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ㅣ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에는 각각 15편 이상씩 94명이 보내 온 1,930여 편의 동시에서 다섯 명의 시인이 선정되었단다. 나는 이런 걸 볼때마다 응모를 해봐야지 마음만 먹지, 한번도 실행하지 못하는데... 동시를 쓰고 문학상에 응모하는 이들이 많아서 놀랐다. 이 동시집은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한 이장근, 이정인, 김현숙, 안오일, 오지연의 동시 60편이 5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네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 경이롭다.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 아이들 마음을 엿보며 잃어버린 동심을 회복시키는 작품들, 아이들이 내 이야기처럼 공감할 작품도 많다. 2층부터 15층을 업고 있는 1층인 우리집에 자부심을 느끼는 <힘센층>. 밖에서 걱정없이 일할 수 있게 아이들을 돌봐 주신 장모님께 '대상'을 바친다는 <가족대상>. 숙제 다 할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형을 기다리느라 거실에 갇혀 버린 동생을 그린 <방에 갇혀 버린 날>. 혼자 앞서가는 일등 개미를 보며 일등도 심심하겠다는 <혼자 가는 개미에게> 등 어린이 독자와 선생님과 부모님이 봐도 끄덕일 동시들이 반갑다.
솔직히 표제작인 <빵점 아빠 백점 엄마>는 속없는 아빠 모습에 짜증났다. 대체 남편들은 언제나 철들려나? 요렇게 살다간 늙어서 마누라한테 따뜻한 밥 못 얻어먹지 싶다.ㅋㅋ
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이정인-
엄마가 편찮으셔서
오랜만에 가게 문을 닫은 날
엄마가 흰죽을 쑤고
후륵후륵 아빠는 드시고
엄마가 핼쑥한 얼굴로
보글보글 육개장을 끓이고
아빠는 쩝쩝 한 대접이나 드시고
"설거지는 조금 있다 내가 할 테니
건드리지 말고 푹 쉬어요!"
뻥뻥 큰소리치고는
쿨쿨 푸푸 낮잠 주무시는 아빠
코고는 아빠 보며
피식 웃다가
수화기 살짝 내려놓고 걸레질하는 엄마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는 나
엄마가 편찮으신 건지
아빠가 편찬으신 건지
평범한 가족들이 엮어내는 알콩달콩한 일상과 속 깊은 어른들의 사랑,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과 환경문제도 짚어내는 시인의 마음.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시인은 시력이 좋은 걸까, 마음이 넓은 걸까? 시를 읽을 때마다 자극을 받지만,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서 새로움을 건져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만나는 자연을 <터진다>는 낱말로 재치있게 잡아낸 시인의 센스에 감탄했다.
터진다 -김현숙-
개나리 꽃망울
터진다
감나무에 새잎
터진다
개구리 입
터진다
놀이동산에 팝콘
터진다
아이들 웃음
터진다
남에서
북으로
봄. 봄. 봄.
터진다
엄마한테 동생 낳아 준다는 확답을 받아오는 숙제를 해 온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어려운 숙제>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사회적인 문제도 짚어내고, 공부도 그리기도 운동도 못하는 내가 아주 작게 느껴지지만, 세계 지도를 한눈에 보고 있는 내 존재를 확인하는 <대단한 나>는 자존감이 무엇인지도 알게 한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고향 찾을 일 없을 거라고 뒷산에 과일나무를 심어 놓은 할머니 마음을 담아낸 <과일나무가 부른다>. 이 웬수야, 하면서도 간식 만들어 주던 엄마를 생각하는 <웬수들>과 <소파가 된 엄마>와 <김치 담그는 날> 등 엄마라서 더 공감되는 시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