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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얼굴의 루비
루비 브리지스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우리들이 봐야 할 책이다. 우리보다 윗세대들이 외국에 나가 차별을 받으며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살만한 나라가 됐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인권은 저급한 수준이다. 우리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유색인종을 백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런 인식의 근간에는 서구의 혹은 미국의 흑인차별 정책 영향도 있을테고. 꼭 미국의 못된 짓거리만 따라 하는 우리는 부끄럽다.ㅜㅜ
미국은 1862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이후에도 흑인들을 백인보다 열등한 존재로 짐승처럼 대했다. 오랫동안 흑백분리 정책들이 시행되었던 미국, 흑백통합 교육을 위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백인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닐 수 없던 나라였다.
린다 브라운이라는 흑인아이의 용감한 부모가 흑인 아이들을 입학시키지 않는 학교에 소송을 내서, 1954년 연방 법원의 흑백 분리 교육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우리가 잘 아는 흑인들의 승차 거부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로자 파크스 사건도 1956년 운송수단에 의한 흑백 분리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흑백분리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은 있었지만, 실제로 흑백통합의 상징인 흑백 통합 교육은 1960년에나 시행된다.
1960년 백인 전용인 윌리엄 프란츠 초등학교에 최초로 입학한 흑인 여자아이 루비의 실화다. 루비의 이야기는 영화나 책으로 많이 나왔다는데, 이 책은 관찰자 입장이 아닌 루비 자신이 직접 쓴 이야기로 의미가 크고,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나 사진도 실렸다.
무엇이든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은 위험과 불안이 따른다. 루비의 아버지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반대했지만, 그만한 권리를 얻기 위해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엄마의 설득으로 보안관을 대동하고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다. 흑백통합 정책을 추진한 연방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회의원이나 주지사들은 분리주의를 지지했다. 심지어 초등학교가 통합학교가 되는 걸 보느니 차라리 모든 초등학교의 문을 닫아 버리겠다고 주장하는 루이지애나 지미 데이비스 주지사도 있었다.
백인부모들이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거칠게 시위 하는 등 위험이 고조됐지만, 루비는 엄마의 격려와 헨리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꿋꿋하게 학교를 다녔다. 헨리 선생님은 흑인 아이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안전이 위협받고 왕따를 당했지만, 한 순간도 루비를 혼자 두지 않고 보살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점심을 먹어야 했던 루비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버리고 오랫동안 점심을 먹지 않았다. 그걸 알게 된 헨리 선생님은 점심시간도 루비와 함께 했다.
헨리 선생님은 다른 교실에 1학년이 있다는사실을 알고, 루비를 혼자 둔다는 것이 너무나 잔인한 처사라며 진정한 흑백통합 교육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거라며 담판을 짓는다. 그 후 네 명의 아이들이 루비와 함께 했고, 루비는 흑인차별의 한 복판에 있었음에도 뭐가 뭔지 모르다가 '검둥이와 놀면 혼난다'는 백인 아이의 말을 듣고 비로소 흑인차별의 실체를 알았다. 1년간 늘 루비의 곁에 있어준 친절한 헨리 선생님은 루비에겐 최고의 선생님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루비는 후배들에게 스스로 꿈을 이룰 기회를 주고,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주고자 '루비 브리지스 재단'을 창설하게 된다. 아동 심리학자 로버트 콜즈 박사가 함께 놀아줬던 어린 시절의 루비 자료들을 모아 1995년<루비 브리지스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책을 읽은 헨리 선생님이 출판사에 연락을 해왔고, 1996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면서 35년만에 헨리 선생님을 만났다. 루비의 이야기가 실린 존 스타인 벡의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읽고 영감을 받아 그린 놀먼 락웰의 <우리 모두가 갖고 살아가는 문제>라는 그림은 이 책의 표지가 되었다. 루비는 이 책을 흑인아이의 특별한 경험으로만 여기지 말고,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진실을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한다.
흑인차별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의 차이로 인간을 차별하는 건 그야말로 저열한 짓이다. 나역시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나 편견을 갖지 않는지 반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