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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엔 잘생긴 책들과 함께.
1.
이번에 칼럼집을 내면서 느낀 게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독자들의 반응에 관한 것이다.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나와 가까운 관계에 있어서 그런지 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글쓰기에 집중하고 사는지 모르는 친구도 있다. 그래서 책을 통해 내 필력을 확인하고는 ‘글 한 편을 완결해서 쓰기도 어려운데 이 많은 글을 쓰다니 제법이네.’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블로거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소장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는 분도 있고 ‘오래 글을 써 온 페크가 책을 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했는데 책을 읽어 보니 별거 아니네.’ 하는 식의 반응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읽고 별거 아니네, 하는 느낌처럼.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2.
문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칼럼을 얕보는 사람들이 있다. 칼럼이 비문학적인 건 사실이나 비문학이라고 해서 문학보다 아래에 위치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회해서 상황으로 보여 주는 소설이 있는 반면 메시지를 바로 직선으로 날리는 칼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바쁜 시대에 만약 칼럼이 없고 소설만 있어서 매번 소설을 다 읽어야만 메시지를 알 수 있다는 건 피로한 일이다. 10매 내외의 짧은 글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칼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신문마다 칼럼을 싣는 ‘오피니언’이라는 지면이 있는 이유다.
3.
예전엔 내가 쓴 글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그 글들을 실을 ‘언론사 지면’이 없었다. 지금은 그 반대다. 지면을 두 군데나 확보해 놨는데 송고할 만한 글이 없다. 한쪽에선 시의성 있는 글을 보내 달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내용이나 형식이 자유롭다고 한다. 일단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나서 시의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눠 송고할 예정이다. 그런데 두 군데에서 나를 대하는 편집 담당자의 태도가 확연히 다른 것 같다. 한쪽에선 ‘당신 정도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하는 태도가, 다른 한쪽에선 ‘이런 분이 글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나의 착각일까.
4.
이번 2020년은 내게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첫 책을 출간했고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었으니 말이다. 하필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서점에 손님이 모이지 않을 시기에 책을 출간했으니 내 운이 좋다고 할 수 없겠다. 아니 어쩌면 코로나19로 온라인 서점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많이 구매한다는 기사가 있으니.
결국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고,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된다. 그래서 좋음과 나쁨을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건지도.
5.
코로나19의 감염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마스크를 휴지통에 넣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그날을 생각하며...
여러분!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