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파업중 - 5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22
김희숙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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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엄마는 파업중'은 초등 5학년 2학기 읽기 셋째 마당에 실렸다. 작가인 김희숙 선생님은 현재 빛고을 광주의 초등학교 교사이시다. 2004년 12월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학부모독서회 연수'에서 강사로 오신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47세로 세 아이(대1,중3,초1)의 엄마였는데, 현직에서 남다른 독서지도로 배울 점이 많았다. 그 중에 압권은 발표를 잘하거나,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낸 어린이에게 "멸치를 고추장 찍어 입에 넣어 준다"는 파격적인 상이었다. 그날 참여했던 160여명의 광주독서회 어머니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선생님을 응원했다. 

우리 나이쯤이면 몸 생각해서 날마다 멸치 먹기가 하나의 과제이지만,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 식품이라 선생님의 독창적인 사탕발림이 정말 근사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주시는 멸치를 자랑스레 먹으며 들어가는 아이들, 어떤 아이는 손가락에 묻도록 고추장을 듬뿍 찍어 매운 것도 잘 먹음을 뽐내기도 한단다. 아마도 얼마 후엔 '멸치 먹는 아이들'이나 '멸치 먹이는 선생님'이란 동화가 나올거라 생각하며, 그 아이들의 추억속에 그려질 멸치의 풍경화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표제작과 더불어 선생님의 현장 경험에서 얻은 12편의 단편은, 우리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마음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들, 여성의 권리회복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를 초등생의 눈높이에 맞게 잘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 뿐 아니라 부모가 같이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가족이 함께 읽고 토론하고 독후활동도 하면서 제법 묵직한 주제인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가지면 좋겠다.

제목과 표지에서 짐작하듯이 가족의 협조가 없는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가 버즘나무(플라타너스)로 올라가 파업을 한다는데, 엄마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을 먹어봤기에 꽤 공감이 간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우리 엄마도 파업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이 생겼다면 제대로 된 독서를 한 듯하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면 자기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한다. 처음엔 억지로 하더니 반복할수록 재미를 붙였고, 이제는 엄마가 산더미처럼 쌓아 둔 설거지도 말끔히 해 놓아 가끔은 엄마를 감동시킨다. 평소엔 잘하지 않다가도 엄마가 아프면 알아서 청소나 설거지를 하는 아들녀석을 보면, 가부장제에 젖은 내 남편과 다르게 이 다음에 '사랑받는 남편'이 될 것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

아이들은 재미없거나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엄마가 먼저 읽고 대화로 이끌어준다면, 주제를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은 작은 다짐 하나라도 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랑스런 아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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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3-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네요.
이 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08-03-29 12:15   좋아요 0 | URL
12편이나 실렸으니 맘에 땡기는 것들로 골라 읽어도 좋을 듯해요.
다 읽고나면 좀 헷갈리거든요~ㅎㅎㅎ

2008-03-29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9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8-03-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려다 만 책인데 땡스투하고 사야되겠어요~.^^

순오기 2008-03-29 12:17   좋아요 0 | URL
나비님, 또 찡긋하면 어쩌려고요~ 웬만하면 도서관을 이용하셔요!
말없이 찡긋 웃으며 조종하는 남편이 더 무섭다면서요~~ ㅎㅎㅎ

뽀송이 2008-03-2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들이 꽤~ 많이 실려있는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알차고 재미있는 책이지요.^^

순오기 2008-03-29 12:18   좋아요 0 | URL
전에 송이님 리뷰 올라온 것 본 기억나요.^^
전 작가를 만나기 전에 봤는데 귀찮아서 안 쓰다가 요즘 이벤트에 좀 힘을 보탤까 하고...^^ 이런 내 맘을 알아줄려나?ㅎㅎㅎ
 
얘, 내 옆에 앉아!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6
연필시 동인 엮음, 권현진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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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정판을 거듭 내면서 끊임없이 사랑받는 책이다. 이 시집을 들여다 보면, 초등 교과서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는 것은 아닌 듯하다. 1992년에 모인 <연필시> 동인들의 세번째 책이라는 점, 그 시인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시를 쓴다는 점, 연필을 주제로 한 시와 교과서에 실린 시를 모았다는 점, 아홉 시인들의 작품을 맛볼 수 있도록 따로 또 실었다는 점이 사랑받는 이유라 생각된다.

그래도 엄마들은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에 몇 편 소개해본다. 2부는 교과서에 실린 시를 따로 모았는데, 7차 교육과정에서 바뀐 것도 있어 확실한 것을 추려보았다.

2학년 1학기 <말하기,듣기>에 하청호님의 '돌다리' <읽기>에 노원호님의 '눈치 챈 바람'

4학년 1학기 <읽기>에 정두리님의 '떡볶이' 4학년 2학기 <읽기>에 박두순님의 '몸무게'

5학년 1학기 <읽기>에 노원호님의 '바람과 풀꽃', 이준관님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6학년 2학기 <읽기>에 신형건님의 '그림자' 등이 실렸다.

교과서에 실린 하청호, 노원호, 정두리, 박두순, 이준관, 신형건님 외에도 손동연, 권영상, 이창건시인과, 초대시인인 허명희 시인의 작품을 모아 모두 12부로 구성되었다.

학교에서 '시암송대회'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시 중에 하나인 '떡볶이'를 감상해보자.
떡볶이는 엄마들이 쉽게 해 주는 간식이고, 아이들이 즐겨먹기에 감정을 표현하기가 좋아서 가장 많이 암송되는 듯하다. 엄마도 실감나게 암송해 보면 어떠실지...... ^^

내가 갖고 있는 책은 2005년 판이라 흑백이지만, 2006년 개정판은 동시의 맛을 살려주는 그림이 컬러라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동시를 읊으며 아이와 교감하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즐거운 추억여행이 될 것이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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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는, 소리내어 읽을 때 운율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소개해주신 '떡볶이'도 재미있네요~~ 저희 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해야겠어요 ^^

순오기 2008-02-09 12:22   좋아요 0 | URL
요즘 교과서는 동시가 많이 실려 있어 좋아요.
소리내야 제대로 맛을 느낄수 있는 게 시의 매력이겠죠!

이소령 2008-03-3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jhkhkhjkhj
 
마사코의 질문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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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된 9편 중에 6학년 1학기 읽기에는 "방구 아저씨"가  4학년 2학기 읽기에는 "꽃잎으로 쓴 글자"가 실려 있다. 요즘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한자교육을 우선하는 걸 보면 안타까운데, 한 술 더 뜬 인수위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영어로 수업을 한대나 뭐래나~~ 참, 우리말과 글은 언제 익힐 것인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아예 우리 말을 싸그리 없애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시지! 쩝~~~

세계 60억 인구가 쓰고 있는 말의 가짓수는 약 3,000~4,000개, 그 말 중에 문자까지 있는 것은 겨우 300개 남짓이라고 한다. 우리글은 단지 24개의 모음, 자음으로 무려 11,172자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로, 세로의 직선과 네모, 동그라미 가지고 못 만드는 글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우리가 아끼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참으로 세종대왕이 통탄할 일이며, 우리의 말과 글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은 심정이다.

손연자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아픔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우리 아이들은 그 시대의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반성하지 않는 저 뻔뻔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역사인식이 어떨지 자못 걱정스럽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도 초등 고학년에게 <마사코의 질문>을 읽혀야지 다짐한다. <마사코의 질문>을 처음 읽을 때, 우리의 아픈 이야기 제목이 왜, '마사코의 질문'인가 의아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비로소 이해되었던 제목은 오늘날까지 반성하지 않는 저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은 진정 피해자일 뿐인가?'라고 우리와 그들의 양심이 던지는 물음이었다.

나라와 민족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얼과 말과 글이라고 한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말과 글로 시를 쓰는 사람이 되라는 엄마의 가르침에 '꽃잎으로 쓴 글자'의 승우는 마음을 다지고...  손연자님은 한자말을 거의 쓰지 않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준다.

'잠들어라 새야'에서는 정신대에 끌려갔다 돌아온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던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에, 난 책을 놓고 울었다.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이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그들을 누가 이렇게 감싸고 사랑해 주었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 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다. 온 국민이 애송하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로 시작하는 그의 서시는, 우리와 교감되는 그의 정신이고 아픔이다. 그는 생체실험의 희생양으로1945년 2월 16일 금요일 오전 3시 36분, 27세 2개월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시인이다.

'꽃을 먹는 아이들'과 '남작의 아들'. 그리고 '흙으로 빚은 고향'에선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을, '긴 하루'에선 가해자에게 베푸는 피해자의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사코의 질문>은 이렇게 개인과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모두 8편에 담아놓았고, 정직하지 못한 일본인에게 던지는 9편째 '마사코의 질문'으로 그들의 책임을 물으며 끝난다.

끝에 <일러두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정리해 이해를 도왔고, 신형건님의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까닭"을 실어 또 한번 우리에게 다짐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머리말이나 해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겐 반드시 작가의 말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 좋겠다.

세계 어느 나라인들 수치스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가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욕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건,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민족과 나라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성하지도 않고 왜곡시킨 역사로 후세를 가르치다간 결국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인식은 어떨까?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심각하게 고민되는 요즘 이 책으로 역사인식을 새롭게 하며 작은 위로라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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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에서 6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from 파피루스 2008-02-01 00:31 
    2006년 이금이작가님 '밤티마을 블로그'에서 푸른책들의 신간평가단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했었죠. 리뷰라는 걸 써보지도 않았지만, 나름 동화를 많이 읽었기에 용기를 냈었답니다. 다행히 3기 신간평가단으로 뽑혀 지금까지 우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그 덕분에 알라딘도 알게 돼서 이제는 제 놀이터가 되었지만...  신간평가단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제가 응모할 때 올렸던 '유진과 유진
 
 
bookJourney 2008-01-2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가 이 책을 골라읽던데, 소감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순오기님 리뷰를 보니까 저도 읽어야 하는 책인것 같아요~

그나저나, 정말 영어로 수업을 할까요? 인수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흐유.

순오기 2008-01-25 02:28   좋아요 0 | URL
음, 저는 8월이 되면 이 책을 다시 읽어요. 학교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읽히고요~~ 용이도 독서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역사인식도 어른 빰치는 것 같고요!
인수위 사람들뿐 아니라 요즘 사람들 뭔 생각으로 사는지 ~~~ 걱정스러워요!

마노아 2008-01-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강추 도서!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08-03-12 08:25   좋아요 0 | URL
우리동에서 작년 7월에 '한마을 한책읽기'를 시작하며 '역사를 동화로 읽기'첫번째 책으로 선정했지요. 분기별로 계획했는데 동장님이 8월에 발령나서 흐지부지 되었지만, 어머니독서회에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사회샘은 꼭 읽으셔야 할 책이겠죠. 저는 읽을때마다 울어요.ㅠㅠ

비로그인 2008-01-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었어요.
꼭 읽어보고 애들도 읽히려구요.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순오기 2008-01-25 19:49   좋아요 0 | URL
독서회 엄마들도 읽으며 다들 눈물 난 우리의 아픈 역사죠.
애들은 그렇게까지 찐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역사를 안다는 의미에서도 읽어야 할 책이에요.

세실 2008-01-2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이가 이제 6학년이 됩니다. 꼭 읽어보게 해야 겠습니다.

순오기 2008-01-25 19:50   좋아요 0 | URL
아하 6학년이 되는군요. 아드님은 4학년?
저는 가능하면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꼭 읽도록 하고 있어요.

뽀송이 2008-01-25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사코의 질문> 좋죠.^^
6학년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지요.^^

순오기 2008-01-25 21:22   좋아요 0 | URL
그쵸~ 꼭 읽어야 할 책! 정말 어른 아이 다 읽어야 할 책이에요.

프레이야 2008-03-2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오래 좋은책으로 읽히는 책이죠.
축하해요, 순오기님^^

순오기 2008-03-25 21:10   좋아요 0 | URL
오마낫, 여기에 댓글을 달았군요. 감사^^
정말 '마사코의 질문'은 꼭 봐야할 책이에요. 그쵸?
 
산왕부루 1 책읽는 가족 35
박윤규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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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단군 할아버지의 장자로 고조선 2대 임금이 된 '부루'의 이름을 가진 호랑이다. 부루의 아버지인 '고시리'나 거불단, 솔나 등의 이름도 '한단고기'에 나오는 옛 임금의 이름을 빌어 썼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아 산왕이 되는 호랑이 부루를 따라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다. 어머니의 산이라 일컫는 지리산에서 태어난 부루는 토끼의 빨간 눈이 무서워 도망치는 겁쟁이 꼬마였다. 그런 부루를 보며 걱정하는 부모 마음이 당연하지 않겠나. 아버지인 산왕 고시리는 부루가 강해져서 대를 잇기 바란다. 부루가 강해지기 위해선 백두대간을 타고 아버지의 산이라는 백두산에서 자기 짝을 구해 오는 것, 부루가 벼락가시골이라 표현된 휴전선을 넘어 백두산까지 가 짝을 구해 진정한 산왕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여러번 감동을 받았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먼저 제대로 된 심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큰 틀을 가지고 '산왕부루'를 썼는지 공감이 됐다. 바로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얘기한다는 것, 분단으로 땅 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힘들게 산다는 것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동화가 이런 맥을 짚어주는 것이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초등 고학년이상 청소년들이 읽으며, 나라를 사랑하고 뭔가 할 일을 찾아 뜻을 세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당장 좋은 학교 보내기 위해 단편 지식을 달달 외우는 공부보다, 정말 큰 뜻을 담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게 진정한 교육이란 생각에 마음이 착찹하기도 했다.

등장하는 동물이 많아 헷갈려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기에,나중엔 이름과 동물을 줄로 연결해 적어 놓고 보면서 읽었다. 호랑이:고시리-수밀리-부루-솔나, 은빛수염-산양, 은빛구름-다람쥐, 푸른목도리-늑대,부루의 젖어미, 얼음눈-늑대, 돌쇠박이-멧돼지, 가륵- 한라산 흰사슴, 차차웅-반달곰...  등장동물이 엄청 많아서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이해하기가 좋다. ^^

낯설고 어려운 우리말을 잘 살려낸 장점이 돋보인다. 모꼬지, 대매, 싸울아비, 매조지, 가시버시, 벼락쇠막대, 벼락가시골... 등 신선함이 느껴진다. 지리산을 시작으로 한라와 백두까지 한반도 전체를 무대로 삼은 스케일 큰 작품인데, 1편에서 부루가 우여곡절을 거쳐 한라산에 가서 흰사슴인 가륵에게 사향을 받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힘은 용기와 지혜를 움직이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 진정한 사랑안에 모든 게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백두산을 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반도 백두대간을 부루와 동행하며, 이선주 화가의 삽화에 우리의 주인공 '부루'와 같이 싸울아비들과 한판 대매를 벌이거나 매조지를 하는 것처럼 즐거운 책읽기라서 손에서 놓기 어렵다. 자~~ 이어지는 2편을 기대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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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두대간의 정기를 받은 산왕 부루
    from 파피루스 2008-06-29 17:11 
    1편을 올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누군가 이 책을 구입하면서 땡스투를 눌러주셨기에 2편을  기대하시라고 마무리했던 1편 말미에 책임을 느껴 2편을 뒤늦게 올린다. ^^ 우리의 국시가 '통일'이 아니고 '반공'을 부르짖던 시대도 지났고, 이제는 공산주의 사상도 빛바랜 유행처럼 이데올로기 대림의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적 과제는 '통일'이고, 우리의 소원이 '통일'임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질
 
 
 
수학 귀신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지음,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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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학년 1학기 읽기 책 다섯째 마당, 더 나아가기에 '수학 귀신 이야기'란 제목으로 실려있다.  수학을 싫어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로베르트가 꿈 속에서 수학귀신을 만나는 이야기다. 날마다 연속적으로 꿈 속에서 만나는 메뚜기 정도 크기의 수학귀신을 통해 수학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갖게 된다는 아주 모범적(?)인 책이다. 수학귀신이 화가 나면 점점 커진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나도 우리 애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다빈치 코드'에 나온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비율을 쉽게 알아 먹었으니까 좋은 책이다. ^^

수학을 싫어하는 우리 애들에게 이 책을 사주지 않고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다 준게 아주 후회된다. 집에 있었으면 필요할 때마다 들여다 보았을 텐데, 빌려다 봐서 일회성으로 끝나 수학을 좋아할 기회를 박탈한 게 아닐까~ 살짝 후회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책으로 수학을 좋아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 막내가 읽기 책에 로베르트에게 쓴 편지를 보면, '꿈 속에서 수학귀신을 만나 공짜로 수학과외를 받은 네가 부럽다. 내 꿈에도 수학 귀신이 나오면 좋겠어. 수학 귀신이니까 설명도 아주 잘 할거잖아. 넌, 정말 땡 잡은거야!'라고 써 놓았다. ^^

이렇게 수학귀신을 만나 땡 잡은 책이라면, 특히나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조금은 흥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추천한다. 6학년 1학기에도 상당 부분이 실려 있으니, 6학년 올라갈 아이라면 먼저 읽기 책을 읽고 관심있어 한다면 사 주어도 좋을 것이다. 컬러플한 삽화도 재미있고 수학적 용어와 공식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수학교과서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초등 5,6학년이상 중학생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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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1-1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보림이도 읽긴 했는데 다시 읽으라고 해야 겠습니다. 재미있어 하네요.

순오기 2008-01-14 01:00   좋아요 0 | URL
수학, 우리 애들 모두 머리 아파하지만 이 책은 제법 재미있게 봤어요.

잎싹 2008-01-1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딸이 6학년 때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수학을 못하는 아이가 좋아하니, 저도 즐겁다군요.

순오기 2008-01-15 13:37   좋아요 0 | URL
큰딸이 지금 중학교 몇학년이야요? 아님 고등학생인가? ㅎㅎ
우리 아이도 이 책만 좋아했지 수학은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도...

잎싹 2008-01-1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2학년입니다.3학년 올라가요.^^
아드님과 비슷할 겁니다.아마도..

순오기 2008-01-16 01:45   좋아요 0 | URL
중3 올라가면 같은 학년이군요. ^^ 공통점에 친근함이 더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