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되렴 책읽는 가족 47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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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작품집 서른두 권 중 스물아홉 번째로 읽은 책이다. 이제 세 권만 읽으면 이금이 작가의 전작을 읽는 것이다. 음하하하~~ 이금이작가는 부지런히 도망가야겠다고 했고, 곧 새 책이 나올 모양이다.^^  

1984년 새벗 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된 이금이작가의 첫 장편동화집으로 1988년에 출판되었다. 초판은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였으나 개정판을 내면서 본래 제목인 '다리가 되렴'을 찾았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되었으니 5학년이던 동화속 은지가 서른 둘의 나이가 되었을 세월이다. 어쩌면 지금쯤 엄마가 되었거나 동화를 쓰는 또 한 사람의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이 책은 '다리'의 의미를 잘 살려낸다. 너와 나를 이어주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전쟁의 상처도 씻고 용서와 화해로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치밀하게 배치된 복선으로 자연스런 사건 전개와 억지스럽지 않은 마무리가 설득력을 갖는다. '동화는 위로와 희망이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철학과 소신에 걸맞게, 스스로 다리가 되어주는 아이들과 용서와 화해로 소통하는 마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아내를 잃고 휘청거렸던 은지 아빠는 갈뫼산 아래 안터말에 정착해 그림에 전념한다. 고모집에서 살던 은지는 아빠를 따라 전학 왔지만, 엄마 없는 아이로 놀림받았던 기억에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비오는 날 6학년인 윤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말을 트지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다. 윤철은 빨간지붕의 희망원에 사는 아이였고, 안터말과 희망원 아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없는 깊은 강이 흐른다. 아빠는 은지에게 안터말과 희망원 아이들을 이어줄 '다리가 되라'고 격려한다. 

어렵게 사귄 은지의 단짝인 순혜는 시골 마을이 답답해서 도시를 꿈꾸고, 은지는 순혜네 오래된 감나무가 부럽다. 감꽃목걸이를 꿰며 은지는 시골생활에 적응해가고, 아빠는 희망원 아이들에게 미술을 지도한다. 안터말 대장격인 경수와 용구, 민환, 순혜는 희망원 뽕나무밭 오디를 따 먹으러 가자고 의기투합하여 은지도 따라 나선다. 희망원 아이들이 뽕을 따고 누에를 치는 모습은, 내 유년기 추억의 한 장면 같다. 우리도 누에를 많이 쳤기에 학교 갔다오면 뽕밭으로 달려야 했다. 물론 뽕을 따며 주둥이가 시커매지도록 오디를 따먹는 건 노동의 보상이었다.^^  

6.25 때 부모와 자식을 잃고 떠났던 윤씨네는 정년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기와집 할아버지가 돌아오던 날 은지는 휘청거리는 할아버지 손을 꼭 잡아준다. 여름방학에 할아버지는 예절교실을 열어 아이들과 세대간에 다리를 놓는다. 우리가 꿈꾸던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마을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할아버지 선물을 사러 갔던 아이들은 시비 붙는 큰아이들과 싸움이 붙었다. 경수가 맞는 걸 보고 윤철은 주먹을 날리고, 희망원 아이는 나쁜아이라는 편견으로 경수아빠는 윤철을 경찰에 넘긴다. 어른들의 편견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윤철을 생각하며 가슴 아팠다. 해명하지 않은 경수도 비겁했고, 무서움에 떨기만 했던 순혜와 은지도 윤철에게 미안하다. 다행히 윤철은 잘못이 없으므로 곧바로 풀려나고 비겁했던 경수는 윤철에게 사과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마음의 다리를 놓는다.

아이들은 윤철이 돌보던 무덤가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그는 마침내 돌아온 기와집의 머슴이었던 순보. 마을 사람들에게 가족이 몰살당하자 떠났던 그는 왜 돌아왔을까? 이념과 사상이 뭔지도 모르고 휩쓸렸던 전쟁의 상처, 기와집 할아버지는 순보를 용서하고 품어안는다. 진정한 화해란 죄인이 용서를 구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곳곳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가 놓일 때, 은지아빠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은지는 기와집 할아버지가 손녀처럼 돌보고, 미국으로 입양가는 윤철은 편지하겠다는 약속을 남긴다. 서로서로 다리가 되는 따뜻한 결말은, 우리에게도 다리가 되어 주라고 당부하는 작가의 음성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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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1-0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작가와 부지런한 독자예요. 저도 책꽂이에 이금이 작가님 책 두 권이 날것으로 꽂혀 있네요. 만남이 기다려지는 작가예요. ^^

순오기 2009-01-07 16:56   좋아요 0 | URL
리뷰 쓰기 전에 읽은 책이 많아서 실제 리뷰는 많이 안 썼더라고요.^^

꿈꾸는섬 2009-01-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 작가님의 책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 순오기님에 비하면 읽은 것도 아니네요. 저도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ㅎㅎ

순오기 2009-01-07 22:36   좋아요 0 | URL
팬들이 많이 있죠~ 따뜻한 결말이 좋더라고요.^^
이제 얇은 책 세 권 남았으니 도서관 가면 골라 와야죠.

무해한모리군 2009-01-0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우와 스물아홉권이나 읽으시다니 대단하세요 ^^
저도 분발해서 열심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도서관은 직장인은 영 이용하기가 어려워서 아쉬워요.
근처에 있으면 점심시간에라도 잠깐가서 빌려오면 좋을텐데요.

순오기 2009-01-09 15:32   좋아요 0 | URL
이금이작가 좋아하는 분들 많지요~ 작품마다 엄청난 판매부수가 증명하죠.^^
우리 지역도서관은 직장인을 위해 밤 10시까지 열던데요~
애들 졸업한 초등학교 도서실도 한달에 두번 가고, 지역도서관은 수업 끝나고 오는 길에 들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