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8월 기록
드디어 오늘 10월 17일, 6개월의 빛고을독서마라톤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중3 막내의 9월 독서기록을 옮겨온다.
70. 8월 31일~9월 1일, 합★체
최규석이 표지를 그렸다고 해서 알게 된 책이다. '난쏘공 쌍둥이 형제의 코믹무협 열혈성장분투기'라는, 대체 책의 내용이 뭔지 짐작도 못하게 만드는 띠지가 참.. 인상깊었다. 키가 작은 오합, 오체 형제. 합쳐서 합체. 학생인 나로서는 합과 체가 학교에서 겪을 반응들이 예상이 되었다. 왜 하필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는지.. 게다가 쌍둥이인지라 그들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합체'가 되었다. 키가 작은 오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보면서 두근거려 하는 모습, 약수터에 있는 자칭 약수도사 계도사, 국어선생님이 읽게 시킨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읽으면서 난쟁이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들이 나오면서 개그와 현실의 씁쓸함이 잘 어우러졌다. 계도사가 알려준 비법대로 합과 체는 방학을 맞아 33일간 계룡산 '형제동굴'에 키를 키우는 수련을 하러 간다. 신비스러운 동굴의 분위기에 정말 무슨 일이 벌어날지, 기대가 됐다.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총 4번을 하는 수련에 점점 익숙해지는 합체. 형제동굴에 울려퍼지는 '합,체' 소리가 정말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반전을 때리다니... 짐작하지 못 한 내가 바보인건가. 들고 온 라디오에서 계도사 할아버지가 치매걸린 노인에다가 성추행으로 집에 돌아갔다는 경찰의 사연이 방송되면서, 수련을 진심으로 믿었던 체는 절망과 배신감에 빠지고 만다. 오히려 조금 덜 믿었던 합은 그나마 나았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통 뒤에는 다시 행복이 찾아오는 법이니까, 계도사가 진짜 도사든, 도사가 아니든. 수련이 진짜든, 진짜가 아니라 마음의 힘이든 효과를 본 이는 있었고 합체 쌍둥이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비록 키가 한 순간에 쑥 자라는 게 아니라, 둘의 마음이 쑥 자란 것이었지만. 마지막에 바지 길이를 왜 이렇게 줄였냐,며 소리치는 학주를 피해 씩 웃는 둘의 미소가 보기 좋았다.
71. 9월 2~4일, 100인의 책마을
'읽을만한 책들을 추천하고 알려주는 서평집이면서도, 누구나 책에 관한 경험과 자신의 삶에 침투한 독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책'이 바로 100인의 책마을이다. 엄마가 인터넷 서점에서 서평가와 인터넷 서재를 운영하고 계셔서 엄마가 아는 분들도 몇 분 계셨다. 김보일씨는 자신이 고통스러운 달리기를 하면서 겪었던 생각들, 경험과 연관된 책들을 추천해준다. 이분 뿐만이 아니라 다들 어찌나 글을 잘 쓰는지,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책으로 연관시키는 글솜씨들이 감탄스러웠다. 인간이 외면하고 뛰어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생의 시간. 특히 '월든'에서 인용된 문장은 감동스러웠다. 비단 이 주제뿐에서가 아니라 책마을에서 굉장히 많이 월든이 나와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친구나 주변사람들이 소곤소곤 거리면서 책을 추천해주는 듯한 글도 있었다. 과연 제목처럼 100인의 '책마을'스러운 느낌이었다. 글쓰기에 대해, 그리고 읽어볼만한 책들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인생과 관련된 책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책은 힘들고 지칠때 만나는 좋은충고, 인생의 길잡이,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도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책들에 대해 서술하는 걸 보면서 나도 내 인생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었다. 여기서 본 '책 파도타기'는 책에서 언급된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건데, 마치 웹 서핑을 하듯이 책들을 파도 타며 읽을 수 있었다. 김수정씨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다가 주인공에게 빠져 그녀의 책을 죄다 찾아 읽어봤다고 한다. 내게 그런 작가는 아직 없지만, 그래도 좋은 작가들은 많이 만난 것 같아 다행이다. 환경 활동가의 시점, 마라토너의 시점, 기독교인의 시점 등등. 개인의 관점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추천하는 책과 그에 대한 이야기도 다 달라서 좋았다. 정말 독서가들의 마을이 있어서 옆집, 이웃집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말을 듣는 것 같았다.
그간 콰지모도와 에스페랄다의 사랑 얘기로만 알고 있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의 실제 주인공이 사실은 그 시대의 파리라는 것을 '껌정드레스'의 글로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책들을 증거로 들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걸 보면 '아,그래서 그렇구나'하고 납득이 갔다.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찾나보다. 고전 영화의 배경을 이해시켜주는 책들도 한 번 쭉 보고 싶었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 책에서 찾는 음악. 다양한 분야와 책의 연관이었다. 책을 통해 패스트푸드의 위험성과 환경파괴를 알게 되어 절제하고, 환경오염과 대체에너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앞으로 책을 찾을 일이 생기면 이 책에서 찾게 될 것 같다.
72. 9월 5일, 마더구스
마더구스는 전부터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외국 책이나 TV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인용되어 나오고, 여러모로 영미권 사람들의 문화에 많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도 뭔가 매력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부록으로 노래 CD가 있어서 함께 들으면서 읽었다. 마더구스 이야기는 운율이나 리듬이 매력이다. 맨 처음에 나온 동요인 'Ring a ring O'Roses'가 옛날에 읽은 책에서 나온 놀이에 사용되는 노래라는 걸 알고 반가웠다. 이것도 마더구스 이야기 중 하나였구나, 하는데 진짜 생각보다 엄청 보편화된 노래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식으로 하면 강강수월래쯤 되려나? Jack be Nimble 같이 짧으면서도 놀이와 같이 할 수 있는 동요들이 아이에게는 참 좋을 것 같다. 디들, 피들, 히코리, 히키티 등등 재미있는 발음의 단어들이 많이 쓰인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고, 내가 마더구스에 관심 가지게 된 이야기이도 한 구두 속에 사는 할머니와 험프티 덤프티 이야기도 있었다. 마더구스는 마치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들려준 전래 동화, 동요처럼 느껴졌다.
73. 9월 6~7일,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
피터래빗으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의 시골집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집이다. 집이 주라고는 해도,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생과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소개해 놨기 때문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고 말했던 캠필드 플레이스의 다정한 복도, 계단 난간의 조각장식, 잔잔한 빛고 냄새, 가장 사랑했던 아래층등을 애정 있게 서술해 놔서 집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우리집을 이 정도로 사랑할 수 있을까? 미래에 내가 살 집이 어디든, 이만큼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 시골집의 드넓은 자연풍경들, 피터래빗이나 자연 풍경 등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 따뜻하고 멋있었다. 베아트릭스와 윌리엄이 신혼집을 차린 캐슬 코티지는 신록이 생생한 풍경 속에 하얗고 빨간 집이 어찌나 멋있던지 정말 그림 같았다. 저런 집에 산다면 저절로 즐거운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만큼 멋있는 집이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성지나 다름없다는 힐 탑. 그녀가 아끼고 사랑했던 만큼 그녀의 작품 속에서 힐 탑의 모습이 곳곳이 드러나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집에도 감정이 있다면, 그녀가 살았던 집들은 참 행복할 거다. 주인이 죽어도 자신을 찾아오고, 애정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고, 그림책 속에서도 영원히 살아갈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집에 대한 흔적을 남긴 그녀가 부러웠다. 나무로 만들어 건강한 갈색이 드러난 침대에 퀼트 이불이 덮인 침실 사진은 정말 멋있었다. 비단 이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에 찍힌 모든 집안들이 다 멋있어서 사진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목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집이지만, 실상은 그녀의 일생에 대해 쓴 책이었다. 그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언젠가 그녀가 쓴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74. 9월 8~9일, 아이의 뇌에 잠자는 자기주도학습 유전자를 깨워라
자기주도학습, 참 좋은 말이다. 학원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스스로 공부 하는 것. 학원비도 줄이고 입시에도 도움 되고 끈기와 결단력도 기르고. 일석삼조다. 학원을 안 다니는 나로서는 책 제목대로만 되면 참 좋겠다. 책을 보면 엄마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계획을 짜 뺑뺑이를 돌리고 아이는 시키는대로만 하는데, 난 그렇게 안 자라서 참 다행이다. 대부분 공감이 갔지만 보면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물 마시는 거 하나까지도 상관이 있나? 육각수가 어떻네, 실온의 생수가 가장 좋네 하는 부분들은 좀 너무 세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런 종류의 '이대로만 하면 전교1등이! 우와!' 하는 책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론적인 부분이야 남들 다 아는 얘기다. 다만 실천이 문제지.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입 아프게 떠드는 건 아닌가 싶어 좀 책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진다.
처음 정리 할 때 좀 까칠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개념노트 정리 같은 것들은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이의 문제집을 줄여라'라는 부분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시험때가 되면 문제집을 폭풍같이 사대는 아이들이 이해 안 간다. 몇 번째 개선이니 어쩌니 해도, 내용의 엄청난 변화는 없는 것이 틀림없는데 말이다. 난 문제집 한 권을 다 풀면 답을 다 가리고 한 번 더 풀거나, 없는 문제집은 오빠가 썼던 걸로 풀고 있다. 그래도 시험 전날이나 시험 당일 뭐 긴장을 풀거나, 시험지를 한 번 훑어본다거나 하는 것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라 그냥 가볍게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정말 자기주도학습을 하려면 나에게 맞는 공부계획을 잡고 마음 독하게 먹고 해야 할 것 같다. 곧 시험이고, 고등학교 입학이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는 생각 하고 있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열심히 해야지!
75. 9월 10~12일,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2
예당아트에서 방영되었던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 책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클래식이라길래 막연히 '재미없는 이미지'라 엄마가 채널을 멈출 때마다 돌리라고 성화였고, 언니마저 빠져들자 TV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음악과 설명이 들리는 것 까진 어쩔수없는지라 그냥 들었더니 이게 또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이게 무슨 곡이고, 작곡가가 누구고, 이 사람이 왜 이걸 작곡했고 하는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노래를 들으면 별 감흥이 안 살지만, 조윤범이 그걸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들려주니까 아~ 그렇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권도 괜찮게 읽었는데 2권이 도서실에 있는걸 보고 바로 빌려왔다. 비발디의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클래식계의 신정환'이라고 소개해주는 걸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도 나왔을 거다. 헨델이나 파가니니 같은 작곡가들의 삶과 일화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여기 나온 클래식들을 차근차근 들어봐야겠다.
그동안 쇼팽, 쇼팽 하고 불러왔는데 원래 이름이 '호핀'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랬다. 이젠 이름도 함부로 못 부르겠다. 심지어 쇼팽을 주인공으로 한 X-BOX게임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대체 무슨 내용일까?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의 제자였고, '소나티네'를 작곡한 무치오 클레멘티의 제자였던 사람이 바로 리스트다. 역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생각났다. 피아노는 잘 모르지만, 리스트의 곡은 어려운 곡이 많다고 어디서 들었다. 비록 연애는 바람둥이에 불륜남이었지만 유명한 곡이 많아 벅스 바니에서 헝가리 랩소디 2번을 연주하는 것도 봤다. 그리고 노다메 칸타빌레!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한 번, 작년에 음악선생님이 한 번 보여주신 노다메 칸타빌레는 둘 다 드라마 버전이었는데, 애니버전에서 엘가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단다. 생각해보니 노다메에도 여기 나온 곡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파워클래식에는 거의가 유명하거나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라 더 읽기 쉬운 것 같다.
'나비부인'의 작곡가 푸치니는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많은 사람이었다. 뭐, 안 그런 사람이 있겠냐많은. 하긴 그에 비하면 푸치니의 인생곡절은 평탄한 축에 끼일 수도 있을것이다ㅎㅎ. 돈이 없어 음악원에 입학하고도 초라하게 살았던 푸치니, 스승이 대본을 구해다 주어도 몇 번을 말아먹기 일쑤로, 한 번만 더 실패하면 잘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래놓고도 유부녀와 사랑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정말 사랑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나보다. '마농 레스코'가 첫 성공을 거두었지만 공연은 적자였고, 나중에야 돈을 벌게 되었다. 푸치니는 상당히 동양에 관심을 많이 가진 작곡가였다. 나비부인의 배경도 일본이고, 투란도트도 중국이 배경이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이긴 하지만, 노래들은 정말로 아름답다. '잔니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음악 수행평가로 들었던 곡이기 때문에 잠시 반가움을 느꼈다. 폴 포츠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스타가 된 걸 보면, 시대를 뛰어 넘어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라흐마니노프와 슈트라우스 등의 고전 작곡가와,코틀랜드, 존 윌리엄스 등 현대 자곡가들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76. 9월 13~14일, 지식e5
사람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그 수많은 위험을 무릎쓰는 것일까? 에베레스트 등복을 맨 처음 시도한 사람은 영국인들이었다. 그러나 맨 처음 정상에 오른 사람은 영국인도, 이방인 등산가도 아닌 셰르파 텐징이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신의 땅이라 하여 오르지 않던 셰르파들을 영국인들은 비웃었지만, 에베레스트 첫 정복자로 역사에 남은 사람은 결국 그 셰르파였다. 그 사실이 좀 아이러니했다. 등산은 무식한 짓이 아니라, 오르면서 의미를 발견하고 보람을 찾는 일인 것 같다. 공 하나로 전국민에게 기쁨을 줬던 축구선수들의 이야기도 나왔고, 전쟁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새긴 판화는 감동이었다. 혁명은 별 것이 아니다, 독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지배당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되찾는 콜롬비아의 아이들. 그들은 비로소 가해자나, 피해자로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스페인의 프랑코 군부가 내란을 일으키자 첼로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는 첼로연주로 그들에게 저항한다. 군부의 협박도 받고, 망명자 신세가 되지만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는다. 파블로 카잘스도 감동이었지만, 공연연출가 탁현민씨와 한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스타골든벨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김제동에 대해 얘기하면서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도 수용하지 못하는 미디어 구조와 사회에 대해 비판을 했다. 연예인이라고 사람이 아닌가, 우리 사회의 잔인함과 권력자들의 야욕에 희생된 일인 것 같다. 사막 위에 오아시를 만든 파올로 루가리! 불가능으로만 비유됐던 표현을 실제로 이루어낸 걸 보면 사람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명과 창조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인데, 또 한구석에서는 파괴와 무분별한 개발만을 해대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참 명언이다. 지식e를 보면 우리시대와 그 이전에 대한 엑기스를 뽑아 보는 것 같다.
77. 9월 15~16일, 좋은 여행
만화가 이우일이 직접 그리고 쓴 여행책이다. 나는 아직까지 해외든 국내든, 그냥 훌쩍 떠나고 싶어 떠나는 여행을 한 적이 없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삶에 지치고 회의가 들 때, 훌쩍 떠나고 싶다. 차를 빌리느라 십여 년만에 처음 운전을 해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는 이야기, 서핑을 배우느라 애를 쓴 이야기,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그리스에 가서 여유를 즐기고 온 이야기까지. 보다보면 나까지도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여행지의 푸른 하늘과 빛나는 바다, 오가는 사람들, 도시의 풍경 등이 멋있었다. 처음엔 여행을 어찌 해야 할지 허둥거리던 이우일씨도 이제 몇 번 여행을 하자 숙련된 여행자처럼 느긋하게 여행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일정에 따라서 끌려가는 것처럼 여행을 했는데,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나도 간다면 패키지 여행이 아닌, 조금 힘들겠지만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배낭여행이 하고 싶다.
둘이 가는 여행은 마가 끼나보다. 특히 애인끼리 간 여행에서 낯선 상황에 서로 몰랐던 모습들을 발견하고 싸울 수도 있다는 글들을 많이 보았다. 이우일씨는 현태준씨와 함께 도쿄를 여행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대판 싸우고 3년동안 연락을 끊었단다. 택시비가 20만원이 넘게 나왔으니 그럴만도 싶다, 하다가도 생각해보면 참 귀엽게 싸운 것 같다. 두 분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겠지만ㅎㅎ. 베트남, 그리스, 일본, 파리 등. 아내와 딸과 함께 재미나게 세계를 돌아다니시는 걸 보면 부럽다. 서로 추억도 만들고, 외국도 구경하고. 그게 다 돈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생각하면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할 줄 모르는 낯선 이국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하는 걸 보면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기에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뒷장에 보면 가족들의 사진이 있는데, 정말 책에 나온 그대로 같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좋은 여행'이다.
78. 9월 18~19일, 노무현이, 없다
보고 참 많이 울컥했던 책이다. 노무현씨를 잘 몰랐던 내게, 인간 노무현의 우직함과 정치인 노무현의 소신과 원칙을 알게 하고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씨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알게 해 줬다. 살아 계실 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볼 것을 왜 돌아가시고 난 뒤에나 안타까워하는 지 후회된다. 아직도 그 분의 모습이 이렇게 생생한데, 내가 역사에 남을 인물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 평론가, 신부, 요리사, 일생의 친구 분 등. 그 분을 알아왔던 분들이 쓴 자신이 본 노무현씨의 모습이 그 분을 전혀 모르는 내게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알면 알수록 참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이라 중간중간 눈물이 날 뻔 했다. 분명 그 분이 실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었다. 본인이 인기없는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지지율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시민과 함께 하시는 분이셨고, 가장 높은 곳에서 국민을 받들려고 노력하셨다. 우리의 대통령과 정치가 중에 어디 그런 분이 있으셨던가. 봉하마을의 한 노인 택시기사가 '우리도 누군가를 굉장히 사랑하고 존경하고 싶어 했던 것 아닐까...'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그런 마음이었다.
책을 통해 알게 본 고 노무현씨는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과거사 청산에 많은 힘을 쏟으셨다. 제주 4.3사건에 대해 최초로 사과하신 것도 역사를 바로잡고 나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앞을 내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셔서도 일반 시민의 자리에서 농촌을 살리겠다는 포부를 품고 직접 행동하셨다. 손자, 손녀들을 태우고 자전거로 달리고, 손님들을 만나고, 농사일도 하시면서 그렇게 살아가시는 대통령도 참 보기 좋고 훈훈했더랜다. 결국 재임기간 내내 말이 많았던 언론들과 정치판의 물어뜯기식 공격의 못 볼 꼴, 험한 꼴 많이 보시고 가시긴 했지만 그러므로써 우리 안의 살아있는 영웅이 되셨다. 이제 그 분의 희생으로 우리가 무언갈 깨닫고, 일구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책임을 짊어졌다. 그 분이 돌아가시고 자발적인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던 걸 보면 영 희망이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노무현씨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이제 그 분이 하셨던 많은 일들을 더 찾아보고 알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 노무현씨의 명복을 빈다. 부디 훌훌 털고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
79. 9월 20~21일, 간송 전형필
간송 전형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책 표지에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아, 저 사람이 우리 문화재를 많이 수집했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저자인 이충렬씨가 간송 전시회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순전히 이걸 보려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들락거렸다는 걸 보고 보통 수준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알게 된 간송 전형필씨의 생애는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자손이 없는 둘째 할아버지를 위해 손자로 입양되었고, 그로 인해 두 집 유산을 물려받아 억만장자가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던 중, 위창 오세창 선생을 만나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팔려가는 걸 알고 분개한 그는 인생의 길을 정하게 된다. 우리의 문화와 얼을 지키는 조선의 대수장가가 되기로! 서화와 글씨 공부를 하기 위해 오세창이 수집본을 엮은 책을 보며 공부를 했는데, 정말 위창 오세창도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간송은 그렇게 겸재, 현재, 혜원과 단원, 삼국과 고려시대의 이름 없는 화가들의 작품까지 우리의 역사를 잇는 큰틀에 따라 수집품을모으기 시작한다.
조선미술관의 오봉빈, 벗이 된 이상범과 노수현, 믿을 수 있는 거간인 이순황과 신보 등, 전형필은 점점 더 인맥을 넓혀가며 골동품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는 좀 비싸다 싶어도 그 수집품에 맞는 가격이라 생각하면 흥정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문화에 대한 예우라 생각했고, 자연히 거간꾼들도 좋은 물건이 나오면 그에게 먼저 연락하게 되었다. 정말 전형필이 수집하는 과정을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억' 소리 나오는 금액들과 쉬지 않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열정. 그 때에는 독립운동가들도, 백성들을 계몽하는 지식인들도 있었지만 간송이 한 문화재 수집도 우리 나라의 얼을지키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껏 남아있는 것도 별로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혜원, 단원, 추사 김정희의 글씨,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불상과 석탑들까지. 그는 범위를 가리지 않고 모았다. 아버지의 유훈이기도 했던 훈민정음 혜레본을 구했을 때는 정말 감탄사가 터져나올 지경이었다. 사유재산을 오롯이 나라를 위해 비친 훌륭하신 분이었다. 다음에 간송 전시회가 열리면 나도 꼭 가고 싶다.
80. 9월 22~24일, 젤리코 로드
'젤리코 로드'하면 뭔가 통통 튀고 분홍색 젤리같은 느낌이 나서 왠지모르게 평화로운 이야기일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기 가족의 교통사고를 언급하는 것에서 바로 환상을 깼다. 이 책은 22년전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나니와 웹, 같이 교통사고를 당한 테이트, 그들을 구한 피츠, 그들의 친구인 사관생도 주드 이 5명의 아이들의 얘기와, 영토전쟁에서 젤리코 학교 지휘관을 맡게 된 테일러 마컴의 이야기를 평행선처럼 그려낸다. 처음에는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에 '이건 대체 뭐지?'싶었지만 곧 해너 아줌마의 과거이자, 테일러가 본 원고라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살짝 복잡했지만 지휘관이 되어 아이들과의 마찰에 고생하는 테일러, 해너 아줌마와 테일러의 관계 등 '이 테일러 마컴이라는 아이는 뭐지?'하고 궁금하게 만들었다. 덧붙여 웹과 테이트,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도 순서가 없이 뒤죽박죽을 나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예전에 함께 여행을 떠났던 사관생도 지휘관 조나 그릭스, 시내 아이들의 우두머리인 채즈 샌탠젤로, 테일러의 친구인 라파엘로 등 그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나 기대되었다.
기숙사 아이들과의 사이도 최악이고, 해너 아줌마의 집에서는 얘스에서 그녀를 데려갔던 준장이 원고를 훔쳐간다. 점점 궁지에 몰려 절망하는 테일러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샌태젤로와 그릭스, 라파엘로와 벤, 기숙사 아이들과 리처드 같은 기숙사 대표들과도 점점 사이가 풀려지며 우정을 쌓게 되는 걸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특히 조나 그릭스! 테일러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며, 예전에 테일러의 어머니를 찾으러 함께 얘스행 기차를 탔던 사관생도 그릭스가 너무 멋있었다. 다섯 아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웹의 죽음이 나오고, 언뜻 무겁게 얽힐 수도 있는 분위기를 그릭스와 테일러가 서서히 사랑을 인정하고 다른 아이들의 유쾌한 모습에 부드럽게 풀려갔다. 영토 전쟁에서는 서로 한 방씩 치고 빠지면서도 다 같이 모이면 친구처럼 지내는 게 귀여웠다. 공과 사를 지키는 모습이랄까? 사실 영토전쟁 자체도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장난으로 만든 것이지만 말이다. 테일러는 원고를 읽어 가면서 해너 아줌마와 자신의 관계,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잔인하게 대했던 아버지를 죽인 그릭스의 상처가 드러난다. 몇 년 전, 테일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역으로 갔을 때 그릭스는 자살하기 위해 서 있었다. 그러나 테일러 때문에 그는 죽지 않았고, 그때부터 테일러를 위해 살아왔다.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처럼 강한 인연으로 묶여있는 이 둘이 부러웠다. 마치 다섯 아이들의 테이트와 웹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릭스와 테일러는 과거의 끈을 풀기 위해 테일러의 어머니를 찾으러 떠나고, 그 곳에서 테일러는 잃어버렸던 기억들과 마주한다. 테일러의 옆집에 살았던 샘이라는 남자아이는 왠지 모를 슬픔이 있었다. 어린 남동생이 불행에 빠져서 어둡게 성장한 느낌이었다. 성 도착자와 함께 남겨진 샘은 어떻게 지냈을까. 마음이 착잡했다. 그러나 그동안 무서워했던 준장이 다섯 아이들의 사관생도, 주드라는 것을 알게되고 해너 아줌마와 테일러의 어머니까지 모두 만나게 된다. 마침내 얽혀있던 모든 끈들이 풀린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처음엔 뭐지? 싶다가도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다 읽을때까지 뗄 수 없게 만든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81. 9월 25~26일, 순례자의 책
이 책은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책에 대한 불온한 상상'. 저자의 머릿말에 나와있는 문장이다. 보통 무섭고, 형벌의 이미지가 강한 저승을 거대한 도서관에서 자서전을 쓰는 공간으로 만든 것 자체가 그렇다. 상동야화는 조선시대에 한 아름다운 남성이 죽은 사건을 패설과 연결시켜 풀어가는데, 그 얘기 자체가 기묘해서 무슨 괴담을 보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정인을 범한 아버지의 얘기를 한이 서린 책으로 낸 여자를 보니 책이란 것이 참 여러가지 용도로 쓰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비블리오마니아의 붉은도서관'은 책에 미친듯이 집착해 인피로 책을 만들고, 친구의 딸조차 죽인 삼촌과 진실을 알고도 삼촌과 같은 길을 걷는 조카, 그 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하인이 있어 소름을 끼치게 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집착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당분간 책을 좀 껄끄럽게 느낄 것 같다.
무슨 괴담 모음집으로 봐도 좋겠다. '들은대로'는 일본의 이동책장수와 관련된 괴담이었는데, 정말 소름끼쳤다. 일가족 몰살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도 소름끼쳤지만, 그걸 들은 손님이, 전까지만 해도 친절하고 사람 좋았던 손님이 좋은 이야깃거리를 건졌다며 흥분해서 떠나는 모습이 더 소름끼쳤다. '책'이란 게 그렇게까지 사람을 묶고 홀릴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을 책으로 보고 책을 읽듯 한 인간의 인생을 읽어내리는 이야기,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최고의 책을 찾는 신하의 이야기 등 그 외에도 상상력이 뛰어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이 책에 대한 불온한 상상을 하게 하는 건 맞지만, 그것 말고 별다른게 없어 아쉬웠다. 단순히 소름끼치는 괴담집을 한 권 읽은 느낌이었다. 책에 대한 다양한 역사를 알게 된 건 좋았다.
82. 9월 27일, 고구려 평양성의 막강 3총사
귀여운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소년들의 일상을 일기처럼 써서 고구려 시대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주인공은 경당에 다니는 건무다. 경당이란 말이 낯설었는데, 조선 시대의 서당쯤으로 글공부도 하면서 무예에도 힘을 쏟는 그런 곳인 것 같았다. 건무와 어릴 때부터 단짝인 우담이,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를 따라 화공이 되고 싶어하는 사후 이렇게 셋이 삼총사이다. 셋은 경당에 처음 온 낯선 아이, 부기연과 서로 적대한다. 왠지 말투도 마음에 안 들고 처음 와서 떡을 돌리는 것도 거슬렸던 것이, 점점 부기연이 아이들을 자신에게 끌어 모으자 완전히 갈라진 꼴이 되었다. 우담이 아버지에게 부탁해 단검도 갖고, 사냥과 씨름 대회에서 부기연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때 사람들의 삶은 어땠는지 나온다. 그리고 부기연이 멧돼지에게서 삼총사를 지키면서 이 넷은 화해하고 좋은 동무가 된다. 음, 솔직히 그럴 것 같았다. 처음부터 부기연은 착한 아이 낌새가 나서 이 훈훈한 결말이 날 줄 알았다.
83. 9월 28~30일 성공과 좌절
전에 '노무현이, 없다'를 읽은 다음에 노무현씨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마침 학교 도서실에 성공과 좌절이 있길래 냉큼 빌려오게 됐다. 부엉이 바위에서 홀연히 떠나신 이후로, 우리를 울렸던 유서와 함께 마무리 짓지 못한 회고록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알아줄 거라는 사람들, 대통령으로서 하고자 했던 것들과 지나온 삶의 이야기, 시민으로서 성공하리라 마음먹었던 것들.. 정리되지 못하고 끝난 글이라 생각나는대로 쓴 단문으로 끊기는 글이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립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짧은 회고록이 끝나고는 사람들과 이야기한 내용, 사람사는 세상 카페에 올렸던 글, 나누었던 의견들을 정리해서 써놓았다. 읽어나갈수록 '노무현'이 보이는 것 같았다. 대통령으로써 오랜 시간 품어왔던 꿈들,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 처음에는 노동자들의 대변인이 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후에는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과 갈등들을 정리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자 하셨다.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관한 말을 듣고 고민을 써 놓으셨다. 줄서놓기 정책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라디오에서 '사교육 없는 교육'을 강조하고, 방과후 학교를 하고있는 학교에서 격려를 했다는 말에 안심을 했다가도 또 그냥 한 말은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하긴 대통령이셨으니까. 나의 다음 사람이 어떨지, 이 나라는 어떻게 될지, 관심과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았다. 방과후 학교가 참여정부의 핵심 전략으로 시행되었다는 거에 깜짝 놀랐다. 학원을 잘 안 다녀서 어떨 땐 그걸로 공부도 하고, 사물놀이 등 취미도 배우면서 매우 유용하게 이용했는데 시행된지 얼마 안 됐다는 건 몰랐다. 만약 지금 노무현씨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많이 응원하고 지지할 것 같다. 분명 전에 대통령을 하셨는데,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고 기억이 안 난다. 어려서, 관심이 없어서. 시민에서 시작해서 시민으로 돌아가신. 정말 진정한 서민의 대통령이셨다. 그 때문에 여러가지 구설수에 많이 오르셨지만 모든게 잘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웃으면서 보내드리지 못 해 아쉽다.
아직도 가끔 인터넷을 둘러보면 '노무현 때문에 경제가 다 망했다' 이런 글들이 다 보인다. 그걸 볼 때마다 어이가 없어 코웃음도 안 나온다. 저런 사람들은 저걸 어떻게 믿는걸까, 노무현 대통령께선 이런 얘길 들으실때마다 기분이 어떠셨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 그런 얘기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으며 반박하셨다. 보면서 아 그렇구나, 하며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됐다. 지금 대통령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 기대된다. 남북정상회담 얘기하실때 걸어서 가시던게 기억났다. 그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애들이랑 다 같이 보고 뭔지도 잘 모르면서 좋아했는데. 그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빠르게 흘러갔다. 북한과의 일은 또 어떻게 될지. 온통 흉흉하고 무서운 얘기들 뿐이라 정말 어떻게 될 지 겁이 날 때도 있다. 이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부분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께선 참 균형을 잘 잡으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 북한 모두 자칫 잘못하면 위험해 질 수 있는 카드들인데 그 균형을 잘 잡으면서 나라를 굴려 오셨다. 언론도, 결국 그 분이 살린 언론이 그 분을 죽인 게 아닌가. 보면서 내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이 생각을 했다.
이제 10월만 정리하면 끝이다. 수정은 내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