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아이들 그림책 1
프레데릭 백 그림, 장 지오노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아이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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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5학년 2학기 읽기 책에 일부가 실려 있어 아이들과 같이 읽었다. 장 지오노 글에 프레드릭 백의 그림으로 나온 햇살과나무꾼 책 뿐 아니라, 두레에서 나온 마이클 매커디의 삽화가 실린 작은 책까지 읽었다. 두 권은 번역과 그림에서 조금 차이가 나지만, 평생동안 나무를 심은 엘제아르 부피에 노인에게서 받는 감동은 다르지 않다.

 

현대사회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보면 우리의 카가께서는 국가를 수익 모델 삼아 어떤 짓거리를 했는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추정을 한다. 소설 같은 총수의 추정을 읽으면서 정말 그랬을거라는 공감의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카가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라고 굳세게 믿고 싶지만... 그와 같은 동급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면 어떤 고백이 나올까 심히 기대되는 바이다.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에게 심한 염증을 느낄 때, 엘제아르 부피에 노인의 행적은 정말 대단하다. 이런 분이야말로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없고 사람들이 그 노고를 알아주지 않아도, 변함없이 나무를 심은 노인은 이 시대에 본받아야 할 표상이다.

 

 

많은이들이 책을 읽고 깨닫기는 하지만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소설가 이윤기씨는 이 책을 읽고 충격 받았다면서 진짜 나무 심는 일을 했다. 나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이 책을 알고 찾아 읽었지만, 내 삶에 실천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는...


많은 부모들이 범하기 쉬운 잘못은 '이 책을 우리 아이에게 읽혀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다.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을때마다 번번히...... 하지만, 정말 아이가 실천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교육학자의 말을,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깨닫는데도 잘 안된다. 십 수년 책을 읽었음에도 여전히 부끄러운 자리에 머물러 있음이 안타깝다.

 

이 책은 부끄러운 자화상을 들여다 보며, 내 삶에 긍정적인 자세를 가르쳐 준 책이다.
알제아르 부피에 노인이 한 알의 도토리를 황무지에 심지 않았다면, 푸른 숲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한 걸음을 딛는 시작이 중요하다. 엄마의 인생은 절반 이상 흘러갔지만, 우리 아이들은 무궁무진한 미래가 펼쳐질 꿈나무들이다. 산에 나무를 심는 일 뿐 아니라, 꿈나무인 자녀들의 심성을 가꾸어가는 일도 중요하다. 평생 나무 심는 일을 끈기있게 실천한 노인처럼, 아이의 심성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가꿔가는 엄마가 되리라 마음을 다진다.

부피에 노인은 산에 나무를 심었지만, 내게는 우리 삼남매가 나무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인생에 긍정의 마인드와 끈기있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살리라 다짐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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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
문영미 지음, 이광익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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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 촌에서 자라 늘 가축과 함께 살았지만 걔네들을 가족이나 애완동물로 생각하진 않았다.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동물이지만, 조금은 두렵고 경계의 대상이었다.
내가 살던 시골에선 개는 키워도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많지 않아서, 쥐가 많으면 이웃에서 고양이를 빌려왔었다. 

지금 내가 사는 주택은 한밤중에 고양이 우는 소리로 잠을 설칠 때가 종종 있다.
아마도 고양이들이 발정기에 짝을 부르는 소리 같은데, 정말 애기가 우는 줄 알고 놀랐던 적도 꽤 여러번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생각하면 오싹한 게 영 정이 가지 않는다. 

몇해 전, 한겨울에 우리집 뒤꼍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기른 적이 있었다.
밤마다 고양이들이 어찌나 울어대는지 샅샅이 살펴보던 남편이 발견했는데,
뜰 한구석 지하수 모터 있는 곳에 낮은 시멘트 담과 판넬로 덮여 있으니 그곳을 은신처로 삼았던 모양이다.
새끼를 낳은 에미가 섭생을 잘해야 될 거 같아 가끔은 먹이를 가져다 주기도 했는데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니 어디론가 사라져서, 잘 살고 있겠거니 믿으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 책은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은 어린이에게 매우 유익하고 도움이 될 책이다. 
고양이의 생태적 특성과 습성을 알기 쉽게 동화로 풀어내어 재미를 더하고, 삽화를 곁들인 정보와 자료까지 풍부하다.
자전거포 할아버지네 고양이 마야와, 지민이가 만난 길고양이 달고나의 새끼 카니를 키우며 고양이의 모든 것을 배운다.   

새끼를 낳은 어미는 새끼를 감싸고 있던 미끌미끌한 주머니를 물어뜯어 새끼를 꺼내 깨끗이 핥아주고, 나중엔 그것을 먹어 치운다. 태반으로 영양을 섭취할 뿐 아니라, 새끼를 낳은 흔적을 없애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생존법을 아는 동물들처럼 영리한 고양이도 예외는 아디다. 

       

그림만 봐도 고양이를 돌봐주는 방법을 알 수 있고, 고양이와 개는 꼬리로 서로 다른 신호 보낸다는 건 기본 지식이다.
오줌을 뿌려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고양이 스프레이, 암컷은 한 시간 에 한 번, 수컷은 한 시간에 12번 정도 오줌 표시를 한다니 놀랍다. 고양이가 잠자기 좋아하는 곳, 고양이의 배변훈련, 함께 살기 위해 꼭 알아야 될 것 등....

  

이 책에서 가장 압권은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걸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양이의 번식력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지구는 고양이로 뒤덮일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며 함께 살기 위해서는 먼저 먹이를 주고, TNR(중성화 수술)을 꼭 해주어야 하며, 길냥이를 적극적으로 입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민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처럼, 이 책으로 고양이에 대해 공부를 하면 고양이 박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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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12-01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숫자로 치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지만, 정작 보면, 차에 치여 죽는다든지, 잡아서 고기로 끓인다든지(개장국으로 속여) 하는 숫자가 대단하게 많기 때문에, 이처럼 늘어나는 일은 없어요. 또, 고양이도 먹이에 따라 새끼를 낳으니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는 않아요.

다만,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먹이 걱정'을 하지 않으니, 집에서 키운다고 할 때에는 거세를 시키지 않으면 이 아이들이 끝없이 새끼를 낳아요. 왜냐하면,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 밥을 굶기지 않잖아요. 고양이도 이 흐름을 잘 알아요.

순오기 2011-12-02 09:2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잘잘라 2011-12-0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달고나', 달고나가 고양이 이름인가보죠? 으아. 어쩜 좋아 달고나, 핥아 먹고 싶은..?? 히히.

순오기 2011-12-02 09:21   좋아요 0 | URL
달고나~~ 추억의 간식이죠.ㅋㅋ

2011-12-0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2-02 09:21   좋아요 0 | URL
님서재에 답글 남겼어요.^^

2011-12-01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2-02 09: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전호인 2011-12-0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은 어쩌시고요?ㅋㅋ

순오기 2011-12-02 09:22   좋아요 0 | URL
하하~~ 마고님!^^
 
욕 전쟁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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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 대박예감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욕 나오게 하잖아~ 씨바
제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입에 욕을 담지 않을 수 없는 미친 대한민국!
저런 무개념의 인간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머리 조아렸던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인가?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한미FTA 비준 날치기 통과라니!!
게다가 비준무효를 외치는 국민을 향해 한겨울같은 추위 속에 물대포를 쏘아대는 건 어쩌고?? 

이 책, 제목도 거창한 '욕 전쟁'이다.
평화적인 소통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잖은가!
그렇다면 초등 5학년 4반 아이들은 왜 전쟁을 치르게 되는지, 관찰자인 지선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출연하시는 5학년 4반 담임 김판돌 선생님, 삽화를 그린 이시정 선생님이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ㅋㅋ  
영화 '김봉두'의 차승원도 생각나고, 김봉두는 돈봉투를 의미하는 작명이지만 김판돌 선생님은 '김 판 돈'이라는 뜻인가.^^
송충이 두 마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성난 야수' 김판돌 선생님의 연기에 주목하시라~

   

김판돌 선생님이 욕전쟁을 선포한 주체라면, 주연급인 최시구와 짝꿍이자 나레이션을 담당한 엉뚱이 지선양은 이런 모습이다. 

    

왕싸가지로 불리는 최시구와 건달들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해도 좋다.
관찰하기가 취미인 지선이는 왜 엉뚱이로 불리며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지선이의 나레이션으로 진술되는 5학년 4반 풍경은 기대를 저비리지 않는다. 흑장미파 채린이와 깜짝 아이디어를 잘 내놓는 재성이와 준기도 한 몫 단단히 한다. 게다가 초등학교 최고의 체육활동 피구시합이, 애들 표현대로 '존나' 재밌게 펼쳐진다.ㅋㅋ 

   

전쟁이란 제목에 걸맞는 작은 제목들을 보면서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좋다. 
- 욕싸움이 되고 만 피구 경기, 욕과의 전쟁이 시작되다, 가면 씌운 욕, 단식투쟁 사건, 욕에 굶주린 아이들, 욕 탕감 사건, 최시구의 욕 통장 등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조연들의 활약은 결코 범생이가 아니라서 감정이입이 되기 쉽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아이들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고자 분투하는 선생님의 벌주기도 제법 다채롭게 펼쳐진다. 하하~ 어린 독자들은 어떤 벌에 가장 공감의 끄덕임을 보일까?^^ 

아~ '찐따, 왕찌질이, 존나, 씨바~ ' 입에 달라붙은 욕을 언제 어디서나 쏟아내는 시구와 영준이조차 제 아버지가 부끄러웠던 이 장면,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엄마인 나를 살짝 부끄럽게 했던 모습이기도 하고...역시 가정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대로 배운대로 하는 거다. 나는 촌에서 자랐지만 우리 부모님께 욕을 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고에 지친 엄마가 화가 나면 한번씩 입에 담았던 쌍시옷으로 시작되던 욕을, 세 아이를 키우던 내 입에서 어느 결에 튀어나오던 서늘함은 잊지 못한다. 우리 아들 어려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심한 욕을 들었을 때, 제 아빠한테 가서 "아빠, 엄마가 나한테 욕했어!' 고발하면서 펑펑 울었더랬다. 처음으로 욕을 들은 아들도 충격을 받았고, 남편도 충격이었던지 시댁에 가서 아버님께 내 흉을 보더라.ㅜㅜ 다행히 아버님은, 에미가 욕을 하며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손주녀석이 충격을 받았다는 걸 알아주셨다. 

애들 키우면서 우아하고 교양있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삼남매를 키우다 보니 어느 결에 욕이 나올때도 있더라. 특히 남편 때문에 속상했을 때, 그 화풀이를 아이한테 쏟아내기도 하고, 아이한테 하는 척하며 남편 들으라고 심하게 할때도 있었고... 

하여간 욕 나오는 세상에 살면서, 아이들에게만 욕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씨바, 존나, 개XX, ㅆ~'을 입에 달고 산다면 자신의 언어습관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광주와서 살면서 처음에 놀랐던 건, 자식들에게 "이런 썩을 놈아~"라고 하는 말이었다.
어찌 귀한 자식한테 '썩을놈~'이라고 말하는가 엄청 놀랐는데, 아들 둘을 키우던 이층 아줌마가 늘 입에 달고 살아서 귀에 익다보니까, 글자대로의 무지막지한 뜻 보다는 은근 친근감이 드는 욕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우리 아들에게 이 말을 여러번 했다는 고백을... ㅜㅜ

내가 우리 엄마가 했던 욕이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왔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내가 했던 욕을 대물림 할까 봐 살짝 겁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욕 나오게 한다지만, 습관적으로 욕을 입에 달고 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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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 2011-11-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넘 오랜만이죠? 둘째 건희 1학년이어서 뒤치닥거리하느라 바쁘고 우리 유정이는 지난주에 첫 영성체를 마쳤답니다. 일상생활에 신앙생활만 플러스 되어도 정신없이 헤매입니다. ㅋㅋ
언니는 여전이 변함이 없으시네요. 넘 경이롭네요. ^^ 저도 전라도 아줌마인지라 늘상 "이놈의 가시네"소리를 달고 살아요. 울 딸들은 욕하지 말라고 하지만 전 늘 욕이 아니라고 당당히 주장합니다. 저가 우리 딸들에게 "이놈의 가시네"라고 하니 친한 분이 깜짝 놀라 더라구요. 어떻게 저가 딸들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구... 전라도에서는 욕이 아니라 일상 언어라 했지만.... 공감하지 못한는 분들도 있으니 자제를 해야 겠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정감어린 말이란거 울 딸들이 알아 주었으면 하죠^^ 울 딸들은 여전히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저의 보물들이 랍니다.
욕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기는 합니다만....

순오기 2011-11-29 01:48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는거죠?^^
광주살이 초기엔 전라도 말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살면서 적응하니까 그게 또 정이 팍팍 들더라고요.ㅋㅋ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보물들~~~^^

책가방 2011-11-2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역을 맡은 한석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지 랄 하 고 자 빠 졌 네'
요즘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욕이 아닌가 싶네요.

순오기 2011-11-29 01:50   좋아요 0 | URL
오늘 독서회 엄마들이 한석규 연기를 어찌나 칭찬하는지 대체 언제 어디서 하느냐 물어봤어요.
나도 수욜에 합류해볼까 하는데, 안 잊어먹고 생각날지 모르겠네요.ㅜㅜ

잘잘라 2011-11-2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이 책 읽고부터 저도 모르게 막 욕이 나온다니깐요. 흐흐흐 조심해야지.

순오기 2011-11-29 01:50   좋아요 0 | URL
동창회 가서 욕이 아니면 말을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귀를 버렸다고요.ㅜㅜ
언어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톤즈의 약속 - 이태석 신부 이야기 담쟁이 문고
이병승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8월
품절


지난 토요일은 특별한 나들이를 했다.
당신의 삶으로 우리를 울게 한 쫄리, 이태석 신부님이 잠들어 계신 담양천주교공원묘지에...

이병승 작가님이 쓴 <톤즈의 약속>을 그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신부님의 삶에 감동받은 많은 이들이 당신을 그리워 한다는 말씀도 드리고...

<톤즈의 약속>에 기록된 말씀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싶었다.

'신부님은 담양천주교공원묘지에 모셔졌다.
신부님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하느님의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164쪽

수단에서도 가장 열악한 마을 톤즈의 돈 보스코 미션 공동체에서
신부님은 의사이고 선생님이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주치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영화처럼 이태석 신부님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가 아니라
어린이를 만나는 것 자체를 행복으로 여긴 신부님이 만난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 병사 마뉴의 슬픔에 울컥 눈물이 나고 신부님의 따뜻함에 위로받기도 한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소년은 한밤중 들것에 실려왔고 신부님은 상처에서 총알을 빼냈다.
소년은 신부님이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신부님 이름은 이태석인데 세례명이 요한이라 존 리(John Lee)라서 부르기 편하고 친근하게 쫄리 신부님이라고 소개했다.
말하지 않는 소년을 골치아픈 말썽쟁이 꼴통이라 부르거나 모른다는 뜻으로 몰랑이라 부른다 하자,
소년은 겨우 '마뉴, 열세 살, 아홉 살부터 군인이었다'고 답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소년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것일까...

돈 보스코 공동체의 제임스 신부님이나 마리아 수녀님이 내보내라고 했지만
쫄리 신부님은 마뉴를 볼 때마다 빚진 기분이 들어 특별하게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거나 장난이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아이
공동체 아이를 때리고 귀중한 약품을 훔쳐내어 파묻어 버린 마뉴.
신부님은 마음의 상처가 낫도록 마뉴의 속에 깃든 사랑을 꺼내주고 싶었다.

총이 세상에서 제일 세다고 생각하는 마뉴에게 신부님은 말한다.
"총은 사람을 죽이지만 공부는 사람을 살린다.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 넌 어느 쪽이 세다고 생각하니?"
영혼을 위로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을 마뉴에게도 알게 하고 싶었다.

전쟁터로 끌려가 총으로 사람까지 죽인 마뉴에게 신부님은 용서를 구했다.
"전쟁의 고통을 겪게 한 죄, 네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돌아가시게 한 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죄...네 영혼을 망가뜨린 죄... 이 모든 죄를 내가 대신 사죄하마. 용서해다오. 마뉴!"
신부님은 마뉴를 꼭 안아주었고, 마침내 봇물이 터진 듯 미뉴는 통곡을 쏟아냈다.

눈물로 마음을 열게 된 마뉴는 작은 북을 두드렸다.
톤즈의 아이들은 모두 음악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태어난 듯했다.
마뉴의 슬픔과 분노와 복수심은 어느새 하얀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듯했다.

"이건 비밀인데.... 전 솔직히 신부님을 처음 본 때부터 좋아했어요."
수줍게 고백하고 아킬을 따라 가야만 했던 마뉴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진짜 자기의 길을 갈 때, 신부님이 선물한 운동화를 신겠노라 약속했다. 하지만 신부님은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으므로 7년만에 한국에 나왔을 땐, 이미 대장암이 깊어 다시는 톤즈로 돌아가지 못했다.

책 뒤표지에는 정호승 시인과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가 실렸다.
세상살이에 날로 영악해진 우리들은, 이제라도 작은이를 돌아보는 이타적 삶에 눈떠야 한다.
그래서 톤즈의 아이들에게 곧 돌아오겠다고 한 신부님의 약속을 지키려는 제2 제3의 이태석 신부님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신부님의 묘비에 쓰인 성경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164쪽

*신부님 묘비에 새겨진 성경구절을 확인해보니 책에 인용한 성경구절은 '해' 한 글자가 빠졌다. 다음 쇄를 찍을 땐 '해'자를 꼭 넣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이태석 신부님이 뵙고 싶은 독자들은 신부님이 잠들어 계신 담양 천주교 공원 묘지에 가보시라 권한다.
신부님은 살레시오 성직자 묘역에서 만나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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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e 2011-10-3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님.
지난 봄, 글을 쓰기 전에 바로 그곳에 다녀왔었는데 책이 나온 후에는 막상 가보질 못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두 번째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제가 해야할 일을 순오기 님이 대신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생각해보니 살레시오회를 비롯해 몇몇 분들께 책을 보내 드렸지만 막상 이태석 신부님께는 그러질 못했어요. 당장 책 한 권 꺼내어 이태석 신부님께 라고 써서 고이 모셔놔야겠습니다. - 이병승 드림
* 2쇄를 펴보니 수정 되어 있네요. ^^

순오기 2011-10-31 21:44   좋아요 0 | URL
와우~~~ 작가님이 납시어주셨네요.^^
신부님이 잠들어 계신 담양은 저희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책을 읽고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2쇄에는 빠진 글자가 수정 되었다니 고맙습니다!^^

희망찬샘 2011-11-0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석 신부님이 담양에 계시는군요. 저도 이 책을 살까 고민하다가 이태석 신부님의 다른 책을 샀습니다. 순오기님 읽은 책 말고, 강론집을 샀는데, 매일 명상하듯 읽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실천이 잘 안 되네요.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에서 만난 그 소년병의 이야기인가 봅니다. 꼼꼼하게 글을 읽으시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하십니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제가 산 책을 다 읽은 후에 말이지요. ^^

순오기 2011-11-03 10:58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와 이 책 말고, 다른 책은 아직 못 봤어요.
암송했던 성경구절이라 책에서 빠진 글자가 콕 들어왔더랬어요.^^
 
싫어요! - 흑인 민권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 한마디 더불어 사는 지구 37
파올라 카프리올로 지음, 김태은 옮김, 이우건 그림 / 초록개구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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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은 1965년까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짐 크로' 법을 갖고 있었다. 흑인은 백인이 다니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매일 타는 버스도 앞문으로 타서 돈을 내고 다시 내려서 뒷문으로 타야 했다. 버스의 앞자리는 백인만 앉을 수 있었고, 흑인은 맨 뒤 몇 줄에만 앉을 수 있었다. 중간 줄도 백인이 먼저 앉고, 자리가 비었을 때만 흑인이 앉을 수 있었다. 만약 중간에 백인이 타면 흑인은 자리를 양보해야 했고, 백인이 앉으면 흑인은 나란히 앉을 수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가 하늘을 찌르는 사회였던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차별을 당하면서 흑인들은 어쩔수 없는 '자연의 법칙'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자는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모든 사람은 피부색에 상관없이 평등하다' 믿었다. 학교에서는 백인 화이트 교장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나는 존엄성과 자존심을 지닌 한 사람이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누구보다 낮은 사람은 아니다' 소중한 진리를 깨달았다. 흑인들은 사회적인 불평등과 차별이 부당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분노했지만, 거세게 저항하지는 못했다.

평범한 재단사로 직장생활을 하던 로자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파크스와 결혼했고, 파크스와 함께 흑인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친구들도 만났다. 로자는 미국 유색인 지위 향상 협회에서 일을 도우며, 미국이 진정한 자유의 땅이라면 흑인들을 못 살게 구는 '짐 크로'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유색인 지위향상 협회는 교통수단에서의 흑백차별을 없애려고 힘을 쏟았다. 몽고메리 시의회는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앉는다'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지만 백인들은 따르지 않았다.  

로자는 마틴 킹 목사의 '우리 중의 몇몇은 미국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연설에 감명을 받았고, 인종차별에 의한 흑인 소년의 부당한 죽음에 박해받는 민중들은 분노했다.  

마침내 로자의 삶과 미국의 역사를 바꾸게 된 1955년 12월 1일, 로자는 제임스 블레이크라'는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버스 운전사의 차에 타게 된다. 12년 전, 로자에게 자기의 버스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던 바로 그 남자다. 로자는 백인이나 흑인이나 모두 앉을 수 있는 중간 자리에 앉았고, 나중에 올라탄 백인을 위해 운전사는 로자에게 일어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로자는 
"싫어요!"
라고 대답했고, 곧 이어 경찰서로 끌려갔다. 

42세 흑인 부인 로자의 용기 있는 한 마디 '싫어요!'라는 저항은, 억눌린 흑인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버스 승차 거부'로 나타났다. 12월 2일 금요일 아침, 몽고메리에 사는 3만 5천명의 흑인 시민들은 전단지를 받고 기꺼이 버스 승차 거부 운동에 동참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교회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흑인들의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은 1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몽고메리의 흑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인종주의라는 상처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의 참뜻을 되찾고자 한 것이다.(103쪽)

 

몽고메리 인권 위원회가 조직한 운송 시스템은 날마다 3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태우고 시내 곳곳을 누볐고, 몽고메리는 '걸어다니는 도시'로 알려졌다. 로자와 몽고메리 사람들에겐 미국 방방곡곡에서 선물로 신발을 보내왔다.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이 계속되는 동안 로자는 백화점에서 해고되었고 남편도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집에서는 폭탄이 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겁내지 않고 1년이 넘도록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계속했고, 마침내 1956년 12월 21일 최고 법원의 판결로 버스에서의 인종 분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후에도 로자는 흑인들(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도 시민권을 달라는 시위에 참가하고 투쟁을 벌였고, 1965년 흑인의 권리가 법으로 인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되었다.

 

2005년 10월 24일 로자 파크스는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미국에서 최고로 우러러 받든 장례를 치뤘다.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해가 놓였던 국회의사당 원형 건물의 바로 그 관대에 로자 파크스의 관이 놓였고, 5만 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민권 운동의 어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3년 후, 미국에는 검은피부의 후세인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권리를 찾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되고 많은 이들이 함께 싸워야 얻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과 부당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바른 인식과 더불어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표출된 시민의 뜻을 받아들여 정치와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가 정비되기 바란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정의를 위해서 인내하고 싸우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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