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ㅣ 어린이를 위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1
한비야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어른 책을 어린이 용으로 눈높이를 낮춰 출판하는 행태를 곱게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고 긍정적으로 보게 했다. 왜냐면, 이 책을 읽고 나면 리뷰 제목처럼 하게 될 것이라 믿기에...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실천한다!"
2006년 6월, 초등학부모독서회에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토론하면서, 10여명의 회원들이 즉석 모금으로 57,000원을 거출하여 월드비전에 후원을 했었다. 그때 우리집은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라 큰딸은 고등학교에서 학비지원을 신청했는데, 다행히 s장학금 대상자로 선발되어 졸업까지 운영지원비와 학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세상은 정말 함께 사는 세상이구나,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는 말을 절절히 깨달았고, 우리가 혜택을 받은만큼 누군가에게 우리도 사랑의 빚을 갚아야겠다 생각하고,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 하나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사진에 보이는 다섯 살 우간다 소년은 이제 2학년이 되었다. 가장 어려울 때에 후원을 실천하게 된 건 순전히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었기 때문이다.
한비야 언니는 어린이를 위한 책 맨 뒤편에 본인이 후원하는 세 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가 세계의 구호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소득에서 후원하는 일을 지속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멘토로 인정받고 존경받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실천하지 않는 말은 감동과 존경을 불러오지 못한다. 그녀의 세 딸들은 각각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몽골에 산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과 말라위와 잠비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와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무관심하거나 남의 나라 일이라고 모른 척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세계가 지구'촌' 시대를 넘어 지구'집'이라 부르는 한비야 언니의 말을 실감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저 먼지가 모두 밀가루였으면 하고 바라는 식량부족의 그 절심함이 우리의 현실이 될수도 있고, 우리가 함부로 쓰고 버리는 물이 부족한 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것처럼, 에이즈로부터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절대 남의 일이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세계의 어린이가 잘 먹고 입고 배우며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지구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부터 1990년까지 들어온 해외 원조 총액이 25조 원이나 되는 수혜국이었다. 어떤 외국기자는 "35년간 일본 식민지에, 남북 간 이념 대립에, 이제는 전쟁까지 하고 있는 한국이 제 발로 서기를 바라느니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바라겠다"라고 기사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운 나라로, 1991년부터 해외 원조를 끊고 우리 돈을 모아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월드비전 내에서 수혜국에서 지원으로 바뀐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던 나라였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면,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바뀐 유일한 나라라는 점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 지원을 받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도 월드비전의 지원을 통해 자립하고 머지않아 지원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나쁘지 않으리라. 지금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면 어떻게 도움을 줘야 되는지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지금 세계 구석구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어보자. 그리고 알았다면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궁리해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면 바로 실천함에 주저하지 말자.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실천하는 건 당연한 순서니까. 또한 이 책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부르카, 차도르, 히잡, 니캅의 차이가 무엇이고 어느 나라에서 주로 입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유익한 정보다. 특히 에이즈에 걸린 엄마가 출산 직전에 항바이러스 주사를 맞으면 아기는 괜찮다는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이렇게 올바른 정보만 가져도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하거나 무시하는 촌스런 짓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고 싶은 어린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필독도서다. 또한 세계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기에 그들의 현실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니까. 한비야 언니와 같은 열정의 멘토가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더 멀리, 너 높이 날아 보세요. 두 날개를 활짝 펴고서! 온 세상이 전부 여러분의 무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