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 8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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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척전 ㅣ 재미있다! 우리 고전 20
장철문 지음, 김종민 그림, 조위한 원작 / 창비 / 2008년 11월
평점 :
창비의 '재미있다 ! 우리 고전'시리즈 스무 번째 '최척전'으로 시리즈가 완간되었다. 고전을 배울 때 제목만 듣고 안 읽어봐서 궁금했는데, 고학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술술 읽히고,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 고학년 도서다.
『최척전』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흩어졌다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실존 인물 최척과 옥영, 그 가족 이야기를 조위한(趙緯韓, 1567~1649)이 한문으로 쓴 소설이다. 조선과 중국, 일본, 안남(베트남), 요양(만주)에 이르는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당시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건져 올린 인물들의 삶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책소개 인용)
대개의 고전 소설이 그렇듯 이 책도 주인공이 기적적으로 살아나거나, 우연히 만난 사람과 얽히는 인과관계가 한계로 느껴지지만, 실존인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감동이 배가된다. 전쟁의 참화속에서 짓밟힌 백성들은, 꼭 만나야 할 가족이 있기에 희망을 품고 위로받았음을 알 수 있다. 조위한은 자신이 남원에 있을 때, 최척이 찾아와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전말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해 달라고 적어 두었다.
우리가 고전소설에서 옥영처럼 당찬 여성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옥영은 글공부하는 최척을 보고 반하여 먼저 쪽지를 건냈으니 어찌 조선시대 아녀자가 취할 도리라 하겠는가? 하지만 난 이런 여자가 좋다!^^
매실이 무르익어 떨어졌어요.
바구니에 주워 담으며
당신을 생각해요.
지금이 바로 말씀하실 때예요.
이렇게 주고 받은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들은, 우여곡절을 거쳐 백년가약으로 부부가 되었다. 그들은 함께 시를 읊고 퉁소를 불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부부의 사랑을 키워갔다.
그들은 정유(1597년)년 다시 쳐들어온 왜군을 피해, 옥영에게 남장을 시켜 마을 사람들과 지리산 깊숙이 숨었다. 여러 날이 지나 왜군의 동태를 살피고 식량을 구하러 몇 사람과 마을로 최척이 내려 온 후, 곧바로 지리산 연곡에 들이닥친 왜군에게 처참히 죽었다는 소식을 듣곤 망연자실하였다. 집도 불타고 가족의 흔적도 찾지 못한 최척은 명나라 장수의 천총(천 명의 병사를 거느린 하급 무관) 여유문 휘하에 들어갔다가, 죽은 자를 대신한 명나라 병사가 되어 요흥에 가서 살게 됐다.
한편 아들 몽석은 스님에게 구출돼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으나 최척과 옥영은 알지 못했다. 옥영은 왜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돈우의 눈에 들어 장삿배에 타게 되었고, 최척도 주우를 따라 배를 타고 장삿길에 나섰다. 어느 날 뱃전에서 퉁소를 불던 최척은 일본배에서 들려온 조선말로 읊는 시를 들었는데 바로 아내 옥영이 지은 시였다. 둘은 다시 만나 항주에서 살며 아들을 얻으니 몽선이었고, 혼기가 되어 홍도를 아내로 맞게 되었다. 후금의 세력에 눌린 명나라는 군사를 모았고, 최척은 서기로 발탁돼 전쟁터로 가게 되었다. 옥영은 고향으로 가지도 못하고 또 다시 생이별을 하게 되니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하였다.
명나라 진중으로 간 최척은 우여곡절을 거쳐 조선의 강홍립 부대의 병사로 포로가 되었다. 거기에 최척의 첫아들 몽석이 하급관리로 있었고, 둘은 함께 지내는 동안 친해져 살아온 얘기를 하다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둥켜 안고 우는 그들을 눈여겨 본 늙은 장수는 서로 마음을 트고 그들 부자를 놓아 주었다. 최척은 맏아들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최척은 등창이 악화되어 다 죽게 되었는데, 진위경이란 사람의 도움으로 낫게 되었다. 진위경은 바로 며느리 홍도의 아버지로 조선에 파병되었다가 도망쳐 숨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몽석은 아버지와 사돈을 잘 모시고 살면서, 명나라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을 생각하였다. 옥영은 둘째 아들 몽선과 며느리 홍도와 함께 죽을 각오로 무조건 고향으로 향했으나 난파되었다가 조선 보급선을 만나 순천까지 오게 되었다. 옥영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남원에 도착하였다. 모두 불탔으니 흔적이라도 보겠다고 찾은 고향에 버젓이 집이 있어 하룻밤 신세 지려고 들어갔더니 바로 남편 최척이 거기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얼싸안고 통곡했고, 홍도는 태어난지 두 달만에 헤어진 아버지 진위경을 만났으니 정말 하늘도 감동할 일이로다. 최척과 옥영은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 며느리와 함께 남원 서문 밖 옛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최척전은, 부처님의 자비에 감사하며 막을 내린다.
최척전은 조선을 배경으로 지어낸 영웅전이나 군담소설이 아니라, 최척과 옥영이라는 평범한 실존 인물의 삶이라는 데 그 의의와 가치가 크다. 전쟁으로 인한 시련속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온 가족의 만남은 감동스럽다. 서로 서로 도와가며 따뜻한 인간애로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사실은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리뷰에 인용된 구절과 사진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