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되는 세계 명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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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되는 세계 명화, 대한민국 학부모 마인드를 정확히 짚은 제목이다.
공부에 관계된다면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집에도 미술 감상 책들이 꽤 있어 많은 부분이 겹치는데도 거부하지 못했다.
그릴 줄은 몰라도 명화감상을 즐기는 내겐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28명의 화가들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대순으로 미술사적 특징과 이론을 소개하며 명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에게 명화를 보여 주면 좋은 이유 다섯 가지를 꼽았다.
1. 명화감상은 상상력의 영혼과 교감하는 것이다.
2. 많이 자주 접할수록 좋다.
3. 알고 보면 더 잘 보인다.
4. 시대에 따라 그림도 달라진다.
5. 상상력과 창의력을 여는 공부가 된다.

글밥이 많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없고, 양면에 담긴 명화는 눈을 호사시킨다.
간결한 화가 소개, 시대적 배경과 작품 해설, 꼭 알아야 할 용어와 미술기법을 설명하며
유럽 회화의 아버지 '조토'부터 명화감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 테투리에 담긴 글은 미술 학습서로 톡톡히 한몫 한다.
미술사 뿐 아니라 세계사 공부에 빠지지 않는 르네상스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석회를 벽에 바른 다음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색칠하는 프레스코 기법,
달걀의 노른자와 아교를 섞어서 만든 불투명한 물감으로 그린 템페라,
원근법, 다빈치가 즐겨 쓴 스푸마토 기법 등 작품과 관련된 기법이나 에피소드를 설명한다.

르네상스 최초의 누드화였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으로부터 인체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벗은 몸으로 그림에 등장할 수 있는 건 신이나 신화 속의 인물 같은 상상의 인물만 가능했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퀴즈를 내도 좋다.
<모나리자>는 왜 눈썹이 없을까?

그림은 쉽게 완성되지 않아 3년이 흘렀고, 눈썹만 남겨 놓은 채 가족여행을 떠난
모델이었던 조콘도 부인이 여행 중 사망해서 그릴 수 없었다는...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는,
목과 눈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고된 작업을 하는 스승에게
"누가 안다고 그렇게 혼신을 다하십니까? 천장이라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라고 제자가 말하자
"내가 알고 있네!"
라고 대답했다니, 진정한 프로였고 장인이었던 미켈란젤로에게 감동 먹었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 <최후의 심판>이 공개되었을 때, 왜 로마 사람들은 크게 웃었을까?
미켈란젤로는 자신과 사이가 나빴던 의전관 비아조 다체세나를 뱀에 칭칭 감긴 흉한 모습으로 지옥 한 구석(오른쪽 아래)에 그려 놓았기 때문에...
체세나가 울면서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서 빼 줄 것을 교황에게 애원했지만, 자신을 지옥에서 구원하는데 실패했다고 한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그림에 등장하는 고대 철학자들이 누구인지 맞춰보는 것도 재밌다.
라파엘로는 자신이 존경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본 떠 그렸는데,
플라톤은 다빈치의 얼굴을, 유클리드는 건축가 브라만테의 얼굴을
헤라클레이토스는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한다.
라파엘로 자신도 오른쪽 아래 구석에 검은 모자를 쓴 모습으로 숨어 있고...
이런 사실들을 발견하는 건 이 책을 보는 깨알같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 덕분에 각인된 피터르 브뢰겔의 작품도 두 편이나 실렸다.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바벨탑>과 100여개에 이르는 네널란드의 속담을 담았다는 <네덜란드 속담>이다. 진중권의 해석을 떠올리면 보는 재미가 더한다.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그림도 세 편 실렸다.
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그림을 보고 그 아래서 파트라슈를 끌어안고 숨을 거둔 네로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나도 네로처럼 루벤스 그림을 보고 싶다.
루벤스는 최초로 공방을 운영한 화가로, 제자들의 뛰어난 작품에 직접 마무리하여 자기 이름을 썼단다. 그래서 일생동안 그가 남긴 300여점의 작품은 그가 다 그린 게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그의 손을 '거쳐' 간 작품이라고...

고야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가 스페인 민중을 학살한 사건을 <1808년 5월 2일>과 <1808년 5월 3일>이라는 제목의 두 작품을 남겼다는데, 1808년 5월 2일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바르비종파로 불린 밀레는 바구니에 담긴 죽은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부부를 그렸었는데, 너무 우울할 것을 염려한 친구의 충고로 바구니에 아기 대신 감자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돈을 낸 사람들의 단체 초상화를 그린 렘브란트의 <야경>엔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려져 있어 비난을 받았고, 그 이후 명성을 잃게 되었다는데... 렘브란트는 단지 돈을 주는 사람들의 마음에만 드는 그림이 아닌 진정한 예술작품을 그렸던 것. 예술이냐 돈이냐의 문제는 시대를 초월해 토론하게 만드는 명제인 것은 분명하다.


초상화의 지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가족 모습은 한장의 사진 같다. 라헐 판 코헤이는 이 그림에 담긴 개를 모티브로 <바르톨로매는 개가 아니다>라는 감동적인 소설을 썼다.


수많은 명화를 포토리뷰에 다 올릴 수는 없지만, 이 책에는 우리 눈에 익숙한 명화와 낯선 그림도 많다. 공부가 되는 명화감상 책답게 화가에 대한 정보와 미술사조의 특징 및 흐름과 미술기법을 설명하고 숨겨진 이야기도 들려주는 재미나는 책이다.

그림 한 장의 힘은 문학과 영화와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영감을 주는 또 하나의 마법으로 읽힌다. 한번에 좌르르 보지 말고, 한장 한장 꼭꼭 씹어가며 감상하면 더 좋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명화 사랑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책으로 그 역할에 충실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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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2011-02-1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너무 현실적인 이 시대의 부모 맞나봐요. 바로 땡스를 눌렀답니다.^^
사실 그림책(?)은 제가 더 좋아라하지만요. 명화집이 두어권 있는데 막상 사들고 보면 뭔가 부족하다 싶더라구요.
작가별로 된 명화집은 너무나 유명한 몇 명의 것만 있어서 아쉽구요.
제가 잘 몰라서 있어도 못 찾고 있나봐요.ㅠㅠ

순오기 2011-02-16 04:0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보기 좋게 미술 이론과 화가와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아요.
이 시대의 학부모, 공부에 좋다면 거부할 수 없지요.^^

2011-02-16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2-16 04:01   좋아요 0 | URL
님 서재에 댓글 남겼어요.^^

마녀고양이 2011-02-1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이쁜데요, 큼직한 컬러 명화 사진이 화악 끌려요.
그런데 제목이 제 컴플렉스를 건드리네요... 으, <공부가 되는> 이라. ㅠㅠ

공부가 되는에 끌리는 것도, 거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모두 좀 이상한걸까요?

순오기 2011-02-17 22:10   좋아요 0 | URL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제목 때문에 책이 팔릴 거 같아요.^^

같은하늘 2011-02-2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예전에 구입해 놓고 리뷰 쓰려다 시간을 놓쳤네요. 아깝다.ㅎㅎ
요즘 집문제로 일이 많아서 마음이 복잡해요.

순오기 2011-02-23 03:35   좋아요 0 | URL
어~ 이거 구입했단 페이퍼는 본 거 같은데 포토리뷰는 못 썼군요.ㅜㅜ
집문제라니 이사를 계획중인가...

똑순이 2011-03-2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잘 일고 갑니다 ~ ^^

순오기 2011-03-28 00:21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