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남)가 요지로(남)에게 돈을 빌려 준 적이 있다. 요지로는 그 돈으로 마권을 몇 장 사서 돈을 몽땅 날려버렸다고 말하고는 갚지 않는다. 그러더니 미네코 씨(여)한테 가서 돈을 받으라고 한다. 자기가 산시로에게 꾼 돈이 있어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왔다고 말하니, 미네코 씨가 자기를 믿을 수 없다며 산시로가 직접 와서 받아가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산시로는 미네코를 만나 돈을 받았고 그날 전람회에 가기도 하며 둘이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요지로가 산시로에게 돌연 빌린 돈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달이 밝은 비교적 추운 밤이다. 산시로는 돈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변명을 듣는 것도 진지하지 않다. 어차피 갚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지로도 결코 갚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갚을 수 없는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 이야기가 산시로에게는 훨씬 재미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남자가 실연한 나머지 세상이 싫어져 결국 자살을 하려고 결심했는데 바다도 싫고 강도 싫고 분화구는 더욱 싫고 목을 매는 것은 더더욱 싫어서 어쩔 수 없이 권총을 사왔다. 권총을 사온 후 아직 목적한 바를 실행하기도 전에 친구가 돈을 빌리러 왔다. 돈이 없다고 거절했지만 어떻게든 꼭 좀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소중한 권총을 빌려주었다. 친구는 그 권총을 전당포에 맡겨 임시변통했다. 형편이 나아져 전당포에 맡긴 물건을 찾아 돌려주러 왔을 때 권총의 주인은 이미 죽을 마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므로 이 남자는 친구가 돈을 빌리러 왔기 때문에 목숨을 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일도 있으니까 말이야.”
요지로가 말했다. 산시로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높이 뜬 달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돈을 받지 못해도 유쾌하다.
-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247~248쪽.
“웃으면 안 되네.”
요지로가 주의를 주었다 산시로는 더욱 우스웠다.
“웃지 말고 잘 생각해보게. 내가 돈을 갚지 않았으니까 자네가 미네코 씨한테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산시로는 웃음을 그쳤다.
“그래서?”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 자네,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지?”
- 같은 책, 248쪽.
⇨ 요지로는 자신이 돈을 갚지 않아 산시로가 미네코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오히려 산시로가 이익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꽤 그럴듯한 말이다.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