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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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다 따뜻함이 묻어 나서 마음이 환해지는 이야기들이다.

힘들고 지치고 죽고 싶고 너무 고통스러운 순간에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과 행동들이 눈물나게 한다.

죽으러 가는 상황에서 온갖 오지랖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이웃들, 최고의 말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친구들, 심지어 귀신으로 나타나 거짓으로 죽을 이유들을 풀고 가는 장면까지 하나하나가 따뜻하다.

김동식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괴기스럽고 기이하고 허무맹랑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얼마나 진실 되고 착하고 깨끗한지 확 와 닿았다. 그 에세이에서 이 <인생 박물관>만은 선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찾아 읽게 되었다. 다른 책처럼 여전히 괴기스럽고, 기이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일맥상통하게 따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거기에 한 스푼의 웃음과 재치, 재미가 있어서 읽으면서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들을 증명하듯이 정말 따듯하다. 사람들이 왜 김동식 김동식 하는지 알게 되는 멋진 작품이다. 짱짱짱!

근데 그냥 건강하라는 말이 최고 아닌가? 인생에 건강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어.
어릴 땐 그런 말이 안 먹히지.
난 미안하단 말밖에 해줄 말이 안 떠오르네.
이 양반아, 안 미안한 사람이 어딨냐? - P48

너를 위해 살아라. 그래도 괜찮다. 아빠도 너를 위해 사니까. - P51

근데 안 써도, 이런 쿠폰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확! 하고요. - P55

죄인이 저지른 죄는 용서할 수 없으나, 죄인은 불과 얼마 전에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죄인에 대한 극형을 보류하고,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라. 죄인이 상처 입은 마음을 스스로 다독일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 - P97

에라 모르겠다! 오늘 영업 종료다!
여기다 신발만 벗어두고 돌아가! 나머진 내가 책임질게!
좋은 하... 아니, 좋은 평생 보내 학생! - P113

"빨리 행복 옵션 다 넣어!
재물,건강, 인연, 미모, 기타등등, 축복들 하나씩 다 걸라고 빨리!"
직원들은 분주하게 저마다 새로운 인생기록에 축복을 걸어대기 시작했다. 당황한 막내 직원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 이거 불법 아니에요?" - P139

엄마 때문이라고만 생각하진 마. 아빠 인생이 지금 그런 건... 모두 다 엄마 잘못만은 아니야. 아빠는 원래,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엄마만 너무 미워하지마. 아빠 인생은 아빠가 결정한 거니까.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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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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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소설의 재발견. 무섭지 않고 따뜻해서 좋아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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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나라
가엘 파유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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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르완다 대학살을 소재로 한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대화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투치족과 후투족은 왜 싸웠는지 알려준다. 영토가 달라서도 아니고, 언어가 달라서도 아니고, 종교가 달라서도 아니고 코모양이 달라서 싸운다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

10살 소년 가브리엘이 겪은 엄청난 이야기를 아주 담담히 그리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엄마와 아빠 이야기이다. 열열히 사랑하고 자식을 낳았고 잘 살았다. 그런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두가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투치족이었던 엄마는 아름답고 현명했지만 오랜시간 차별과 혐오를 겪으면서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래서 아빠와도 갈등을 겪게 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는 정신이상증세를 겪는다.

가브리엘은 엄마의 상처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엄마를 배척하기에 이른다. 르완다 내전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고, 인간이 인간을 증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게되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혐오와 복수, 악행이라는 감정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스며들어 온 가족을, 사회를 까맣게 변질시키는 모습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소설의 문체가 아주 아름답고 순수해서 오히려 전쟁의 참혹함이 더욱 부각되는 점이 놀랍다. 너무나 순수하고 귀여운 가브리엘과 가족들의 모습과 실제 역사의 참혹함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지방전체에 마체테가 배급되었고, 키갈리에는 대규모 비밀 무기 저장고들이 있고, 민병대가 훈련하고, 정규군이 그걸 지원하고, 동네마다 살해해야 할 인물 명단이 돌고, 유엔은 심지어 후투족 무장 세력이 20분마다 투치족 1천명을 죽일 수 있는 규모라는 걸 확인해 주는 정보까지 입수했어. - P171

라디오 진행자가 그 사람 말이 바퀴벌레는 모조리 죽어야 한다고 했어.그 말은 우리를 가리키는 거였어. 투치족. - P177

부룬디 대통령과 르완다 대통령이 어젯밤 살해당했어. 그들이 탄 비행기가 키갈리 상공에서 격추당했어.
나라 전역에서 투치족은 치밀하고 철저하게 학살, 청산, 제거되었다. - P197

예전과 똑같은 정오의 햇빛 아래서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전혀 처벌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살해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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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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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을 배경으로 한다는 광고를 보고 무작정 예약을 했다.

가을 체험학습을 창경궁으로 가서 사전답사를 다녀온 후였다.

다른 궁들은 한 번씩 가보았는데 창경궁은 처음이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을 당한 곳, 장희빈의 욕망으로 저주 인형들이 숨겨져 있던 곳, 성종이 태어난 곳, 일제가 우리나라를 능욕하기 위해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어 궁을 훼손했던 곳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 궁이었다.

창경궁에 대한 관심이 깊어 있을 때 이 책을 읽고는 더 알고 싶어 졌다. 처음에 창경궁에 다녀오고는 온실을 다녀오지 않아.  이책을 읽는 중에 온실 때문에 다시 한 번 다녀왔다.

소설을 읽고는 엄청 큰 대 온실을 기대했는데 직접 가보고는 약간 실망했다. 사실 지금이야 이 정도 규모는 카페 규모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온실 실물을 보고는 정말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했다. 지하 공간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하다. 

이 책은 400쪽이 넘는 분량이다. 액자식 구성도 약간 복잡하다. 

현재의 영두가 창경궁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쓰기 시작하는 입장의 이야기가 가장 겉 테두리이다. 여기에는 강화에서의 친구 은혜, 은혜의 딸 산아, 딸의 친구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과거의 영두가 창경궁 근처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의 일들이 나온다. 어린 시기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서 이제는 더 끄집어 내고 싶지도 않은 우울한 시기였다. 낙원 하숙 할머니, 딩 아주머니, 삼우씨, 유화 언니, 리사, 영두가 좋아했던 이순신이 나오는 중간 이야기가 있다. 

가장 안쪽 이야기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접하게 되는 대온실 공사 담당자의 회고록에 나오는 아주 오랜 과거의 이야기들이 있다. 자료를 읽는 과정에 나오는 이야기. 일제 강점기와 1950년 6.25때의 이야기들이다. 박목주 온실 만든 사람, 박목주의 아들 유진, 딸 마리코, 이창충, 박영출 등등의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을 파악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손을 놓을 수 없었던 특별한 이유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참 찰지다. 

별명을 짓거나 말과 행동이 정말 디테일 하다. 작도 온세창 대리, 강도 강영두, 석모도의 헤밍웨이, 제도 제갈도희, 순신이라 불린 금성무, 어공(어쩌다 공무원) 아랑 등 재미난 별명들이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고 각 인물들이 따로 놀지 않고 다시 연결연결 되어 그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폭력적인 역사를 살아오는 사람들이 그 한스러운 인생을 작은 의지와 위로로 견뎌내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아줌마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장마가 그런데 어쩔 것이야. 다음을 기다려야지. 그런다고 바다 소금이 어디 가버리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게 말이야. 영두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돼. 아줌마가 요즘 운전을 배워본 게 그래. 그러니까 돌아올 곳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고 있으면 사람은 걱정이 없어."


각자의 시간에서 각자 노력하며 살아 가고 있구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의 삶이 현재의 삶과 연계되고 또 다시 살아 움직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그 공간을 방문하는 아주 즐거운 독서였다. 



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대한 용어들이었다. - P11

복병이 무슨 뜻인데?
적을 기습하기 위해 적이 지나갈 만한 길목에 숨긴 군사,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경쟁 상대. - P61

영두님, 그 담다아 과장 공문성애자예요.
그냥 공무눚의자 정도로 해두자.
대리님, 벌써 잊었어요? 그건 신념도 원칙도 아니고 거의 페티시죠. - P69

정말 기억이 안 날 수 있어. 트라우마가 깊으면 그래. - P181

촌애라 공돌이랑 연애하네. - P199

나는 리사를 망치고 싶었다. 구길 수 있다면 구기고 싶었꼬 얼릴 수 있따면 그대로 얼려버리고 싶었따.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챈 날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강화로 돌아가겠따고 말했다. 리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성되는 악의에서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 결심했다. - P219

다 우리 아이들입니다.그러니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진실은 밝혀줘야죠. 그게 어른이 할 일 아닙니까? - P223

사람들은 어쩐지 자주 보는 건 결국 싫어해. 마음이 닳아버리나봐. 많이 쓰면 닳지. 닳아서 아예 움직이지 않기도 하는 걸. - P180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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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을 읽는 아침
이원재 지음 / 정미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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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쯤에 인천광역시 주안도서관에서 작가  김민섭의 북콘서트에 참석했다.작가의 말과 음악이 곁들어진 멋진 행사였다. 김민섭 작가가 자신의 작품 뿐만 아니라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소개를 했고 거기에서 아주 멋진 선생님을 소개했다. 이번에 그 선생님의 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때 듣고 바로 주문을 해 놓고는 제대로 읽지는 못했다. 일년이 지나서야 비로서 제대로 읽게 되었다.


<체육복을 읽는 아침>은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국어 선생님의 좌충우돌 고생고생 교편일기라고 보면 될까?

체육복을 '입는'이 아니고 '읽는' 이라서 조금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학생들의 행동이나 복장 하나에서도 그 학생의 많은 것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잘 살피고 잘 지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이 어렵게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는 과정을 돕기도 하고, 비행하고 반항하는 학생들을 돕기로 한다. 소규모 학교에서 엄청난 분량의 업무를 소화하기도 하는 등 보는 내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 사이는 바즈니스'라는 챕터에서 바보 같은 대부업자라는 비유가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먼저 오간 관계가 아니라 주고 받을 것을 전제로 한 한시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안타깝다

교사는 학생들이 바라지도 않는 사랑을 억지로 주고는 준다고 약속한 적도 없는 기쁨을 바란다. 이자까지 쌓아서 받으려하는 경향이 있다. 쥐꼬리만한 수업을 조금 하고는 엄청한 것이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을 아닐까 심하게 반성했다. 대부업자에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아닐 수 없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존재들이 되어야 학교가 행복해 질 것 같다.

가수 토이의 노래 가사처럼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학생도 교사도 망망대해에서 혼자 있지 않도록 서로 부축하는 멋진 동지입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멋진 글입니다. 

새로 교단에 들어오신 선생님들이나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 그리고 역지사지로 교사의 삶을 보고 보고 싶은 학생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잘 '살아' 있기를 기원합니다.  


돌려 받을 생각 없이 주는 것에는 기쁨이 함께 하지만 무언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는 관계는 늘 어긋나게 된다. 빌려 달라고 한 적 없는 돈을 억지로 빌려 주고 나중에 감사라는 이자를 받으려 한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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