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겪어 봐야 안다 :
예전, 어떻게 지냈냐고 친구가 물으면, 그냥 그날이 그날이지 뭐, 하고 시들하게 대답을 했다. 그땐 삶에 변화가 없고 그날이 그날인 게 감사할 일인 걸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병이 나서 입원을 하시고, 둘째 아이가 목에 뭐가 난 것이 암일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병원 암 센터에서 암 검사 예약을 하고(다행히도 검사 결과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어머니가 넘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달려가고 등등...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닿았다. 인간은 겪어 봐야 아는 모양이다. 요즘 내 바람은 ’아무 일 없이 그날이 그날인 삶을 사는 것.‘이다.
2. 우리가 끝까지 모르는 것도 있으리라 :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니까 잘못한 쪽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알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모를 무엇이 있다고 본다. 우리가 함부로 확신하지 말고 오만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3. 사랑이란 상대방이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것 :
남녀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발전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깊은 사랑이겠다. 보통 사람은 상대방이 회사일이나 취미에 빠져 살면 자기에게 집중하지 않는다고 싫어할 것 같은데 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식이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사랑과 비슷해야 하니.
4.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하였나 :
A 씨는 죽어서 저승에 갔다. 그곳에는 저승을 관리하는 왕이 있었다. 왕이 A 씨에게 물었다. “너는 이승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았느냐?” 이에 A 씨는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쁜 사람으로 살았다고 하면 지옥으로 보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A 씨가 대답했다. “저는 좋은 남편으로 좋은 아버지로 살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어요. 믿어 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자기 가족을 위해서 살다가 이곳에 온다. 너는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서 한 것 말고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느냐?”
뜻밖의 물음에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한참 생각에 잠겼던 A 씨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제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랬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당신 가족이나 잘 챙겨라.‘라는 댓글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인을 위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을 접었습니다.” 왕은 화가 나서 큰소리를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느냐? 너는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서만 살다가 왔는데 내가 너를 천국에 보내 줄 것 같으냐?” A 씨는 멍하니 왕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5. 일기의 장점 :
매일 일기를 쓰지 않고 며칠에 한 번씩 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을 몇 줄 쓰고 한 칸 띄우고 오늘의 기분에 대해서 몇 줄 쓰고 한 칸 띄운다. 미세먼지에 대해서 또는 내가 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도 쓰는데 한 칸 띄우는 것은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는 뜻이니 한꺼번에 여러 날의 일기를 쓰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기록하는 일은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일기를 쓰면서 머릿속에 뒤죽박죽이었던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고 앞으로 할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땐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게 일기의 장점이다. 블로그에 쓰는 글과 달리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일기의 장점이다.
그러니 어찌 일기를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6.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글쓰기 :
가끔 생각날 때마다 들춰 보는 책 중 하나가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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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스스로에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겠다‘ 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건 폭로하고 싶은 어떤 거짓이나 주목을 끌어내고 싶은 어떤 사실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학적인 경험과 무관한 글쓰기라면, 책을 쓰는 작업도 잡지에 긴 글을 쓰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297쪽)
-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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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자기 혼자 글을 쓰고 만족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자기 글을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하고 있다. 불의를 폭로하고 싶어서 글을 쓰며, 사람들을 집중하게 해야 할 중요한 무엇이 있어서 글을 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학적인 측면에서 괜찮을 글을 쓰고 싶은 점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글쓰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7. 글의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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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을 볼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나는 ’질‘보다는 ’양‘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게 적절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59쪽)
- 강준만, <글쓰기가 뭐라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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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양보다 글의 질이 중요하다고 하면 겁먹고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고 하면 겁먹지 않고 부담없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쓰려는 초보자는 글의 질보다 양을 중요시하는 게 좋겠다.
나 역시 글을 많이 쓰면 글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므로 이런 단상 조각이라도 쓰려고 한다. ’하루에 한 문단을 쓰기‘를 실천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다. 글을 많이 쓰기 위해서다.
8. 칼럼과 수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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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칼럼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읽어주셔서 놀랐습니다. 세상에, 9시 뉴스 앵커가 제 칼럼을 인용하더군요.(239쪽)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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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 한 편으로 유명해진 저자가 책을 낸 것이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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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밖의 내용이라도, 혹은 내용이 거슬리더라도 글을 읽어나가게 하는 힘은 많습니다. 사실 리듬감만 잘 유지되어도, 사람들은 글을 읽어나갑니다. 어려운 목표이기는 하지만, 읽는 과정이 곧 변화의 과정이 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그러려면 글이 맹목적인 정보 전달 이상의 내러티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238쪽)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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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쓸 때 내가 바라는 글의 방향은 남들도 나처럼 똑같이 생각하는 당연한 답을 내놓는 쪽이 아니고 그 반대편 글을 써서 설득력을 얻는 쪽이다. 다시 말해 독자들이 ’페크는 당연한 걸 썼군.‘ 하는 칼럼이 아니라 ’여태껏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페크의 글을 읽고 나니 페크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 하는 칼럼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이것이 나의 고민이다. 내 칼럼으로 인해 독자들의 생각을 확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나의 칼럼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칼럼과 수필을 비교해서 어떤 수필가가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수필 한 편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칼럼 한 편은 없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러니까 칼럼보다 수필이 우위를 차지한다는 말이겠다. 그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수필 한 편을 읽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어도 칼럼 한 편을 읽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는 없다고. 신문을 펴 보라. (나는 신문을 뒤에서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 사설부터 시작해서 오피니언이라고 쓴 글이 모두 칼럼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읽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신문을 보며 사는 한, 우리는 수필보다 칼럼을 더 가까이하며 산다고 볼 수 있다.
칼럼과 수필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자기주장이 있으면 칼럼이고 없으면 수필이라고. 예를 들면 뭐뭐 하자, 이렇게 살자, 우리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으면 칼럼이다. 자기주장이 없이 계절에 대해서 쓰든지 어릴 적 추억에 대해서 쓰면 수필이다.
’칼럼 읽기‘는 남의 견해를 들어 보는 일이다. 우리 삶에서 칼럼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