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7월 기록

2010년 4월 18일부터 시작된 6개월간의 빛고을 독서마라톤, 엄마와 같이 가족 풀코스(42,195쪽 읽기)에 도전한 8월의 기록을 남긴다. 8월엔 너무 더워서, 혹은 꾀가 나서 그랬는지 많이 읽지 못했다. 8월 23일 개학이라 밀린 방학숙제 하느라 그랬나... ^^

 

56. 7월 31~8월 1.2일, 숨그네 

(7월 31일 기록에 이어서~)
수용소에는 수감되어 노동을 하는 그들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더 있었다. 경비원 카티라는 여자는 백치였고, 인간이 아니라 수용소의 애완동물로 취급 받았다. 수용소가 어딘지도 모르고, 여기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카티를 보면서 묘하게 위로 받았을 것 같다. 이렇게 인간적인 면모도 보이는 그들이었지만, '빵 도난 사건'을 보면서는 또 달랐다. 빵을 나누어주는 펜야라는 여인은 그 추한 외모와는 다르게 신성해 보일 정도로 빵을 자르고, 나누는데 공정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성스러울 정도의 빵을, 배고픈 천사의 유혹을 이겨내고 아껴놓았는데 어느 날 돌아와보니 카를리가 사람들의 빵을 다 먹어치웠었다. 정말, 이 책을 보면서 사람이 이런 극한된 상황에서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무덤덤할정도로, 너무나 당연하게. 주먹으로 입을 쳐서 이가 빠지고, 머리를 물양동이에 집어넣고, 목을 조르고. 피투성이가 된 그를 엄동설한에 끌고나가 단체로 오줌을 지리고. 그래놓고도 그게 끝나자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다는 게 더 무서웠다. '빵의 법정은 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처벌만 내릴 뿐이다.'라는 문장이 박혔다.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고선, 결코 이해할 수 없을것 같다. 

레오는 마음이 뒤숭숭한 꿈을 꾸고 해몽을 부탁하지만, 보잘 것 없는 결과에 실망하고 만다. 울지 않기 위해 향수를 다른 것으로 바꿔 담담하게 만들고, 감정을 삭이는 모습이 수용소의 메마른 현실 같았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물물교환에서 바꾸려고 베아에게 부탁한 스카프가 투어 프리쿨리치에게 매어지면서, 언제쯤이면 스카프의 값을 할 거냐고 레오는 물었다. 시간이 흘러 투어는 그를 감자 작업장으로 보내는데, 작업을 하는 동안 그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갈지, 아니면 감시하는 사내가 그를 도망자로 처리하고 총으로 쏠지, 언제 자신을 죽일지 고민하며 쉴 새 없이 생각한다. 그리고 투어가 스카프 값을 감자로 계산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감자더미를 훔쳐 돌아온다. 일을 하면서도 내가 언제 죽을지, 살지 생각하는 게 가슴 아팠다. 정상적이라면 그런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을 거지만, 그 곳에선 정상적인 게 없었을 거다. 레오는 5년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적응하지 못한다. 5년을 빼고 평생 살았던 집과 방의 물건들은 낯설었으며,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한 인간의 피폐함과 정신적 무너짐이었다. 

 

57.  8월 3~4일,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책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열정과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표지에 있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듯이 사람은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책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세상과 인물들을 창조시키는 것과 같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누군가가 쓴 책 한권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책은 책의 역사를 순차적으로 쭉 훑어간다. 중세에 양피지 두루마리에서 수서본으로 진화했는데, 화려한 삽화들과 손으로 쓴 필체들이 매력적이었다. 저런 책들은 읽는 게 아까울 것 같다. 책 수집가와 애서가들이 있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화려한 삽화들과 수서본 그림들, 그 때 당시 쓰였던 도구들의 사진이 많이 있어서 복잡하고 어려울 줄 알았던 예상을 깨고 의외로 술술 읽혔다. 지나간 시대의 역사가 된 책을 또 한 권의 책으로 설명하고 있으니, 묘한 일이다. 

애서가들의 수집품인 수서본. 소유주의 부와 권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는게 이해가 간다. 금판에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코덱스 아우레우스'는 진짜 보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책 하나만 팔아도 몇년은 놀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특이한 모양으로 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심장 모양의 가곡집, 백합꽃 모양의 수서본 등 책이 아니라 예술품 같았다. 초기에는 집단 낭독이나 묵독을 했는데, 수도사들이 주로 묵독을 했다. 수도원의 관행에서 독서가 의무와 참회로 인식되었다 하니, 교회와 책도 빼 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정말로 역사를 책 한 권으로 정리 한 것 같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책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다. 그 장엄한 책의 역사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빠져들게 된다. 

 

58. 8월 6~8일,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표지의 활짝 웃고 있는 이하영씨의 사진이 내 예전 미술 선생님을 닮으셨다. 그 분도 매우 범상치 않은 분으로, 말 하는 것도 되게 조곤조곤하고 뭔가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셨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 얼굴도 비슷해지나보다. 그래서 어쩐지 더 흥미를 느끼며 책장을 펼쳤다. 젊은 나이에 산에 어떻게 필이 꽂혔는지, 집도 손수 짓고 몇 개월 안 된 세쌍둥이를 데리고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용타 싶다. 그래도 나중에 엄마랑 나눈 얘기는 그 아줌마가 처음에 돈이 있어서 그럴 수 있었다는 것.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은 그야말로 꿈에서나 나올 얘기인가 보다. 아무튼 이 겁 없는 아줌마의 행보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런지, 점점 궁금해졌다. 밥심으로 일 하는 남자들을 독려해가며, 자기가 살게 될 집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보면서 참 설레고 행복했을 것 같다. 그 후로도 여러 채의 집을 손수 지었으니, 살아가는 게 뭐든지 핸드메이드인 설피밭 생활에서 집까지 손수 만들다니 참 스케일이 큰 분이다ㅋㅋ. 산 속에서 세쌍둥이와 함께 살아가며, 자연과 벗삼아 지내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다. 

늘 사람이 적은 고즈넉한 산 속 마을에서만 살면서 도시의 문화생활을 잊어버리고 살던 아줌마는 한 번 큰 일을 당했다. 벌통을 청소해 주던 중 침에 찔려 열을 내서 없애버리자고 한 게, 잘못된 처방법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민박 손님중에 의사선생님이 있어 응급실로 실려가서 해독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죽을 수도 있었을 걸 생각하니 얼마나 아찔했을까 싶다. 사람 목숨이란 게 참 조그마한 벌침 몇 방에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무게가 한 없이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듯 싶다. 그래도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무력함을 이해하며 그것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줌마의 마음가짐은 참 아름다웠다. 글을 꾸준히 읽다보면 문장이 미사여구를 써서 수식하지 않고 그저 조근조근 써지는데, 술술 읽히면서도 전달이 잘 된다. 잔뜩 피어있는 꽃들과 숲 속의 풍경을 나열할때면 마치 내가 그 곳에 있는 듯 싶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가짐이 스님의 마음과 닮아있는 듯 싶다. 사람은 자연에서 살다보면 점점 자연을 닮아가나 보다. 

지나가는 손님이 있어 머물 곳이 여의치 않을 것 같으면 방 한 켠을 내주고 식사를 내오고, 이런 게 일상이라는 게 신기했다. 손님이 들고 나감에 따라 아줌마 마음도 그냥 초연해지는 것 같았다. 나물을 캐고, 말리고 이런 모습을 보면 그냥 평범한 아줌마 같은데, 조용히 숲 길을 걸으면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삶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살아가는 걸 보면 어느 절의 스님같이 고즈넉한 마음씨가 보이기도 했다. 어느 면으로 보나 부러웠다. 산 속 마을이 가구는 적더라도, 다들 얼굴을 익히고 살아 어느 때고 전화 한 통으로 찾아가 할머니들이 두부도 해 주고, 나물도 해 주고 그 집에서 같이 잠도 자며 살아가는 걸 보니 도시에서는 없는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눈 길 덮인 곰배령을 걸어가다 조용히 핀 꽃송이들을 보고, 겨우내 숨 죽였던 나무들이 새 순을 틔우고 생물이 활기를 띄우는 걸 바라보면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듯 싶었다. 언젠가는, 일생에 한 번은 나도 산 속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다. 

 

59. 8월 9. 12일,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맑고 쾌청한 하늘과 은빛 갈대들, 바람에 휘날리는 저녁 즈음에 노을진 풍경,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우중충한 들판 등. 같은 장소라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사진들이 있었다. 김영갑씨가 루게릭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몇 쪽을 읽어나서야 알았다. 불치병에 걸린 작가가 자신의 사진인생을 담담히 쓰는 형식이었는데, 와, 정말 남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을만한 삶이었다. 자기는 몇 끼를 굶는 한이 있어도 필름과 인화지 값은 아끼지 않고,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라도 일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하고. 오로지 사진에만 미쳐서 개인적인 영달이나 일신을 가꾸는 것에는 흥미가 없어 보였다. 밥벌이는 안 되지만 하고 싶은 사진은 마음껏 찍고 다니는 그가, 신기하고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그렇지만 난 절대로 김영갑씨처럼은 못 할 것이다, 아니, 안 할 것이다.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부럽기는 했지만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외면하고, 중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근근히 살아가는 모습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그가 찍은 사진들은 너무 예뻐서, 막눈인 내가 봐도 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했다. 

김영갑씨의 아버지는 젊은 날 알콜중독으로 폭군 행세를 했지만, 늙어서는 그걸 미안하게 여기고 자식들에게 자상하게 대하려고 많이 노력하셨다. 마치 대한민국 원주민의 최규석 작가의 아버지 같았다. 자식들은 어릴 땐 부모님을 이해 할 수 없고 미워해도, 커서는 그래도 사랑하고 닮아가는 듯 싶다. 김영갑씨도 비록 술을 마시고 가족을 폭행하던 아버지를 이해할 순 없지만 사랑한다고 썼다. 그게 바로 부모님과 자식의 질긴 끈이 아닐까. 다른 사진들은 모두 하얀 바탕에 있었는데 아버지의 죽음 바로 뒷장인 갈대사진만 검은 바탕이라,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표현임을 알았다. 늘 보는 일상의 아름다움이라도 항상 새로이 대하려 하고, 마음속의 이미지를 잡아내기 위해 몇날 며칠을 노력하는 사진작가들. 사진이란 그저 찍는게 다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루게릭병에 걸려 밥 한 숟갈도 떠먹지 못하고 점점 몸이 굳어가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갤러리를 완성하고 간 김영갑씨. 마지막 순간에 그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만족했을 것 같다. 온 힘을 다해, 자기의 모든 걸 태워서 일생을 참 열심히 살았던 분이다. 

 

60. 8월 10~11일, 파라다이스 

오빠가 이 표지를 보고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길래 베르베르 책이라고 대답했더니, '왠지 그럴 것 같은 표지'라고 했다ㅎㅎ. 나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파피용'하고도 비슷한 느낌이다. 어쨌든 베르베르의 실력이야 검증된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과거를 주제로 역시나 과격하기까지 한 상상력들을 자유롭게 펼쳐 놓았다. 지구의 오존층이 세제곱미터단위로 남아있는 상황, 사람들은 환경을 파괴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 버리고 오염자들을 사형시키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다. 환경오염자들이 공원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려 있고, 새 출근수단으로 투석기를 이용하는 만화 같은 상황.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자 점점 꽃으로 진화해가는 남자와 여자들. 사람들이 나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성기 주위에 꽃장식을 하고 꽃가루를 내뿜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베르베르 소설에서 흔히 드러나는 것은 인간 외의 존재가 인간처럼 행동하면서, 객관적인 시선에서 우리들을 관찰하는 관점이다. 이번에도 잊혀버린 고대문명을 발견하는 줄 알았던 역사학자가 실은 개미였고, 그들이 관찰하는 거대종이 사라진 우리 인간이었다. 보면서 자주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내일 여자들은'이라는 있을 법한 미래는 파라다이스 중에서 가장 긴 이야기다. 길면서도 SF와 액션, 로맨스 등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 스펙타클하다. 과학자인 마들렌은 어느날 밤부터 미래에 여자들만이 남은 꿈을 꾸게 된다. 생명이 방사능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실험을 계속하면서 마들렌은 그 꿈과 자신이 하는 일이 묘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느끼는데, 방사능을 견딜 수 있도록 생쥐를 난생으로 바꾸는 걸 성공하자 '어떤 것'을 원하는 괴한들에게 쫓기게 된다. 바로 방사능에 견딜 수 있고 수컷이 없어도 번식하는 최초의 난생 인간 여자. 결국 그 꿈에 나오는 미래를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이었던 것이다. 시대적으로 알파걸이 트렌드인 요즘, 레즈비언인 그녀의 엄마의 여성찬미론이 흥미로웠다. 언젠가는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있을 법한 미래'다. 영화의 거장 또한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다. 정말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현실은 그 어떤 잔인한 영화보다 끔찍할 수 있다. 결국 큐브릭의 영화에 얽힌 비밀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과거를 모른 채 넘어갔다니 씁쓸하다. 

 

61. 8월 13~15일, 강남몽 

옛날에 서울 강남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데 그걸 소재로 삼은 소설이다. 박선녀라는 중년의 귀부인이 있는데, 그녀의 생활로 그 시대 상류층들의 삶이 어땠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박선녀는 한때 남산 정보부에서 일했던 남산 영감의 후처다. 옛날에는 여자가 남자를 잘 잡아야 팔자가 핀다고 했는데, 선녀가 남자 잘 잡아서 공마담이나 문회장같은 여자들과 함께 땅 얘기, 돈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참 팔자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대 누구는 그렇게 피땀흘려 노력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는데, 그들은 회사원의 몇 달 월급치 돈을 한꺼번에 쇼핑에 쓰고.. 그러던 박선녀가 백화점에 갔다가 무너져 콘크리트 아래에 갇히게 된다. 그녀는 젊고 예뻐서 물장사를 하다가 마담이 되고, 인맥을 발굴해 사업을 벌여 돈을 벌고 그렇게 성장했는데 아무리 빛이 안 보이는 직업일지라도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은 지금 우리나라의 꿈의 도시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강남에 살고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강남에 입주하길 원한다. 2장에는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했다가 해방 후 미군에서 정보관으로 일하는 김진, 3장에는 부동산 땅 투기로 돈을 번 심남수의 얘기가 나오면서 강남을 지금의 도시로 만드는데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조했는지 그 과정을 보여 준 얘기라는 걸 깨달았다. 나라가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한 게 아니니, 일제 치하에서 벼슬을 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에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떵떵거리는 걸 보니 씁쓸했다. 정작 짓밟힌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말이다. 제 한 몸 부지하고 돈을 벌기 위해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는 짓거리들을 하는 걸 보면 속이 쓰려왔다. 심남수나 고위관리들이 땅을 싼 값에 사 비싼 값에 팔아치우면서 이익을 얻고, 잔뜩 거품을 일게 해 놓은 걸 보면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건 그 당시 강남이 얼마나 헛점이 많았는지 보여주는 지표같다.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높은데, 그 내부는 정작 부실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었지만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것이다. 

2장과 3장이 위에 있는 고위관료들이 강남을 형성해 온 이야기라면, 4장과 5장은 아래에 있는 하층민들의 강남 형성기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는 조폭인 홍양태와 강은촌이 나와 조폭세력의 부흥과 몰락을 보여주고, 5장에서는 백화점의 여점원과 그녀의 부모들이 얼마나 힘들게 삶을 꾸려왔는지 보여준다. 김진, 심남수, 홍양태, 여점원 모두 1장에서 나온 박선녀의 삶과 관련이 있어 이들이 모여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라고 나타내는 듯 싶었다. 새삼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1995년도에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아무튼 지금의 강남은 각자의 적나라한 욕망들이 뭉쳐서 형성된 것 같다. 권력을 잡으려는 욕망, 돈을 벌려는 욕망, 세력을 확산하려는 욕망 등등... 황석영씨의 책은 강남몽까지 3권 정도밖에 못 읽었는데, 특히 강남몽에서 인물 개개인의 삶을 나타내면서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이야기와 역사의 흐름을 드러내는 방식이 뛰어나다. 

 

62. 8월 16일, 초록바이러스 


표지의 작고 깔끔한 겉모습이 귀여웠다. 요즘 마음이 심란한지라 동시를 읽고 치유하고 싶어서 봤는데, 내가 무덤덤한건지 아니면 이 시가 내 취향이 아닌건지 별로 감동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공감이 가는 시는 '금붕어.' 인터넷만 들어가면 3초만에 내가 뭐 하려고 켰는지, 어딜 들어가려고 했는지 딱 잊어버리고 만다ㅋㅋ. 어떤날은 원래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려고 인터넷을 켰는데 뜨자마자 너무 자연스럽게 평소에 즐겨 가는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파블로프의 개인가... 그리고 꽃구경이라는 시도 마음에 들었다. 벚꽃 구경을 간 식구들은 번데기가 맛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새 운동화를 사야겠다는 말만 하는데 오직 누렁이만 코에 묻은 벚꽃을 떼려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누렁이만 제대로 벚꽃 구경하고 온 듯 싶다. 

 

 


63. 8월 17~19일, 문화편력기 

미식견문록은 다양한 나라의 특별한 음식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설명한 책이었고,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어린시절 소비에트 학교에 다녔을 때의 세 명의 각기 다른 친구들의 삶을 그 시대 공산주의와 연관해서 쓴 책이었다. 문화편력기는 내가 세 번째로 읽는 그녀의 책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확실히 어릴 때부터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음식들을 맛 보니까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아 책도 많이 쓴다고. 많은 경험은 인생에 도움이 된다. 그녀는 각 나라의 사람이나, 역사, 속담 등 전반적인 문화에 걸쳐 자신이 겪고 본 이야기를 써 놓았는데, 그게 또 부러웠다. 나도 나중에 꼭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해봐야겠다. 아주 간단한 일인데도 다른 사람의 직업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오호츠크 사람들이나, 축구를 좋아하는 국가원수들의 유형 같은 건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그리고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본 리차의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다. 뭔가 낯선 곳에서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일본 경제학자 중에는 지식을 나열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서, 요네하라 마리는 어릴 적 충격받았던 시험 문제들을 회상한다. 시험지의 문제가 전부 O,X형의 문제와 오지선다형의 객관식으로 나와 단순한 지식의 암기만을 강요했었던. 외국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나가고, 문제의 핵심을 보게 하는 시험을 풀어왔던 그녀가 그걸 생각하고 씁쓸해하는데 아주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시험도 똑같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창의성이 없는게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진짜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무언가 깨달음을 줄 수 있을만한 공부가 아니다. '좀비 같은 젊은이들'에서는 무표정, 무감동의 일본 젊은이들을 걱정하고 있는데, 마지막 줄이 개 전문잡지 편집기자가 한 말이었다. '애완견이 산책하다 다른 개를 만나도 반응이 없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 손에서 자라면서 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해진 모양이다.' 섬뜩한 말이었다. 

드디어 다 읽었다. 길지 않은 책이었는데 3일이나 걸려 버렸다. 그래도 읽어가면서 타문화에 대한 관용과, '거기 사람들도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부분은 부모님에 대해 쓴 부분이었다. 그녀의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분들이다. 어릴 적 아버지는 자매에게 있어 '뚱뚱하고 공산당'인 굉장한 사람이었다. 어린 눈에도 부유하고, 떠도는 공기부터가 다른 친가의 편안함과 재력을 거부한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매일 밤 재밌는 이야기와 마술을 보여주신 아버지는 예상대로 참 좋은 분이었다. '정말 마지막까지, 나는 줄곧 보살핌만 받는 사람이었다.'라는 문장에서 그녀의 쓸쓸함과 서글픔, 그리움을 느꼈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딸들을 독립적으로 키우고, 독설을 내뱉는 쌀쌀한 면이 있었던 어머니가 말년에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치매를 앓다가, 남편의 곁으로 떠나는 걸 보면서 정말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한 때는 홀로 서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고 경멸감을 느꼈으나, 결국 이해하고 사랑한 걸로 보아 모든 자식은 어쩔 수 없이 부모를 이해하고 사랑하나 보다. 부모가 그런 것처럼. 

 

64. 8월 20일,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은 101가지 

짧고 간결하게 미술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필자가 오페라를 처음 봤을 때 자신이 느낀 당혹감을 미술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설명해 주는 책인데, 참, 정말 간결하다. 왼쪽 페이지에는 그림이, 오른쪽에는 전시관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짧은 문장들이 써져 있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던지, 전시관은 백만장자의 것이 아니라는지. 나중에는 일반 미술에 대한 명언이나 미술품을 이해하는 법에 대해 써져 있다. 미술은 그냥 보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지식으로 중무장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수준의 상식은 갖추고 있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미술관을 가 본지도 오래고, 사실은 그림을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 이 책을 보니까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65. 8월 21~22일, 아이와 함께 철학하기 

'철학'이라? 우리에겐 상당히 낯설고, 익숙지 않은 단어다. 철학을 생각하면 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골치아프고 빙빙 꼬아놓은 질문들만 맴도는 것 같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철학하기라니. 프랑스 사람들이 상당히 철학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과연 프랑스 아이들은 어떻게 철학을 이해할지 궁금했다. 사범대학 교수로 철학의 대중화와 학교 철학 교육에 힘써왔던 저자는 어린 아이들도 철학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후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힘을 써서 나중에는 프랑스 법으로 학교에서 30분 정도의 철학 토론수업이 인정되었다. '생각한다는 건 무엇인가',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것인가', '철학이란 뭔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아이들이 생각하고, 의견을 정리해나가는 모습은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똑똑히 말하는게 신기했다. 역시 어릴때부터 말하기 연습과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는 프랑스의 아이들이 부러웠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철학'이란 것이 깊이 들어오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철학 수업은 주로 토론으로 행해졌다. '학교를 왜 다녀야 하나'라는 주제에서, 아이들은 많은 걸 배우기 위해서, 남을 존중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또한 컴퓨터로 학교를 대신할 수 있지 않느냐는 교사의 말에 대체할 수 없는 학교만의 특징을 말했다. 학교가 있기 전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배웠을지까지 흘러간 아이들의 의문이 놀라웠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왔던 아이들도, 이렇게 멋지고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도 나은 것 같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이미 지식 축적과 인격 함양의 밀접한 관계까지 알고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이런 훈련을 받아온 프랑스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됐다. 단순히 배배 꼬아놓은 말장난인줄 알았던 철학이, 누군가에게는 그전의 세계를 깨뜨리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덧붙여 당연한 걸로 생각해왔던 것일수록 깊이 들어가면 더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철학할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는 책이다. 

 

66. 8월 23~24일, 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오늘은 개학날, 방학내내 학교도서실에 한번도 안갔는데 개학하니 자연스레 발길이 가더라. 어린시절 소년병이었던 저자가 경험을 살려 반성하고, 전쟁이란 왜 일어나는지, 전쟁을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쓰고 있다. 학교 국어시간에 개화기부터 해방과 6.25전쟁까지의 문학의 흐름을 보고 있기에 여기 주로 나오는 일제강점기의 배경이 낯익었다. 읽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당하는 사람과 가하는 사람의 생각 차이가 그렇게 다르다는 거다. 실제로 일본사람들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해 가고, 우리나라를 침략했을때도 그것은 아시아를 구하기 위한 전쟁이며, 모두들 이 전쟁을 좋아할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실상은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는걸, 일본인들은 전쟁에서 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언제 어디서나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실상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시대도 평화의 시대는 아닐지 몰라도, 그래도 한창 1차 세계대전이나 2차 세계대전등, 사회의 격변기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그 때 모든걸 겪어내고, 이겨내셨던 분들이 더 존경스럽다. 지구가 좌우로 갈라졌던 냉전 등을 내가 겪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 사토 다다오는 일본이 잘못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해서 좋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걸 해 낸 사람이나 나라는 별로 많지 않았다. 자기 나라의 수치를 되짚는일이 좋을 리가 있으랴. 나치의 잘못을 인정하고 독일 청소년들에게 잘못과,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반성을 일깨우게 하는 독일도 대단한 나라다. 전쟁은 과연 인간의 본능일까. 어떻게 해서도 멈출 수 없을까. 인류가 나온 이후로 전쟁은 끊임없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났으니, 그걸 막을 수는 없는걸까? 많이 생각하게 하는 문제다. 

 

67. 8월 25일, 세번째 별명 꿀꿀이 


귀여운 북녘동화다. 우리나라 말로 고쳤다고는 해도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보이는지라 북한의 동화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영어로는 pig, 애칭으로는 꿀꿀이로 불리는 돼지가 어째서 '꿀꿀이'가 됐는지 상상해서 써 낸 동화다. 소, 닭, 개, 염소 등 다른 동물가족들과 주인은 함께 힘을 모아 오순도순 다정하게 사는데, 그 중 먹을 것만 탐내고 욕심만 부리던 돼지는 앞문과 뒷문을 없애 이웃들이 먹을 걸 구걸하러 오지 못 하게 만든다. 그러나 병에 걸린 돼지는 꿀을 먹어야만 낫게 되고, 자신이 없애버린 문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가족들의 도움으로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다. 평소에 이런 돼지같은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참 나쁘다. 어쨌거나 그 뒤로 돼지는 '꿀꿀'소리밖에 못 했다는 이야기. 너구리 이야기를 보면서는 도깨비감투 욕심을 부리는 너구리가 혼쭐이 나는 꼴을 보면서 헛된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직한 게 최고다. 

 

 

68. 8월 26일, 고것참 힘이 세네 


딱 100쪽짜리 남녘동화다. 어느 마을에 이리 말해도 퉁, 저리 말해도 퉁퉁거리는 퉁이 부부가 있었다. 그래도 본디 심성은 착한지라 대문 앞에 쓰러진 거지를 도와줬는데 웃음덕에 집안이 일어날거라고 말하는 거다. 무슨 소린가 싶어 쫓아냈는데 그 다음부터 퉁이어멈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여자아기가 쑥 튀어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럼 퉁이는 계란으로 치자면 무정란인가. 퉁이 안에 있는 DNA는 누구의 것인가. 도깨비도 있는 세상이니 요술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잠깐 신기했다. 아무튼 퉁이의 웃음소리가 심술만 부리던 도깨비를 웃게 만들고 대궐같은 집과 젊어진 부모님까지. 웃음 덕분에 잘 살게 될거라던 거지의 말이 맞았다. 웃으면 복이 온다더니, 딱 그 짝이다. 복 많은 삼복이도 전형적인 게으름뱅이 교육용 동화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부자 부모님에게서 나와 잔뜩 뒹굴거리며 살던(부럽다) 삼복이를 똑똑한 부인이 사람노릇하게 만든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69. 8월 27일, 이상한 귓속말 


북녘동화 특유의 요소들을 잔뜩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생소한 북한말들, 이야기 안에서 너무나 정의롭고 올바른 아이들로 그려지는(진짜일까?ㅋㅋㅋ) 북한 아이들, 우리나라와 다른 분단모임이나 나무심기 과제 등이 재미있었다. 착실한 소년이었던 순학이가 자신의 안에서 얌체같은 말만 하는 귓속말의 꾐에 꾀여 글동냥을 하고, 동무에게 답을 알려주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별 문제 되지 않는 일들 때문에 위신이 떨어지고 부끄러움을 당한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참 모두 정직하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분단모임 부분이었다. 귓속말의 꾐에 빠진 걸 안 순학이가 모두 정직하게 털어놓자 다들 순학이를 응원해준다. '우리는 귓속말을 미워하지 순학 동무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순학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동무입니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좀 오글오글 하긴 했다. 장난꾸러기 잠병정들에 나오는 수남동무도 일과표를 그대로 지키는 아주 착실한 소년이었다. 누가 보면 북한 아이들은 모두 그런 줄 알겠다. 그래도 자신의 책임을 지켜가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긴 했다. 

 

 

70. 8월 31일~ 9월 1일,  합★체


최규석이 표지를 그렸다고 해서 알게 된 책이다. '난쏘공 쌍둥이 형제의 코믹무협 열혈성장분투기'라는, 대체 책의 내용이 뭔지 짐작도 못하게 만드는 띠지가 참.. 인상깊었다. 키가 작은 오합, 오체 형제. 합쳐서 합체. 학생인 나로서는 합과 체가 학교에서 겪을 반응들이 예상이 되었다. 왜 하필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는지.. 게다가 쌍둥이인지라 그들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합체'가 되었다. 키가 작은 오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보면서 두근거려 하는 모습, 약수터에 있는 자칭 약수도사 계도사, 국어선생님이 읽게 시킨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읽으면서 난쟁이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들이 나오면서 개그와 현실의 씁쓸함이 잘 어우러졌다. 계도사가 알려준 비법대로 합과 체는 방학을 맞아 33일간 계룡산 '형제동굴'에 키를 키우는 수련을 하러 간다. 신비스러운 동굴의 분위기에 정말 무슨 일이 벌어날지, 기대가 됐다.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총 4번을 하는 수련에 점점 익숙해지는 합체. 형제동굴에 울려퍼지는 '합,체' 소리가 정말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반전을 때리다니... 짐작하지 못 한 내가 바보인건가. 들고 온 라디오에서 계도사 할아버지가 치매걸린 노인에다가 성추행으로 집에 돌아갔다는 경찰의 사연이 방송되면서, 수련을 진심으로 믿었던 체는 절망과 배신감에 빠지고 만다. 오히려 조금 덜 믿었던 합은 그나마 나았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통 뒤에는 다시 행복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계도사가 진짜 도사든, 도사가 아니든. 수련이 진짜든, 진짜가 아니라 마음의 힘이든 효과를 본 이는 있었고 합체 쌍둥이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비록 키가 한 순간에 쑥 자라는 게 아니라, 둘의 마음이 쑥 자란 것이었지만. 마지막에 바지 길이를 왜 이렇게 줄였냐,며 소리치는 학주를 피해 씩 웃는 둘의 미소가 보기 좋았다. 

  

*이틀 혹은 사흘에 걸쳐 읽으면서 교육청 사이트에 남긴 600자 감상평을 옮겨왔다.
이제 9월과 10월 기록만 옮기면 중3 막내의 6개월 독서마라톤 기록을 오롯이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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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3 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9월 기록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0-17 18:10 
    드디어 오늘 10월 17일, 6개월의 빛고을독서마라톤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중3 막내의 9월 독서기록을 옮겨온다.   70. 8월 31일~9월 1일, 합★체 최규석이 표지를 그렸다고 해서 알게 된 책이다. '난쏘공 쌍둥이 형제의 코믹무협 열혈성장분투기'라는, 대체 책의 내용이 뭔지 짐작도 못하게 만드는 띠지가 참.. 인상깊었다. 키가 작은 오합, 오체 형제. 합쳐서 합체. 학생인 나로서는 합과 체
 
 
라로 2010-10-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다!!
지금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저도 나갔다 와서 다 읽을거에요!!

순오기 2010-10-12 04:44   좋아요 0 | URL
어제 올려두고 오늘 새벽에 일어나 수정했어요.
어제는 고딩 아들, 오늘은 막내 시험감독하러 가야 돼요.^^

saint236 2010-10-1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많이도 읽으셨군요. 게다가 페이퍼도 이렇게 자세하게 쓰시다니..전 귀찮아서 아직 8월에 읽은 책도 못올리고 있습니다.

순오기 2010-10-12 04:45   좋아요 0 | URL
의무적으로 기록을 남겨야 하니까~ 좀 밀려서 쓰기도 하지만 나름 성실 기록이지요.^^

hnine 2010-10-1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쓸수 있는 중3학생과 얘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

순오기 2010-10-12 04:46   좋아요 0 | URL
읽어보니 엄마보다 정리를 잘했다고 생각드는 고슴도치 엄마에요.^^

꿈꾸는섬 2010-10-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해요. 박수~~~짝짝짝

순오기 2010-10-12 04:46   좋아요 0 | URL
작년과 올해 두번째 참여인데~ 내년에는 하지 말자 그러고 있어요.ㅋㅋ

섬사이 2010-10-1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저희 아들과 같은 중3, 서로 너무 다르군요. 끙~~~

순오기 2010-10-12 04:47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둘째도 중3이군요~ 오십보 백보겠지요.^^

자하(紫霞) 2010-10-1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정녕 중3의 글솜씨란 말입니까?

순오기 2010-10-15 17:00   좋아요 0 | URL
하~ 답글이 늦었어요.
달콤한 초콜릿 덕분에요.^^

프레이야freyja-고마워영화 2010-10-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일만에.. 대단해요.^^ 짝짝짝!!!
오기언니 닮아 정말 부지런하고 알차고 속이 깊네요.
중3이면 보통 책과 멀어지고 문제집이나 풀려고들텐데 말에요.

순오기 2010-10-15 17:01   좋아요 0 | URL
읽는 거는 아무리 두꺼운 책도 금세 뚝딱 읽는데, 사이트에 올리는 게 귀찮아서...
우리 애들은 학원이나 문제집으로부터 좀 자유로우니까요.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10-1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도 유전인가 봅니다.하긴 자기는 늘 텔리비전만 보면서 자식들은 공부하기를 바라는 것도 이상하지요.

순오기 2010-10-15 17:02   좋아요 0 | URL
음~ 우리애들 텔레비전도 많이 봐요. 드라마는 잘 안봐도 오락프로는 잘 봐요.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10-16 16:36   좋아요 0 | URL
저도 연예계 소식은 좍 끼고 있는 거 아시죠?

라로 2010-10-1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탄을 하면서 읽었어요!! 그런데 왜 심란할까요? 민경양이 요즘???가을타나???ㅎㅎ
으샤으샤하길 바래요~~~~.

아예 언니의 서재에 민경양의 리뷰 카테고리를 만들면 어떨까용???^^;;

순오기 2010-10-15 17:05   좋아요 0 | URL
어디 심란하다고 써 있나요?ㅋㅋ
카테고리는 진즉 해 놨는데 엄마가 게을러서 잘 안 올려요.ㅜㅜ

전호인 2010-10-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엄마의 그딸이에요.
누가 두모녀를 말릴 수 있답니까?
알라디너의 에너자이져!
그리고 주니어.
그 기가 느껴져요.
팍팍 ^*^

순오기 2010-10-15 17:07   좋아요 0 | URL
독서는 막내가 엄마보다 한 수 위~ ^^

후애(厚愛) 2010-10-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대단해요.^^
저도 박수 짝짝짝~~~

순오기 2010-10-15 17:07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이다!!
오랜만에 돌아왔군요~ 반가워요!!
박수는 전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