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낑낑대며 썼던 칼럼의 초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커피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한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무조건 기뻤다. 신문에 연재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였으니 그것이 달성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다. 그런데 4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작년 일 년간 6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것은 부담이 없어 좋았는데 올해부터 4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걸로 바뀌어서 애를 먹고 있다. 4주가 너무 빨리 돌아온다고 느낀다. 그동안 1년 6개월 동안 기고를 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6개월인데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도대체 나의 능력을 알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내 능력 이상의 글을 쓰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 능력 이하의 글을 쓰니 말이다. 오늘 초고만 해도 읽어 보니 형편없는 글이었다. 글 제목은 <‘관리의 죽음’으로 얻은 두 교훈>이다. 독자의 읽는 재미를 위해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의 줄거리를 넣어 쓴 칼럼이다. 이 칼럼을 처음 구상하고 있을 때는 이 소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내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초고를 완성하고 보니 시각이 전혀 새롭지 않고 뻔한 내용이었다. 이걸 어떻게 신문사에 보낸다는 말인가. 이 글을 버리고 다른 글감을 찾아야 하는데 떠오르는 게 없다. 큰일 났다. 


그동안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다 써 버려서 글감을 찾을 수 없는 걸까?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게 일이다. 이번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완독했던 것도 칼럼 때문이었다. 장편소설을 읽으면 뭔가 좋은 글감이 찾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여전히 글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스토너>의 리뷰를 먼저 써서 이것을 칼럼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머리를 식힐 겸 고민을 털어놓는 글을 썼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속이 후련해지려나.(나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건가요? 흉보기 없기, 입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고독하게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을 위해 외친다.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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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6-28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감... 모든 글쟁이들이 겪는 난관이죠. 저도 책 얘기만 하는 리뷰보다는 어떤 주제를 가져와 인트로-아웃트로를 작성하는 편이라, 정말 고민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쓸게 없으면 그냥 다이렉트로 책 얘기를 쓰지만, 칼럼은 그럴 수도 없겠네요^^;;
페스트와 스토너, 저도 다 읽었습니다. 스토너는 칼럼에 쓰일 주제가 꽤 있죠! 페크 님의 분석과 발상으로 즐거운 글이 탄생하길 바랄게요 ㅎㅎㅎ 화이링

페크pek0501 2023-06-28 17:15   좋아요 1 | URL
아무리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도 글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있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자각하는 때가 오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우니까 도전하는 거지, 쉬운 일이면 도전할 필요도 없었을 거라고.
화이링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3-06-28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한번 칼럼 연재하시니까, 마감도 한달에 한번이네요.
잘 될 때도 있지만, 잘 안될 때가 늘 있으니, 그런 시기는 부담이 크실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매일 쓰는 페이퍼도 잘 안될 때는 첫 줄도 쓰지 못하고 오래 걸리는 걸요.
프로 작가들도 라이터스 블록이 있을 때도 있다고 하니, 잘 될 때가 아니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페크님, 좋은 글감 찾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6-29 15:44   좋아요 2 | URL
연재하다 보면 제 차례가 금방 돌아와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 느껴집니다.
내가 겁도 없이 맡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글감 찾기가 쉽지 않아요. 글감을 찾으면 반은 된 거랍니다. 실패할 때도 있지만요...
오늘은 비가 많이 퍼붓네요. 비 오는 날은 실내에서 밖을 볼 때가 좋죠. 나갈 일이 있는데 신이 젖을 생각에
망설여지네요. 시원한 날 보내세요.^^

은오 2023-06-29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페크pek0501 2023-06-29 15:44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반가운 방문이십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stella.K 2023-06-29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이슬아 작가 같은 사람은 대단하긴 하죠?
매일 글을 써서 배달을 하고 있으니.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구성작가들 병 하나씩은 다 달고 산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렇게 쓰지 않으면 언제 쓰겠습니까?
그런 구속력이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안 그러면 저 같이 막 풀어집니다.
저 보십시오. 누가 글 쓰라고 갈구는 사람 없으니까 얼마나 좋던지...ㅋㅋ
글 쓰는 근육 키운다고 생각하시고 힘들어도 계속 쓰세요.
나중에 자산으로 남을 겁니다. 응원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스토너> 한 번 읽어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6-29 15:50   좋아요 2 | URL
그런 작가가 타고난 작가겠지요. 글도 엄청 많이 쓰던데... 젊은 날에 자기 진로를 찾았다는 게 부럽습니다.
글쟁이들의 병이 있지요. 저도 있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한 번은
꼭 나가려 합니다. 주로 저녁을 먹은 후 나가서 걷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립니다.
스텔라 님은 연극 대본을 아예 쉬나 봅니다. 혼자서라도 창작해 보시어요.
스토너, 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단숨에 읽었어요. 나중에 문장 뽑아 올려 볼게요.재독하고 싶은 소설이에요. 빗줄기처럼 시원한 날을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6-29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럴때 있지요. 산책이나 요리 세탁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섬광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몰라요. 글쓰기 응원합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29 15:51   좋아요 2 | URL
산책할 때 떠오른 적이 많고 책을 읽을 때도 떠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써 보면 아니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시행착오의 연속에서 살고 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님.^^

yamoo 2023-07-03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써질 때도 있고, 생각을 짜내도 안 써질 때도 있어요. 글은 구상을 하고 쓰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가 다반사이지만...
그림은 구상해 놓은 게 바로 눈에 보여져서 더 매력적인 듯해요..ㅎㅎ

페크pek0501 2023-07-04 20:51   좋아요 0 | URL
글과 그림이 그런 차이가 있군요.
소설가들은 글을 쓰면서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어떤 땐 구상했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해요. 그림은 구상한 게 바로 눈에 보여서 좋군요. 하지만 그것도 그림을 잘 그리는 경우에 한해서겠지요.
그림을 잘 못그리는 사람은 자기가 구상한 게 그려지지 않아 애먹을 것 같네요.ㅋㅋ

감은빛 2023-07-21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감을 찾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저도 1년 정도 지역시민신문에 짧은 지면 연재를 했는데,
마감일이 돌아올 때마다 정말 머리가 아팠어요.
뭔가 그럴듯한 글감이 떠오르면 정말 다행인데,
어떤 경우엔 마감일이 지나도 마땅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페크님 글은 늘 재미도 있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있어서 좋아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 하다보면 다양한 글감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7-22 11:52   좋아요 1 | URL
또 다음 글은 어떤 글감으로 쓰나 걱정 시작, 입니다. 연재를 해 보셔서 감은빛 님은 잘 아시겠네요.
제 글에 대한 호평은 감사합니다요. 글을 기고하는 일은 즐거움과 스트레스가 교차하는 일이에요.
글이 잘 써질 때는 무척 즐겁고 특히 퇴고해서 글이 나아짐을 느낄 때 희열을 느낍니다. 이 맛에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글이 써지지 않을 땐 괴롭죠.
저도 활동 영역을 넑혀야 글감이 많이 생길 텐데 하는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외출이 귀찮아서
꼭 나가야 할 일이 아니면 나다니질 않으니...ㅋㅋ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