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아들,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5~7월 기록

고2 아들은 국어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독서마라톤에 참여했고, 목표였던 악어코스 5킬로(5000쪽) 달성했다.
2010년 4월 19일부터 10월 17일까지 6개월 26주 182일 20권, 5197쪽을 읽었으니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고딩이 보고 싶은 책을 읽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독서기록을 남기기 위해 참여했대나...

 

14. 8월 14일, 진중권+정재승의 크로스  

현대사회의 일상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주제로, 정재승과 진중권이 각자 풀어쓴 것이다. 정재승과 진중권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끄는 책이었다. 스타벅스, 스티브 잡스, 성형, 개그콘서트 등등의 다양한 주제가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읽어보니 괜찮은 편이었다. 이런 주제들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더 자세히 탐구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좀 그저그런 편이었던 것 같다. 크게 새로운 사실도 없고, 작가들의 생각도 좀 일반적인 편이고 해서 기대만큼의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번쯤 읽으면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리뷰는 여기에 http://blog.aladin.co.kr/783768195/4034461 

 

 

 

15. 8월 29일, 리버보이 


해리포터 대신 카네기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어보았는데, 감동보다는 잠이 더 많이 온 소설이었다. 충분히 슬프고 감동을 줄 수 있을만한 주제인데 나는 별로 감동을 받지 못했다. 너무나 조용하고 단순한 책이었다. 이런 단순함 때문에 별로 재미와 감동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책의 분량도 상당히 짧고 줄거리도 짧은 편이다. 그래서 책 안에 꼭 필요한 내용만 담다보니 세부적인 내용을 담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길었으면 읽는 맛도 있고, 단순하지 않아져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도 많아지면서 감정도 풍부하게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http://blog.aladin.co.kr/783768195/4061414 

 

 

16. 9월 16일, 난 쥐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느낌이 팍 왔다. 간만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었다. 읽기 시작하니 금방 다 읽어버렸다.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아래에 쥐들의 도시가 있다. '뉴토'라는 도시 안에서 쥐들은 사람처럼 옷을 입고, 사람처럼 일하고, 사람처럼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사람들 틈에 숨어살던 쥐 '나루'는 우연히 '뉴토'에 들어가게 되는데, '뉴토'의 실체를 알고 '뉴토'의 모든 것을 장악하는 '파라' 일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다. 쥐들의 세계를 인간의 세계와 같이 만들어 인간세계를 풍자하는 것이 굉장히 날카로웠다. '뉴토'의 세계는 정말로 인간세계와 흡사해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부터, 저소득층, 사회약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허술한 듯 보여도 단단한 구조를 가진 '타라'일가의 독재체제도 사람들이 하는 독재체제와 비슷하다. 그런 곳에서 '나루'는 쥐는 쥐답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착취당하는 쥐들을 구해주고자 한다. '뉴토'의 레지스탕스 같은 것이다. 이 또한 인간세계와 비슷했다. 어린이, 청소년 문학이라 하지만 굉장히 날카롭고, 뼈가 있는 소설이다. 

 http://blog.aladin.co.kr/783768195/4124223  


17. 9월 23일, 좋은 여행 


간만에 읽어보는 여행책이었다. 만화가 이우일의 여행책이라서 과연 어떨까 궁금했는데 뭐 그저 그랬다.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평범한 여행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가라고 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여행을 갔던 곳도 뭐 특별한 곳은 없었고, 스토리도 그저그랬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관광 정도이다. 작가 본인은 패키지 여행도 안 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고 했는데 책을 봤을 때는 그냥 몸이 피곤한 관광 정도로 보였다. 책의 구성도 그냥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쓴 정도라 큰 재미는 없었다. 나는 배낭여행처럼 홀로 떠나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18. 10월 4일, 인간연습 


조정래의 작품은 하나 읽어봤었다. 바로 '한강'이다. '한강'은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쓴 소설이었다. '한강'을 통해 이미 접해본 작가로서 과연 '인간 연습'이라는 책은 어떤 책일까하고 궁금해 펼쳐보았다. 책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북파 공작원이었다. 이른바 간첩이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 분단의 역사와 인간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파견된 간첩이 어찌 되었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간첩들은 감옥에서 숱한 고문을 겪으며 전향하도록 강제되었고 전향을 하게 된 후에도 사회에서 살아가기는 엄청나게 힘들었다. 이미 나이 들고 기술이라곤 없는 몸들이라 먹고 살기도 힘든 것이다. 주인공은 그에 비하면 운이 좋다. 그래도 먹고살만 한 것이다. 사실 간첩의 삶이 이 소설의 주요내용은 아니다. 주요내용은 이념을 가진 인간의 절망과 그 뒤의 회복을 그리는 것이다. 간첩들은 사회이념에 깊이 공감하고 내려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소련이 붕괴하고 북한의 경제가 파탄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어떤 심정인가를 이 소설은 그려내고 있다. 

 

19. 10월 10일, 합체 


오합, 오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고등학생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다. 둘은 거의 난쟁이 수준의 작은 키를 가져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엄청나다. 그러던 어느 날, 체는 약수터에서 만난 수상한 노인을 구해주게 된다. 그 노인은 키가 크고 싶다는 체의 말에 계룡산에 가서 딱 33일만 수련을 하라고 한다. 그 말을 믿고 체는 합과 같이 계룡산에 있는 동굴에 가서 수련을 시작한다. 함께 수련을 해나가지만 20여일이 지나자 서서히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고 둘은 반목하게 된다. 그러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둘은 하산한다. 그러나 돌아와서 학교 농구시합에서 그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런 내용인데, 처음 읽어내릴 때는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지 잘 몰랐다. 그러나 결말까지 다 읽고 나니 책에서 뭘 말하고 싶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이 두 형제에게 부족한 것은 정신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계룡산에서의 수행을 통해 그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생각이 달라진다. 항상 키가 작아서 안된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이 바뀌니, 결국엔 키도 커버리지 않았는가. 결국 정신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법이다. 

 

 

20. 10월 13일, 한국인 전용복 


 엄마가 먼저 보고, 감동을 많이 받은 듯 열렬한 어조로 전용복에 대해 말해줘서 읽어보았다. 과연 엄마의 말처럼 전용복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전용복은 옻칠로 작품을 펼치는 예술가이며 옻칠 장인이다. 사실 옻칠이라는 것은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 옻칠이 대단한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전용복은 그 일본에 있는 세계 최대의 옻칠 공예 식당인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을 담당하여 실로 엄청난 양의 작품을 복원하고, 창조해냈다. 그 과정은 실로 엄청났다. 전용복은 목숨까지 걸었다고 할 정도로 그 복원 작업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그 노력은 실로 엄청났다. 사실 전용복이란 사람이 부러웠다. 그는 목숨을 걸 정도의 일을 찾아냈고, 노력하여 성공했다. 나는 과연 어떤 일에 목숨을 걸고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옻칠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옻칠은 아름답고, 건강에도 좋다. 그런 옻칠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많이 전수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이 옻칠의 나라로 불리운다. 그런 현실이 많이 안타까웠다.

  

 

*8월 3일, 울기엔 좀 애매한~ 도 읽었지만, 독서마라톤에서 만화는 인정하지 않으니까 서재에 리뷰만 올렸다. 


http://blog.aladin.co.kr/783768195/3984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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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 독서마라톤 은상 수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2-22 01:37 
    2010년 4월 19일(월)~ 10월 17.일(일)까지 진행된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결과가 발표되었다.  작년 4회 대회는 개인으로 참여해 막내가 중등부 은상을 수상했고, 엄마는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금상 수상자만 시상식에 참여하는데, 학교에서 잘못 알고 시상식에 참석케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멀미하는 아이 때문에 중간에 내려 택시로 시교육청까지 갔었다. 이왕 왔으니 시상식 구경이나 하자고
 
 
sslmo 2010-10-20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둘의 문체가 틀려요.
큰 아들은 절제를 한다고 해야할까,그러면서도 약간 시니컬하고...
둘째는 하고 싶은 얘기를 조잘조잘 잘도 풀어놓는걸요~
고2가 책을 읽는 것도 대견하고요.
암튼 왕 부러운 걸요~^^

순오기 2010-10-21 09:38   좋아요 0 | URL
아들은 '최대한 짧게' 쓰는 게 목표랍니다.ㅋㅋ
녀석은 수상을 목표로 한 게 아니어서 그냥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었어요.
막내는 거의 날마다 읽은 분량만큼 기록하면서 그날의 감상을 풀어내서 길지요.^^

하늘바람 2010-10-20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탐나고 멋진 책이네요

순오기 2010-10-21 09:19   좋아요 0 | URL
^^

2010-10-20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21 09:22   좋아요 0 | URL
신경 안써도 돼요.
이번엔 많이 읽은 위주가 아니라 자기 목표 달성했을때까지만 심사대상에 들어간대요.
이것을 대회가 끝나고 대회요강을 다시 읽으며 깨달았다는...ㅜㅜ
괜히 초과달성할 필요 없었다는 얘기죠.

전호인 2010-10-2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양의 독서입니다.
중3과 고2면 학교공부도 만만치 않을 텐데 독서에 심취한 녀석들이 참으로 대견스럽군요.
중1,2인 울 아이들도 꾸준한 독서를 하지만 와우 그저 놀라움입니다.
우리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억지로 접목시키기 보다는 우러나와서 할 수 있도록 집안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집에 있을 때 책을 보면 자연 따라서 하는 습관이 있으니 잘 되겠죠?

순오기 2010-10-21 09:23   좋아요 0 | URL
공부라는 건 '학교'에서만 하는 걸로 아는 녀석들이라
집에서는 TV나 컴퓨터와 벗하는지라... 대회 참여로 억지 독서라도 저만큼 했다는 걸로 만족해요.
전호인님 가족도 책읽는 가족인 거 다 알아요.^^

마녀고양이 2010-10-2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역시 역시!
저는 언니의 자녀분들 모습에 정말 반한다니까요.
그런 자녀들을 키운 언니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요즘 코알라가 타라 덩컨에 이어 해리 포터에 푹 빠져서, 이틀에 한권 꼴로 읽고 있어요.
너무너무 기뻐요!

순오기 2010-10-21 09:25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도 해리포터는 마르고 닳도록 봐요, 정말 책이 닳아졌어요~ㅋㅋ
하지만 마라톤에서는 해리포터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기록엔 넣지 않았어요.^^
특히 시험기간에는 해리퍼터를 꼭 읽더라고요.ㅋㅋ

마노아 2010-10-2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만화도 많은데 만화는 인정 못 받으니까 안타까워요. (>_<) 이제 모두 끝난 건가요? 결과 발표가 언제예요?

순오기 2010-10-21 09:31   좋아요 0 | URL
모두 끝냈어요. 결과는 12월에~

글샘 2010-10-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광주는 교육청이 확실히 앞서가네요. 부산도 내년부터 해야겠는데요...
혹시 시간 나시면, 아드님의 기록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스캔해서 좀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순오기 2010-10-21 09:37   좋아요 0 | URL
광주는 초.중.고 학부모 독서회가 11년째 활동중이라 사이버독후감대회, 독서마라톤대회도 많이 참여하고, 그 외에도 학생 중심의 독서행사가 많이 있어요. 학부모 참여하는 모자독후감대회도 있고요...
중학교 이후엔 따로 독서노트를 기록한 건 없고요, 교육청 사이트에 짧게 올린 것 뿐이에요.
몇 권은 알라딘 자기 서재에 리뷰를 썼을 뿐이고...마라톤 완주하면 학생부에 완주 기록 올라간다고 선생님이 참여를 독려하셨대요.^^

꿈꾸는섬 2010-10-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도 열심이군요.^^ 화이팅!!!

순오기 2010-10-21 09:37   좋아요 0 | URL
처음 참여했는데 그닥 열심내지는 않았어요~ 기록 날짜 보면 가물에 콩나듯, 보이잖아요.ㅋㅋ
 
중3 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9월 기록

2010년 4월 19일부터 10월 17일까지 6개월 26주 182일 제5회 빛고을 독서 마라톤이 끝났다. 
중3 막내랑 둘이 가족 풀코스를 도전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했다. 민경이는 93권 23,539쪽을 읽었다. 


84. 10월 1~2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학교 논술대회의 책이라 읽었다. 그동안 말은 몇 번 들어봐서 흔쾌히 집었는데, 음.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경제학 관련 책이라 어려운 용어와 설명에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대충 이해는 가능한지라 읽다 그만두다 읽다 그만두다 했다. 제목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바로 강대국들을 뜻한다. 성경에 나온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곤경에 처한 개발도상국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이들에게 장하준은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부자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마치 '선진국에 오르는 왕도'처럼 제시하고 있다니, 우습다. 먼저 보호무역으로 경쟁력을 갖춘 다음에 세계의 시장에서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맞지, 자기들도 그렇게 성장했으면서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하는 걸 막는다니 참 이기적이다. 만약 우리나라도 바로 자유무역을 시행했다면 아직도 텅스텐과 인조가발을 팔고 있을 것이다. 자유무역주의의 신화가 장하준에 의해 하나하나 벗겨지는 걸 보니 통쾌했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복잡져서 이 책을 제시한 학교가 원망스러워졌다. 아니면 교육청인가? 어쨌든 1학년, 2학년들에게 해당된 소설책과 달리 3학년에게는 경제학 책이라니, 너무 격차가 커서 원망스럽다. 그래도 다 읽었을 때는 후련했다. 이젠 어디가서 이런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란 무엇인가, 이것들이 지금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정도만 알아두고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단순히 '강대국들이 자유무역의 신화를 만들어 칭송하는 것은 잘못됐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럼 어떤 경제 발전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책까지 서술해 놔서 더 좋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의 경제는 어떤 식으로 변해갈까. 마냥 놀고만 있고 정신 빼놓고 있었는데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 같다. 

 

85. 10월 3~4일, 한국인 전용복 

은은한 색깔과 광택, 반만년 이상의 지속력과 보존력을 자랑한다는 옻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가까이 가면 옻이 오르고, 가구 같은 곳에 칠한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전용복씨의 화려한 옻과 자개작품들, 메구로가조엔에서 복원한 수도없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자 감탄이 터져나왔다. 보석처럼 반짝이면서도 장인의 열정이 들어간듯한 아름다운 작품들. 갑자기 옻칠에 대한 관심이 확 틔이는 것 같았다. 똑똑하고 집안의 희망이었던 형이 죽은 후, 아주 어려부터 장사와 고된 일을하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던 전용복씨. 그 후로도 수많은 시련과 고난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온갖 역격들과 부딪쳐 살아왔기 때문에 다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공부까지 해내는 전용복씨가 대단했다. 합판회사에서 일하다가 가구를 만들게 되고, 오겐의 복원을 인연으로 일본의 거대한 예술품 집합체, 메구로가조엔까지 인연을 맺게 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2년간 메구로가조엔의 작품들을 샅샅이 연구하고 복원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이 그가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다.  

2년간 고생한 진심이 통했는지, 전용복은 수많은 일본의 장인들을 제치고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을 담당하게 된다. 흡사 설국같은 산골 마을에서 처음엔 단 7명과 함께 시작했던 작업이, 후에는 100명을 넘길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분명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일본의 어떤 장인들도 해내지 못했던 복원을 기막하게 자신만의 방법과 몸으로 부딪친 연구로 헤쳐나가는 걸 보면 하늘이 내린 칠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옻말고년 평생 붓에 묻힐 생각이 없다는 그는 자신의 직업에서 참 행복해보인다. 마늘의 선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일본의 권위 있는 대회에서 대상을 탔다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 다음 순위로 밀려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서가 일본에서도 크게 통하는 것 같다. 원래 우리가 전수해주었던 것인데, 지금 우리와 일본의 환경을 비교해보면 쓴웃음만이 난다. 전용복씨가 한국에서 메구로가조엔 복원같은 일을 했으면 참 좋았을테지만, 그 가치를 깨닫고 모두 보존한 일본은 대단하다. 악기에도, 가구에도, 예술품에도 넓게 쓰일 수 있는 옻칠. 우리나라에서 꽃 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86. 10월 5~6일,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어머니독서회와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에 변산공동체 학교를 간다고 해서 읽었다. 1980년대,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독재 정권 하에 있었을 때 써졌던 글들이다. 대학교수에서 농사꾼으로 전직한 아버지가 딸에게, 딸이 친구 민주에게, 아버지가 민주에게 편지형식으로 보낸 글들을 다시 모아서 낸 책인데, 80년대의 글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게 씁쓸했다. 읽어 보아도 별 차이가 없어 더 그랬다. 편지글을 읽어보니 과연 철학교수와, 그런 어른을 보고 자란 딸과 그 친구답게 고등학생들인데도 그 성숙함이 마치 어른 같았다. 사회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도 그랬고, 그걸 자기식으로 표현해나가는 것도 그랬다.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입시 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농촌의 현실과 가난한 이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그랬다. 보고 배워야 할 점 같다. 이 책의 제목처럼 '똑같은 것보단 다 다른 것이 좋다'며 아버지처럼 친절하게 말하는데, 물론 그 말이 옳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 윤구병씨가 꿈꾸는 일터가 딸려 있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일을 하며 지내고,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상관없는 꿈의 학교! 제발 그런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래가 친구 같던 미술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면서 만든 이야기 그림이 인상 깊었다. 서로 싸우던 두 잎사귀가 잎을 모두 잃을 뻔하고, 나비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난 후 화해하고 우거진 잎을 피우게 되었다는. 고작 중학생이었을텐데 꽤 완성된 이야기라 깜짝 놀랐다. 비록 학교에서는 칭찬 받는 과목 하나 없다는 나래지만, 평범한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인 것 같다. 자살을 꿈꿨다는 민주를 도닥이며 위로하는 모습도 어른스러웠다. 그래도 공부 못 하던 친구의 바느질 재능을 발견하고 반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며 그 아이를 달리 봤다는 걸 보면, 그 땐 참 아이들이 다 순수했던 것 같다. 남을 비웃고 무시하는 편이 많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혹시 나도 그러진 않는가 하고 조심하게 된다. 도시와 시골의 다른 점, 서양과 동양, 혹은 너의 집과 나의 집의 차이점 등.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다는 책 제목은, 가끔 그 간단한 것을 잊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 하다. 

 

87. 10월 8~10일,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고즈넉한 절과 산의 모습,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와 햇살을 받아 빛나는 탁 트인 숲의 사진들이 예뻤다. 백양사의 매화꽃이 활짝 핀 매화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덕사 보화루 앞 호두나무, 만개한 옛 운교역 터 밤나무 등등.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부터 나무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나무를 통해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알아보려는 시도가 참신했다. 단종1년에 심어진 백송나무는 그 후 역사의 흐름을 모두 지켜보며 아직까지 서울의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다. 나무는 옛날 조선시대의 왕들도,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숨 막히는 급변도, 그 후 우리나라의 현재까지 모두 봐 왔을 것이다. 나무가 보기엔 우리 모두 한 순간일 것이다. 그 짧은 순간을 아등바등 살아가려 노력하는 우리들을 보며 어떻게 생각할지. 새삼 나무가 봐온 시간과 깊이가 느껴지는 듯 했다.  

추사 김정희가 자주 찾아와 시를 읊으며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달랬다는 제주의 안덕계곡 상록수숲은 인간의 고민을 모두 품어줄 수 있을만큼 아늑하고 편안해보였다. 물론 지금이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그런 고즈넉한 풍경은 상상할 수 없지만, 추사가 살아있었을적에는 적잖은 위로가 됐으리라. 주로 당산목 위주로 지정되던 천연기념물에 서울 영휘원의 산사나무가 지정됐는데, 이런 나무들이 오히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보다 선조들의 실생활에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창덕궁의 향나무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말 없이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이 지켜본 역사의 인물들은 과연 어땠을까? 말을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역사책 속에서나 봤던 그들의 생생한 삶을 바로 앞에서 봐왔더니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보은법주사에 있는 양반나무, 정이품송은 예전에 한 번 본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지금은 나뭇가지가 휭하니 잘라져 입간판 속에 당당했던 옛 모습을 볼 수 없는게 아쉬웠다. 양반나무가 정이품송만 있는 줄 알았더니 정부인송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무팔자가 상팔자다. 

초가을 백암계곡의 비자나무 숲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의 한 풍경이다. 사실 숲과 맑은 날씨라면 멋있지 않은 풍경은 없는 것 같다. 비자나무 열매가 옛날의 구충제 역할을 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만개한 매화나무와 동백나무가 마치 내 눈앞에 피어 있는 듯 생생했다. 그리고 화엄사의 올벚나무! 아름다운 꽃과는 다르게 군수물자로 이용되기 위해 심어진 나무라 하니, 군사들에게는 고마운 나무인 셈이다. 또 '세상의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세계에 도달한다'란 뜻으로 피안벚나무라 부르기도 한단다. 지금까지 기억 속에 꽃놀이를 간 적이 없어 사람들이 왜 벚꽃, 벚꽃 하는지 몰랐는데 이 사진 한장으로 알게 되었다. TV에서 본 것도 예뻤지만 바람이 불어 벚꽃이 떨어지면 정말 예쁠 것 같았다. 역사를 지켜보며, 현재까지 문화유적이나 전통사찰에 남아있는 나무들. 그리고 옛 선비들과 인물과 엮인 나무들까지. 나무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서로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다. 

 

88. 10월 11일, 청춘의 독서 

민주화운동가, 칼럼니스트,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쳐오며 유시민씨가 청년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며 쓰게 됐단다. 예전에 봤던 책을 시간이 흐르고 보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까? 아직은 내게 어렵게 느껴지는 책들이 많아 '죄와벌', '전환시대의 논리' 두 챕터밖에 못 봤지만, 이 책들을 통해 유시민씨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알 것 같았다.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는 늙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후 '비범한 사람들은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한다. 얼핏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비범한 사람'이었던 스탈린과 히틀러의 광기 어린 결말은 어땠는가. 유시민은 이전의 유시민은 발견하지 못했던 착하고 진실한 여자, '두냐'를 발견한다. 결국 진부하지만, 그 착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선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루어 내는 것 같다. 리영희씨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유시민씨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다른 책들 모두 다양한 시대와 나라의 젊은이들을 고민하게 했다고 한다. 내가 커서 이 책들을 읽으면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89. 10월 12~13일,  프랑스 여자처럼 

프렌치 시크. 모든 사람들이 감탄하는 이 프랑스 여자들의 특별한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비단 프랑스 여자들뿐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의 풍토나 분위기가 뭔가 특별하다는 걸 이걸 보면서 느꼈다. 인기 연예인을 길거리에서 만나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혁명의 시작이 됐던 역사 등 하여튼 범상치 않은 면이 있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여기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프렌치 시크'를 보여주며 특별한 인생을 살았던 여자들이다. 가브리엘 샤넬, 프랑수아즈 사강,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의 '누가 뭐라 하면 어때? 난 내 인생을 살다 갈거야!' 이런 당당한 태도는 멋있었다. 그간 로댕의 여자로만 알고 있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을 보면서 그녀의 예술가적 면모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단지 책에서만 살고 있던 인물이 태어나서, 숨 쉬고 먹으며 생생히 살아있었던 '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또 엠마누엘 베아르와 이자벨 아자니라는 멋있는 여배우들도 알게 되었다. 특히 배역에 완전히 몰두해 작가가 소름이 끼쳤다는 이자벨 아자니의 영화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광기 어린 배역을 맡았을 때 그 후유증에 한동안 고생했다는 그녀는 과연 어떨지, 기대된다. 

세실리아 사르코지와 카를라 브루니가 연이어 소개되어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묘했다. 한 명은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전부인이고, 한 명은 재혼한 부인이라니! 저자는 누구의 입장에도 서지 않은 채 그녀들의 삶을 소개한다. 단지 사르코지의 부인으로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자의식과 존재감이 대단했던 세실리아, 그녀는 사르코지의 배반으로 당당히 그를 걷어차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고, 그 뒤를 이은 카를라 브루니는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인지해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고 그야말로 완벽한 영부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가 더 낫다기보단 두 여인 모두에게 자신의 인생이 있고,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어쩐지 사르코지가 두 여자보다 더 못한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출생부터 결말은 천지차이였던 퐁파두르 부인과 마리 앙투아네트,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살았던 에디트 피아프, 프랑스 우아함의 상징인 카트린 드뇌브, 하이틴 스타에서 성공적으로 변신한 조니뎁의 애인 바네사 파라디, 나폴레옹의 황후 조제핀과 천재 작곡가 세르주 갱스부르와 커플이었던 제인 버킨, 그녀의 딸이자 디자이너들의 뮤즈인 샤를로트 등! 누구도 빼놓을 수 없는 정말 매혹적인 여자들이었다. 

 

90. 10월 14일, 함께 숨쉬는 생명들의 희노애락 흙 

농부들이 산에 모여 밥을 푸고 있다. 허옇게 밥길을 까는 사람도 있고, 나뭇가지 아래 조심스레 묻는 사람도 있다. 농부들이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폈다. 여태껏 제대로 된 흙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나에게, 생동감 넘치는 흙의 모습이 다가왔다.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식물, 동물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 우리처럼 오염된 환경속에서가 아니라, 잔뜩 흙을 묻히고 돌아다니는 두더지는 자연스럽고 왠지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였다. 발 밑으 흙이,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와 생명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흙이 흙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도시는 그러지 못하니 안타깝다. 나중에는 자연이 남아있는 도시들이 더 많아져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랐으면 좋겠다. 프롤로그에 나온 밥길의 비밀은 맨 끝에 가서 밝혀진다. 미생물로 색색깔 물들여진 밥을 흙에 뿌리면 더없이 훌륭한 비료가 된단다. 흙에서 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이 자연스러운 순환에 우리 인간들도 끼면 좋겠다. 

 

 

 

91. 10월 15일, 과학 시간에 사회 공부하기 

첫 이야기가 원자론이라 얼마 전에 친 과학 시험 생각도 나고 아주 미묘한 기분으로 읽었다. 얼마 전에 후련하게 헤어진 나쁜 친구를 얼마 뒤에 다른 곳에서 마주친 그런 기분. 어쨌든 돌턴의 원자설이 인정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시대의 생각이 벽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은 단순히 과학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와 분위기 등에 전반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시험 칠 때는 이런 게 왜 있나 짜증나지만, 그래도 없으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없을테니 그냥 공부나 해야겠다. 제목은 '과학 시간에 사회 공부하기'지만 보다보면 살짝 과학 쪽에 더 치중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과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MS사와 스크린쿼터 얘기로까지 발전시킨건 놀라웠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조금 위험성이 있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져서 위험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는 감수분열과 비슷한 것 같다. 

  

 

92. 10월 16일, 15세 소년, 영화를 만나다 

영화는 참 매력적이다. 영화에는 판타지가 있고, 사랑과 우정, 꿈, 현실에선 얻을 수 없는 소소한 위안들이 있다. 더불어 현실을 조명하고 깨닫게 해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15세 소년,소녀의 눈으로 보셔서 그런지 나도 알고 있는 영화들이 많았다. 알기만 하고 보지 않아서 문제지만. 여기 소개된 '슈퍼맨이었던 남자', '버킷 리스트', '어거스트 러쉬' '잠수종과 나비' 등은 그저 그러 뻔한 스토리인줄 알고 있었는데 보고 싶어졌다. 특히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자신이 사이보그라 생각하는 영군이 가족들이 할머니를 버린 것으로 상처를 입었고, 남의 능력을 훔칠 수 있다고 믿는 일순이 그녀의 동정심을 훔쳐서 다시 감정을 가지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난 이 따뜻한 이야기가 좋았지만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봐야 알 것 같다. 결국 영화가 말할 수 있는 주제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법에서 천차만별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니. 예전엔 영화를 그냥 보여지는 그대로 봤지만 이제는 좀 감독의 의도나 구성 등을 생각하며 보게 될 것 같다. 

 

93. 10월 17일 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아직 신간등록이 안 되었네요)

엄마가 가제본을 받고 한줄서평을 부탁받으셨는데 영광스럽게도 나도 한줄 서평을 남기게 되었다. 주인공 말비나는 동화 빨간모자처럼 음식바구니를 들고 할아버지 댁에 간다. 그러나 늑대인 할아버지는 그녀를 괴롭히고, 할머니는 손녀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외면한다.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을만큼 두렵고, 누군가에게 알려 도움을 받고 싶은 그녀의 절박한 심정이 내게도 느껴져 보면서 많이 울었다. 말비나가 할아버지의 성추행을 체념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아 왔을지 생각하니 더 그랬다. 그녀의 가족도, 할머니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고 넘어가려 했다. 피가 이어진 말비나의 일인데도 세상의 수군거림을 더 신경써 결국 방치하는 어른들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여기서 그녀의 구원자는 '폼쟁이'라 부르는 남자친구, 소중한 단짝친구, 할아버지 옆집의 부인, 그녀의 친언니다. 이들이 있어 말비나는 마침내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난 특히 폼쟁이가 좋았다. 경계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서 진심으로 그녀를 위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충격적인 소재이지만, 이게 현실이기 때문에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해, 다시는 말비나처럼 고통받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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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 독서마라톤 은상 수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2-22 01:37 
    2010년 4월 19일(월)~ 10월 17.일(일)까지 진행된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결과가 발표되었다.  작년 4회 대회는 개인으로 참여해 막내가 중등부 은상을 수상했고, 엄마는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금상 수상자만 시상식에 참여하는데, 학교에서 잘못 알고 시상식에 참석케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멀미하는 아이 때문에 중간에 내려 택시로 시교육청까지 갔었다. 이왕 왔으니 시상식 구경이나 하자고
 
 
마녀고양이 2010-10-20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3이 이런 책들을? 진짜 진짜? 우아...
언니,
중고등학교부터 이런 책들을 읽으면, 20대 초반에는 세상에 대한 선택 시야가 정말 넓어질듯 해요.
저는 그게 제일 아쉬워요. 참 멋진걸요......

순오기 2010-10-21 10:03   좋아요 0 | URL
흐흐~ 울 딸이 독서수준은 좀 높은 편이죠.ㅋㅋ
꾸준한 독서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2주

가을엔 역시 로맨스 영화가 대세다. 
사랑과 가을에 포인트를 두고 봐도 좋을 영화 산책~~~ 함께 하실까요?

 

세월을 초월한 사랑, 터스 투 줄리엣 
  

감독 : 개리 위닉
주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제작/배급사 : / NEW
기본정보 : | 미국 | 105분 | 개봉 2010-10-06
등급 : 12세 관람가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사랑을 찾아 나선 클레어
이 가을, 추억 속의 사랑을 떠올리며 봐도 좋을 사랑스런 영화! 

 

 맘마미아에서 사랑스런 모습을 보여줬던 아만다 사이프리드
늙어도 멋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역의 클레어의 사랑 로렌조를 찾아 함께 나서 볼까...

   


세대를 초월한 사랑, 뉴욕의 가을    

감독 : 조안 첸
주연 : 위노나 라이더, 리처드 기어
제작/배급사 : 레이크쇼어 엔터테인먼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기본정보 :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00분 | 개봉 2000-09-29
등급 : 15세 관람가 

뉴욕의 레스토랑 주인인 윌 케인은 50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여전히 구속받기를 싫어하는 바람둥이이다. 하지만 이러한 윌도 샬롯 필딩을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샬롯은 윌의 나이의 절반에 불과한 21세의 자유분방한 여성. 이 둘은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이란 야속한 것....  뉴욕 공원의 가을을 만나러 가자... 

 

  

 

  

  

불혹에 꼭 봐야 할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 135| 개봉 1995.09.23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빅터 슬레작(마이클 존슨), 애니 콜리(캐롤라인), 메릴 스트립(프란체스카 존슨
청소년 관람 불가

 

직업 사진 작가인 로버트 킨케이드(Robert Kincaid: 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1965년 가을 판 'National Geographic' 잡지에 실을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한다. 길을 잃은 그는 잘 정돈된 한 농가파에서 녹색 픽업 트럭을 세우고 길을 묻는다. 남편과 두 아이가 나흘간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참가하러 떠난 후, 프란체스카 죤슨(Francesca Johnson: 메릴 스트립 분)은 혼자 집에 있다.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은 예의 바른 이방인. 결혼한 지 15년 된 그녀에게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그녀는 평범한 일상 생활로부터의 특이한 변화를 맞는데....
나이가 들기 때문에 늙는게 아니라, 사랑을 잃어버리기에 늙는다는... 누가 이들의 사랑에 돌을 던지랴!!

 

 

 

한순간의 사랑, 만추  

감독 : 김수용
주연 : 이대로, 김혜자 정동환,
제작/배급사 : 동아수출공사
기본정보 : 멜로·로맨스 | 한국 | 95분 | 개봉 1982-02-28 
등급: 관람 18세가

제21회 대종상 각본상, 촬영상, 제2회 마닐라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김혜자) 수상.

 살인죄로 복역중이던 혜림은 형기를 2년 남기고 특별휴가를 받아 어머님 산소에 다녀오려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그 열차속에서 혜림은 범죄조직에 휘말려 쫓기고 있는 청년 민기를 만나게 된다. 민기의 집요한 접근으로 수형 생활중 얼어 붙었던 가슴이 녹는 혜림은 돌아가는 기차 중에서 민기와 불꽃처럼 타오르는 정사를 갖는다. 정사후 도망치자는 민기의 권유를 뿌리치고 혜림은 교도소로 돌아온다. 그들은 교도소 앞에서 안타까운 이별을 한다. 혜림과 민기는 2년전 오늘 호숫가 공원에서 다시 만날것을 약속했었다. 혜림은 약속을 지켜 2년후인 지금 출옥해 눈을 맞으며 민기를 기다리고...  

거부할 수 없는 만추의 정사신~

 

 

김혜자 정동환의 만추와 비교해봐도 좋을 2010년 현빈과 탕웨이의 만추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한국, 미국 | 115
감독 김태용
주연 현빈 탕웨이
관람 15세가

모범수로 특별휴가를 나온 여자가 도주 중인 한 남자를 만나 벌이는 시한부의 사랑을 그린 리메이크 작품.
2010년에 그려낸 만추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세상이 지키지 못한 사랑, 가을로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한국 | 114| 개봉 2006.10.25
감독 김대승
유지태(최현우), 김지수(서민주), 엄지원(윤세진)... 
등급: 15세 관람가 

1995년 6월 29일. 결혼준비를 위해 함께 쇼핑을 하기로 약속을 한 현우와 민주. 현우가 일하는 곳에 찾아온 민주에게 현우는 일이 남았다며, 혼자 가기 싫다고 기다리겠다던 그녀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 백화점을 보낸다. “민주야, 금방 갈게!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일을 끝낸 현우가 급한 걸음으로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백화점 앞에 도착한 순간. 민주가 지금 현우를 기다리고 있는, 그 백화점이 처절한 굉음과 함께 그의 눈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십년 후, 민주가 현우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 길을 따라 걷는 현우의 여행길에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여자가 있다. 왜, 그녀와 자꾸 마주치는 것일까...   

소쇄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담아낸 '가을로' 훌쩍 떠나 봐도 좋을...

  


 

사계절에 담은 인생의 비밀, 봄 여름 가을 겨울 

 

드라마 | 한국 | 106| 개봉 2003.09.19
감독 김기덕
하여진(소녀), 서재경(소년 승), 김영민(청년 승), 김기덕(장년 승), 오영수(노 스님)... 
등급 15세 관람 가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이른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고...
  

청송 주산지의 사계를 다 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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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10-10-18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하면 떠오르는 영화를 정리해 두셨네요.<뉴욕의 가을>,<가을로>봤어요.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배경이 정말 멋지죠.가을로는 가슴 아프기도 하고요.상영중인 <레터스 투 줄리엣>은 꼭 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10-19 00:55   좋아요 0 | URL
레터스 투 줄리엣은 아직 안 봤어요.
심야에 막내랑 시라노 연애조작단 보고 왔는데, 의외로 괜찮았어요~ ^^

lo초우ve 2010-10-1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디슨카운티의다리 18년전의 읽은 책인데.. 어느날 갑자기 영화로도 나왔더군요.
책으로 읽었던 그 실감적인 내용이.. 영화로 봤던 그 실감과는 다르게 와 닿더군요 ^^
영화로 보는것보다는 책으로 읽는것이
훨씬 더 멋지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로맨스이구나 라는는거겠죠. (나만의생각)
뉴욕의가을 (어쩌면 리차드기어의 미소가 보고싶어지는거겠지...ㅋ)
다시한번 보고싶네요 ^^


순오기 2010-10-19 00:56   좋아요 0 | URL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어요.
뉴욕의 가을~ 어떻게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냐고 말도 안된다고 했었는데
나이가 더 먹으니 그럴 수 있겠다 생각돼요.^^

비로그인 2010-10-1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의 가을'은 지금 상영하는 게 아니죠?
DVD도 예전에 품절인데...ㅠㅠ

lo초우ve 2010-10-18 22:29   좋아요 0 | URL
뉴욕의 가을... DVD는 아니지만.. 저는 파일로 소장하고 있답니다 ^^

순오기 2010-10-19 00:57   좋아요 0 | URL
DVD 품절인가요~ 다운받아서 보면 안되려나...^^

머큐리 2010-10-1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도 본 영화가 없네요...^^; 가을이 가기 전에 한 편이라도 꼭 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10-19 00:57   좋아요 0 | URL
내가 너무 여성취향의 영화만 골라서 그런가봐요.ㅋㅋ
40대에 발 들여놓으면 매디스 카운티의 다리는 꼭 봐야해요.^^

카스피 2010-10-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노아 라이더...요즘 넘 망가져 버렸네요 ㅜ.ㅜ

순오기 2010-10-19 00:58   좋아요 0 | URL
위노아 라이더~~~ 어떻게 망가졌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2010-10-18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19 00:58   좋아요 0 | URL
에~ 나도 기대하고 있어요.^^

마노아 2010-10-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지키지 못한 사랑, 가을로... 카피가 인상적이에요.
마지막 사진도 압도적이고요. 챙겨보지 못한 영화가 많네요. 영화 보기 좋은 계절이에요.^^

순오기 2010-10-19 01:00   좋아요 0 | URL
삼풍백화점 참사로 그녀를 잃었으니까...
봄,여름,가을,겨울~ 은 15세 관람영화지만, 큰딸 중3때 같이 보면서 얼굴 붉어졌어요.
굳이 그러게 다 보여주지 않고 관객으로 그려봐도 되는데...

BRINY 2010-10-1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레터스 투 줄리엣, 너무 뻔한 스토리라서 재미를 못느꼈어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너무 늙어버려서 슬펐구요.

순오기 2010-10-19 01:19   좋아요 0 | URL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라고 세월을 비켜갈 수 있나요?^^
그래도 멋지잖아요.

전호인 2010-10-1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년의 사랑을 찾아나선 클레어의 아름다운 마음씨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많은 사람을 찾아다녀도 한순간에 그때 그시절의 느낌을 당할 수는 없는 거지요.
손자를 보면서 옛인연의 감을 발견하는 예지력이 엔딩부분의 압권이었습니다.
모두가 아름답지만 아쉬운 사랑이야기라서인지 가을의 계절과 맞물려 심란함이기도 합니다.ㅠㅠ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도 참 감명깊고 남다른 소회가 있습니다.^*~

순오기 2010-10-19 01:20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중년 이상의 관객에게 더 어필할 거 같아요.
아직 안 봤는데~~~ 봐야겠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남다른 소회가 궁금한데요.^^

프레이야 2010-10-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가을 내음 물씬 나는 영화네요.
현빈과 탕웨이가 나온 만추가 보고 싶어요.
'가을로'도 괜찮은 영화인데,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얼마전 무릎팍에 나온 유지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람이 괜찮아 보이더군요.
가만 보니 출연한 영화도 꽤 되어요. 꾸준히요.

순오기 2010-10-19 01:22   좋아요 0 | URL
현빈과 탕웨이의 만추~ 나도 궁금해요.^^
유지태 영화가 꽤 되지요~ 심야의 FM에서는 사이코패스라니 후덜덜해요.ㅋㅋ

자하(紫霞) 2010-10-19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노나 라이더 광팬이라...<뉴욕의 가을>은 봤구요.
<레터스 투 줄리엣>,<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봤네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보고 메릴 스트립,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뿅 갔었죠~ㅎ

순오기 2010-10-19 23:35   좋아요 0 | URL
오호~ 위노라 라이더 광팬이군요.^^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늙어서 더 멋진 배우!
레터스는 내일 보려고 해요~

blanca 2010-10-1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터스 투 줄리엣, 저 할머니 너무 고와요. 저 영화 꼬옥 보고 싶은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 감동 잊지 못해요. 메릴 스트립이 차 안에서 몇 번이나 내리려다 결국 못 내리는 그 장면, 정말 많이 울었었는데...뉴욕의 가을은 지금의 남편이랑 연애하던 시기에...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 창덕궁에서 낙엽 밟고 싶어요...

순오기 2010-10-19 23:37   좋아요 0 | URL
레터스는 패쓰할까 했는데 내일 보려고요~
아~ 가족을 떨쳐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나서기는 쉽지 않죠~ 정말 그 장면 눈물이 앞을 가려요.ㅜㅜ
뉴욕의 가을~~ 두 분이 같이 봤군요. 창덕궁의 낙엽~~~ 같이 밟고 싶어요.^^
 
중3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8월 기록

드디어 오늘 10월 17일, 6개월의 빛고을독서마라톤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중3 막내의 9월 독서기록을 옮겨온다.  

70. 8월 31일~9월 1일, 합★체

최규석이 표지를 그렸다고 해서 알게 된 책이다. '난쏘공 쌍둥이 형제의 코믹무협 열혈성장분투기'라는, 대체 책의 내용이 뭔지 짐작도 못하게 만드는 띠지가 참.. 인상깊었다. 키가 작은 오합, 오체 형제. 합쳐서 합체. 학생인 나로서는 합과 체가 학교에서 겪을 반응들이 예상이 되었다. 왜 하필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는지.. 게다가 쌍둥이인지라 그들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합체'가 되었다. 키가 작은 오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보면서 두근거려 하는 모습, 약수터에 있는 자칭 약수도사 계도사, 국어선생님이 읽게 시킨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읽으면서 난쟁이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들이 나오면서 개그와 현실의 씁쓸함이 잘 어우러졌다. 계도사가 알려준 비법대로 합과 체는 방학을 맞아 33일간 계룡산 '형제동굴'에 키를 키우는 수련을 하러 간다. 신비스러운 동굴의 분위기에 정말 무슨 일이 벌어날지, 기대가 됐다.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총 4번을 하는 수련에 점점 익숙해지는 합체. 형제동굴에 울려퍼지는 '합,체' 소리가 정말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반전을 때리다니... 짐작하지 못 한 내가 바보인건가. 들고 온 라디오에서 계도사 할아버지가 치매걸린 노인에다가 성추행으로 집에 돌아갔다는 경찰의 사연이 방송되면서, 수련을 진심으로 믿었던 체는 절망과 배신감에 빠지고 만다. 오히려 조금 덜 믿었던 합은 그나마 나았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통 뒤에는 다시 행복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계도사가 진짜 도사든, 도사가 아니든. 수련이 진짜든, 진짜가 아니라 마음의 힘이든 효과를 본 이는 있었고 합체 쌍둥이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비록 키가 한 순간에 쑥 자라는 게 아니라, 둘의 마음이 쑥 자란 것이었지만. 마지막에 바지 길이를 왜 이렇게 줄였냐,며 소리치는 학주를 피해 씩 웃는 둘의 미소가 보기 좋았다. 

 

71. 9월 2~4일, 100인의 책마을 

'읽을만한 책들을 추천하고 알려주는 서평집이면서도, 누구나 책에 관한 경험과 자신의 삶에 침투한 독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책'이 바로 100인의 책마을이다. 엄마가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가와 인터넷 서재를 운영하고 계셔서 엄마가 아는 분들도 몇 분 계셨다. 김보일씨는 자신이 고통스러운 달리기를 하면서 겪었던 생각들, 경험과 연관된 책들을 추천해준다. 이분 뿐만이 아니라 다들 어찌나 글을 잘 쓰는지,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책으로 연관시키는 글솜씨들이 감탄스러웠다. 인간이 외면하고 뛰어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생의 시간. 특히 '월든'에서 인용된 문장은 감동스러웠다. 비단 이 주제뿐에서가 아니라 책마을에서 굉장히 많이 월든이 나와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친구나 주변사람들이 소곤소곤 거리면서 책을 추천해주는 듯한 글도 있었다. 과연 제목처럼 100인의 '책마을'스러운 느낌이었다. 글쓰기에 대해, 그리고 읽어볼만한 책들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인생과 관련된 책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책은 힘들고 지칠때 만나는 좋은충고, 인생의 길잡이,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도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책들에 대해 서술하는 걸 보면서 나도 내 인생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었다. 여기서 본 '책 파도타기'는 책에서 언급된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건데, 마치 웹 서핑을 하듯이 책들을 파도 타며 읽을 수 있었다.  김수정씨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다가 주인공에게 빠져 그녀의 책을 죄다 찾아 읽어봤다고 한다. 내게 그런 작가는 아직 없지만, 그래도 좋은 작가들은 많이 만난 것 같아 다행이다. 환경 활동가의 시점, 마라토너의 시점, 기독교인의 시점 등등. 개인의 관점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추천하는 책과 그에 대한 이야기도 다 달라서 좋았다. 정말 독서가들의 마을이 있어서 옆집, 이웃집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말을 듣는 것 같았다. 

그간 콰지모도와 에스페랄다의 사랑 얘기로만 알고 있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실제 주인공이 사실은 그 시대의 파리라는 것을 '껌정드레스'의 글로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책들을 증거로 들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걸 보면 '아,그래서 그렇구나'하고 납득이 갔다.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찾나보다. 고전 영화의 배경을 이해시켜주는 책들도 한 번 쭉 보고 싶었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 책에서 찾는 음악. 다양한 분야와 책의 연관이었다. 책을 통해 패스트푸드의 위험성과 환경파괴를 알게 되어 절제하고, 환경오염과 대체에너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앞으로 책을 찾을 일이 생기면 이 책에서 찾게 될 것 같다. 

 

72. 9월 5일, 마더구스 

마더구스는 전부터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외국 책이나 TV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인용되어 나오고, 여러모로 영미권 사람들의 문화에 많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도 뭔가 매력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부록으로 노래 CD가 있어서 함께 들으면서 읽었다. 마더구스 이야기는 운율이나 리듬이 매력이다. 맨 처음에 나온 동요인 'Ring a ring O'Roses'가 옛날에 읽은 책에서 나온 놀이에 사용되는 노래라는 걸 알고 반가웠다. 이것도 마더구스 이야기 중 하나였구나, 하는데 진짜 생각보다 엄청 보편화된 노래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식으로 하면 강강수월래쯤 되려나? Jack be Nimble 같이 짧으면서도 놀이와 같이 할 수 있는 동요들이 아이에게는 참 좋을 것 같다. 디들, 피들, 히코리, 히키티 등등 재미있는 발음의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고, 내가 마더구스에 관심 가지게 된 이야기이도 한 구두 속에 사는 할머니와 험프티 덤프티 이야기도 있었다. 마더구스는 마치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들려준 전래 동화, 동요처럼 느껴졌다. 

 

73. 9월 6~7일,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피터래빗으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시골집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집이다. 집이 주라고는 해도,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생과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소개해 놨기 때문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고 말했던 캠필드 플레이스의 다정한 복도, 계단 난간의 조각장식, 잔잔한 빛고 냄새, 가장 사랑했던 아래층등을 애정 있게 서술해 놔서 집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우리집을 이 정도로 사랑할 수 있을까? 미래에 내가 살 집이 어디든, 이만큼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시골집의 드넓은 자연풍경들, 피터래빗이나 자연 풍경 등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 따뜻하고 멋있었다. 베아트릭스와 윌리엄이 신혼집을 차린 캐슬 코티지는 신록이 생생한 풍경 속에 하얗고 빨간 집이 어찌나 멋있던지 정말 그림 같았다. 저런 집에 산다면 저절로 즐거운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만큼 멋있는 집이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성지나 다름없다는 힐 탑. 그녀가 아끼고 사랑했던 만큼 그녀의 작품 속에서 힐 탑의 모습이 곳곳이 드러나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집에도 감정이 있다면, 그녀가 살았던 집들은 참 행복할 거다. 주인이 죽어도 자신을 찾아오고, 애정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고, 그림책 속에서도 영원히 살아갈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집에 대한 흔적을 남긴 그녀가 부러웠다. 나무로 만들어 건강한 갈색이 드러난 침대에 퀼트 이불이 덮인 침실 사진은 정말 멋있었다. 비단 이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에 찍힌 모든 집안들이 다 멋있어서 사진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목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이지만, 실상은 그녀의 일생에 대해 쓴 책이었다.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언젠가 그녀가 쓴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74. 9월 8~9일, 아이의 뇌에 잠자는 자기주도학습 유전자를 깨워라 

자기주도학습, 참 좋은 말이다. 학원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스스로 공부 하는 것. 학원비도 줄이고 입시에도 도움 되고 끈기와 결단력도 기르고. 일석삼조다. 학원을 안 다니는 나로서는 책 제목대로만 되면 참 좋겠다. 책을 보면 엄마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계획을 짜 뺑뺑이를 돌리고 아이는 시키는대로만 하는데, 난 그렇게 안 자라서 참 다행이다. 대부분 공감이 갔지만 보면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물 마시는 거 하나까지도 상관이 있나? 육각수가 어떻네, 실온의 생수가 가장 좋네 하는 부분들은 좀 너무 세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런 종류의 '이대로만 하면 전교1등이! 우와!' 하는 책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론적인 부분이야 남들 다 아는 얘기다. 다만 실천이 문제지.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입 아프게 떠드는 건 아닌가 싶어 좀 책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진다.

처음 정리 할 때 좀 까칠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개념노트 정리 같은 것들은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이의 문제집을 줄여라'라는 부분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시험때가 되면 문제집을 폭풍같이 사대는 아이들이 이해 안 간다. 몇 번째 개선이니 어쩌니 해도, 내용의 엄청난 변화는 없는 것이 틀림없는데 말이다. 난 문제집 한 권을 다 풀면 답을 다 가리고 한 번 더 풀거나, 없는 문제집은 오빠가 썼던 걸로 풀고 있다. 그래도 시험 전날이나 시험 당일 뭐 긴장을 풀거나, 시험지를 한 번 훑어본다거나 하는 것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라 그냥 가볍게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정말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면 나에게 맞는 공부계획을 잡고 마음 독하게 먹고 해야 할 것 같다. 곧 시험이고, 고등학교 입학이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는 생각 하고 있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열심히 해야지! 

 

75. 9월 10~12일,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2 

예당아트에서 방영되었던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 책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클래식이라길래 막연히 '재미없는 이미지'라 엄마가 채널을 멈출 때마다 돌리라고 성화였고, 언니마저 빠져들자 TV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음악과 설명이 들리는 것 까진 어쩔수없는지라 그냥 들었더니 이게 또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이게 무슨 곡이고, 작곡가가 누구고, 이 사람이 왜 이걸 작곡했고 하는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노래를 들으면 별 감흥이 안 살지만, 조윤범이 그걸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들려주니까 아~ 그렇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권도 괜찮게 읽었는데 2권이 도서실에 있는걸 보고 바로 빌려왔다. 비발디의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클래식계의 신정환'이라고 소개해주는 걸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도 나왔을 거다. 헨델이나 파가니니 같은 작곡가들의 삶과 일화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여기 나온 클래식들을 차근차근 들어봐야겠다.  

그동안 쇼팽, 쇼팽 하고 불러왔는데 원래 이름이 '호핀'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랬다. 이젠 이름도 함부로 못 부르겠다. 심지어 쇼팽을 주인공으로 한 X-BOX게임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대체 무슨 내용일까?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의 제자였고, '소나티네'를 작곡한 무치오 클레멘티의 제자였던 사람이 바로 리스트다. 역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생각났다. 피아노는 잘 모르지만, 리스트의 곡은 어려운 곡이 많다고 어디서 들었다. 비록 연애는 바람둥이에 불륜남이었지만 유명한 곡이 많아 벅스 바니에서 헝가리 랩소디 2번을 연주하는 것도 봤다. 그리고 노다메 칸타빌레!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한 번, 작년에 음악선생님이 한 번 보여주신 노다메 칸타빌레는 둘 다 드라마 버전이었는데, 애니버전에서 엘가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단다. 생각해보니 노다메에도 여기 나온 곡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파워클래식에는 거의가 유명하거나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라 더 읽기 쉬운 것 같다. 

'나비부인'의 작곡가 푸치니는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많은 사람이었다. 뭐, 안 그런 사람이 있겠냐많은. 하긴 그에 비하면 푸치니의 인생곡절은 평탄한 축에 끼일 수도 있을것이다ㅎㅎ. 돈이 없어 음악원에 입학하고도 초라하게 살았던 푸치니, 스승이 대본을 구해다 주어도 몇 번을 말아먹기 일쑤로, 한 번만 더 실패하면 잘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래놓고도 유부녀와 사랑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정말 사랑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나보다. '마농 레스코'가 첫 성공을 거두었지만 공연은 적자였고, 나중에야 돈을 벌게 되었다. 푸치니는 상당히 동양에 관심을 많이 가진 작곡가였다. 나비부인의 배경도 일본이고, 투란도트도 중국이 배경이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이긴 하지만, 노래들은 정말로 아름답다. '잔니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음악 수행평가로 들었던 곡이기 때문에 잠시 반가움을 느꼈다. 폴 포츠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스타가 된 걸 보면, 시대를 뛰어 넘어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라흐마니노프와 슈트라우스 등의 고전 작곡가와,코틀랜드, 존 윌리엄스 등 현대 자곡가들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76. 9월 13~14일, 지식e5  

사람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그 수많은 위험을 무릎쓰는 것일까? 에베레스트 등복을 맨 처음 시도한 사람은 영국인들이었다. 그러나 맨 처음 정상에 오른 사람은 영국인도, 이방인 등산가도 아닌 셰르파 텐징이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신의 땅이라 하여 오르지 않던 셰르파들을 영국인들은 비웃었지만, 에베레스트 첫 정복자로 역사에 남은 사람은 결국 그 셰르파였다. 그 사실이 좀 아이러니했다. 등산은 무식한 짓이 아니라, 오르면서 의미를 발견하고 보람을 찾는 일인 것 같다. 공 하나로 전국민에게 기쁨을 줬던 축구선수들의 이야기도 나왔고, 전쟁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새긴 판화는 감동이었다. 혁명은 별 것이 아니다, 독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지배당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되찾는 콜롬비아의 아이들. 그들은 비로소 가해자나, 피해자로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스페인의 프랑코 군부가 내란을 일으키자 첼로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는 첼로연주로 그들에게 저항한다. 군부의 협박도 받고, 망명자 신세가 되지만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파블로 카잘스도 감동이었지만, 공연연출가 탁현민씨와 한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스타골든벨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김제동에 대해 얘기하면서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도 수용하지 못하는 미디어 구조와 사회에 대해 비판을 했다. 연예인이라고 사람이 아닌가, 우리 사회의 잔인함과 권력자들의 야욕에 희생된 일인 것 같다. 사막 위에 오아시를 만든 파올로 루가리! 불가능으로만 비유됐던 표현을 실제로 이루어낸 걸 보면 사람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명과 창조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인데, 또 한구석에서는 파괴와 무분별한 개발만을 해대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참 명언이다. 지식e를 보면 우리시대와 그 이전에 대한 엑기스를 뽑아 보는 것 같다. 

 

77. 9월 15~16일, 좋은 여행 

만화가 이우일이 직접 그리고 쓴 여행책이다. 나는 아직까지 해외든 국내든, 그냥 훌쩍 떠나고 싶어 떠나는 여행을 한 적이 없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삶에 지치고 회의가 들 때, 훌쩍 떠나고 싶다. 차를 빌리느라 십여 년만에 처음 운전을 해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는 이야기, 서핑을 배우느라 애를 쓴 이야기,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그리스에 가서 여유를 즐기고 온 이야기까지. 보다보면 나까지도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여행지의 푸른 하늘과 빛나는 바다, 오가는 사람들, 도시의 풍경 등이 멋있었다. 처음엔 여행을 어찌 해야 할지 허둥거리던 이우일씨도 이제 몇 번 여행을 하자 숙련된 여행자처럼 느긋하게 여행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일정에 따라서 끌려가는 것처럼 여행을 했는데,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나도 간다면 패키지 여행이 아닌, 조금 힘들겠지만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배낭여행이 하고 싶다. 

둘이 가는 여행은 마가 끼나보다. 특히 애인끼리 간 여행에서 낯선 상황에 서로 몰랐던 모습들을 발견하고 싸울 수도 있다는 글들을 많이 보았다. 이우일씨는 현태준씨와 함께 도쿄를 여행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대판 싸우고 3년동안 연락을 끊었단다. 택시비가 20만원이 넘게 나왔으니 그럴만도 싶다, 하다가도 생각해보면 참 귀엽게 싸운 것 같다. 두 분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겠지만ㅎㅎ. 베트남, 그리스, 일본, 파리 등. 아내와 딸과 함께 재미나게 세계를 돌아다니시는 걸 보면 부럽다. 서로 추억도 만들고, 외국도 구경하고. 그게 다 돈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생각하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할 줄 모르는 낯선 이국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하는 걸 보면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기에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뒷장에 보면 가족들의 사진이 있는데, 정말 책에 나온 그대로 같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좋은 여행'이다. 

 

78. 9월 18~19일, 노무현이, 없다 

보고 참 많이 울컥했던 책이다. 노무현씨를 잘 몰랐던 내게, 인간 노무현의 우직함과 정치인 노무현의 소신과 원칙을 알게 하고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씨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알게 해 줬다. 살아 계실 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볼 것을 왜 돌아가시고 난 뒤에나 안타까워하는 지 후회된다. 아직도 그 분의 모습이 이렇게 생생한데, 내가 역사에 남을 인물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 평론가, 신부, 요리사, 일생의 친구 분 등. 그 분을 알아왔던 분들이 쓴 자신이 본 노무현씨의 모습이 그 분을 전혀 모르는 내게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알면 알수록 참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이라 중간중간 눈물이 날 뻔 했다. 분명 그 분이 실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었다. 본인이 인기없는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지지율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시민과 함께 하시는 분이셨고, 가장 높은 곳에서 국민을 받들려고 노력하셨다. 우리의 대통령과 정치가 중에 어디 그런 분이 있으셨던가. 봉하마을의 한 노인 택시기사가 '우리도 누군가를 굉장히 사랑하고 존경하고 싶어 했던 것 아닐까...'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그런 마음이었다. 

책을 통해 알게 본 고 노무현씨는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과거사 청산에 많은 힘을 쏟으셨다. 제주 4.3사건에 대해 최초로 사과하신 것도 역사를 바로잡고 나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앞을 내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셔서도 일반 시민의 자리에서 농촌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품고 직접 행동하셨다. 손자, 손녀들을 태우고 자전거로 달리고, 손님들을 만나고, 농사일도 하시면서 그렇게 살아가시는 대통령도 참 보기 좋고 훈훈했더랜다. 결국 재임기간 내내 말이 많았던 언론들과 정치판의 물어뜯기식 공격의 못 볼 꼴, 험한 꼴 많이 보시고 가시긴 했지만 그러므로써 우리 안의 살아있는 영웅이 되셨다. 이제 그 분의 희생으로 우리가 무언갈 깨닫고, 일구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책임을 짊어졌다. 그 분이 돌아가시고 자발적인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던 걸 보면 영 희망이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노무현씨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이제 그 분이 하셨던 많은 일들을 더 찾아보고 알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 노무현씨의 명복을 빈다. 부디 훌훌 털고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 

  

79. 9월 20~21일, 간송 전형필 

간송 전형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책 표지에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아, 저 사람이 우리 문화재를 많이 수집했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저자인 이충렬씨가 간송 전시회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순전히 이걸 보려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락거렸다는 걸 보고 보통 수준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알게 된 간송 전형필씨의 생애는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자손이 없는 둘째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로 입양되었고, 그로 인해 두 집 유산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던 중, 위창 오세창 선생을 만나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팔려가는 걸 알고 분개한 그는 인생의 길을 정하게 된다. 우리의 문화와 얼을 지키는 조선의 대수장가가 되기로! 서화와 글씨 공부를 하기 위해 오세창이 수집본을 엮은 책을 보며 공부를 했는데, 정말 위창 오세창도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간송은 그렇게 겸재, 현재, 혜원과 단원, 삼국과 고려시대의 이름 없는 화가들의 작품까지 우리의 역사를 잇는 큰틀에 따라 수집품을모으기 시작한다. 

조선미술관의 오봉빈, 벗이 된 이상범과 노수현, 믿을 수 있는 거간인 이순황과 신보 등, 전형필은 점점 더 인맥을 넓혀가며 골동품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는 좀 비싸다 싶어도 그 수집품에 맞는 가격이라 생각하면 흥정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문화에 대한 예우라 생각했고, 자연히 거간꾼들도 좋은 물건이 나오면 그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었다. 정말 전형필이 수집하는 과정을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억' 소리 나오는 금액들과 쉬지 않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열정. 그 때에는 독립운동가들도, 백성들을 계몽하는 지식인들도 있었지만 간송이 한 문화재 수집도 우리 나라의 얼을지키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껏 남아있는 것도 별로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혜원, 단원, 추사 김정희의 글씨,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불상과 석탑들까지. 그는 범위를 가리지 않고 모았다. 아버지의 유훈이기도 했던 훈민정음 혜레본을 구했을 때는 정말 감탄사가 터져나올 지경이었다. 사유재산을 오롯이 나라를 위해 비친 훌륭하신 분이었다. 다음에 간송 전시회가 열리면 나도 꼭 가고 싶다. 

 

80. 9월 22~24일, 젤리코 로드 

'젤리코 로드'하면 뭔가 통통 튀고 분홍색 젤리같은 느낌이 나서 왠지모르게 평화로운 이야기일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기 가족의 교통사고를 언급하는 것에서 바로 환상을 깼다. 이 책은 22년전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나니와 웹, 같이 교통사고를 당한 테이트, 그들을 구한 피츠, 그들의 친구인 사관생도 주드 이 5명의 아이들의 얘기와, 영토전쟁에서 젤리코 학교 지휘관을 맡게 된 테일러 마컴의 이야기를 평행선처럼 그려낸다. 처음에는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에 '이건 대체 뭐지?'싶었지만 곧 해너 아줌마의 과거이자, 테일러가 본 원고라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살짝 복잡했지만 지휘관이 되어 아이들과의 마찰에 고생하는 테일러, 해너 아줌마와 테일러의 관계 등 '이 테일러 마컴이라는 아이는 뭐지?'하고 궁금하게 만들었다. 덧붙여 웹과 테이트,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도 순서가 없이 뒤죽박죽을 나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예전에 함께 여행을 떠났던 사관생도 지휘관 조나 그릭스, 시내 아이들의 우두머리인 채즈 샌탠젤로, 테일러의 친구인 라파엘로 등 그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나 기대되었다. 

기숙사 아이들과의 사이도 최악이고, 해너 아줌마의 집에서는 얘스에서 그녀를 데려갔던 준장이 원고를 훔쳐간다. 점점 궁지에 몰려 절망하는 테일러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샌태젤로와 그릭스, 라파엘로와 벤, 기숙사 아이들과 리처드 같은 기숙사 대표들과도 점점 사이가 풀려지며 우정을 쌓게 되는 걸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특히 조나 그릭스! 테일러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며, 예전에 테일러의 어머니를 찾으러 함께 얘스행 기차를 탔던 사관생도 그릭스가 너무 멋있었다. 다섯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웹의 죽음이 나오고, 언뜻 무겁게 얽힐 수도 있는 분위기를 그릭스와 테일러가 서서히 사랑을 인정하고 다른 아이들의 유쾌한 모습에 부드럽게 풀려갔다. 영토 전쟁에서는 서로 한 방씩 치고 빠지면서도 다 같이 모이면 친구처럼 지내는 게 귀여웠다. 공과 사를 지키는 모습이랄까? 사실 영토전쟁 자체도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장난으로 만든 것이지만 말이다. 테일러는 원고를 읽어 가면서 해너 아줌마와 자신의 관계,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잔인하게 대했던 아버지를 죽인 그릭스의 상처가 드러난다. 몇 년 전, 테일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역으로 갔을 때 그릭스는 자살하기 위해 서 있었다. 그러나 테일러 때문에 그는 죽지 않았고, 그때부터 테일러를 위해 살아왔다.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처럼 강한 인연으로 묶여있는 이 둘이 부러웠다. 마치 다섯 아이들의 테이트와 웹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릭스와 테일러는 과거의 끈을 풀기 위해 테일러의 어머니를 찾으러 떠나고, 그 곳에서 테일러는 잃어버렸던 기억들과 마주한다. 테일러의 옆집에 살았던 샘이라는 남자아이는 왠지 모를 슬픔이 있었다. 어린 남동생이 불행에 빠져서 어둡게 성장한 느낌이었다. 성 도착자와 함께 남겨진 샘은 어떻게 지냈을까. 마음이 착잡했다. 그러나 그동안 무서워했던 준장이 다섯 아이들의 사관생도, 주드라는 것을 알게되고 해너 아줌마와 테일러의 어머니까지 모두 만나게 된다. 마침내 얽혀있던 모든 끈들이 풀린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처음엔 뭐지? 싶다가도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다 읽을때까지 뗄 수 없게 만든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81. 9월 25~26일, 순례자의 책 

이 책은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책에 대한 불온한 상상'. 저자의 머릿말에 나와있는 문장이다. 보통 무섭고, 형벌의 이미지가 강한 저승을 거대한 도서관에서 자서전을 쓰는 공간으로 만든 것 자체가 그렇다. 상동야화는 조선시대에 한 아름다운 남성이 죽은 사건을 패설과 연결시켜 풀어가는데, 그 얘기 자체가 기묘해서 무슨 괴담을 보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정인을 범한 아버지의 얘기를 한이 서린 책으로 낸 여자를 보니 책이란 것이 참 여러가지 용도로 쓰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비블리오마니아의 붉은도서관'은 책에 미친듯이 집착해 인피로 책을 만들고, 친구의 딸조차 죽인 삼촌과 진실을 알고도 삼촌과 같은 길을 걷는 조카, 그 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하인이 있어 소름을 끼치게 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집착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당분간 책을 좀 껄끄럽게 느낄 것 같다. 

무슨 괴담 모음집으로 봐도 좋겠다. '들은대로'는 일본의 이동책장수와 관련된 괴담이었는데, 정말 소름끼쳤다. 일가족 몰살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도 소름끼쳤지만, 그걸 들은 손님이, 전까지만 해도 친절하고 사람 좋았던 손님이 좋은 이야깃거리를 건졌다며 흥분해서 떠나는 모습이 더 소름끼쳤다. '책'이란 게 그렇게까지 사람을 묶고 홀릴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을 책으로 보고 책을 읽듯 한 인간의 인생을 읽어내리는 이야기,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최고의 책을 찾는 신하의 이야기 등 그 외에도 상상력이 뛰어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이 책에 대한 불온한 상상을 하게 하는 건 맞지만, 그것 말고 별다른게 없어 아쉬웠다. 단순히 소름끼치는 괴담집을 한 권 읽은 느낌이었다. 책에 대한 다양한 역사를 알게 된 건 좋았다. 

 

82. 9월 27일, 고구려 평양성의 막강 3총사 

귀여운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소년들의 일상을 일기처럼 써서 고구려 시대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주인공은 경당에 다니는 건무다. 경당이란 말이 낯설었는데, 조선 시대의 서당쯤으로 글공부도 하면서 무예에도 힘을 쏟는 그런 곳인 것 같았다. 건무와 어릴 때부터 단짝인 우담이,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를 따라 화공이 되고 싶어하는 사후 이렇게 셋이 삼총사이다. 셋은 경당에 처음 온 낯선 아이, 부기연과 서로 적대한다. 왠지 말투도 마음에 안 들고 처음 와서 떡을 돌리는 것도 거슬렸던 것이, 점점 부기연이 아이들을 자신에게 끌어 모으자 완전히 갈라진 꼴이 되었다. 우담이 아버지에게 부탁해 단검도 갖고, 사냥과 씨름 대회에서 부기연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때 사람들의 삶은 어땠는지 나온다. 그리고 부기연이 멧돼지에게서 삼총사를 지키면서 이 넷은 화해하고 좋은 동무가 된다. 음, 솔직히 그럴 것 같았다. 처음부터 부기연은 착한 아이 낌새가 나서 이 훈훈한 결말이 날 줄 알았다. 

 

83. 9월 28~30일 성공과 좌절 

전에 '노무현이, 없다'를 읽은 다음에 노무현씨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마침 학교 도서실에 성공과 좌절이 있길래 냉큼 빌려오게 됐다. 부엉이 바위에서 홀연히 떠나신 이후로, 우리를 울렸던 유서와 함께 마무리 짓지 못한 회고록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알아줄 거라는 사람들, 대통령으로서 하고자 했던 것들과 지나온 삶의 이야기, 시민으로서 성공하리라 마음먹었던 것들.. 정리되지 못하고 끝난 글이라 생각나는대로 쓴 단문으로 끊기는 글이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립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짧은 회고록이 끝나고는 사람들과 이야기한 내용, 사람사는 세상 카페에 올렸던 글, 나누었던 의견들을 정리해서 써놓았다. 읽어나갈수록 '노무현'이 보이는 것 같았다. 대통령으로써 오랜 시간 품어왔던 꿈들,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 처음에는 노동자들의 대변인이 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후에는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과 갈등들을 정리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자 하셨다.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관한 말을 듣고 고민을 써 놓으셨다. 줄서놓기 정책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라디오에서 '사교육 없는 교육'을 강조하고, 방과후 학교를 하고있는 학교에서 격려를 했다는 말에 안심을 했다가도 또 그냥 한 말은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대통령이셨으니까. 나의 다음 사람이 어떨지, 이 나라는 어떻게 될지, 관심과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았다. 방과후 학교가 참여정부의 핵심 전략으로 시행되었다는 거에 깜짝 놀랐다. 학원을 잘 안 다녀서 어떨 땐 그걸로 공부도 하고, 사물놀이 등 취미도 배우면서 매우 유용하게 이용했는데 시행된지 얼마 안 됐다는 건 몰랐다.  만약 지금 노무현씨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많이 응원하고 지지할 것 같다. 분명 전에 대통령을 하셨는데,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고 기억이 안 난다. 어려서, 관심이 없어서. 시민에서 시작해서 시민으로 돌아가신. 정말 진정한 서민의 대통령이셨다. 그 때문에 여러가지 구설수에 많이 오르셨지만 모든게 잘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웃으면서 보내드리지 못 해 아쉽다. 

아직도 가끔 인터넷을 둘러보면 '노무현 때문에 경제가 다 망했다' 이런 글들이 다 보인다. 그걸 볼 때마다 어이가 없어 코웃음도 안 나온다. 저런 사람들은 저걸 어떻게 믿는걸까, 노무현 대통령께선 이런 얘길 들으실때마다 기분이 어떠셨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 그런 얘기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으며 반박하셨다. 보면서 아 그렇구나, 하며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됐다. 지금 대통령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 기대된다. 남북정상회담 얘기하실때 걸어서 가시던게 기억났다. 그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애들이랑 다 같이 보고 뭔지도 잘 모르면서 좋아했는데. 그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빠르게 흘러갔다. 북한과의 일은 또 어떻게 될지. 온통 흉흉하고 무서운 얘기들 뿐이라 정말 어떻게 될 지 겁이 날 때도 있다. 이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부분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께선 참 균형을 잘 잡으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 북한 모두 자칫 잘못하면 위험해 질 수 있는 카드들인데 그 균형을 잘 잡으면서 나라를 굴려 오셨다. 언론도, 결국 그 분이 살린 언론이 그 분을 죽인 게 아닌가. 보면서 내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이 생각을 했다. 

 

이제 10월만 정리하면 끝이다. 수정은 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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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3 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10월 기록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0-19 23:32 
    2010년 4월 19일부터 10월 17일까지 6개월 26주 182일간의 제5회 빛고을 독서 마라톤이 끝났다.  중3 막내랑 둘이 가족 풀코스를 도전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했다. 민경이는 93권 23,539쪽을 읽었다.  84. 10월 1~2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학교 논술대회의 책이라 읽었다. 그동안 말은 몇 번 들어봐서 흔쾌히 집었는데, 음.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전호인 2010-10-1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임이 없는 마라톤!
아웅, 엄청난 독서량에 숨이 턱에 찹니다.
대단합니다 모두들!!!!!

순오기 2010-10-19 01:22   좋아요 0 | URL
우리딸이 나보다 훨씬 빨리 읽기 때문에 더 많이 읽어요.^^

혜덕화 2010-10-1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 3 아들이 이 책을 다 읽고 썼단 말입니까?
정말 놀랍군요.
반성합니다.
책만 읽고 한 줄 기록도 남기지 않고 몇 달 후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저의 게으름을......

순오기 2010-10-19 01:23   좋아요 0 | URL
중3 아들이 아니고 딸이에요.^^
아들은 고2~ 가운데요.
우리도 독서마라톤 아니면 기록을 남기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sslmo 2010-10-18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핀이라구요?^^
전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 궁금해요~

순오기 2010-10-19 01:26   좋아요 0 | URL
우리에게 호핀은 너무 낯설죠~ 그냥 쇼팽이라고 부르자고요.ㅋㅋ
조윤범씨는 책보다 TV로 봐야 제맛이 사는 남자에요.
즉석에서 음악도 연주하면서 진행하는 입담이 끝내주지요.^^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예전에 KBS 토요스페셜 <한국사전>의 간송 전형필을 보고 한국사전 책도 사봤지만, 제대로 된 책으로 간송을 만나는 건 좀 늦었다.

책으로 만난 전형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엄청난 갑부여서 놀라고, 그 재산을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데 몽땅 털어넣은...
돈의 가치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어서 또 놀랐다.
삼성 그룹의 부정 축재 상징이 된 미술품 '행복한 눈물'과는 차원이 다른 갑부의 돈 씀씀이!!  

간송 전형필을 읽고, 우리가 모르면 안되겠다 싶어 고등학교독서회 11월도서로 정했다.
이 책을 같이 읽은 중3 막내는,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면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간송 전형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책 표지에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아, 저 사람이 우리 문화재를 많이 수집했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저자인 이충렬씨가 간송 전시회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순전히 이걸 보려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락거렸다는 걸 보고 보통 수준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알게 된 간송 전형필씨의 생애는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자손이 없는 둘째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로 입양되었고, 그로 인해 두 집 유산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던 중, 위창 오세창 선생을 만나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팔려가는 걸 알고 분개한 그는 인생 길을 정하게 된다. 우리의 문화와 얼을 지키는 조선의 대수장가가 되기로!  (중략)

그는 좀 비싸다 싶어도 그 수집품에 맞는 가격이라 생각하면 흥정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문화에 대한 예우라 생각했고, 자연히 거간꾼들도 좋은 물건이 나오면 그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었다. 정말 전형필이 수집하는 과정을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억' 소리 나오는 금액들과 쉬지 않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열정. 그 때에는 독립운동가들도, 백성들을 계몽하는 지식인들도 있었지만 간송의 문화재 수집은 우리 나라 얼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껏 남아있는 것도 별로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혜원, 단원, 추사 김정희의 글씨,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불상과 석탑들까지. 그는 범위를 가리지 않고 모았다. 아버지의 유훈이기도 했던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했을 때는 정말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사유재산을 오롯이 나라를 위해 바친 훌륭한 분이었다. 다음에 간송 전시회가 열리면 나도 꼭 가고 싶다. (2010.9.21)

 
드디어 간송미술관 가을전시회가 공지되었다.    

간송미술관 가을전시 '화훼영모대전'

2010.10.17(일)~10.31(일)까지 / 무료

간송미술관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97-1 /  전화번호 02-762-0442   
김시, 野牛閒臥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매년 봄.가을 두 차례만 문을 여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올가을에는 동.식물을 소재로 한 '화훼영모'(花卉<令+羽>毛)를 화제로 내세웠다.

미술관이 소장한 화훼영모화 중 가장 오래된 그림인 공민왕(1330~1374)의 작품부터 이당 김은호의 작품까지 600여년의 세월 동안 각 시기를 대표하는 100점의 화훼영모화로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른 기법 차이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한 전시다.
  
저세한 기사는 여기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4700716 
 

(왼쪽) 정선, 秋日閑描 (오른쪽) 심사정, 敗蕉秋描

 


어린이와 같이 보기에 좋을 거 같아서,
어머니독서회 11월 토론도서로~

조선시대에도 그림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았을까?
목차를 보니 대단한 사람들이 줄줄이~ ^^ 

제1부 서화 수장에 빠졌던 왕과 왕자들
1장 조선 최고의 훈남 컬렉터-안평대군
2장 운명이 등 돌린 불운한 장남 수장가-월산대군
3장 왕은 왜 그림을 보았을까-성종
4장 미술을 사랑한 폭군-연산군 056
5장 김홍도의 풍속화는 왜 해학적일까-정조
6장 요절한 비운의 군주 패트론 -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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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송미술관 2010 가을전시회 소식을 듣고
    from 제발 제발 2010-10-16 11:15 
         간송미술관 옆에 성북초등학교가 있어요.  학교하고 미술관 정문이 기역자로 바로 붙어있구요. 제가 다닐때(1977~1982)는 미술관 철문이 늘 닫혀있었어요.  어쩌다 열렸을 때 흘깃 보면(그땐 분위기가 으스스해서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거든요) 건물은 안보이고 무성한 숲 느낌만 났어요. 간송미술관이라는 사실도 졸업하고 훨씬 뒤에 알았어요. 누구한테 물어볼 생각도 안했고, 묻지
 
 
2010-10-15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15 16:57   좋아요 0 | URL
나도 한번도 못 가봤어요. 이번에는 막내를 위해서도 꼭 가봐야 할텐데...

꿈꾸는섬 2010-10-1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유익한 정보에요.^^ 전 아직 간송미술관 못 가봤어요. 가보고 싶은데 갈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순오기 2010-10-16 13:11   좋아요 0 | URL
이번엔 꼭 가보려고 날짜 맞추고 있는데, 워낙 스케줄이 빡빡해서리... ^^

2010-10-16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10-1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보고 싶어요~ ㅎㅎ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순오기 2010-10-19 00:51   좋아요 0 | URL
후애님 한국 왔을때 전시회하면 딱 좋은데~ ^^

세실 2010-10-1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1년에 달랑 2번만 문을 연다구요. 대단한 미술관이네요.
요즘 게을러서인지 서울가는 것도 귀찮은데...음
출장길에 들러봐야 겠습니다.

순오기 2010-10-19 00:51   좋아요 0 | URL
일년에 두 번만 하기에 매니아들이 목빼고 기다리겠죠.^^

비로그인 2010-10-1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훼영묘화라니, 아이들도 좋아하겠군요.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고려불화대전이랑 같이 보면 하루 서울 나들이로 딱이겠네요. 다 보기 힘든 그림들이라서요.

순오기 2010-10-19 00:52   좋아요 0 | URL
서울나들이 한번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 좋지요~ ^^

sslmo 2010-10-17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manci님 말처럼,중앙박물관이랑 세트로 묶어 전 꼭 출동하겠어요.
이 가을에 꼭이요,불끈~!!!

넋놓고 앉아있다 보니 10월도 어느새 반이나 지났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시는 그 열정이 참 부럽기도 하지만,
독서마라톤 너무 긴 여정인 듯 해서...혹 건강 상할까 걱정됩니다~^^

순오기 2010-10-19 00:53   좋아요 0 | URL
마라톤 잘 끝났어요~
그냥 책 읽고 짧은 기록 남기는 거니까 건강을 해칠 일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