의 행로를 따르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는 데 만족할 것이다. 그는 겸손한 성격 때문에 자신을 타의 모범으로 내세우진 않을 것이다.
- 서머싯 몸, <면도날>, 514쪽.
두 개의 글을 비교하면서 B의 글보단 A의 글이 소설을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야망도 없고 명예욕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유명해지는 것은 그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일일 것이다.”라는 B의 글보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별로 팔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라는 A의 글이 더 좋다. 말 하나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설을 잘 쓰는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말 하나로 그 사람 전체를 거울로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내가 한 가지 더 주목한 게 있다. 성공이나 명성 따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멋있어 보인다는 것. 뒤집어 말하면, 멋있는 사람은 성공이나 명성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것. 세속을 초월한 경지에 있다고나 할까.
이것을 작가들은 간파하고 있는 모양이다. 소설 속에서 멋있는 사람은 그런 경지에 있는 경우가 많은 걸로 봐서.
2.
있던 그대로 찍었다.
이건 연출해서 찍었다.
책이 참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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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기등록’의 수는 많이 늘었으나 하루 방문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낀다.
4.
오늘 친정에서 게으른 일요일을 보냈다.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끔 오늘처럼 빈둥거리며 살고 싶다.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여러분도 가끔 자신에게 ‘빈둥거리며 보내는 하루’를 선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