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세트 - 전12권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에 대학 간 큰딸이 6학년이던 2001년에 이 책을 사기 시작했다. 중학교 가기 전에 세계를 두루 섭렵하라는 의도였는데 아이가 잘 따라주었다. 만화라 부담없이 보고 또 보았고, 한 발 더 나가 세계의 역사 전집물도 챙겨보게 되었다. 그 아래로 동생들도 초등 고학년에 진입하면 알아서 이 책을 빼들었기에 책값을 톡톡히 한 책이다. 식탁에 간식 먹으러 올 때마다 '호돌이 세계여행'과 더불어 자연스레 빼들고 와 그야말로 보고 또 보는 책이었다.

큰딸이 중학교에서 사회를 배우면서 선생님이 어떤 나라를 설명하면,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아주 즐거워했다. 또 시험에 나온 문제도 교과서에서 본 것보다 이 책에서 본 내용이 먼저 떠올라 답을 쓴다면서 동생들에게 자랑했다. 덕분에 사회 공부를 쉽고 즐겁게 했으며, 고등학교 3년도 무리없이 보냈다. 수능도 사탐을 선택하여 별 부담없이 시험을 쳤다.

아들 녀석은 이 책으로 세계 여러나라를 배울 뿐 아니라, 만화 그리기를 한 수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초등 6학년 겨울방학에 그렸던 황우석 만화는 고슴도치 엄마를 들뜨게 했다.^^ "아들아, 너 만화가 될 생각없어? 엄마는 네가 박광수 같은 만화를 그리면 좋겠는데..." "난, 만화 보는 건 좋지만 만화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라는 대답에도 낙심치 않고 열심히 만화책을 사들이고 있다. 요즘은 만화가 '최규석'에 필이 확~ 꽂혔지만... ^^

중학교 1학년인 막내는 이 책을 읽고 또 읽어서 더 이상 모르는 게 없다고 장담한다.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도전골든벨이나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용수철처럼 정답이 튀어나오는 순발력을 자랑한다. 또 한가지 뿌듯한 일은, 이 책을 읽으며 자기가 이 다음에 가고 싶은 나라를 하나씩 정해두고 있다. 큰딸은 영국, 아들은 독일, 막내는 프랑스로 공부하러 간다며 저금통장에 살뜰히 돈을 모은다. 물론 이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꿈을 키운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애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나는, 학원수강비 한 푼 안 들었기에 중학교때 외국을 한번씩 보낸다. YMCA에서 활동했던 나는, Y프로그램이면 절대적인 신뢰로 아이들을 보낸다. 큰딸은 일본에 갔었고, 아들은 고구려역사 캠프로 중국에 다녀왔다. 이제 막내만 Y프로그램에 따라 또 어딘가로 가게 될 것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로 만났던 나라를 체험으로 확인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제 클만큼 다 큰 딸은 이 책이 오래되어 현재와 다른 것들이 많다는 지적도 간간히 내 놓았다. 출판사에서 개정판을 낼 때마다 '새' '21세기'라고 타이틀만 바꾼게 아니라 내용의 일부도 고치겠지만, 세계가 빠르게 변한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독서력이 좋은 초등 5~6학년이나 중학생들은이 책을 읽으면 학습효과도 얻고, 세계를 무대로 꿈을 키우는 계기도 될 것이기에 추천한다. 명절에 친척들한테 받은 용돈으로 구입하는 투자늘 해도 손해보지 않을 책이다.(노골적인 삽질.ㅋㅋ) 우리 애들은 이 책을 보고 나서 '가로세로 세계사'도 읽었다. 우리 아들의 만화를 보면 어떤 것이 이원복화백의 그림과 닮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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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14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 때 독일사 수업 들어가기 직전에 독일편을 읽었어요. 그리고 수업 중 책 내용을 생각하면서 어떤 질문을 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이원복 교수님 책을 재밌게 유익하게 읽지만 그때 기억이 늘 나곤 해요^^

순오기 2008-09-15 05:41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추억을 갖는 건 참 행복한 인생이다 싶어요.^^

2008-09-15 0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기 여우 헬렌 쪽빛문고 9
다케타쓰 미노루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인들은 여우를 좋아한다. 며칠 전 다녀온 일본 문학기행에서도 확인한 바였다. 우리가 갔던 '태양의 아이' 후짱이 찾던 신사는 바로 여우를 신으로 섬기는 곳이었다. 빨간 턱받이를 한 여우상과 줄줄이 걸어놓은 여우등이 인상적이었다. 살짝 사진을 올려본다.



이 책은 일본 홋카이도에서 동물병원을 하는 수의사 다케다쓰 미노루 부부가 돌본 아기 여우에 대한 보고서다. 듣고 보고 말하지 못했던 헬렌 켈러처럼, 눈과 귀와 후각까지 상실한 아기 여우를 '헬렌'이라고 이름 지었다. 아기 여우 헬렌은 박사부부에게 와서 힘겹게 한달을 살고는 그만 눈을 감는다. 그 애잔한 기록은 사진을 곁들이고 조곤조곤 헬렌의 삶을 전하며 독자의 눈시울을 적신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성가신 동물을 진찰하지 않겠다. 진찰하지 않고 우리가 도망치겠다. 입원시키지 않겠다. 모두 안락사시키겠다'고 커다란 종이에 써서 선서까지 했다는 이들 부부는, 25년 전 날개뼈가 없던 솔개가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을 경험했기에 이 선서를 지키지 못한다. 바로 이런 깨달음 때문에.

"내가 날지 못하는 솔개를 불행하다고 여긴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솔직한 내 마음은 돌보기 힘들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안락사가 옳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까지 "돌보기 힘들다고 죽여?"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어쩔 수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나는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 편리한 방법일 뿐이란 것을 그 초등학생들에게 배웠습니다.(34쪽)"

장애를 갖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동물들을 돌본다는 게 보상도 없고 성가신 일이라 거부하고 싶었던 그들의 마음도 이해됐지만, 아기 여우 헬렌의 고통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눈과 귀를 가리고 모래언덕에서 네발로 기었던 그의 행동은 가슴이 뭉클했다. 비로소 암흑과 침묵속에 갇혀서야 헬렌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의 행동에 감동이 일었다. 그건 사랑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기에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아기 여우 헬렌을 맡아서도 안락사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작은 희망을 발견하며 기대를 갖고 돌본다. 헬렌은 생존에 필요한 그 어떤 것도 갖지 못했다. 먹는 일조차 버거운 헬렌을 먹이고 돌보며 그들은 정이 든다. 처음으로 헬렌이 기쁜 표정을 지었을 때, 꼬리를 살짝 흔들었을 때의 감격으로 그들은 잠시 행복하다. 헬렌을 살리기 위한 부부의 노력은 존경할 만하다. 아기 여우 헬렌은 이들과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려고 그 짧은 생을 왔다 갔나 보다.

이 책을 통해 여우의 특성을 알고 여우에 대한 이해를 배웠다. 오랜동안 북방여우의 생태를 조사해 온 그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자연을 보존하는 일이 소중함을 확인한다. 초등 3학년 이상 어린이들이 읽으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동물사랑을 배울수 있는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올지 기대가 된다. 책에 수록된 감동의 사진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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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0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에 잠깐 나오는 아기여우 헬렌을 보고 눈물을 찔끔거렸는데, 독립적인 책으로도 이야기가 있군요 ...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제 행동을 반성하게 되는 이야기에요.

순오기 2008-08-06 14:29   좋아요 0 | URL
그 이야기가 책으로도 나오고 영화로도 나왔답니다~~~ 뭉쿨한 감동이지요.

행복희망꿈 2008-08-0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도 멋지겠지만, 사진이 예술이네요.
순수한 마음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순오기 2008-08-07 02:54   좋아요 0 | URL
사진이라면~ 제가 찍은거요~ 책에 실린거요? ㅎㅎㅎ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8-0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기 여우 정말 귀엽네요.우리나라엔 여우가 거의 멸종인데,다른 나라엔 늑대는 귀해도 여우는 꽤 있더라구요.

순오기 2008-08-09 17:21   좋아요 0 | URL
책속에 삽입된 사진은 정말 귀여워요~ 일일히 스캔 받기 귀찮아서 그냥 뒷면에 나온 걸 한번에 떴어요.ㅋㅋ 일본은 여우가 꽤 많은가 봐요.^^

노이에자이트 2008-08-0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는 런던 시내나 미국의 웬만한 대도시 골목에도 다 살더라구요.우리나라만 여우가 없죠.일본은 곰도 많아서 도시 근교까지 내려오는 일도 있다고 외신에서 봤어요.우리나라는 정력제로 쓰려고 다 잡아먹었나봐요.

순오기 2008-08-10 08:04   좋아요 0 | URL
ㅋㅋ 우린 정력에 좋다면 뭐든 씨가 마르잖아요.ㅜㅜ
저어기 파란집에 있는 거시기가 좋다 하면 잡아 먹으려나?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08-1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집의 그 분? 체중줄일 때 그 분의 사진을 보면 된다는데요.밥이 잘 안 넘어가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죠.

순오기 2008-08-10 21: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 아그들도 뉴스에서 잠간 보여질때마다 윽~~ 구역질을 하걸랑요.ㅋㅋ

노이에자이트 2008-08-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분 주름은 없어요.미용연구가들이 연구할 대상일 듯.근데 그 분은 목소리가 이상해요.저는 어린애 목소리도 나오는데...

순오기 2008-08-11 16:49   좋아요 0 | URL
억~ 생각해보니 정말 주름이 없는 것 같군요~ 목소리는 정말 비호감이야요.ㅜㅜ
 
고래와 래고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2
이옥용 동시집,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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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한 이옥용 시인의 첫번째 시집이다.

'고래와 래고'라는 제목에 끌리고 표지의 빨간색이 강렬해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보려고 했다.
그렇게 전리품을 챙기듯 가져 간 녀석들이 몇 쪽 넘기다 슬며시 내려 놓았다.
이 책을 가져 간 초등 저학년들의 반응이 대부분 비슷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는데 친해지거나 빠져들지 못한 이유가 무얼까?
그 이유를 찾느라고 리뷰를 쉽게 쓰지 못했다.

이 동시집에 대한 내 감상도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들이 깜찍 발랄하듯 귀엽고, 스을쩍 찔리는 느낌도 있지만
아이들이 열광하기는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로 엄마를 얘기한 1부 '엄마가 삐쳤다'는 비교적 공감하고
2부 '거북 생각'도 시사적이긴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3부의 '심심'과 4부 '꿈'을 읽으며 아이들은 점점 어려워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동심과 아이들이 실제적으로 공감하는 동심엔 분명 차이가 있다.

-새 일기장-
일기장을 새로 샀다.
아주 멋진 내용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언니랑 싸우고
엄마한테 야단맞은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
새 일기장은 정말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일기장아, 미안해.


-기도-
내 소원 하나 포기할 테니
우리 바둑이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아니, 한 개 더 포기할게요.
제발요!


위 시를 보며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거라 생각하며 읽어주었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그런 적도 없고 그런 마음 먹은 적도 없어요'라는 대답이다.
어른이 생각하는 동심속의 아이는 분명 이렇게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데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너무 메말라 따뜻한 인간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낼 시집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다시 읽으려 들지 않는다.
이 책을 슬며시 내려놓은 이유가 시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다 읽지 않아도 좋으니까 네 마음에 드는 좋은 시를 한편 골라 봐."
하는 정도로 권면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한편씩 읽어주어 동시집과 친해지도록 했다.

어른들은 단박에 좋아할 동시집이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이 책이 어린 독자들과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책에 수록된 시의 절반 이상을 읽어주었더니 하나 둘, 다시 가져다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동화보다는 동시집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릴지라도
푸른책들의 '시읽는 가족'을 꾸준히 펴내라고 응원을 보낸다.
그래도 짬짬히 시를 읽어주고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나누면 시와 친해지는 시간이 조금은 짧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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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7-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왜 어릴때 자신을 다 까먹는걸까요? 저도 마찬가지고 말예요. ㅎㅎ

순오기 2008-08-01 06: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이죠.^^
 
맨발로 달려라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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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이야기 네번째 책이다. 리뷰를 쓰면서 다카유키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별명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다카유키의 별명은 '땅콩땅'이다. 정확하게는 '땅콩땅 콩땅콩'이지만 그냥 '땅콩땅'으로 불린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땅콩땅의 친구들 별명도 만만치 않아, 맹꽁이(가츠지), 넙죽이(긴야), 남자자염(레이코), 도코짱(도코에)과 그냥 후타로 불리는 엄청난 먹보 후타와 긴타(꽃집 휴일 아저씨 아들)가 또래 친구로 등장한다.

어른친구들의 별명도 돈지갑아저씨(서점주인), 여자장면 아저씨(남자장면 아빠로 중국집 주인), 팬티아저씨(옷가게 주인으로 늘어진 팬티고무줄처럼 건들거리는 아저씨), 휴일아저씨(꽃집주인, 맘에 안 드는 손님이 오면 '오늘은 휴일입니다'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 정의의 사자 아저씨(마음씨 좋은 어부로 언제나 아이들 편), 하루 할머니와 이웃의 농사선생님인 다케조씨와 기시모토 선생님. 4편에 처음 등장하는 고로아저씨(아빠의 친구로 마라톤 코치)가 나온다.

전편에서도 이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엮어내는 삶의 현장이 감동이었지만, 4편 '맨발로 달리다'에서는 마라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더 감동스럽다. 갈수록 끈끈한 우정과 사랑이 찐하게 느껴졌다. 이런 친구와 이웃들이 있다면 세상은 정말 살만하지 않은가! 절로 감동과 감탄이 나왔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 특히 도시에서 이웃들과 네것 내것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어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이 부러웠고, 이렇게 살고 싶은 동경까지 생겨났다.

가출해서 친구집에서 지내는 누나 가나코의 문제로 엄마와 아빠의 갈등이 살짝 비치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고 가족이 서로 동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누나의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음식만들기에 도전하며 삶의 지혜도 배우고 자신감과 즐거움을 얻는다. 누나는 부모에게 반항할 줄 모르는 인간은 글러먹은 인간이라며, 별 이유없이 반항하는 건 나쁘지만 삶의 방식이 달라서 부모와 부딪치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라며 동생에게 훈수한다.

시골을 찾아온 아빠 친구인 시로아저씨의 도움으로 자연스레 마라톤 가족이 된다. 몸과 마음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달리는 것이지 빨리 달리기 위해 경쟁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하는 것임을 배운다. 땅콩땅은 시로 아저씨의 도움과 지도를 받아 친구들과 달리기 연습을 하고, 마침내 바닷물마라톤대회 하프에 출전한다. 물론 12세 미만 아이들은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자연스레 아빠 엄마와 누나, 료코 누나와 미짱 누나, 정의의 사자 아저씨와 기시모토 선생님이 동반자가 되어 아이들과 달린다. 둘씩 짝이 되어 달리고 이웃들이 모두 나와서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의 눈물까지 글썽이게 만들었다. 마라톤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아이들도 자랑스럽지만, 항상 아이들 편이 되어 응원하고 지지하는 어른들도 멋지다.

땅콩땅 다카유키와 친구들은 꿋꿋한 사람으로 잘 자랄거라는 희망과 믿음이 생긴다. 서로의 사랑과 배려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보여주며 생각케 하신 하이타니 선생님께 감사하는 행복한 독서였다. 이제 5권 '생명은 서로 기대어 살지요'를 읽고 이틀 후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시골이야기의 배경지인 아와지 섬을 둘러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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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나눠 준 선물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3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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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타니 겐지로 시골이야기 세번째 책으로 본격적인 시골생활에서 자연이 준 선물로 온갖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아빠와 나(다카유키)는 자연의 고마움에 감탄한다.

벼를 베며 벼포기를 잡는 요령과 낫질을 배우며, 학교 공부 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배워야 한다는 걸 알아간다. 살무사를 죽이는 다케조 아저씨가 "단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자기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안은 뱀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자연의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할 때에만 다른 생명을 빼앗는단다."는 말씀을 깊이 새긴다.

누나를 따라 도시를 구경하다 만난 다메젠 아저씨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빠와 낚시질을 하며 궁금했던 것들을 물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부자가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무척 부럽다. 아빠는 솔직한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먹을거리는 모두 생명이고 거기에 인간의 노동과 지혜가 보태져서 음식이 된다. 도시인들은 인간의 노동과 지혜까지도 모두 돈으로 사버린다. 값비싼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남겨 버리거나, 남이 버린 음식을 먹고 사는 일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옳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3권에서 다카유키는 사람들 관계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누나 친구의 누나를 찾기 위해 나섰던 도시경험을 아빠에게 말하자, 아빠는 누나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알기 위해 교환일기를 전한다. 교환일기를 나누는 부녀의 관계나 일기내용을 그려내진 않았지만, 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헤아리게 된다. 또한 휴일 아저씨(꽃집) 아들 간타의 도둑질 때문에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발견한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외톨이고, 쓸쓸한 사람은 나쁜 짓을 한다는 것. 친구한테 둘러싸여 있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즉, 생명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간타의 일로 알게 된 정의의 사자, 어부 아저씨의 초대로 친구들과 같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멋진 경험도 한다. 친구와 이웃을 통해 배우는 세상살이로 마음이 성큼성큼 자라는 다카유키를 지켜보는 독서가 즐거웠다. 4권 '맨발로 달려라'에서 만날 녀석이 궁금해 빨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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