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찾아가는 서울 600년 이야기 산하어린이 153
김근태 지음, 서명자 그림 / 산하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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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에 나온 저자의 같은 책을 달라진대로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하철과 시내버스로 찾아 다닐 수 있도록 상세히 안내한 개정판이다. 서울을 중부, 동부, 북부, 서부, 남부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 설화 여행을 다닐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특별시민이 아니라 가보지 않은 낯선 동네는 아무리 지리를 설명해줘도 감이 안 잡힌다. 게다가 남아 있던 흔적이란 게 거의 '000터'라는 표지석이 대부분이라 황당하고 안타까웠다. 우리의 문화재 보존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우매한 수준이 심히 부끄러웠고, 순우리말 지명을 한자어로 바꿔 부르면서 잘못 된 것도 있고, 일제강점기에 엉뚱한 한자말로 바뀐 것들을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게 속상했다.ㅠㅜ  

구판으로 10년도 전 쯤, 큰딸이 초등학생일 때 읽었던 책인데도, 다 잊어버려서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ㅋㅋ 초등학교 때 읽었던 큰딸이 초등교사로 현장에 섰을때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 서평단 신청에 손을 번쩍 들었는데 다행히 뽑혔다. 좌르르 읽어버리면 잘 생각나지 않을까 봐 관심있는 우선 순위로 찾아 읽었더니 한주일 내내 씨름했다. 서울을 잘 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주말이나 휴일에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다니면 좋을 것 같다.   

1750년대의 한양 도성도와 서울시 권역별 안내지도와 단위별 지도를 싣고 있어 좋다.  




채제공에 얽힌 돈의동 이야기와 계유정난에 뿌려진 피를 덮기 위해 재를 뿌렸다는 재동을 시작으로, 우리가 잘 아는 왕십리와 무학대사 이야기, 선농단과 수표교, 세검정과 압구정 이야기를 비롯해 무궁무진한 설화가 역사와 맞물려 펼쳐진다. 대안문이 대한문으로 불리게 된 이유가 배정자와 관계되었다는 것과, 금덩이를 얻은 형제가 마음에 생기는 욕심과 시기 때문에 강물에 금덩이를 던졌다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봇 들어 하노라~ ' 시조를 읊은 이조년 형제의 실화라는 건 새로운 발견이다. 설화와 관계된 삽화와 유적 사진도 실었고 현재 모습 사진도 도움이 된다. 



초등 고학년들이 역사를 배우며 관련된 부분을 찾아 읽고, 현장을 찾아다니면 유익한 공부가 될 것 같다. 교과와 연계한 학습서로 톡톡히 한 몫을 할 책이다. 책 말미엔 서울시와 25개 구청의 홈페이지 및 교통안내, 궁궐과 왕릉, 주요박물관과 미술관이나 극장, 공원과 유원지 사이트를 수록했고, 서울시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사인트와 지하철노선도까지 안내했다. 지방 사람도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충분히 찾아 다닐 수 있으니 서울갈 일이 있거나 방학에 큰 맘 먹고 현장학습을 떠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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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2-1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울을 좀 아는 사람 아니면 좀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바로 감이 안 와서요. 그죠?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도가 좀더 많았으면 싶더라구요.
저는 그나마 살아봐서 그리 낯설지는 않았어요.

순오기 2009-02-15 15:48   좋아요 0 | URL
서울이라고 아는데가 몇 군데 없어서 읽어도 감이 안 잡혀요.ㅜㅜ
하여간 발로 찾아다녀야 제대로 알 수 있을 듯...

꿈꾸는섬 2009-02-16 00:2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말씀대로 발로 찾아봐야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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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은 생태계의 질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온갖 동물들의 호텔이 되어주는 사구아로 선인장은 미국 남부의 사막과 멕시코 북부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키 20미터, 무게 8천 킬로그램에 수명이 200년이나 되는 거대한 사구아로 선인장의 일생을 다룬 그림책이다.

예쁜 그림을 곁들여 펼쳐지는 이야기를 초등 1,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동화로 들려주면 눈빛을 반짝이며 빠져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막에 사구아로 선인장 씨앗 하나가 떨어져 사막을 아름다운 선인장 숲으로 바꿔가는 생명의 신비를 알게 한다. 자기 종족 보존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보존까지 가능케 하는 철학 이야기로 새겨진다.



환경문제와 생명체의 최대목표인 종족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른들은 이런 이유로 좋은 책으로 손꼽지만, 실제 어린이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주제의 무거움에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저학년도 좋지만 고학년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그러나 그림책이라 실제 저학년 아이들이 많이 접한다. 그래서 저학년에게 읽어줄때는 선인장의 성장을 강조하여, 다섯살 어린이만큼, 엄마 키 두배만큼, 아빠 키 세배 만큼...... 오버하듯 읽어주었고, 고학년에겐 생태계의 순환과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주제로 접근하도록 도와 주었다. 




이 책을 읽고, '사구아로 선인장'과 '팔로버드 나무'를 알게 되어 참 좋았다. 사구아로 씨앗 하나가 사막을 선인장 숲으로 만든 자연의 신비와 경외를 느낀 멋진 책이다. 책 뒤에 '사구아로 선인장'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 학습에도 좋다.^^



우리 아이가 6학년 때 독서록에 했던 만화로 그린 독후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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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2-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후활동지까지 있으니 참고가 많이 되어요.^^

순오기 2009-02-09 13:02   좋아요 0 | URL
요걸 그렸던 녀석이 내일 중학교 졸업합니다.^^
지금은 고등학교 배치고사 보러 갔어요~

마노아 2009-02-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주의 그림이군요. 와, 저걸 다 보관하고 계신 순오기님 대단해요!

순오기 2009-02-09 14:1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쓴 일기, 독서록, 방송기록장, 한자공책은 보관하고 있어요.
좋은 자료가 되고 아이들의 추억이 되니까요.^^

2009-02-09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0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0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양장)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러미스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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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글, 어느 날 e메일로 날아 온 글을 누군가에게 전하면서 세계가 알게 된 이야기란다. 일본인이 정리한 글이 영문과 같이 실렸다. 63억의 인구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켜 실감나고, 그 숫자의 비율을 크레파스 색칠로 단순하게 구분해서 확실히 인식시킨다. 보통은 수의 단위가 높아질수록 가늠하기 어려운데, 이런 친절한 안내서라면 초등생을 위해서도 좋을 책이다. 이 책은 긴 말이 필요없을 듯하여 책 내용을 대략 소개한다.  

63억의 인구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키면
52명은 여자이고 48명은 남자입니다.
30명은 아이들이고 70명이 어른들입니다.
어르들 가운데 7명은 노인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이고 10명은 동성애자입니다.
70명은 유색인종이고 30명이 백인입니다.
61명은 아시아 사람이고 13명이 아프리카 사람
12명이 유럽사람, 나버지 1명은 남태평야 지역 사람입니다.


종교와 언어에 대해서도 쉽게 알려 준다.
별의별 사람이 다 모여사는 마을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일,
무엇보다 이런 일들을 안다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이고 15명은 비만입니다.
이 마을의 모든 부 중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미국사람입니다.
74명이 39%를  20명이 겨우 2%를 나눠가졌습니다.
이 마을의 모든 에너지 중
20명이 80%를 사용하고 있고 80명이 20%를 나누어 쓰고 있습니다.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집이 있지만 25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이쯤되면 이 짧은 글 속에 담긴 진실을 보며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잘 사는, 혹은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더불어 불편함이 공존하게 된다.  

자가용을 소유한 자는 100명 중 7명 안에 드는 사람입니다.
마을 사람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으며 14명은 글도 읽지 못합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괴롭힘이나 체포와 고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48명보다 축복받았습니다. 
1년 동안 마을에서는 1명이 죽습니다.
그러나 2명의 아기가 태어나므로 내년엔 101명으로 늘어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목요연하게 수치로 나타낸 짧은 글이 가슴에 콕 박힌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자부하기에 앞서, 이렇게 많은 것을 누려도 되는지 미안함이 든다. 상위 1%의 사람들이 보면 나는 인간처럼 사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현재 내가 가진 것과 누리는 것에 감사하며 살련다. 이 책은 우리가 먼저 사랑하고 우리를 갈라놓는 비열한 힘으로부터 이 마을을 구하라고 당부한다.  

우린 정말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생각이 정리되면 무언가 실천해야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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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아 봐요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4-27 22:26 
    원제 " If the World were a Village of 100 People" 의 다른 버전이다. 같은 내용을 제목만 다르게 혹은 그림을 조금씩 다르게 출판했다. 먼저 읽고 리뷰를 올렸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보다 화려한 그림이 있어 아이들이 보기엔 좋을 것 같지만, 책은 커도 쪽수가 적어서 한 페이지에 글밥이 많다. 고학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지만 두 가지를 비교해 판단하면 좋을 듯. 물론 두 책이 내
 
 
시비돌이 2009-01-20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안되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순오기 2009-01-20 16:16   좋아요 0 | URL
그러죠~ 이대로 살아선 안되겠죠~~ 어떻게는 각자가 찾아야죠.^^
저어기 그들도 좀 찾으면 쓰겄는데~ ㅠㅠ

희망찬샘 2009-01-20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퍼센테이지군요. 아이들에게 읽어 보도록 하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인데요. 한 권 사야겠네요. 리뷰가 모든 것을 다 정리해 주네요.

순오기 2009-01-20 16:16   좋아요 0 | URL
고학년들에게 추천할 책이지요. 세실님의 13줄 리뷰 도서에 들어 있던 책이라 중고샵에 나온 걸 얼른 건졌어요.^^

행복희망꿈 2009-01-2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정리를 하고보니, 정말 생각할 일들이 많아지네요.
요즘은 너무나 많은것을 누리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아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을 반성하며 무엇인가를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순오기님은 참 다양한 책을 읽으시는것 같아요.
이렇게 리뷰를 읽으면 새로운 책을 접할수 있어서 좋네요.

순오기 2009-01-20 16:17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덕분에 다양한 책을 보려고 노력은 하지요.^^

쟈니 2009-01-2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명은 영양실조. 80명이 에너지의 20%를 사용,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아침에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나니, 더 생각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

순오기 2009-01-20 16:18   좋아요 0 | URL
저는 비만 1단계 판정을 받은 몸이라 더더욱 미안하고 죄스럽다구요.ㅜㅜ
조금이라도 나누면 제 맘이 좀 편할 듯...

혜덕화 2009-01-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를 갈라 놓는 비열한 힘은 외부로부터도 오겠지만, 부를 바라고 희망하는 우리 자신 속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을 위해 보이는 외부적인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깨어 있는 생각도 한 몫을 하겠지요.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니 이런 좋은 책을 읽고 무언가 마음을 움직이는 생각이 있다면, 행동도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리뷰 읽고 갑니다.

순오기 2009-01-20 16: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가 모두 잘 먹고 잘 살기 바라는 욕망이 없다곤 못하죠. 아이들에게도 그런 삶을 요구하고요.ㅜㅜ 깨어있는 마음이 행동으로 실천해야겠죠.

메르헨 2009-01-2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대하면...아뜨거라...하지요.
애써 피하고자하는 진실들...
보는것에 만족치 말고 반성치만 말고 행동이 필요한 때 입니다.
아...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발로 가는 길이 가장 멉니다...

순오기 2009-01-21 00: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애써 모른척 하고 싶은 진실들~ 하지만 외면하면 안되겠지요.
함께 사는 세상~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죠.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실천해 간다면 모두 살만한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죠.

BRINY 2009-01-2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정산을 또래 직장동료들과 비교하다 기부금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이거 다 적금 부었으면...했지만, 역시 그거라도 해야 제 양심이 편해지네요. 그거라도 해야...

순오기 2009-01-24 21:38   좋아요 0 | URL
우린 연말정산 대상이 아니라서 년간 소득에 비해 엄청난 세금을 물고 있어요.ㅜㅜ 나눔을 실천하는 것, 정말 내 양심이 편하자고 하는 일이라는 거 저도 동감해요.
 
라싸로 가는 길, 티베트 이야기 눈높이 그림상자 7
바바라 헬렌 버거 글 그림, 박향주 옮김 / 대교출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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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환상적인 그림이네요. 파스텔톤으로 그려낸 티베트 이야기. 2003년 출판인데 올라온 리뷰는 하나밖에 없네요. 한쪽에 한 줄 문장이라 4~6세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엔 시사하는 바가 심오한 철학서 같아서, 티벳이 어떤 나라인지 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국제 정세에도 관심 가질 고학년이 봐야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유치원 또래들이 봐서 안 될 것 없지요.^^ 

이 책은 외국에 사는 린포체에게 구전되는 우화를 듣고, 어린이 그림책으로 만들어 냈다고 하네요. 성스런 도시 라싸를 찾아가는 두 아이가 길을 묻는데, 환상인 듯 길가에 앉은 할머니가 들려준 대답은 서로 다르네요. 말을 탄 아이에게는 "아직 멀었단다. 깜깜한 밤에나 닿을 거야."  



야크를 모는 아이에게는 "아직 멀었단다. 그래도 어두워지기 전엔 닿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대답하네요. 왜, 같은 길을  두 아이에게 서로 다른 답을 했는지 독자들이 헤아려 봐야할 것 같아요. 



말을 탄 아이는 거침없이 달려나갔고, 야크를 몰고 가는 아이는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네요. 가파른 고갯길과 외나무 다리가 걸쳐진 위험한 길도, 눈보라 치는 길을 걸으며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하며 가는데, 말을 타고 간 아이가 길가에서 잠이 들었네요. 걸어가던 아이도 쉬고 싶었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닿으려면 쉴 수가 없지요.

 

한 발 한 발 쉬지 않고 걸어간 아이는, 드디어 해님이 마지막 햇살을 펼치며 넘어가려던 그 때, 굵고 낮은 나팔 소리를 들었어요. 땡땡땡 종소리도 들리고 둥둥둥 북소리도 들려 왔어요. 



아아~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걸어서 드디어 성스런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도착했어요!



해지기 전에 라싸에 닿겠다고 했던 할머니가 종을 흔들며 반겨주네요. 환상인 듯 실제인 듯한 이 할머니는 어째서 말탄 아이와 야크를 몰고 가는 아이에게 다른 대답을 했는지, 아이들과 토론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단순히 할머니의 선견지명이라고 하기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군요.



성스런 수도 라싸를 찾아가는 일도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쉬지 않고 걸여가야 당도하듯이 우리 인생길도 쉬지 말고 가야 겠죠.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 뿐 아니라 우리의 목표를 향해서도 꾸준히 포기하지 말고 가야 될 것 같아요. 말을 타고 가던 아이는 어차피 어두워야 도착한다니까 한 숨 자고 가기로 마음 먹었겠지요. 할머니의 대답은 우리에게도 들려주는 말이니까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향해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게 정도인 듯하네요. 그보다 먼저 내 인생의 라싸란 무엇인지를 찾는게 더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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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1-1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전엔가 라싸를 찍은 사진을 봤는데 거기도 관광지가 되면서 오염되어 있더라구요.

순오기 2009-01-13 00:21   좋아요 0 | URL
어디든 알려지면 사람들이 몰려 들어 다 오염시키고 망쳐 놓는 거 같아요.ㅜㅜ

꿈꾸는섬 2009-01-1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네요. 현준이가 읽기엔 조금 어려울 것 같죠?

순오기 2009-01-14 18:17   좋아요 0 | URL
환상 그 자체죠.^^ 글자는 한 줄이거나 많아야 두 줄이죠.
 
다리가 되렴 책읽는 가족 47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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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작품집 서른두 권 중 스물아홉 번째로 읽은 책이다. 이제 세 권만 읽으면 이금이 작가의 전작을 읽는 것이다. 음하하하~~ 이금이작가는 부지런히 도망가야겠다고 했고, 곧 새 책이 나올 모양이다.^^  

1984년 새벗 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된 이금이작가의 첫 장편동화집으로 1988년에 출판되었다. 초판은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였으나 개정판을 내면서 본래 제목인 '다리가 되렴'을 찾았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되었으니 5학년이던 동화속 은지가 서른 둘의 나이가 되었을 세월이다. 어쩌면 지금쯤 엄마가 되었거나 동화를 쓰는 또 한 사람의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이 책은 '다리'의 의미를 잘 살려낸다. 너와 나를 이어주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전쟁의 상처도 씻고 용서와 화해로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치밀하게 배치된 복선으로 자연스런 사건 전개와 억지스럽지 않은 마무리가 설득력을 갖는다. '동화는 위로와 희망이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철학과 소신에 걸맞게, 스스로 다리가 되어주는 아이들과 용서와 화해로 소통하는 마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아내를 잃고 휘청거렸던 은지 아빠는 갈뫼산 아래 안터말에 정착해 그림에 전념한다. 고모집에서 살던 은지는 아빠를 따라 전학 왔지만, 엄마 없는 아이로 놀림받았던 기억에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비오는 날 6학년인 윤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말을 트지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다. 윤철은 빨간지붕의 희망원에 사는 아이였고, 안터말과 희망원 아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없는 깊은 강이 흐른다. 아빠는 은지에게 안터말과 희망원 아이들을 이어줄 '다리가 되라'고 격려한다. 

어렵게 사귄 은지의 단짝인 순혜는 시골 마을이 답답해서 도시를 꿈꾸고, 은지는 순혜네 오래된 감나무가 부럽다. 감꽃목걸이를 꿰며 은지는 시골생활에 적응해가고, 아빠는 희망원 아이들에게 미술을 지도한다. 안터말 대장격인 경수와 용구, 민환, 순혜는 희망원 뽕나무밭 오디를 따 먹으러 가자고 의기투합하여 은지도 따라 나선다. 희망원 아이들이 뽕을 따고 누에를 치는 모습은, 내 유년기 추억의 한 장면 같다. 우리도 누에를 많이 쳤기에 학교 갔다오면 뽕밭으로 달려야 했다. 물론 뽕을 따며 주둥이가 시커매지도록 오디를 따먹는 건 노동의 보상이었다.^^  

6.25 때 부모와 자식을 잃고 떠났던 윤씨네는 정년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기와집 할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은지는 휘청거리는 할아버지 손을 꼭 잡아준다. 여름방학에 할아버지는 예절교실을 열어 아이들과 세대간에 다리를 놓는다. 우리가 꿈꾸던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마을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할아버지 선물을 사러 갔던 아이들은 시비 붙는 큰아이들과 싸움이 붙었다. 경수가 맞는 걸 보고 윤철은 주먹을 날리고, 희망원 아이는 나쁜아이라는 편견으로 경수아빠는 윤철을 경찰에 넘긴다. 어른들의 편견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윤철을 생각하며 가슴 아팠다. 해명하지 않은 경수도 비겁했고, 무서움에 떨기만 했던 순혜와 은지도 윤철에게 미안하다. 다행히 윤철은 잘못이 없으므로 곧바로 풀려나고 비겁했던 경수는 윤철에게 사과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마음의 다리를 놓는다.

아이들은 윤철이 돌보던 무덤가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그는 마침내 돌아온 기와집의 머슴이었던 순보. 마을 사람들에게 가족이 몰살당하자 떠났던 그는 왜 돌아왔을까? 이념과 사상이 뭔지도 모르고 휩쓸렸던 전쟁의 상처, 기와집 할아버지는 순보를 용서하고 품어안는다. 진정한 화해란 죄인이 용서를 구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곳곳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가 놓일 때, 은지아빠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은지는 기와집 할아버지가 손녀처럼 돌보고, 미국으로 입양가는 윤철은 편지하겠다는 약속을 남긴다. 서로서로 다리가 되는 따뜻한 결말은, 우리에게도 다리가 되어 주라고 당부하는 작가의 음성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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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1-0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작가와 부지런한 독자예요. 저도 책꽂이에 이금이 작가님 책 두 권이 날것으로 꽂혀 있네요. 만남이 기다려지는 작가예요. ^^

순오기 2009-01-07 16:56   좋아요 0 | URL
리뷰 쓰기 전에 읽은 책이 많아서 실제 리뷰는 많이 안 썼더라고요.^^

꿈꾸는섬 2009-01-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 작가님의 책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 순오기님에 비하면 읽은 것도 아니네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ㅎㅎ

순오기 2009-01-07 22:36   좋아요 0 | URL
팬들이 많이 있죠~ 따뜻한 결말이 좋더라고요.^^
이제 얇은 책 세 권 남았으니 도서관 가면 골라 와야죠.

무해한모리군 2009-01-0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우와 스물아홉권이나 읽으시다니 대단하세요 ^^
저도 분발해서 열심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도서관은 직장인은 영 이용하기가 어려워서 아쉬워요.
근처에 있으면 점심시간에라도 잠깐가서 빌려오면 좋을텐데요.

순오기 2009-01-09 15:32   좋아요 0 | URL
이금이작가 좋아하는 분들 많지요~ 작품마다 엄청난 판매부수가 증명하죠.^^
우리 지역도서관은 직장인을 위해 밤 10시까지 열던데요~
애들 졸업한 초등학교 도서실도 한달에 두번 가고, 지역도서관은 수업 끝나고 오는 길에 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