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생명이에요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2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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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야기 2편, '모두 다 생명이에요'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든 것들의 생명을 주제로 펼쳐진다. 부모님이 안 계시고 돈까지 잃어버려 종일 굶어야 했던 후타를 보고, 또 갓 깨어난 오리와 병아리의 죽음을 지켜보며 생명을 기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가슴 뛰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느님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면서 다카유키는 생명의 소중함을 체득한다.

휘어진 오리 다리를 바로 하기 위해 부목으로 교정하고, 들닭을 한마리 데려와 어미닭 노릇을 하게 하면서 적응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사람이 끼어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놔 두는 것이 최고의 처방이란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며 먹거리는 모두가 생명임을 가르친다. 자연은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라 벌레도 누릴 권리를 갖는다. 그래서 양배추 잎 하나를 먹을 때도 양배추의 생명과 수많은 벌레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벌레도 나와 같은 생명체이므로 사람이 먹기 위해 벌레를 잡아 죽이는 것은 사실 미안한 일이라는 것,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는 깨우침을 얻는다.

시장에서 만난 하루할머니의 초대로 친구들과 시장사람들까지, 마를 캐러 간 '마 발굴단' 체험은 이 책의 백미다. 살아있는 지식인 할머니의 설명으로 마줄기가 어떤 건지 배우고, 후타와 같이 거대한 마를 캐서 '마 캐기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마를 캔 구덩이는 원래대로 메꾸고, 캐낸 마 줄기 뿌리를 묻어주어야 몇 년 뒤 다시 마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는 엄마 마와 아기 마를 보여주며, 엄마 마는 생명을 다 주어 아기 마를 키우는 게 사람과 똑같다는 설명은 뭉클했다. 자연은 이렇게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데, 무지한 인간이 욕심을 부리며 파괴한다는 게 안타깝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가족은 가나코의 가출도 반항이 아닌, 자기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존중한다. 생각보다 시골 생활이 좋지만, 진정한 시골 생활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아~ 가출로 친구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누나는 아빠와 교환일기를 쓴다는 데 도시와 시골생활이 비교될 3편도 기대만땅이다. ^^

아와지섬에서 10년을 살았던 하이타니 선생님이 고베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 공사를 반대했지만, 다리가 놓이자 많은 어부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일진대, 개발이란 논리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으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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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2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최고지요~ 불가피하게 개발을 해야 한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연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요 ...
(독도 영유권 문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독도에 호텔을 짓겠다'는 발표가 유난히 맘에 걸리는 아침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순오기 2008-07-21 09:38   좋아요 0 | URL
독도에 호텔을 짓겠다니 정말 2MB밖에 안되나 봐요.
지금 관광객도 일정 수 이상은 독도에 들어갈 수 없는데~~~ 정말 뭐하자는 얘긴지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니까요!
영유권은 그렇게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니잖아요~ 일본은 세계를 상대로 이미 공작을 다 했던데...

바람돌이 2008-07-2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순오기님 서재 책들만 보여줘도 될 것 같은데요. ㅎㅎ

순오기 2008-07-21 10:39   좋아요 0 | URL
에구 별 말씀을요~ 얼마나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이 많은지 정말 따라 잡을수가 없어요.ㅜㅜ이번에 서울시립도서관에서 발표한 추천도서(08년 신간으로만)엔 읽은 게 하나도 없던걸요.OTL
 
우리 가족, 시골로 간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종도 그림 / 양철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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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배경지를 중심으로 한 일본문학기행을 앞두고 부랴부랴 읽었다. 일정 둘째날 시골이야기 배경지인 아와지섬을 찾아 하이타니 선생이 살던 집도 방문하고 선생이 자주 가시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런 꿈같은 일정을 앞두고 작품을 읽는 건 기본이고 예의라 생각한다.  

나는 충청도 시골에서 15세까지 살았다. 농사철에 어리면 어린대로 일손을 돕느라 학교 갔다와서 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추수철엔 고양이 손도 빌린다 하지 않던가! 뙤약볕에서 일하는 게 싫어서 시골생활이라면 지금도 진저리가 난다. 콩밭 매느라 낑낑댔는데 비만 오면 풀이 마구 마구 자라서 내 수고를 헛되게 하던 그 좌절감은 아직도 써늘한 기억이다. 내게 농촌생활은 도시인이 꿈꾸는 전원생활이 아니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기에, 나이 들면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하이타니 선생은 교편생활을 접고 아와지 섬에서 농사짓고 살았고, 그 경험을 살려낸 작품이라 공감되었다. 도시에 살던 화가 아빠는 오랫동안 꿈꿔온 시골로 살러 간다. 도시인이 꿈꾸는 환상이 아닌 현실의 가족을 그린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고, 어른들이 결정하고 무조건 따르라는 건 폭력이라고 거부하며 갈등을 겪는다. 여름방학에 맞춰 시골로 이사하고 농사를 짓는다. 지렁이와 뱀에 놀라고 왕지네에 물리는 공포의 시골생활에 자신감을 잃어갈 때, 시장어른들과 친구들이 찾아와 나무와 꽃을 심으며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된다. 따뜻한 정이 넘치는 이웃과 친구들의 우정이 감동스럽다.

나(다카유키)와 누나는 시골 학교로 전학하지 않고 2시간이상 걸리지만 통학을 한다. 버스와 배를 타고 가느라 새벽에 일어나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졸린 눈을 부비면서도 감당해낸다. 아빠를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자기 삶의 방식대로 살겠다는 중2 누나가 야무지다. 우리 큰딸과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라 좋게 보여진다.^^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귀하다는 걸 자연스레 배우는 시골생활에도 아쉬움은 있다. 예전의 시골이 아니고 많이 변화된 모습이다. 친구집에서 유정란 열두 개와 오리알 일곱 개를 얻어와 부화기에 넣는다.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치를 바꿔주며 온갖 정성을 들인다. 드디어 21일이 지나 병아리가 깨어나는 순간, 생명이 탄생하는 건 목숨을 건 일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의 탄생이 경이롭다.

하루 종일 굶어 다리가 후들거렸던 후타를 집으로 데려와 지낼때, 아버지는 배고파도 도둑질하지 않은 후타가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자신은 어린시절 굶주림으로 형과 같이 옥수수를 훔치러 갔던 고백으로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며, 기어이 눈물 한방울 떨구게 했다. 아버지는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숨쉬고 땀흘리는 사람과 똑같이 땅도 살아 있음을 가르친다. 씨앗을 뿌려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장한 일인지, 체험을 통해 배우고 깨달아가는 다카유카 가족의 시골이야기는 2편으로 계속된다.

하이타니 선생이 살았고 다카유키 가족이 살던 시골을 찾아 흔적을 더듬어 볼 기대에 가슴 설레는 독서였다. 이 책은 우리 어린 시절 읽었던 책처럼, 앞장에 캐릭터를 보여주는 인물소개가 반가웠고, 시골 풍경 삽화도 포근한 고향처럼 정겨웠다. 초등 3학년 정도면 읽을만 하겠다. 시리즈가 5권인데 2권 읽었고 나머지는 오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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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7-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생명이에요'의 전편인 것 같네요. (이런,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하는군요. ^^;)
순서는 바뀌었지만 다음 도서관 나들이 때 찾아보아야겠어요. ^^

순오기 2008-07-20 21:53   좋아요 0 | URL
후후~ 나도 1,2편만 샀는데~ 2편부터 읽은거 있죠.ㅎㅎㅎ
이제 2편 모두 다 생명이에요, 리뷰 쓰고...나머지도 다 사야할 거 같아요.

마노아 2008-07-2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골에서 살았던 기억도 없는데 전원 생활에 대한 로망은 없어요.;;;
이번 주말에 가는 건가요? 정말 며칠 안 남았어요. 아우 떨려라!

순오기 2008-07-21 22:39   좋아요 0 | URL
오리지널 도시인들은 시골을 모르니까 동경도 없을 거 같아요.ㅎㅎ
이번 주말~~~ 두근거려요! ^^
 
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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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건님은 동시집 '배꼽'과 '거인들이 사는 나라'의 수록작품이, 초등 교과서에 5편이나 실릴 만큼 인정받고 사랑받는 시인이다.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인 그의 시를 보면서, 어쩌면 아직도 이런 아이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까 놀라웠다. '엉덩이가 들썩들썩'은 전작보다 한 술 더 뜬 형식의 파괴와 소재의 다양함에 놀랐다. 시인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동심의 정원에 머물며 소꿉놀이를 즐기는 게 틀림없다. 동심의 뜰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 8년만에 시집을 엮었다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1부 꿈틀꿈틀 12편, 2부 들썩들썩 10편, 3부 뚜벅뚜벅 15편 등, 총 37편의 시를 찾아낸 시인의 정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엉덩이가 가벼운 시인이 들썩이고 싶을 때마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걷고, 달리고, 우뚝 서고, 산등이에 기어오르고, 때로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이것저것 찬찬히 살펴서 찾아낸 시들을 읽다보면, '어~ 나도 이런 생각 했었는데...'공감의 즐거움에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시인처럼 엉덩이 가볍게 들썩인다면 절반은 시인이 된 거 아닐까? 이런 생각도 슬쩍 끼어든다. ^^

시감상의 즐거움을 더한 형식의 파괴를 엿보자, 배열자체가 꿈틀거리는 하나의 지렁이다.ㅎㅎ

삽화도 시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파격적인 기법에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을 산뜻하게 깔았고, 두 면을 차지한 편집도 신선한 자극이다.

우리 동네에 한때 '개조심 씨'가 살았다고 한다.로 시작하여 '신문사절' '신문절대사절'씨가 살고 있고 지금은 '주차금지 씨'가 가장 많이 산다는 <우리 동네 전설>은 유쾌함을 준 산문시다. 또한 '기대지 씨' '손대지 씨' '나무를 꺾지 씨' '잔디밭에들어가지 씨' '쓰레기를버리지 씨'등 유령들이 아파트 후미진 벤치에서 회의를 하다가 우지끈 분질러 버린 몸의 조각들이 '마시오!마시오!마시오!마시오!마시오!'라나~~ 즐거운 상상과 웃음을 주면서도 제법 심각하게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게'는 요즘 애들 돈만 밝힌다고 하는 어른들이, 돈이 최고라는 가치를 심어주는 경제교육을 '고것 샘통이다!' 하면서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지구는 코가 없다'란 시에서도 지구를 살리자는 사람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비아냥거리며, 지구는 코가 없는게 아니라 환풍기가 없고 활짝 열어 놓을 창문이 하나도 없다며 본질을 환기시킨다.

1부 꿈틀꿈틀에선 자연의 작은 것들에 시인의 눈길이 머물렀다면, 2부 들썩들썩에선 학교와 가정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에 눈길을 던진다. 3부 뚜벅뚜벅에선 어린이의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낸 시로 독자를 포근하게 감싼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어른들에게 주는 동시집,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읽으며 나도 같이 엉덩이가 들썩인다면 절반은 시인이다 싶어 덩달아 유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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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읽고 쓴 초등생들의 시
    from 파피루스 2008-07-17 11:50 
     지난 금요일, 날씨는 덥고 애들은 지쳐 기운 없으니 글쓰기를 싫어하는 건 당근.^^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들고 가서 시를 몇 편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신형건 시인의 시적 감성에 동화됐는지 모두 시를 쓰고 싶어했다. 이럴때 기존 프로그램은 살짝 무시해주는 센스~ ㅋㅋ 아이들은 들썩들썩이 재미있었는지 자기반 풍경을 그려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원문과 삽화도 보시고, 아이들의 시를 감상해보실래요! 들썩들썩 &
 
 
마노아 2008-07-1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전설' 재밌어요. 대한민국의 전설이라는^^;;;;
동시집을 읽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만 가끔 접할 때면 너무 예쁘고 유쾌하고 즐거워요.
시인은 절대 늙지 않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7-15 19:32   좋아요 0 | URL
ㅎㅎ 재밌어요. 전문을 한번 올려볼게요.
시인은 정말 늙지 않는것 같아요. 신형건 시인도...^^

bookJourney 2008-07-15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색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언젠가는 이 시집을 꼭 읽어보아야지' 맘먹고 있었어요.
아직까지 장만을 못했는데, 순오기님 리뷰 보고 나니까 다시 마음이 동~~
땡스투부터 미리 눌러놓고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

순오기 2008-07-15 20:23   좋아요 0 | URL
전 개인적으로 신형건님의 시들이 기발해서 좋아요. 뭐 이런 걸 다 시로 쓰냐~ 싶거든요. 여전히 얼굴에 개구쟁이 빛깔이 남아있는 분이거든요.^^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은 산왕 부루 1
산왕부루 2 책읽는 가족 36
박윤규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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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편을 올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누군가 이 책을 구입하면서 땡스투를 눌러주셨기에 2편을  기대하시라고 마무리했던 1편 말미에 책임을 느껴 2편을 뒤늦게 올린다. ^^

우리의 국시가 '통일'이 아닌 '반공'을 부르짖던 시대도 지났고, 이제는 공산주의 사상도 빛바랜 유행처럼 이데올로기 대립의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적 과제는 '통일'이고, 우리의 소원이 '통일'임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질수록 6.25로 명명했던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도, 이산의 아픔을 겪은 세대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고인이 되셨다. 분단 60년이 훌쩍 넘고, 이제는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인지라 '통일'도 마다하는 세대가 판을 친다. 더구나 국가의 수반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 세상이다. 아무도 통일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우린 영원히 분단된 채로 살아야 하는 건가? 참으로 절망스럽고 참담하다.

그러나, 문학이나 예술이 끊임없이 '통일'을 얘기한다면 아직은 희망을 버릴때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굉장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은 호랑이 '산왕 부루'를 주인공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얘기하는 작품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1편에선 지리산에서 태어난 부루가 우여곡절을 거쳐 한라산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산왕이 되기 위해 짝을 구하러 백두산을 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2편에선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 그려진다. 김정호의 '대동여지전도'를 앞면에 넣어 백두대간의 줄기를 알 수 있게 배려했다. 부루는 여전히 얼음눈과 돌쇠박이의 공격을 받지만, 아버지 고시리와 두 번이나 맞대매를 벌었던 푸른목도리(늑대)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읽어나가면 푸른목도리가 왜 부루를 도왔는지 알 수 있다. 부루를 진정한 산왕으로 만들기 위한 아버지 고시리의 계획은 철저했다. 서울대공원에 갇힐뻔한 소동을 겪으며 달리는 화물열차에도 오르고 ...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설악산에 이르러 진돌이와 옛주인이었던 아이와 조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날카로운 가시와 칼날이 달려 있는 높이 4미터의 철책선이 2미터쯤의 폭을 두고 이중으로 되어 있다고 묘사한 벼락가시골은 독자의 가슴을 섬뜩하게 한다. 남쪽과 북쪽에서 철책선을 친 한강보다 더 넓은 사이의 벼락가시골은, 이미 땅의 기운을 잃었고 모든 묵숨붙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끊어진 대두대간, 허리 잘린 금수 강산에서 부루도 울부짖는다. 그래도 독자의 염원을 담은 부루는 경비대의 총에 맞으며 가시철책선을 뛰어 넘는다. 북쪽땅에 떨어진 부루는 벼락가시골의 터줏대감인 구리송곳니(멧돼지)의 치료를 받고 그곳에서 그냥 머물고 싶었지만,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백두산으로 간다. 드디어 비로봉에서 '솔나'를 만난 부루는 짝을 찾았음을 감지한다.

솔나와 함께 지리산으로 돌아온 부루는 늑대들을 몰아내고 진정한 산왕의 자리에 오른다. 산왕이 되어 맞대매를 벌이기로 했던 푸른목도리는 끝내 숨을 거두고....... 하지만, 푸른목도리는 부루가 아닌 아버지 고시리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었음이 밝혀지는 반전의 마무리는 감동적이다. 새끼 호랑이를 지켜보는 솔나와 부루의 행복한 결말은, 독자들에게 '통일'을 잊지말라는 의무를 지워주는 느낌이다.

초등 고학년이상 청소년들이 읽으며, 나라 사랑의 큰 뜻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촛불들의 소리없는 외침을 외면하는 집권자들을 보면서 진정한 애국이 무엇이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케 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 일신의 영달을 꿈꾸지 않는 '산왕 부루'같은 진정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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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자라기
김순영 지음 / 작은씨앗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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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최고의 관심사는 '먹을거리'일 것이다. '잘 먹고 잘 살려면 어떤 식품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는 건강을 최고로 생각한다면 누구도 소홀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구나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최대 쟁점이 된 현 시국에선 두말이 필요없다.

이 책은 저자가 초등자녀에게 쉽게 풀어 설명한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책이다. 3학년 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눈높이 책이다. 왜 패스트 푸드를 먹으면 안 되는지, 좋은 식품이란 어떤 것인지 쉽게 설명했다.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실천도서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것이다. 엄마들이 읽고 자녀에게 가르쳐주기에도 좋을 책이다. 주부 경력이 쌓이면 웬만한 정보는 알지만, 초보 엄마나 새내기 주부라면 기초적인 지식과 정보가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삽화를 곁들인 설명과 눈이 피로하지 않을 색의 속지도 좋다. '하나 더 알아두기' 코너를 넣어, 자료를 정리한 것도 돋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을 아주 안 먹일 수 없다면 이런 조리법으로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것도 좋겠고, 친환경농산물의 구별도 친절히 안내했다.



가정에서는 엄마가 신경 써서 해로운 음식을 차단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서 먹는 음식은 손이 닿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유해식품을 판단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 김순영씨는 자녀가 어릴때부터 하나씩 가르쳐 주지시켰음을 알 수 있다.

" 왜 엄마는 나보고 뒤를 보라고 해요? 뒤를 보라고 하니까 아무 것도 못사잖아요. 왜 뒤를 보라고 해서 나를 속상하게 해요?"


저자의 아이가, 엄마 말대로 포장 뒤를 살펴보면 수입산이 들어있거나 색소가 많아서 결국 아무 것도 고르지 못하고 돌아서며 울먹였던 말이다. ^^ 그래도 이 아이는 좋은 엄마의 가르침 덕분에 몸에 해로운 식품첨가물도 구별해서 간식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으니 앞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미국의 CSPI에서는 식품첨가제중에 청색 1호, 청색 2호,녹색3호, 적색3호는 먹으면 안되는 색소로 분류했다는데, 우리나라는 이 색소 사용을 허가하고 있고, 어떤 색소를 사용했는지 제품에 표시조차 하지 않아도 된단다. '황색4호'외에는 '홥성착색료'를 넣었다고만 표시한다니, 관계법규를 빨리빠리 정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수입산 과일들이 '방부제 용액'에 몇 시간 담궜다가 배에 실린다는 것을 안다면, 거리낌없이 먹지는 못할 것이다. 가능하면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라고 권하지만, 그걸 누가 모르나? 그런 식품을 사먹고 살기엔 우리 가정 경제가 허락하지 않으니,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 외식이나 매식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결국은 먹을거리도 아는 것보다 실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유는 사람보다 10배 이상 빠른 송아지의 성장을 위한 젖이니까, 우리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먹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 몸만 커지는 빠른 성장의 폐해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또 우유의 단백질이 오히려 우리 몸에서 칼슘을 뺏어가기에 뼈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은 놀랍다. 우유보다 65배가 높은 말린새우나, 14배가 높은 멸치, 11배가 높은 깨나 7배가 높은 김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주부들이 장보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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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8-06-1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개월 둘째가 생우유를 안 먹어서 걱정했는데, 이제 접어야겠군요.
멸치나 김....말린 새우...기억해둘게요.
이 책도...^^

순오기 2008-06-19 17:26   좋아요 0 | URL
유감스럽게 이 책은 절판이군요. 중고책도 나온게 없고요.
저도 지역도서관에서 빌려다 봤어요~ 초보 엄마들한테 많이 도움이 될 기초적인 지식과 정보가 들어있어요.^^
말린새우가 최고에요~ 국물을 만들때도 넣으면 맛도 좋아요!

클리오 2008-06-1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절판이여요. 흑.. 근데 전 말린새우 정말 싫어하는데.. 오직 국물 넣을 때만 먹는데 그래도 칼슘이 될까요? ^^

전, 유기농 먹거리 고민하다가 생협에 가입했어요. 한달에 2만원이 좀 못되는 조합비를 내긴 하지만, 그 대신 믿을만하게 좀 싸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답니다...

몽당연필 2008-06-20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절판요?

몽당연필 2008-06-20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그래24와 인터공원에서 판매중이라네요.

저도 유기농매장을 주로 이용하긴 하지만....ㅠㅠ;;

순오기 2008-06-20 08:22   좋아요 0 | URL
아하~ 그쪽에선 판매가 되는군요. ^^

세실 2008-06-20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근처에 유기농매장이 없어서 가끔만 사다먹는데..쩝
칼슘은 우유가 최고라 생각했는데 쩝.
햄, 비엔나, 소시지, 바나나부터 먹이지 말아야 겠군요...

순오기 2008-06-20 10:02   좋아요 0 | URL
육가공식품은 정말 될 수 있으면 먹이지 말아야 해요.
어쩔 수없이 먹일때도 있지만... 우리 어머니들이 해주셨던 음식이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이었단 생각이 절로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