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들마루의 깨비 작은도서관 12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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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블로그에서 청소년소설 '벼랑' 출간 기념 이벤트를 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10일까지라 참여하려면 빨리 서둘러야 하리라. 나는 2005년에 이금이 작가의 블로그 '밤티마을'을 알았다. 그해 '유진과 유진'을 읽고 감동 받은 문장 댓글 달기 이벤트에 뽑혔고,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든 '도들마루의 깨비'를 받았다. 내가 신청했던 책으로 175쪽이나 되는 동화로는 도톰한 책이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제는 작가의 사인이 든 책이 대여섯 권이나 된다. ^^

이 책은, 어린 시절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었을 법한 모질이 '깨비'형과 은우가 나눈 따뜻한 사랑 얘기다. 마을 사람들은 모자란 깨비형을 데려다 일을 시키고 먹을 건 주지만, 자기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건 싫어했다. 그런 중에도 은우 할머니는 따뜻하게 감싼다. 할머니 말씀은 내 고향에서 듣던 말투처럼 정겨웠다. 내가 자란 충청도 시골에도 이런 모질이가 있었기에 마치 우리 동네 풍경화를 보는 듯했고, 작가의 고향이 충청도니까 자연스런 충청도 말이 귀에 감기듯이 들어왔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예쁜 우리말이 많았고,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구절이 많아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묘사를 잘하는지 역시 작가구나, 감탄했다. 1999년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10년 전에 쓴 책이지만, 2004년 8월 김재홍 화가의 그림으로 새단장을 했다. 진짜 만난다는 건 서로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 길을 내는 거라며, 남을 업신여기거나 자신의 욕심만 채리면 마음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깨비형은 세상의 모든 것과 마음의 길을 내느라 사람 사이에 길을 내는 게 좀 늦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소통이 단절되어 분노를 담아내는 국민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는 시국을 보며, 모자라지만 겸손하게 마음의 길을 열어가던 깨비형이 그립다. 차라리 오만 방자한 사람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름답지 않은가!

맞춤법을 괴물처럼 여기는 은우가 이해되었고, 여간해선 남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 할머니와 깨비형의 마음 속에 있는 저울이 부러웠다. 깨비형이 돌탑을 쌓아 놓고 갖고 싶은 소원이 '어,엄.마!' 라고 했을땐 정말 가슴이 저렸다. 엉덩이의 종기를 꼬리가 나는 줄 알고 거짓말한 피노키오처럼 전전긍긍하는 은우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이 났다.

"우리 과수원의 사과나무들이 꽃구름 잔치를 벌이던 무렵...한꺼번에 사과꽃이 피면 과수원은 꽃구름 상을 차려 놓은 잔치집 같았다... 내겐 엄마가 꽃구름이었다"

"진짜 만난다는 건 서로의 사이에 마음의 길을 내는 것... 마음의 나이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기에 깨비형에게로 난 마음의 길에 환한 등불을 내걸었다. 겨울잠 자던 사과나무를 깨우는 건 새들도 바람도 아니고, 겨우내 애썼다고 사과나무를 어루만지고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햇살이었다."

아주 예쁘게 묘사된 문장들이 많아서 즐거웠고, 사과나무들이 간지럽다고 옴찔거리는 걸 볼 수 있는 작가, 이렇게 멋진 문장을 그려내는 작가가 부러웠다! ^*^

작가들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가슴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야 하니까, 그 이야기를 그만 잊으려고 한단다. 나중에 그 책을 읽어보면 내가 언제 이런 생각을 해서 썼을까,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금이 작가는 '도들마루의 깨비'를 드물게 술술 풀어냈던 이야기로, 누가 대신 써주는 것처럼 어려움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며 썼다고 말했다. 작가가 은우로 사는 동안 행복해서 그런가 보다고 덧붙였다. 이금이 작가는 작품 구상할 때 메모하기 보단, 마음 속에 이야기 방을 하나씩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숙성시킨다고 했다. 작가의 마음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 방이 만들어져 있는지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다. ^^ 하지만,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길은 작품을 읽는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작품을 통해 마음의 길을 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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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몰입 수업] 서평단 알림
어린이를 위한 몰입 수업
김진섭 지음, 김상민 그림 / 파랑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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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쳐주는 자기 계발서'라고 되어 있지만,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몰입을 이해시키는 동화로 보면 좋을 듯하다. 주인공이 초등 5학년이고 내용도 단순해서 3~4학년 정도면 읽을만 하겠다. 음, 5~6학년이라면 좀 시시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요즘 어린이를 위한 자기계발서가 많아 웬만한 독서력의 초등생이면 섭렵했을테니까.

이 책은 몰입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에 왜 몰입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몰입하는지 쉽게 풀어낸 동화로 큰 부담없이 술술 읽히고, 만화같은 삽화가 있어 읽는 맛과 재미도 더한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이 '장대치'라서 대치동을 은유한 것 아닐까 웃음이 났다. 거기다 몰입수업을 하는 사촌형 한이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수재로 서울대생이라고 콕 집어서 밝힌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설정이다. 굳이 이름표 붙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하긴 자녀를 서울대 보내야 성공했다고 가치평가 해주는 세상이니 뭐 어쩌겠는가!

학원을 오가지만 별 흥미나 열성이 없는 대치는, 엄마의 목표인 특목고를 가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다. 요즘 아이들이 자신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엄마를 위한 공부를 하는게 현실이니까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대치가 마치 우상같은 멘토인 사촌형 한이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축구를 좋아하는 공지훈과 만화를 좋아하는 신나라와 같이, 한이 형에게 과외를 받으며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한이 형의 수업방식이 새로울 건 없지만 좋다. 몰입이란 어떤 일에 생각과 행동과 마음을 집중하는 것으로, 아이들이 무엇에 왜 몰입해야 하는지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내가 죽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상상하게 한다.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찾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던 대치는 형이 내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디어 몰입한다.

몰입을 도와주는 것으로는 목표가 분명할 것, 목표로 삼은 일이 자기 실력에 맞을 것, 결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을 것이 전제 조건이다. 아이들은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는 걸 깨닫고, 형이 내준 어려운 수학문제도 몰입하여 해결책을 찾아낸다.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쁨과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이 책에서 가장 호감이 간 부분은 내가 엄마라서 그런지, 몰입은 공부 뿐 아니라 생활에도 가능하다며 대치와 엄마가 서로에게 몰입하여 냉전을 해결하는 것이 멋졌다. 사실 가족간에도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것, 또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미 해결의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솔직한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는 방법은 아이들 성장기에 경험한 일이라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 책에서 굳이 딴지를 걸자면 끝부분에 몰입의 대가인 에디슨, 아인슈타인, 뉴턴, 빌 게이츠, 스티븐 호킹 박사를 거론하면서 우리나라엔 몰입의 대가라고 밝힐 만한 사람이 없는지 아쉽다. 뭐 그 뒤에 야구선수 김병현이 살짝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게도 인물이 없을까? ㅠㅠ

"몰입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는 습관이 더 멋진 사람으로 바꾸어 준다"는 결론은 괜찮았다. 중3인 아들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꼭 해야 할 목표도 없는 상태라 안타깝다. 나름대로 청소년을 위한 계발서를 여러 권 읽었는데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엄마의 조바심으로 되는 게 아니기에 한발짝 물러나서, 분명한 목표가 생긴다면 몰입의 즐거움을 알고 몰입의 습관도 갖게 될 것이라 믿고 지켜보는 중이다. 다소 유치할 것 같은 동화지만 '몰입'이라는 보석을 발견하도록 슬쩍 읽어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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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5-2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저는 이 책이 '몰입'의 인기에 편승한 책이 아닐까 했는데 이 리뷰를 보고 생각이 바뀌네요.고맙습니다.

순오기 2008-05-29 10:57   좋아요 0 | URL
인기에 편승한 면이 있지요.^6^ 제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니까 걍~ 넘어가주는 정도!

2008-05-29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9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30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30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31 0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31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m 2008-07-0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도 한이형에 대한 불편함을 똑같이 느끼셨군요!^^ 제 서평보다 경쾌한 맛이 나네요~ (아, 더 적절한 표현이 안떠올랐어요;;)

순오기 2008-07-01 23:49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을 읽었다는게 좋군요.^^
 
태양의 아이 카르페디엠 3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오석윤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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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2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고, 하이타니 겐지로 작품으로 두말이 필요없을 책인데 따끈따끈한 개정판이다. 특히 교단에 서거나 선생님이 될 사람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하이타니 작품에선, 선생님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짐과 반성도 하게 된다. 태양의 아이 후짱(오미네 후유코)의 눈과 말로 풀어내는 오키나와 사람들 이야기는, 그들 하나 하나가 바로 따뜻함이 넘치는 태양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키나와를 광주와 동일선상에 놓고 이해하려 애썼다. 역사적으로 당한 시련과 사람들에 의한 손가락질이 그렇다. '오키나와 놈들에게 좋은 것이란 하나도 없다'고 소리칠 때는, 광주나 전라도 사람들도 그런 치부를 받기에 울컥함이 더했다. 오월 광주가 그랬듯이 오키나와 역사가 안겨준 개인의 상처가 너무나 안쓰러워 눈물났다.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고 다수의 안전을 위해 버려져야 했던 땅 오키나와와 광주. 그곳에서 삶을 일구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누가 대신할 수 있으며, 그런 희생을 치르고도 존중받지 못하고 손가락질과 멸시받은 이들의 아픔을 누가 갚아줄 수 있는가?

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본토인들의 안전을 위해 오키나와를 내주었다. 미군의 공격으로 일본에서 유일한 지상전을 치룬 곳으로 주민의 3분의 1인 15만 명이 죽어나갔다. 북쪽 가장 끝자락 섬인 오키나와는 과거 1602년까지 '류쿠'라는 독립왕국이었고,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까워 본토인들과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1878년에 오키나와현이 되었지만, 1945년 미군에 점령되어 27년간 미국의 통치를 받았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던 역사적 굴곡과 본토인들의 지역적 차별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분노의 앙금이 씻겨지지 않았다고, 옮긴이의 말로 전하고 있다.

그들은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고, 외지로 돌며 이방인처럼 뜨내기로 살며 어찌 뿌리 내릴 수 있었겠나? 부초처럼 떠돌다 모여든 곳, 데다노후아 오키나와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싸매고 보듬으며 뿌리 내리려 애쓰는 그들이 눈물겹다. 오키나와의 자랑을 갖지 못한 사람들, 쓰리고 아픈 상처만 갖고 떠났던 사람들은 고향을 잊고 싶었으리라. 두번 다시 기억하거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잔혹한 참상을 떼어내지 못한 그들은 병들었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치유되지 못할 고통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소녀 후짱은 태양으로 다가든다. 따뜻함과 밝은 빛으로 다가드는 후짱을 통해 그들은 비로소 안식과 평화를 누리게 될까? 

5~6학년으로 분류되었지만, 과연 어린이들이 이런 아픔을 이해하고 겪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후짱이 오키나와의 참상을 담은 사진첩을 보고 구역질한 것처럼 어린 독자들의 반응도 저렇지 않을까 심란해 중학생 때 읽어야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거나 나이가 어리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하이타니 선생님은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들도 읽고 알 수 있도록 동화로 풀어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로 접근하고 더 상세한 것은 역사로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일거라 짐작해본다. 

오키나와 식당인 후짱네 '데다노후아 오키나와정'에 모여든 사람들- 할아버지와 기천천, 로쿠 아저씨와 깅아저씨, 고로야 아저씨 등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 후짱을 중심으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후짱의 아버지와 기요시의 상처가 한 축을 이룬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오키나와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랑에, 진정 사람다움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느낀다. 진짜공부를 하자는 가야지마 선생님의 제안으로 비로소 후짱은 아빠를 비롯한 사람들의 아픔인 오키나와 문제에 파고 든다.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의 분신같은 후짱을 통해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키나와의 아름다움과 자랑스러움도 발견하고 자부심도 갖게 된다. 아주 무겁고 어두운 쓰린 아픔이지만 사람들의 따뜻함으로 치유되기에 결코 어둡거나 무겁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가야지마 선생님이 진짜 선생다운 선생이 되리라 다짐하는 계기를 준 도키코의 편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랑받을 만한 아이는 당연히 사랑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도 좋은 선생님인지 교사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끝내 후짱의 아버지는 돌아가시지만 기요시가 마음을 열고 엄마와 화해하며 세상과 화합하니 좋았다. 세상은 이렇게 상처를 보듬고 다독여주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지 않겠는가! 태양의 아이 후짱과 같이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도 이렇게 따뜻한 세상일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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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5-2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개정판인가요? 표지는 예전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우리와 안녕하려면에서도 오키나와 이야기가 나왔는데 짠합니다. 더군다나 전라도 사람들과 같은 맥락에서 다가가니 더더욱이요.

순오기 2008-05-24 16:44   좋아요 0 | URL
5월에 개정판이 나왔나봐요. 저도 개정판은 못 봤지만 예전 책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오키나와와 광주 닮은꼴이 있지요.

bookJourney 2008-05-25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역사를 담은 책들은 아이에게 권할 떄 한번씩 더 망설이게 됩니다.
이 책을 아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마인 난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나의 오월>>과 함께 <<태양의 아이>>도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8-05-25 07: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럼 나는 옳게 살았는가? 라는 반문에 항상 자신 없으니까요.ㅠㅠ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 숨은 역사 찾기 1
고진숙 지음, 최병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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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너무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고, 이순신 주변에 철저한 프로들이 모였다는데 놀랐다. 또한 영웅은 혼자 잘나서 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책이 2004년 10월에 나왔는데도, 리뷰가 딸랑 4편이라니? 아니~~ 이렇게 좋은 책이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안타까웠다. ㅠㅠ

누구는 대통령이 되면서 딸리는 머리는 빌려쓰겠다고 했었는데,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도자가 만능일수는 없다. 진정한 지도자란 인재를 발굴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엔 너무나 함량미달인 정부를 보며 혀를 끌끌 차다못해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 되었다. 아~ 이 노릇을 장차 어찌한단 말인가! 이순신이 깊이 고뇌했던 그 우국충정의 반에 반도 미치지 못할지라도 애끓는 국민의 가슴을 그들은 모른단 말인가? 참으로 이순신 같이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는 진정한 우국지사가 절실히 그리운 시대다.

이 책은 이순신 주변에 있었던 7인의 전문가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그들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들어썼던 이순신의 사람됨을 보여주는 책이다. 임진왜란에 이순신의 승리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들을 기용한 지도자의 안목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 3부로 방영됐던 '한국사전-이순신'의 마지막 장면이 '身亡國活'이었다. 자신의 몸을 죽여 나라를 살리고자 했던 이순신의 면면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거북선은 이순신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는, 어려서부터 쇳덩이를 물에 뜨게 할 수 있을까 실험하고 연구했던 집념의 나대용을 들어 쓴 것이다. 접근전에 강한 왜적을 물리칠 배를 만들기 위해 10년간 치밀하게 연구한 나대용의 거북선 설계도를 보고 그 능력을 인정했다. 또한 이순신보다 서른 살이나 많아 당시 여든이나 된 해전 전문가 정걸 장군은 적 깊숙이 들어가 물리쳐 이순신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바다 물길을 귀신같이 아는 어영담은 31인의 특공대를 조직해 쾌속선을 타고 당항포해전의 승리를 거뒀다. 오랜 전쟁에 화약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화약의 원료인 염초를 만들어낸 화학자 이봉수, 왜적에게 빼앗은 조총을 연구하여 총구의 크기와 총신의 길이, 또한 방아쇠의 비밀을 밝혀 더 발전된 정철총통을 만든 정사준은 조선의 과학기술을 끌어올렸다. 겁에 질려 꽁무니를 빼던 원균을 설득하고, 원균의 부하임에도 이순신을 도와 그 유명한 학익진 전법으로 한산대첩을 이끈 이운룡. 군주로선 그릇이 작았던 선조의 시샘으로 옥에 갇힌 이순신을 위해, 서슴치 않고 장계를 올려 이순신의 공적을 밝힌 전라우수사 이억기 장군은 이순신과 진정한 우정을 나눈 장수였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 이순신을 임진왜란의 영웅으로 우뚝 세운 일등공신들이다. 영웅은 결코 혼자 되는게 아니다. 이순신도 이렇게 철저한 프로들의 도움으로 진정한 영웅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순신은 이들의 공을 가로채지 않고 임금께 포상을 아뢰고 난중일기에 기록했기에 알려진 것이다. 이 책은 영웅 이순신만 알고 우리가 잘 몰랐던 일곱 전문가의 공적을 어린이가 알기 쉽게 기술하고 있는 좋은 책이다.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거북선이 철갑선으로 등재된 것은 왜적들이 시커먼 칠을 보고 놀라 철갑선이라 적은 일본의 기록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쇠가 아닌 팽나무나 느티나무 혹은 녹나무가 쓰였을 것이라 한다. 왜 거북이 모양이었고 검은색을 썼는지, 왜적들이 배에 왜 대포를 싣지 못했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자료는 사진을 곁들인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이순신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들의 행적과 더불어 관련자료와 사진을 곁들인 편집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 상식을 키워 통합적 지식을 얻게 된 자신이 뿌듯해진다. 역사를 배우는 초등 고학년 이상 중고생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것다.


필요한 자료는 사진뿐 아니라 설계도와 과학원리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맨뒤에 이순신장군과 7인의 연표가 있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 책을 집필한 고진숙씨는 천문기상학을 전공하고 역사를 공부하여 숨은 역사찾기 시리즈인, '아름다운 위인전'과 '하늘의 법칙을 발견한 조선의 과학자들'도 썼는데, 이런 책을 집필한 저자를 독자로서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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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록의 소중함을 일깨운 난중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08-12-26 05:26 
      이 책은 앞 부분에 난중일기를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난중일기가 어떤 책이고 임진왜란 7년은 어떠했는지, 바다에서 패배를 모르던 이순신의 전략 및 임진왜란에 대한 재평가도 실었다. 유물과 유적의 사진과 지도를 실어 이해를 돕고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시해 역사공부를 도와 준다.   임진년(1592년)부터 무술년(1598년)까지 7년 전쟁 기간 중 기록한 일기는 어린이가 알아야 할 부분만 발췌해서 많은
 
 
바람돌이 2008-05-1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용으로 이런 책이 있다니.... 좋네요. 아이들한테도 영웅이란게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 줄수 있다니....저도 보고싶어지네요. 일단은 보관함에다 살짜쿵 넣고 갑니다.

순오기 2008-05-14 23:20   좋아요 0 | URL
저도 지난달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던 '아름다운 위인전'을 보고 같은 시리즈라 구입했는데 정말 만족해요. 만족한 책이라 글쓴이를 칭찬하고 싶어졌어요.^^

마노아 2008-05-1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눈에 익은 이름들이 등장하네요. 지난 번 페이퍼 보고 보관함에 담아두었어요. 전에 갖고 있던 '거북선' 책이 곰팡이가 묻는 바람에 없애버렸는데 이 책으로 다시 만족감을 채워야겠어요. ^^

순오기 2008-05-15 21:05   좋아요 0 | URL
불멸의 이순신이 '제5공화국'에 밀려 제대로 못 봤어요.ㅠㅠ
하지만, 이 책으로 허기를 채운 것 같아요.^^
지금 읽고 있는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는 여성들의 삶을 새롭게 조명한 책인데, 읽는 내내 마노아님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노아 2008-05-16 21:14   좋아요 0 | URL
아아, 저는 그럼 리뷰를 기다려야겠군요. 제 생각 해주셔서 감사해요^^
불멸의 이순신 작가가 대왕 세종을 썼더라구요. 한 번도 못 봤는데 이산 끝나면 챙겨 보려고 해요. 여자 작가분이라서 그런지 섬세함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bookJourney 2008-05-1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가 몇 번씩 읽고 있는 것 같아요. 순서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감사 드려요~ ^^)

'진정한 영웅은 혼자 되는 것이 아니다'는 불변의 진리를 ... 나라의 윗분들도 빨리 깨달아야 할텐데 ... 그 쉬운 진리를 본인에게 적용하여 생각해 보기는 참 힘든 모양이에요. 에휴 ...

순오기 2008-05-16 22:28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다 싶었는데, 몇 번씩이나 읽는다니 제가 고맙군요.
이 시대의 영웅은 만들어지기 어려울까요? 에휴~~~
 
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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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민경이랑 친정에 다녀오다가 고속버스 시간이 남아 인천터미널 영풍문고에서 산 책이다. 그때 5학년이던 민경이는 책에서 받은 감동을 독후감으로 퀴즈로 담아냈고, 주인공인 6학년들이 너무 어린 '애'같이 그려졌다며 자기 독서록에 보너스로 주인공을 그려넣었다. 민경이는 친구랑 셋이서 교환일기를 쓰다가 한 아이가 잃어버려서 끝내버린 아쉬움이 있다. 아들은 사내녀석이라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큰딸은 6학년 끝낼 무렵 단짝 친구와 시작했으나 중학교가 갈리면서 한두번 교환하고 끝나 지금도 제 보물창고에 담겨 있다. 아이들 작품을 올리며 초등 고학년이라면 이런 추억 하나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빠의 사업실패로 가족이 흩어져 작은 집에 맡겨진 김강희, 부잣집 딸로 공주처럼 지내는 서유나, 부모님이 돌아가셔 남동생 데리고 소녀가장이 된 방민주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이름의 머릿글자를 따서 '김서방 청소 용역회사'라 이름 붙이고 지각 벌로 청소하면서 친해진 셋이 나누는 교환일기로, 자기만의 고치에서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성장 이야기다. 특별히 '민주'는 우리 큰딸이랑 이름도 같고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캐릭터라 더 애정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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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4-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교환일기를 써 본 적이 없는데,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있었어요.
학창시절 친구가 최고일때 그런 생각을 하지요.
독서록을 살짝 엿보며 님의 이미지를 상상해봅니다.

순오기 2008-04-06 11:01   좋아요 0 | URL
음, 나의 이미지가 어떻게 상상되었을까요? ^^
나도 교환일기를 써 본적은 없지만, 편지를 교환일기 쓰듯 주고 받은 때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