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았네

 

 

친구 넷이서 만났다. 친구들 중 한 사람이 만둣국을 잘 하는 음식점을 안다고 해서 점심을 먹으러 거기로 갔다. 겉으로 보기에 깔끔한 음식점이었다. 우리는 만둣국을 주문했다. 우선 종업원이 물을 가져왔다. 그런데 그의 손가락이 컵 안의 물에 닿은 걸 내가 보았다. ‘종업원의 손가락을 적신 물을 먹으라는군.’

 

 

불쾌했지만 참았다. 그 종업원은 바빴고 청결문제 같은 건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 다음, 주문한 만둣국이 나왔다. 만둣국은 맛있었다. 아, 그런데 반쯤 먹었을 때 내가 먹고 있는 만둣국에 긴 머리카락이 하나 빠져 있는 게 보였다. 비위가 상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까지 비위가 상할까 봐 그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종업원에게 따질 수도 있었으나, 또 참았다. 친구들을 만나서 기분 좋은 날에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해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참기만 한 게 잘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컵 안의 물에 손가락이 닿았다고, 만둣국에 머리카락이 있었다고, 음식점의 사람들에게 말해 주어야 옳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야 앞으로 나처럼 불쾌함을 느끼는 손님이 또 생기지 않도록 그들이 주의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2. 이번엔 못 참았네

 

 

대구에 사는 친구 둘이 서울로 놀러 왔다. 나처럼 서울에 사는 친구 한 명도 함께여서 넷이 모였다. 대구의 두 명과 서울의 두 명이 만난 것이다. 원래 대구와 서울의 중간 지점인 대전역에서 넷이 만나곤 했는데, 이번엔 대구에 사는 둘이 아예 서울로 오겠다고 한 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편했다. 대전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까. 차비도 굳었다.

 

 

일단 우리 집에서 모였다. 두 친구가 대구에서 얼마나 부지런을 떨며 일찍 출발했는지 오전 11시쯤 되니 네 명이 다 모였다. 우리 집에서 빵과 과일과 커피와 함께 수다떨기가 신나게 시작됐다. 점심은 나가서 먹기로 해서 12시가 넘자 우린 외출 준비를 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음식점과 카페가 모여 있기로 유명한 카페촌에 가서 먹기로 했다. 점심은 내가 사기로 했다.

 

 

우리 넷은 한정식을 먹기로 의견을 모아 한정식을 파는 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 들어가니 분위기가 고급스러웠다. 음식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반찬 종류가 다양하고 다 맛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점을 잘 선택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문제는 질 낮은 서비스였다. 우리가 음식을 다 먹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바로, 종업원이 와서는 양해를 구하는 말도 없이 그릇을 치울 모양으로 쟁반에 옮겨 담는 게 아닌가. 그것도 달그락, 쾅쾅 소리를 내면서였다. 마치 우리에게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푸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고급 음식점으로 보이던 그곳이 싸구려 음식점으로 보였다.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비어 있는 자리가 많았다.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고급스런 음식점에서 이런 불친절이라니….

 

 

대구 친구 중 한 명이, 서울은 다 이러냐고 물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 모두 기분이 상해 보였다. 내 기분이 슬슬 나빠지기 시작했다. 밥은 잘 먹었는데, 이렇게 기분을 구겨 놓다니. 우리의 기분이 구겨진 종이처럼 느껴졌다. 이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음식 값을 내면서 한마디 해야겠다고 별렀다. 우리의 기분이 나빠서이기도 하지만 우리처럼 기분 상하는 손님이 또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종업원의 불친절에 대해 지적해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식 값을 내러 계산대로 갔더니 음식점 주인이 있었다. 그에게 음식 값을 지불한 다음에 종업원의 불친절에 대해 말하며 우리들의 불쾌함을 표명했더니, 상대편에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릇을 치우는 게 그렇게 급한 일인가요? 모처럼 지방에서 친구들이 올라와서 점심 사 주러 왔는데, 그 불친절한 종업원 때문에 우리 넷 다 불쾌해졌어요.”

 

 

“죄송합니다. (그 종업원이) 그릇을 치우고 깨끗한 테이블에서 이야기 나누시라고 그런 것 같아요.”

 

 

그건 핑계 같았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태도를 보고 기분이 풀렸다.

 

 

 

 

3. 며칠 뒤, 애덤 스미스가 생각났네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지나 그 일을 생각해 보니 내가 종업원의 불친절을 지적해서 사과를 받은 일이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나로 인해 음식점 주인한테 그 종업원이 혼나게 되었다면 그래서 그 종업원이 상처를 받았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준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내가 음식점 주인에게 종업원의 불친절을 지적한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단 한 가지의 이유로 그랬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정확하지 못한 법이다. 내가 왜 그랬는지를 곰곰이 분석해 보니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째, 지난번에 음식점에서 종업원의 손가락이 닿은 물도 참았고, 머리카락이 빠져 있는 음식도 참았는데, 이번에도 또 참으면 내가 아주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난번의 일이 없었다면 이번엔 참았을지 모른다.)

 

 

둘째, 이번에 참으면 내가 처신을 잘하지 못했다고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셋째, 이번에 참으면 내가 친구들 앞에서 바보가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들이 자존심이 상했으므로 우리들의 상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의 이유가 한마디 해야겠다는 나의 태도에 대해 갈등 없게 만들었다. 내가 ‘악’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해 준 이유다.

 

 

다섯째, 내가 느낀 불쾌감을 얘기해 줘야 앞으로 나처럼 불쾌한 손님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다섯째 이유로 인해서 애덤 스미스의 글이 떠올랐다.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대한 글이다.

 

 

 

 

도둑놈이 어떤 부잣집의 물건을 훔치는 경우, 그는 부자는 이 물건이 없더라도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비록 도둑을 맞더라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어떤 악(惡)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부(姦夫)가 자기 친구의 처(妻)를 유혹해서 간통을 하려는 경우, 그가 자신의 음모를 감추어 그 남편의 의혹만 사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가정의 평화만 깨뜨리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떤 악(惡)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우리가 이처럼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굴복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행하지 못할 정도로 흉악한 범죄행위는 하나도 없게 된다. - 애덤 스미스 저, <도덕감정론>, 327쪽.

 

 

 

 

도둑이 어떤 부잣집의 물건을 훔칠 때, 집 주인이 부자니까 이 물건이 없더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도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 또 부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도 그런 생각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겠다. 또 빈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도 당신의 형편이 나보단 나으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겠다. 그래서 그들은 ‘악’을 행하면서도 자신이 ‘악’을 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은 ‘합리화의 명수’여서 자신이 한 일을 합리화함으로써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의 나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손님이 나처럼 기분 상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종업원의 불친절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 종업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된다고 해도, 나는 어떤 악(惡)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건 옳은 일인가. 아니면 혹시 나도 애덤 스미스의 말처럼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속아서 잘못을 저지른 걸까.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누군가가 불친절해서 내가 불쾌해졌을 때 참아야 할지, 참지 말아야 할지를.<끝>

 

 

 

 

................................................................................................................

 

 

<이 글을 쓰고 나서>

 

 

며칠 전에 친구들이 놀러 와서 생긴 일을 글로 옮겨 보았다. 만약 내가 애덤 스미스 저, <도덕감정론>을 읽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이 책의 어떤 구절(위에서 인용한, 327쪽의 글)이 떠올라서였으니까.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뛰어난 경제학자이다. 내가 보기엔 인간을 통찰한 학자로서도 뛰어나다. 요즘 나는 <도덕감정론>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교과서’로 읽고 있다. 그래서 아직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기회에 ‘역자 서문’의 글을 옮겨서 이 책에 대해 소개한다.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특히 어떠한 천성 내지 심성을 가진 존재인가? 인간 속에 있는 <마음이라는 자연(自然)>은 어떠한 법칙(法則)을 가지고 있는가? 인간의 심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인간완성의 조건, 인간행복의 조건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심성을 올바로 이해하여야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인간 개개인들이 모여 사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 아담 스미스가 근대 시민사회 형성기에 올바른 사회과학 이론과 올바른 사회발전 원리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론이 인간의 심성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해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시민사회의 구성원리와 발전원리를 가장 명쾌하고 정확하게 밝힌 최고의 명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의 밑바탕에는 바로 <도덕감정론>에 나타난 아담 스미스의 인간 심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역자 서문 <초판>’에서.

 

 

<도덕감정론>은 보기 드물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좋은 책이라고 해서 책 전체의 내용이 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요즘 내가 하는 독서란, 마치 모래밭에서 숨은 보석을 찾아내듯,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찾는 일인 것 같다. 그 ‘찾는 일’이 참 재밌다. 이게 독서의 달콤한 맛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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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2-2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남이나 애정녀가 필요하신 것 같아요.ㅋㅋ
저는 그런 상황 같으면 즉시 말해 버립니다.
남이사 어쨌거나 그건 그쪽이 알아서 할 일이고,
손님을 상대로한 장사라면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죠.
그럼 장사를 하지 말던가...
아, 그렇다고 제가 애정녀라는 건 아니고.
그런 상황에선 복잡하게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 뭐 있나요?
(아, 그러니까 오히려 심각해지네.-_-;;)

와, 근데 정말 책을 세심하게 찾아 보시는군요.
저는 아직 말씀하신 책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글은 참 쉽고 또렷하게 잘 쓰세요.^^
저는 감정의 뒤범벅인데.ㅎㅎ

페크pek0501 2011-12-25 20:27   좋아요 0 | URL
무슨 겸손의 말씀을...

책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밑줄 친, 인상적인 구절을 자주 들춰 보는 취미가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좋아하는 책은 표지가 닳아 헌 책이 되지요. 하지만 저도 읽고도 놓치는 글, 많아요. 그래서 가끔 남의 리뷰를 보고 그 책에 그런 내용도 있었나, 하고 다시 들춰 보곤 해요.

첫 댓글, 고맙습니다. ^^ 크리스마스 밤을 잘 보내세요. :)

이진 2011-12-2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낯도 많이 가리고 쑥스럼도 많아서, 절대
사장에게까지도 그렇게 말을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음식점에서 머리카락이 나온것은 참을수가 없는걸요?
가끔 저희 학교 급식에서 파리가 나오는것은 제가 겪어도 봤고 보기도 많이 봤지만
그때마다 불쾌감과 짜증이 확 밀려오더라구요.
어떨때는 한 숟가락 펐는데 파리가 나오고 , 우동을 신나게 먹고있는데
파리가 둥둥 떠있어서 얼마나 속이 메슥거리던지...
그 종업원도 꽤나 불쾌하셨겠어요.
저는 그릇치우는 것을 평소에 신경안쓰는 타입인지라...
그런데 치워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치우나요? 이상한걸요 ㅎㅎ

그나저나 저 애덤스미스의 말 너무 좋아요
가끔 제가 자기 합리화를 하고있을 때 생각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11-12-26 10:53   좋아요 0 | URL
예, 치워달라고 안 했는데, 그러더라고요. 순간 무안하고 당황스러웠어요. ㅋ

저도 마음 약한 편이라 싫은 소리, 따지는 것 잘 못하는데, 그날은 힘좀? 썼어요.

자기합리화인지 아닌지... 애덤스미스의 말을 상기하면 자기 성찰에 도움이 될 듯해요. 저도 그러려고요.

친구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며 충고를 하면서 아픈 말 던지면 안 될 것 같아요.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일지 몰라요.ㅋㅋ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12-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빼놓고 다시 먹었을 거예요. 아 저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특별히 건드리지만 않으면 그냥 참는 편인 것 같네요. 그런 상황에서는요. 벌레 나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요. 그나저나 친구들이랑 만나 즐거우셨겠어요. 저 지금 [나홀로 집에] 찍고 있어요. 뭘 좀 하는 중인데, 눈이 빠지겠어요.ㅋㅋㅋ 프린터가 고장나서 생긴 일.ㅠ

예전에도 [도덕감정론] 말씀하셨었죠? 맞아요, 좋은 책이라도 다 좋진 않죠. 좋은 영화라도 다 좋진 않고. 그래서 재밌냐 아니냐로 물어보면 아주 난감하다는;; 좋고 싫은 건 지극히 제 기호죠. 그래서 쓸때마다 조심스럽고. 누군가 영향을 받으니까요. 이건 눈치 보는 것과는 다른 문제 같아요 :)

오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어요?^^

페크pek0501 2011-12-26 10:56   좋아요 0 | URL
24일엔 친정에서 크리스마스 보냈어요.
어젠 집에서요. 기됵교인이 아니라서 크리스마스보단 연말이 더 의미가 있죠. 나이 한 살 더 먹네요. ㅋㅋ 더 이상 나이 안 먹고 싶은데...ㅋㅋ

연말 잘 보내세요. :):)

oren 2011-12-2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아담 스미스의『도덕감정론』은 저 역시 올해 가장 흥미롭게 (그리고 꼼꼼하게) 읽었던 책 가운데 한 권이었는데, pek님의 글을 읽어보니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에 대해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문득 `합리화`에 관한 재미난 댓글이나 하나 남겨볼까 싶네요. ㅎㅎ
* * *
영화 「새로운 탄생(The Big Chill)」에서 제프 골드블럼은, "합리화는 섹스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그는 이렇게 묻는다. "한 번도 합리화를 하지 않고 일주일을 보낸 적이 있는가?"
- 스티븐 핑커,『빈 서판』중에서

페크pek0501 2011-12-26 10: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렌님이 이 글을 읽으셔서 좋네요.
오렌님이 도덕감정론을 추천해 주신 분이니까요. 그 점, 감사 드립니다.

누군가를 알고 지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져요.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니까요.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노는 물이 중요하다...ㅋㅋ 그런 점에서 오렌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 주세요.

새로운 탄생, 대사 멋지네요. 저런 게 통찰이죠.

곧 연말이네요. 망년회가 많으시겠어요. 즐겁게 보내세요.


파란놀 2011-12-2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만 담기엔 생각주머니가 아주 커서
이렇게 글 하나로 솔솔 풀려나왔구나 싶어요.
생채기 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믿어요.

페크pek0501 2011-12-26 11:01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에 된장님 같은 분만 계신다면 불친절, 불쾌감 같은 건 없을 텐데요. ㅋㅋ

이 해, 잘 마무리하시고 연말 잘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2-2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언니, 글이 너무 좋아요, 진짜루요... (이렇게 입에 짝짝 붙을수가!)

언니랑 저랑 고민하는(?) 주제가 비슷한거 같아요.
저도 타인에게 싫은 소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최근 제가 상담심리 공부를 하면서 살짝 든 생각은 이것이 일종의 `투사`구나 싶더라구요. 투사란게 자신에게 버겁거나 힘든 사고와 감정을 타인에게 넘기는거거든요. 즉,
내가 타인에게서 듣기 힘든 소리를, 타인에게 해야할 때도 힘들어하는거 아닐까 하는거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
사람마다 들을 때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서, 모든 사람이 상처받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특히 사소한 문제인 경우 말이죠. 그리고 해야할 말을 못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적응하는데 문제가 있고, 나중에는 우리나라의 소위 홧병(?)으로 남아서요, 갑자기 욱하고 폭발하는 성향을 보이더라구요. 평소에 얌전하다가 욱하는 그런.

결국 이슈는, 어떻게 부드럽게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가 인거 같아요.
제가 평소 고민하던 문제라 댓글이 무지하게 길어졌어요,,, 아하하. 페크 언니,
즐거운 연말 되시고, 올해 언니를 알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답니다~~~~~~

페크pek0501 2011-12-27 13:16   좋아요 0 | URL
저도 마녀고양이님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답니다.~~~~~~~~
입에 짝짝 붙는 글을 썼군요, 제가...ㅋㅋ
아마 마녀고양이님과 제가 심리학을 좋아하고 관심 갖는 게 비슷해서 좋게 읽어 주신 것 같아요.

김형경은 <사람풍경>이란 책에서 투사를, 내면의 부정적인 면을 타인에게 옳겨놓기라고 요약했어요.
지역감정, 인종차별주의, 마녀사냥 등이 대표적인 투사 방어기제라는 군요.
게슈탈트의 말 -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결국 투사를 살펴보면 누구에게 화를 내는 것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가 되지요. 예를 들면 게으른 동생을 보고 지나치게 화를 낸다면 그건 자신의 게으름을 동생을 통해 보게 되어서 화를 낸다는것...

아, 저도 얘기가 길어졌어요. 마녀고양이님과는 얘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은 이 예감... 좋은 예감이죠? ㅋㅋ 연말 잘 보내세요.

마태우스 2011-12-2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사건에서 전에 읽은 책을 떠올리다니, 삶과 독서를 연결시키는 훌륭한 태도인 것 같습니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페크pek0501 2011-12-27 13:16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배우고 싶어요! 마태우스님의 그 유머를요.
그래서 우울증이 싹 날아갔아요, 라는 댓글을 저도 받고 싶어요.
심하게 반갑습니다. ^^

달사르 2011-12-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습니다. 일상에서 하는 이런 탐구, 이게 바로 스스로 터득하는 삶의 지혜, 뭐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교묘하게 꾸며낸 생각들..저도 많이 공감되는 지점입니다. 뭔가 정의로운 일인듯해서 행했으나 뒷끝이 개운치 않을 때 주로 드는 생각들인데요. 매번 무언가를 행하고 나서, 그 행함에 교묘한 지점은 없었는지 체크하는 버릇. 아주 멋진 버릇 같애요. ^^

방명록 글은 오늘 읽었어요. 감사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11-12-27 13:1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삶의 지혜라는 표현은 과찬이시고요.ㅋㅋ

제가 방명록에 근황을 묻는 고런 기특한 글을 남겼네요.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궁금했어요. 앞으로는 글을 올리실 거죠? 일이 바쁘셔서 그런 건 알지만요...

필사 진도가 궁금했답니다. 또 뵈요.

노이에자이트 2011-12-2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초로 도덕감정론을 번역한 박세일 씨는 요즘 장기표 씨와 함께 보수주의가 거듭나야한다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총선준비 중이더군요.문제는 인지도가 너무 낮아 내년 총선에 몇 명이나 당선될지 암담하다는 거죠...저는 이런 사실에도 관심이 많아서...

페크pek0501 2011-12-27 18:58   좋아요 0 | URL
아, 정보맨이시군요.
제가 갖고 있는 책도 박세일님 번역입니다.
아무튼 노님은 그냥 평범하게 사시기엔 아까운 분이신 것 같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