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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 책읽는 가족 33
임정진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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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읽기에 개에 대한 설명문이 나온다. 글의 구성을 배우는 단원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의 특성을 알려준다. 따라서 3학년 이상이라면 ‘개들도 학교에 가고 싶다’를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임정진 작가는 '1957년 러시아에서 발사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개가 한 마리 탔으며,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이다."라는 사실만 가지고, 그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참신한 발상에 아이들이 빠져들 만하다고 생각됐다.

왜장을 끌어안고 죽은 우리의 '논개'와 상관없이, 논바닥에서 뒹굴었다는 이유만으로 '논개'라 이름 붙여진 찜질방 개가 그들의 언어와 인간언어를 이해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주인들이 약수터에 오를 때, 대기 장소에 묶여 자기들만의 언어로 애국조회를 한다. 바로 개들의 학교를 만들고, 그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 하며 서로 소통한다. 개들의 이름도 재미있다. 논개를 비롯한 한말, 장비, 은비 그리고 목에 이상한 우주복을 입은 라이카가 나온다.

만화영화에서 본 우주선에 태워졌던 개 '라이카'가 멍청한 과학자들 생각처럼, 연료가 떨어졌을 때 사료 대신 나온 영원히 잠드는 약을 먹지 않고 지구로 돌아와 과학자들을 피해 숨어살 거라는 논개의 말에 개들은 동의한다. 그리고 리어카 할머니의 개가 목둘레에 이상한 우주복을 입고 나타나자 그 개를 우주견 '라이카'라 부른다.


우주견의 새로운 신화를 쓸 '라이카'를 중심으로 그 주인 리어카 할머니의 인간소외를 이야기 한다. 등산을 좋아하던 아들 동훈의 죽음 이후, 그 아들이 키우던 개를 데려와 동훈이라 부르며 리어카에서 동거하는 할머니의 외로움이 가슴 아프다. 된장국만 준다고 된장할머니라 부르는 논개의 찜질방 주인 할머니의 따뜻한 배려에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리어카할머니가 소망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라이카가 늙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자, 마을 개들이 나서서 리어카 할머니의 종이 수집을 도와주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개들이 바라보는 인간 모습이 개만도 못하다고 여겨질 때, 사람이 화를 내야할지 개들이 화를 내야할지 정말 알쏭달쏭하다.


동네 개들이 단체로 피부병에 걸려 동물병원을 찾는다. 피부에 바른 연고를 핥아먹지 못하도록 목둘레에 고깔을 씌운다. 우주견이라 부른 라이카의 우주복이 바로 이 고깔이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유쾌하게 웃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 노인들이 말동무로 키우는 개. 사람끼리 소통하지 못하고 애완견에 사랑을 쏟는 세태를 보면서, 그 사랑이 사람끼리 소통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라이카를 우주선에 태워 보낸 그 계획이 정말 한심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이, 어린 독자에게 생명존중으로 소통된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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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 작은도서관 5
손호경 글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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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 똥구멍이라니?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흥미롭게 읽었다. 제1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더구나 우포늪이 작가의 고향인 경남 창녕의 세계적인 습지보호구역이라니, 그곳을 누비며 자랐을 성장기의 환경이 부럽기까지 했다.

펼쳐지는 내용에 따라 섬세하게 그려진 습지의 생물을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 설명에 감탄을 연발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삽화까지 그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손호경님께 존경의 마음까지 담으며 남자일거라 생각했는데, 작가 인터뷰를 보니 어허~~ 여자 분이었다. ㅎㅎ 왜, 호경이란 이름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혼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포늪을 살아있는 공룡으로 인식하는 푸름이와 누리의 우포늪에 도시 아이 선호가 끼어들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독자의 성장기를 떠오르게 한다. 자기의 우포늪을 나눠 갖기 싫어하는 푸름이의 마음도 이해된다. 어린시절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 겪었을 것이기에...... 햄버거에 자존심을 팔겠냐며 오기를 부리는 푸름이에게 박수를 치고 싶었다. '녀석, 제법이야!'

우포늪에서 나고 자란 푸름이와 누리는 자연스레 이름과 생태를 알지만, 모든 걸 백과사전이나 인테넷으로 배우는 선호는 우포늪의 환경이 신비하고 경이롭다. 마루네 장수(수탉)와 푸름이네 포송이(거위), 청실이(청둥오리)가 벌이는 사건이나 생태도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우포늪을 보호하려는 선호아버지를 비롯한 환경지킴이들과, 현실적인 생계의 문제가 달린 마을주민들의 대립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호하는 지혜를 찾아내야만 한다. 환경이란 바로 고리이고 사슬이기에 어떤 고리 하나만 끊어져도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 공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밀렵군의 총에 날개를 다쳐 무리와 떨어진 청실이에게 날기 연습을 시켜 철새의 본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푸름이가 기특하다. 알을 품어 부화시킨 포송이를 통해 모성본능도 잠시 일깨워준다. 아빠와 떨어져 사는 푸름이와 장애를 가진 누리의 가족사랑과 우정이 잔잔하지만 가슴 뻐근하게 느껴졌다.


공룡 똥구멍이 방귀를 뀔 거라고 기다리는 동심엔 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런 순수한 마음이 내게도 있었다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포도서리 하다가 벌에 쏘여 덕지덕지 된장을 바르고 원두막에서 잠든 악동들의 모습이 떠올라 유쾌하게 웃었다. 우리에겐 일상이었던 이런 추억을 가질 수 없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 모든 게 풍요로운 듯하지만 자연의 혜택이나 원시적인 환경에선 점차 멀어져 간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젠 책이나 영상으로만 보고 배우게 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 성장환경을 바탕으로 멋진 작품을 쓰신 손호경님과, 푸른문학상으로 훌륭한 작품을 발굴한 푸른책들에 고마움을 느낀다. 2003년 작에 이제야 감사한다는 말이 너무 민망한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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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네로 동화 보물창고 13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김지영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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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의 금요일을 악의 날로 여긴다는 이탈리아, 천둥번개 치는 그 날 검은 고양이 네로가 태어났다. 네로(검둥이)는 출생에 걸맞게 강력한 카리스마로 주변을 장악한다. 상대를 어떻게 공격하고 제압하는지, 본능적으로 탁월한 녀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은 것은 마치 점묘화 처럼 느껴지는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 때문이다. 한컷 한컷 보여주는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이, 네로의 행각을 부드럽게 느끼도록 독자의 시선을 누그러뜨린다. 네로, 이 녀석. 그림 덕을 톡톡히 보는 줄 알아라!

네로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어미에게 존경을 표하거나, 따뜻한 정으로 로자를 대하는 태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이웃의 동물들이 네로의 악행을 고발하고 비난해도, 어미 눈에는 모두가 똑같은 자식이라는 말에 끄덕일 수밖에 없다.


갑갑한 농촌생활에 싫증나고 좋은 먹이에 유혹을 느끼던 네로는, 더 넓은 세상에서 맘껏 활개치고 싶어, 로베르트와 이졸데 부부를 따라 독일로 가게 된다. 물론 사팔뜨기 동생 로자와 함께...... 독일에서도 단시일에 주변을 장악하고 대장이 된다. 때론 약자를 도와 건방진 녀석을 혼내는 의리의 지도자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또 사랑하는 짝을 만나 삶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며 행복한 데이트도 한다.


따뜻한 털색의 온순한 로자는 검은 털의 네로와 대비되어 부드러운 역할을 한다. 그 로자가 죽었을 때, 외로움과 슬픔에 빠진 네로를 이졸데 부부는 고향으로 데려온다. 고향에 돌아온 네로는 다시 떠날 생각이 없다. 귀소본능은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일까? 고향에 돌아온 네로를 조건 없이 받아 준 넉넉한 고향의 품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네로는 행복하다.


네로가 고향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게 된 건 다행이다. 그러나 네로를 내세운 작가에겐 할 말이 많다.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해 창조한 캐릭터지만, 어미닭 카밀라에게 삶은 달걀을 먹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내가 엄마라서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로베르트와 이졸데에게 네로가 하는 말들도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남성 우월주의에 빠진 듯한 대사는 영 신경을 건드렸다. 물론 그동안 무엇이든 제멋대로 한 인간에 대한 동물의 비난이라면 그것도 부족하겠지만......여자를 우습게 인식한 작가 의도라면 개운치가 않다.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인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에 젖어들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이것을 비평하는 어린이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네로의 도전정신과,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에너지, 로자를 대하는 네로의 따뜻함은 인간이 갖춰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고양이 네로를 통해 우리 인간에게 하고 싶은 작가의 뜻을 제대로 읽어냈는지 모르지만, 맘이 끌리는 대로 살아간 네로의 삶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리고, 달빛에 고양이들이 모인 장면은 압권이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이나, 없는 곳에선 할말 다 하면서 정작 본인이 나타나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마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긴 사람의 눈으로 바라 본 동물세상이니 무엇이 다르겠는가!  네로와 등장하는 동물들이 내 모습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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