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책표지의 김동성 그림에 한동안 마음을 주고 있다가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다. 어쩜 우리 한복을 이리도 곱게 그려 냈는지, 곧 흘러 넘칠 것 같은 눈물을 가득 담은 눈망울에 슬픔을 미리 예견하며 책읽기에 들어갔다. 세 편의 중,단편 담고 있는 꽃신은 참으로 슬프지만 아름다웠다. 역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3학년 이상 고학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에 나온 기묘사화와 조광조, 조선시대 보부상의 역할, 정약용이 어떤 분인지 스스로 공부하면 좋을 듯하다.

<꽃신>은 조광조를 살짝 거론하는 것으로 '기묘사화'를 배경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선예의 아버지 정대감이 역모로 잡혀갔다는 소식에 모처럼 나온 나들이의 즐거움을 깨어진다. 동화라는 장르에서 기묘사화 같은 정치사건을 다루긴 어려울 듯, 시대 배경으로만 쓰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양반집 딸 선예와 화전민 딸 달이의 우정으로 엮어간다. 아버지 소식을 알아보러 한양으로 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선예는 돌아올 어머니를 위해 절마당과 계단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운다. 어머니를 향한 효성과 그리움은 시대와 신분을 초월해 누구나 갖는 보편적 정서다. 나들이 길에 꼭 신고 가라고 주셨던 아버지의 꽃신을 간직하고 싶었지만,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천민의 차림이 필요했던 선예는 달이의 짚신과 바꾸게 된다. 선예를 질투하던 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도, 선예가 나흘간 절마당을 쓸었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곤 봄눈처럼 사그라진다. 달이는 마른 민들레 꽃을 넣고 삼은 짚신으로 꽃신을 대신해 선예에게 전한다. 찡한 감동으로 콧날이 시큰, 눈물이 퐁 솟았다. 꽃신은 장편으로 그렸어도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동성의 그림, 꽃신을 신은 선예와 민들레 꽃이 든 짚신을 받고 감동하는 선예의 그림은 한폭의 선녀 같다.

 

<방물고리>는 중편동화로 '보부상'을 소재로 삼았다. 어머니와 둘이 사는 덕님이는 부지런하고 착한 소녀다. 기침하는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주막집 일도 거들고 구정물을 얻어와 돼지도 키우는 살림꾼이다. 보부상 무리의 홍석이를 좋아해 얼굴 붉히는 순수함도 사랑스럽다. 철저한 신분사회로 남존여비가 투철하던 시대에도 굴하지 자기 삶을 개척한 여자들은 있었던 듯, 덕님이는 바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삶을 헤쳐 나간다. 덕님이가 마음을 주고 있는 열일곱 살 홍석이는 당찬 보부상으로 자랄 재목으로 행수의 눈에 들었고, 덕님이의 마음을 전해 듣곤 위험에 처할 때마다 도와 준다. 끝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제사를 이어받는다며 단 칸 집도 삼키려는 집안 오라버니를 피해, 몰래 돼지를 판 돈으로 방물고리를 장만한 덕님이는 보부상을 따라 나선다. 이후 홍석이와 잘 맺어졌을거란 행복한 그림도 그려본다.

<다홍치마>해남과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한 다산 선생을 모델로 취해 지어낸 이야기다. 귀양살이의 어려움은 마을 사람들이 받아주지 않는 것부터 시작된다. 가까이 하면 역병이라도 옮을 듯, 아이들조차도 돌을 던지며 함부로 한다. 그러나 숯을 파는 큰돌이는 글도 배우고 마마로 사경을 헤매는 동생을 위해 애써 주신 선비께 은혜를 입는다. 선비는 다시 역모에 휘말렸다며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큰돌이는 선비가 오두막을 비웠던 그 닷새가 자기집에서 동생을 돌보느라 그랬다는 걸 안다. 하지만 노비의 신분으로 도망쳐 산속에 숨어 사는 큰돌이의 부모에 해가 될까봐, 선비는 토설하지 않는다. 사람의 도리를 행하기 위해 섬으로 선비를 찾아간 큰돌이는, 선비가 아끼던 다홍치마의 내력을 듣고 감동을 먹는다. 아내가 보내준 다홍치마를 시집가는 딸에게 주기 위해 매화꽃이 만발한 가지 위에 새 두마리를 그려 넣은 아버지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꽃이 만발하니 열매도 많겠구나!" 시집간 딸 부부의 금슬과 아들 딸 많이 낳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사랑에 울컥한다. 

남에겐 하찮을지라도 자신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소중한 물건 하나를 사랑의 징표로 삼아,  이야기를 엮어낸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어떤 시대를 살아도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발견한 즐거운 독서였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들의 사연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댓글(5)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에 빛나는...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0-03 16:57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세책방과 필사쟁이, 전기수가 활동했던 조선 중기 이후를 배경으로 작가 이영서의 상상이 빚어낸 멋진 동화다. 게다가 김동성의 예쁜 그림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할 듯하다. 영화 천년학에서 보았음직한 정자 풍경은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 싶다. 미국살이에 한국 풍경이 그리울 후애님께 꼬옥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필사쟁이 아버지 덕에 글을 깨친 장이(이름이 '문장'이다
 
 
하늘바람 2009-03-1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림이 넘 이뻐요. 볼수록 곱지요.

순오기 2009-03-19 18:18   좋아요 0 | URL
김동성 화가 그림, 볼수록 맘에 들어요~ ^^

2009-03-19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9-03-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적인 사건이나 시대적 특징을 소재로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나서, 곱고도 아린 느낌이 오래오래 남았어요.

순오기 2009-03-22 07: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슬프다는 표현보다는 아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네요.^^
여운이 오래 남지요~
 
우리 삼촌은 앤디 워홀 - 바다어린이 그림책 2
제임스 워홀라 글 그림, 연진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현대 미술에 무지한 사람도 한때 떠들석한 뉴스가 됐던 삼성 싸모의 '행복한 눈물'이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미술품 구입 사건은 알 것이다. 덤으로 현대 미술에 귀동냥을 했다면 앤디 워홀을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가 아는 앤디 워홀은 실제 성 워홀라(Warhola)에서 a를 빼고 워홀로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앤디 워홀의 조카인 제임스 워홀라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쓰고 그린 앤디 워홀 삼촌 이야기다. 대단한 팝아트 앤디 워홀도 누군가의 삼촌이라는 사실은 독자에게도 친숙한 삼촌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백남준이란 팝아트 거장의 모국이라는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려 팝아트가 귀에 낯선 장르는 아니라는 건, 천만다행이다.^^ 

일곱 남매를 둔 제이미의 아버지는 앤디 워홀의 맏형으로 피츠버그에서 고물상을 한다. 제이미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을 하는 아버지라고 자랑한다. 아빠는 온갖 쓰레기 같은 고물에서 쓸만한 것을 모았다가 삼촌에게 갖다 준다. 워홀이 멋진 창작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형의 도움이 있었으니 제이미가 자랑할 만하다. ^^ 어릴 때 마당에 널려 있는 고물 속에서 자랐으니 아이들에겐 더할 수없이 좋은 놀이터였고, 잡동사니를 이리저리 꿰맞추는 모험은 짜릿한 흥분이었을 것 같다. 물론 엄마는 고물을 집안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늘 투덜투덜 잔소리를 했으니, 사람 사는 모습은 동서양이라고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ㅋㅋ 



아빠는 삼촌에게 가져다 줄 고물이 모이면 가족들을 이끌고 뉴욕으로 갔다. 바로 할머니와 앤디 워홀 삼촌을 만나러 가는 일종의 행사였다. 미리 연락하면 재미없다고 '쨘~'하고 나타나는 식구들을 '오호~' 탄성을 지르며 맞이하는 삼촌은 잘 어울리는 가족이다. 삼촌 집은 구석구석 탐색할 것이 많았다. 여기저기 앤디 워홀의 작품들이 널려 있었고 고양이가 25마리나 됐다니 놀랍다. ㅋㅋ 



집안 곳곳에 삼촌의 유명한 작품을 배치한 그림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숨은 그림찾기라도 하면 좋은 듯하다. 더욱 놀라운 건 앤디 워홀은 대머리였다는 것~ 그래서 갖가지 색의 가발이 있었고, 침실에 불시에 처들어가는 건 삼촌에게 실례였단다. 스물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즐겁다.ㅋㅋ 



집안 곳곳을 뛰어 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조카들을 위해 앤디 삼촌은 멋진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다같이 합동작품을 만드는 것. 밤이면 삼촌을 만나러 오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앤디 삼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삼촌의 훌륭한 작품을 보면서 제이미는 '나도 예술 작품을 만들어 봐야지' 욕심도 생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삼촌은 제이미에게 멋전 선물을 줬다. 바로 미술도구들~~ 이렇게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은 조카 제임스는 예술가의 길로 입문하게 되었다. 자기 방을 작업실로 꾸미고 난리를 쳐놔도 엄마는 잔소리만 할 뿐 치우라고 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엄마도 예술에 눈을 떳나 보다.ㅋㅋ 



조카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앤디 워홀 이야기라 독자들도 삼촌을 만나듯 편하게 앤디 워홀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앤디 워홀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예술가가 될 소양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이든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삼촌의 방에는 신기하고 새로운 작품들이 널려 있다. 수프 깡통, 음료수 병, 종이돈 같은 평범한 물건들을 진짜 예술작품들로 바꿔 놓는 앤디 워홀은 정말 대단한 예술가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림에 비해 글자가 너무 작아 1포인트만 키웠어도 읽기에 좋았을 것 같다. 현대미술을 아는 고학년이나 앤디 워홀을 아는 아이들이 접한다면 상당히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9-03-1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겠네요. 우리 애들을 위해 보관함으로... ^^
순오기님덕분에 늘 보관함이 빵빵합니다. ^^

하늘바람 2009-03-1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아요 기존 위인스타일보다는 훨씬 재미나고 앤디워홀을 잘 알 수 있지요
 
안네 프랑크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1
안젤라 배럿 그림, 조세핀 풀 글, 김민석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일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난중일기와 안네의 일기가 아닐까 싶다. 기록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일등공신으로 난중일기와 안네의 일기는 누구도 거부하지 않으리라. 이 책은 세계 역사를 배우는 고학년들이 '안네의 일기'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안네는 언제 어떻게 살다 스러졌으며 그의 일기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글밥이 많지만 그림책이라 저학년도 보기에 어렵진 않다.  

안네 프랑크는 1929년 6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났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의 주범으로 혹독한 비난을 받았고, 전쟁으로 무너진 것들을 복구하느라 10년이 지났어도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독일인들은 부족한 일자리와 전쟁의 잘못과 책임을 뒤집어 씌울 희생양으로 유대인을 지목했다. 그때 콧수염의 히틀러는 독일을 전쟁이 나기 전의 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독일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미워했고, 그가 이끄는 정당은 공공연히 유대인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유대인 가정은 독일인에게 폭력을 당해야 했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유대인들은 독일을 떠나기 시작했다. 안네의 아빠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일자리를 구해 이사했다. 안네의 가족은 좋은 환경과 분위기에서 행복하게 살았지만 점점 조여오는 히틀러의 유대인 증오 운동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유대인들은 점차 두려움과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심지어 여섯 살이 넘은 유대인은 가슴에 '유대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별을 달고 다녀야 했다.   



안네는 좋아하는 영화도 더 이상 보러 갈 수도 없었다. 다른 나라로 도망치기에도 늦었고, 안네 언니 마고가 열여섯 살인 1942년에 근로봉사 통지를 받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안네 아빠는 사무실 윗층에 가족이 숨어 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비밀리에 이사했다. 오직 한 사람, 사무실에서 일을 돕는 미프 아줌마 만이 안네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바깥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도울 뿐이었다. 이렇게 숨어 사는 동안 피난처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같이 살게 되었고, 안네는 비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키티'라고 이름 붙인 일기장은 은신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비밀을 간직해주는 친구였다. 안네는 '피터'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마음을 키티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44년 8월 4일, 은신처에서 2년 넘게 숨어 지내던 안네의 가족을 비롯한 여덟 명의 사람들은 경찰에게 끌려갔다. 미프 아줌마가 도착했을 땐 모두 난장판이 되고 안네의 일기도 팽개쳐져 있었다. 그 후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사람은 안네 아빠 프랑크씨 뿐이었다. 안네와 언니 마고는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티푸스에 걸려 죽었. 혼자 남은 아빠 프랑크씨에게 미프 아줌마는 안네의 일기를 전해 주었다. 안네의 일기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안네의 일기는 1947년 6월 네덜란드에서 처음 1천 5백부를 출판는데 제목은 '안네의 일기'가 아닌 '비밀의 방'이었다. 1950년 독일어로 번역되었고, 1952년엔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과 미국에서도 출판되었다. 1955년에는 '안네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1959년에는 안네의 일기를 바탕으로 최초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안네가 숨어 지냈던 그 집은 1960년에 박물관으로 문을 열어 안네의 일기도 전시되었다. 해마다 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방문한다며 친절하게 주소도 알려주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000 AS사서함 730 안네 프랑크의 집
전화번호 : 31 (0) 20 5567100
웹사이트 : www. annetfank.org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어린이와 함께 보는 인권 이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1-15 02:45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모두가 보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알라딘에는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서 참 좋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번 그림책을 보면서 감탄하는 건, 어려운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자칭 마니아가 되면서 주제별로 찾아 읽는 재미도 얻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버트 먼치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제티 슈스락의'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피터 레이놀즈의 '언젠가 너도'를 읽으며, 우리 작가들이 쓰고 그린 책 중에 이런 책은 없을까? 궁금했다. 서양의 문화와 생활 양식이 아닌 우리 생활이 배경이 된 그림책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의 성장기가 다 나오기 때문에 고학년이 보면 오히려 더 실감할 듯하다.

이 책은 캐나다에서 출판되고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며, 한참 후에 미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것도 양로원에서 노인들이 찾는 책이었다고 한다. 당신들이 자녀를 키우던 때를 추억하는 노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다. 이 책은 작가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산한 두 아이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사랑노래라고 한다. 그 안타까운 아버지의 마음이 세상의 부모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 부모 마음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먼치는 그런 부모 마음을 간결한 노래에 실어 잘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키운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실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하지만, 키울 때는 정말 미처 버릴 것 같은 일도, 이 아이를 내다 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도 생긴다는 것을~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아이가 점점 자라 온 집안을 망가뜨리는 상황, 화장실 휴지를 길게 풀어놓거나 치약을 바닥에 짜 놓는 둥 난리를 쳐 놓은 그림에 절로 웃음이 난다. 특히 아들이 더 심한 것 같다. 우리 아들도 네살 때, 치솔을 변기에 집어 넣고 보지기를 넣어 설비 아저씨를 불러 변기를 뚫어야만 했다. 그 후 화장실 문을 위에서 잠글 수 있게 고리를 달았다. 그랬어도 순간 방심하면 기어이 일을 저지렀다. 참 다양한 말썽을 피우며 자란 아들이 예비고딩이라 수염 자리도 시컴시컴 잡혔다. ㅎㅎ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이 책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다. 나도 할머니와 어머니가 불러주시던 자장가를 부르며 아이를 재웠다. "꼬꼬 닭아 울지 마라. 멍멍 개도 짖지 마라~ " 그 다음엔 내 맘대로 그때 그때 가사를 만들어 불러주었다. 삼남매를 다 키워 장성한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이 기억할 자장가로 딱히 남는 게 없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의 자장가처럼 영원히 아이들 귀에 쟁쟁한 자장가를 남겨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다음 손주를 키울 때라도 그렇게 해야겠단 생각이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말씀은 내가 아이를 키우며 이해하게 됐고, 부모님께 받은 사랑으로 내 아이를 키웠다. 세월이 흘러 우리 아이들도 자라고 나도 나이 먹었으며, 우리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엄마는 혼자 살기엔 힘겨운 할머니가 되셨다. 늙으신 부모님은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내리사랑은 있되 치사랑은 어려운지라, 자녀들은 아무래도 소홀하다. 이 책을 읽으면 홀로 계신 어머니가 자장가를 부를 기운도 없어, 아들이 어머니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하다.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 자기의 아이를 안고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를 부른다. 비로소 부모 마음을 아는 아들이 된 것이다. 이렇게 내리사랑은 계속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더 감동하고 뭉클할 책이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자녀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자장가나 주제가를 남겨주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여기 나온 자장가나 자기 집의 주제가를 책갈피로 만들면 좋은 독후활동이 될 듯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09-02-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 너무 좋아요. 현준이 현수 모두 좋아해요.^^
 
웨이싸이드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창비아동문고 245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김중석 그림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덩이로 만난 ’루이스 새커’는 내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치는 ’로알드 달’과 쌍벽을 이룰만한 작가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루이스 새커. 기상천외한 이야기 30장으로 구성된 웨이 싸이드 학교, 19장이 세번 나오고 세 명의 에릭 이야기는 20,21,22장으로 처리된다. 웨이 싸이드 학교는 30층 건물이지만 19층이 없다. 게다가 화장실은 1층에 있고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서 뛰어 놀려고, 30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 절대 다리 아프거나 나가기 싫다고 쉬는 시간에 교실에 남지 않는다.  

전편인 ’웨이 싸이드의 별난 아이들’을 읽지 못했어도 이 책을 읽는데 방해되진 않는다. 30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앞에서 나온 녀석이 뒷 이야기와 연결되기 때문에 자체로도 즐겁다. 엉뚱하고 황당함은 아이들이나 주얼스 선생님이나 막상막하다. 우리의 경험세계나 상상을 초월한 반전이 놀라울 뿐이다. 반전소설의 대가인 ’로알드 달’이 손들만하다.

루이스 선생님이 30층까지 들고 온 컴퓨터를 중력 실험한다고 그대로 창밖으로 떨어뜨리는 주얼스 선생님. 항상 선생님을 흉보는 문장이 쓰인 숙제를 내는 비비는 개구장이 동생 레이 짓이라는데, 전화를 받은 엄마는 ’레이’가 누구냐고 묻는다. 양말을 신으면 멍청해진다고 맞춤법 시험에 모두 양말을 벗어 버린 아이들, 아인슈타인이 양말을 안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아이들,  창밖으로 떨어져 난간을 잡고 있던 폴은 레이스의 땋은 머리를 잡고 교실로 올라오고... 독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마구마구 일어나서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친구의 연필을 씹어대는 제이슨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테이프로 입을 봉해버린 선생님, 동화를 들을 때마다 너무 웃거나 울어서 수도꼭지라 불리는 데이나, 전학 온 날 본명을 말할 기회를 놓쳐버린 마크 밀러는 임시교사가 온 날, 벤저민이라고 이름을 말했지만 녀석들이 모두 따라 하는 바람에 전체가 벤저민이 된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프랭클린 선생님조차도 자기 이름이 벤저민이라고 답한다. 18층과 20층 사이의 19층에서 아이들은 자브스 선생님한테 공부를 배운다. 생각하지 못하도록 무조건 외우게 하고, 행복감을 주기 위해 점수도 항상 만점을 준다. 그냥 까르르 웃어버릴 많은 사건들이 우리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다 크다. 

’찰리 이발소 에릭, 화요일 12:15. 키즈워터 교장선생님은 잔벌레 멍숭퉁이다’
이런 메모를 남긴 범인을 찾아내려고 세 명의 에릭을 차례로 불러들이는 교장선생님. 마음 속의 목소리에 흔들린 주얼스 선생님은 짜증내고 거친 말을 쓰며 심통을 부리다 결국 소금물을 뒤집어 쓰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용가 왈루시 선생님께 배우는 탱고는, 절대 춤추지 않겠다는 악동들을 탱고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너무나 환상적위여서(^^) 다음 시간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걱정이다. 교사들의 교수학습법에 대해 생각케 된다. 

똥꼬에서 거미줄이 나오듯 쉼없이 줄줄 이어지는 사건의 연속, 기상천외한 발상과 놀라운 반전들. 최고의 압권은 웨이싸이드 학교가 왜, 무엇 때문에 무너질 위험에 처하는지 알면 정말 쓰러진다. 쓰러져! 하지만 이건 비밀이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루이스 새커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아~~ 벌써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루이스 새커, 정말 멋진 작가, 알라븅이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나무집 2009-02-21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정말 재미있지요? 우리 아이들 이런 학교 다니고 싶다고 한참 난리였다니까요.

순오기 2009-02-21 11:56   좋아요 0 | URL
애들은 정말 부러워할만하죠. 다 큰 우리 애들도 재밌어 했으니까~
전편은 못 봤는데 사야겠어요~ㅋㅋㅋ

2009-02-21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2-21 18:56   좋아요 0 | URL
빨리 도착했네요. 즐독^^

마노아 2009-02-2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새커의 작품이 롱런을 치고 있네요. 저는 구덩이부터 시작해야겠지요? ^^

순오기 2009-02-23 16:25   좋아요 0 | URL
구덩이는 두번 읽어도 좋았어요.^^
외국 작품을 읽을 때마다 기발한 상상력에 경배하고 싶어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