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라임 틴틴 스쿨 9
설흔 지음, 유준재 그림 / 라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임 틴틴 스쿨>시리즈 9번째 이야기는 설흔 작가의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입니다. 설흔 작가는 역사 속 인물과 고전을 재조명해 온 작가로 이번 작품에서도 소현 세자의 삶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소현 세자는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인물이자 9년동안 청나라에 인질로 억류되어 있다가 조선으로 돌아왔으나 그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탓에 많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더욱이 <조선왕조실록>에는 소현 세자가 병이 갑자기 위독해져서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약물에 중독되어 있다는 기록이 있어 그의 죽음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하지요.

 

폭염 경보가 발령된 신시의 강변에 늙고 지친 버드나무 아래 성긴 그늘로 숨어든 화자 '나'의 곁에 낯선 남자가 별로 넓지 않은 그늘에 갑자기 쳐들어왔어요. 행동과 말투는 마흔 언저리였으나 자세히 보면 서른 정보밖에는 안 되어 보이는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 하는 사람인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처럼 솔직하고 담담하게 고백했고 나는 그에게 존이라는 이름을 붙혀줍니다. 그는 황제니 경전이니 볼모니 하는 지난간 시대의 단어들을 담아 먼 과거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나는 부끄럽다는 말 한마디에 그의 이야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존의 언어가 나를 확 사로잡기 시작한 건 부끄럽다는 그 한마디를 들을 때부터였습니다. 부끄럽다는 그 형용사를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서 접고 있던 종이배를 손에서 놓아버렸습니다. 요 근래 나를 사로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 화두가 바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존이 말했듯 일을 당한 처음에는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습니다. 세상을 다 부수고 내 목숨도 함께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상황은 바뀌었지요.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 내내 분노하고 슬퍼하며 지낼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생활이랄 것도 없는 생활에 몰두하는 사이, 분노와 슬픔은 슬며시 연합하여 손 꼭 잡고 내 몸을 빠져나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어느 순간부터는 후줄근한 부끄러움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존의 그 한마디는 기묘한 방식으로 나를 위로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 냉정한 도시에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구나, 하는 동지애적인 감정이 돌처럼 굳었던 내 마음을 살짝 흔들어 가루를 떨어뜨렸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뜨듯해졌습니다.  (본문 30,31p)

 

나는 처음 강변에서의 만남 뒤로도 삼전도비가 세워진 소공원 근처의 놀이공원, 남한산성, 그리고 시위자와 경찰이 대치하는 광장에서 만남을 이어가게 되고 존은 그때마다 전쟁에 패한 뒤 암담했던 과거의 숱한 일들을 감당하며 느꼈던 무기력과 분노, 자책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과거의 인물이었던 소현 세자를 '존'이라는 이름으로 현 시대로 소환하여 나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현재를 돌아보게 합니다.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는 비운의 왕세자 소현 세자의 삶을 자신의 고백을 통해 풀어내고 있어요. 이는 소현 세자의 삶을 좀더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 했지요. 소현 세자가 털어놓은 부끄러움과 자책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현 시대의 우리들에게 삶의 공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나의 푸드 트럭 라임 청소년 문학 30
제니퍼 토레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30번째 이야기는 《오, 나의 푸드 트럭》으로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창업 아이템 등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푸드 트럭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로 인해 푸드 트럭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지요.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갖가지 사연들이 존재하고 있네요. 사춘기 소녀에게는 그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올 듯 합니다.

 

스테프의 아빠는 '티아페를라'를 이름을 붙힌 푸드 트럭을 운영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스테프를 데리러 하교 시간에 맞춰 그 고물 트럭을 학교 주차장까지 타고 온다는거죠. 처음에는 가족의 희망이 되었던 트럭이었지만 아이들의 놀림이 되는 트럭이 이제는 좀 창피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타코 트럭을 타고 아이를 데리로 오는 사람이 학교를 통틀어 아빠 뿐이거니와 중학생씩이나 된 아이를 부모님이 학교로 데리러 오는 일 자체도 드물지요. 스테프는 몇 달에 걸쳐서 아빠가 오후에 주로 장사하는 주유소 앞으로 가겠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에게 미국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고향과는 너무도 다른 곳이었기에 딸을 집에 혼자 두거나 밖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스테프에 대한 과잉보호가 지나칠 수 밖에 없었을 거에요. 그런 이유로 가수 비비아나 베가의 비싼 콘서트 입장권을 무료로 받게 되는 행운이 있었음에도 부모님은 스테프의 콘서트 관람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스테프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설상가상 아빠는 스테프를 데리고 푸드 트럭을 콘서트장 입구에 세웠지요. 스테프는 창피했지만 손님이 많아 아빠를 도와주었지요. 그런데 그 손님 중에 비비아나 베가가 있었네요. 바쁜 스테프는 비비아나 베가를 알아보지 못했고 다음날 신문에서 그 사실을 접하게 되었어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스테프와 비비아나 베가가 친한 것으로 와전되고 말지요. 결국 부족한 미술 재료를 구하기 위해 열리게 되는 축제에 비비아나 베가를 초대해달라는 제의까지 받게 됩니다. 하지만 스테프는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것에 대한 기쁨으로 비비아나 베가에 대한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하게 되고 결국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친한 친구와도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지요. 한편 시의회에서 길거리 음식 판매 규제 법안을 새로 제정한다는 소식에 아빠의 고민은 커져갑니다.

 

《오, 나의 푸드 트럭》은 중학생이 된 스테프의 학교 생활, 부모와 자녀의 갈등, 이민자 가정의 삶,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민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푸드 트럭은 스테프에게는 창피한 것이기도 했고, 갈등의 요소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모와의 갈등을 풀어내는 요소이기도 했어요. 이 갈등이 스테프를 성장하게 했지요.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참모습이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읽은 책이지만 스테프의 입장도, 스테프 부모의 입장도 이해하게 되네요. 그러면서 내 아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청소년 소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푸드 트럭이라는 신선한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이든, 영화이든 '반전'이 있다면 꽤 깊은 인상을 남기곤 합니다. 지루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라 할지라도 마지막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존재한다면 그 소설은 저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겨지지요. 북폴리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제게 그런 작품입니다. 초반 흥미로운 진행과 달리 중반부로 갈수록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놀라운 반전을 선사합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저자 사라 핀보로의 첫 번째 성인용 스릴러로 20여 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하였으며 영화 판권도 판매되었다고 해요. 제가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화 되었을 때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_벤자민 프랭클린

 

벤자민 프랭클린의 의미심장한 문구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 때, 아델, 루이즈' 편이 중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심리스릴러 입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고 혼자 애덤을 키우며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의 시간제 비서로 일하고 있는 34살의 루이즈는 바에서 환상적인 남자에게 유혹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출근 후 그가 새로운 상사라는 것을 알고 그녀는 당황스러웠죠. 새로운 상사인 데이비드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아델이 있었으니까요. 데이비드 덕에 여자로서 뭔가를 느끼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는데 그가 유부남이라니요. 루이즈는 분하기보다는 슬펐습니다. 당황하기는 데이비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두 사람은 친구가 되기로 합니다. 얼마 후 루이즈는 애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델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들은 곧 친구가 되지요. 아델은 업무생활과 개인생활을 뒤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이비드로 인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지요. 아델 역시 데이비드가 자신을 스토커로 오해할 것을 염려했기에 둘만의 비밀스러운 만남이 지속됩니다. 아델과 루이즈는 함께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기도 하고 야경증이 있는 루이즈는 한때 야경증이었던 아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한은 괜찮은 거 아니야? 우리 모두 비밀을 갖고 있다. 아델, 나, 데이비드 모두. 그렇게만 유지된다면 왜 내가 이 모든 걸 가지면 안 되는 건데? 왜 둘다 가지면 안되는데? (본문 187p)

 

한편, 데이비드가 루이즈에 아파트에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도 발전하게 됩니다. 아델과는 친구로, 데이비드와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하던 루이즈는 아델을 대하는 데이비드의 행동에 의심을 갖게 되지요. 매번 같은 시간에 전화하는 데이비드의 전화에 긴장하는 아델, 경제적인 면에서도 통제를 당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요. 더욱이 아델이 루이즈의 야경증 치료를 위해 건넨 어린시절 시설에서 함께 지낸 친구 롭의 일기장을 통해 데이비드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어린시절 집의 화재로 인해 부모님을 잃었지만 불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데이비드를 사랑한 아델은 모든 재산을 데이비드가 관리하도록 했던 것이지요. 화재는 어떻게 일어난 것이고, 화재로 인해 가장 이득은 본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제 루이즈는 아델을 돕고자 합니다.

 

전화통화, 그녀의 불안증, 그의 들쭉날쭉한 기분, 약, 그리고 이젠는 이것까지. 그가 나와 있을 때에는 다르다고 해서 얼마나 더 이런 걸 무스할 수 있을까? 나는 아델을 사랑했다. 그녀는 나에게 밤에 제대로 잘 수 있는 능력까지 선사했고, 이것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녀가 불행하고 상처받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비드에 대한 나의 감정도 진짜다. 내가 바보 노릇을 자처하는 걸까? 그가 가정폭력범일까? 조만간 눈에 멍이 드는 건 내가 될까? 모든 게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본문 237p)

 

루이즈는 오래전 아델의 화재사건, 롭의 행방 등을 알아보며 아델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게 됩니다. 데이비드와는 내연관계로, 아델과는 친한 친구로 지내는 루이즈,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데이비드와 아델 부부, 수상쩍기만 한 이들의 관계는 '그 때'를 통해 보여주는 아델과 롭의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진실이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지요. 여기서 보여주는 놀라운 반전이 너무도 강력하네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입니다.

 

 

 

꼬이고 꼬인 이야기, 질투, 거짓말, 배신, 죄책감, 해로운 부부, 광기까지 이 책에는 전부 다 들어 있다. _아담 네빌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반전 뿐만 아니라 세 사람의 심리 묘사도 압권입니다. 사랑, 질투, 배신 등에 관한 심리가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네요. 다 읽고나면 여기저기에 힌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읽으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인 듯 해요. 가을이 달리기 하듯 빠르게 다가온 듯 하지만 여전히 스릴러가 어울리는 계절인 듯 합니다. 반전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이 어떨런지.

 

(이미지출처: '비하인드 허 아이즈'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찾지 않는 자들의 죽음 세트 - 전2권 다크 시크릿 3
미카엘 요르트.한스 로센펠트 지음, 홍이정 옮김 / 가치창조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스릴러,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탓에 스릴러물은 웬만하면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읽고나면 무서워서 한동안 뒤를 자꾸만 돌아보게 했던 책도 있었고, 범인을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책도 있었지만 추리라고 하기에는 범인의 윤곽이 너무 쉽게 나오는 시시한 책도 있었다. 흥미 위주의 책도 있었지만 현 사회문제를 대두시킨 내용도 있었고 의외로 감동을 주는 내용들도 있었다. 긴장감으로 인해 심장 쫄깃해지는 이런 장르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요즘은 《CSI 라스베가스》시리즈를 시즌1부터 정주행하고 있다. 과학수사대가 증거를 수집하고 포착하고 범인을 추리하는 내용에 흠뻑 빠져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수사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끄는 가치창조 《다크 시크릿》시리즈 《아무도 찾지 않는 자들의 죽음》1,2권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미카엘 요르트, 한스 로센펠트 두 명의 작가가 함께 쓴 수사물로 독일 공영방송 ZDF에서 지능 범죄 수사물로 방영된 바 있다고 한다. 저자 미카엘 요르트는 스웨덴의 프로듀서,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로 헤닝 만켈의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유명하며, 한스 로센펠트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인기 진행자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두 명의 시나리오 작가가 쓴 소설이니만큼 역동적인 느낌이나 묘사적인 부분에서 영상미가 더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큰 기대탓인지 지루한 면도 있고, 긴장감이 부족한 부분도 있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 소설에서 두 작가가 건네는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 중 하나이지만 난민 수용으로 인해 사회 갈등이 커지자 반이민정서가 급격히 확산되는 2015년 '난민 전쟁'을 겪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두 작가 미카엘 요르트, 한스 로센펠트는 아프가니스탄 출신들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이 책을 통해 난민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다. 이 인물들의 공간적 배경은 스웨덴의 린게뷔 지역으로 이 지역은 이민지가 많이 사는 곳, 실업률이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두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난민 문제를 그저 실종과 살인이라는 비극으로만 묘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실종사건을 파헤치던 경관의 참담한 죽음을 통해 인간이 포기하면 안 되는 자유와 민주 같은 보편적 가치를 그려냄으로써 가치들을 향한 인간의 의지, 좌절과 고뇌를 소설 속 이야기로 형상화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첫 시작은 파트리시아 웰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살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남자를 살해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그 곳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친구 마리아의 쉰 살 생일을 맞아 카린은 프옐 도보 여행을 선물했다. 여행 중에 폭우가 내리고 안타깝게도 목적지를 착각하게 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되는데 설상가상 카린은 비탈에서 추락하게 된다. 흙과 진흙과 돌과 뒤범벅 되어 비탈을 타고 굴러떨어졌으나 다행이 별 탈이 없었지만 진흙 사이에서 해골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2011년 말쯤 두 아이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이곳 스웨덴으로 온 쉬베카 칸은 지진이 삼켜버린 것처럼 사라진 남편 하미드를 몇년 째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남편을 찾기 위해 국가 기관, 언론사 등에 제보를 했고, 그 중 한 방송국의 레나르트 스트리드라는 리포터가 남편의 실종사건을 관심을 가져주었다.

 

이렇게 이 소설은 살인사건과 실종 사건이라는 두 사건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산속에서 시신 여섯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토르켈은 특별살인사건전담반을 꾸려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는데, 신원파악을 위한 수사방식이나 현장에서 증거를 찾아내는 장면은 요즘 즐겨보는 CSI를 보는 듯 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두 사건 모두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데,  살해된 사람들을 찾는 이가 없다는 것과 신원을 알 수 있는 증거 확보가 어려웠으며, 아프가니스탄인의 실종 관련 데이터는 경찰본부 내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아프가니스탄인의 실종을 쫓던 저널리스트는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죽음을 당하게 된다. 특별살인사건전담반의 수사로 사건이 조금씩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고 살인사건과 실종사건 두 개의 사건에 대한 퍼즐이 맞춰진다. 하지만 이 두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국가 기관과 CIA에서는 그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침묵하는 자가 바로 범인이다!

 

두 사건으로 구성되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자들의 죽음》은 미스터리 범죄 사건 속에서 '난민 소외 문제'에 대한 문제를 숨겨놓았다. 얼마 전 시리아 난민에 관한 뉴스를 접했던 터라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듯 하다. 반면 내용면에서는 초반부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고 긴장감 면에서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미지출처: '아무도 찾지 않는 자들의 죽음' 표지에서 발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7-09-0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면에서 헤닝 만켈은 참 다국적 문제를 잘 다룬 작가였다는걸 또 느끼게 해요.^^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임감의 부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SBS <TV 동물농장>을 즐겨보곤한다. 이 프로에는 동물에 관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데, 이 동물들이 '생각'이 없다면 절대 하지못할 행동들을 하곤 한다. 오래 전 인간은 동물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생각했으며 지능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동물 연구가 지속되면서 그들이 고통을 느끼며,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돌고래, 침팬지 등과 같은 동물은 지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들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은 우리가 동물보다 훨씬 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란스 드 발은 동물들이 실제로 얼마나 똑똑한지,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능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과소평가했는지를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 프란스 드 발은 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로 2007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인에 포함되었으며, 2011년에는 『디스커버』가 선정한 (전 시대를 망라한) 위대한 과학자 47인 중 한 명으로 꼽힌 바 있다. 또한 그의 논문은 『사이언스』와 『네이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뿐만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인지를 전문으로 다루는 여러 학술지에 실렸으며, 최근 그는 동물의 협력, 감정, 공감, 그리고 인간의 도덕성 진화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인데 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이지만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물에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 저자는 흥미진진한 연구와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동물의 지적 세계를 탐구하고 인간의 오만을 지적할 법한 이야기를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종을 나머지 동물과 구별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능력이 동물에게도 있음을 계속 반복해서 입증했다. 인간의 독특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하는 일의 복잡성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했거나 다른 종의 능력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본문 421p)

 

 

이 책은 총 9장으로 나뉜다. 저자는 제1장 마법의 우물, 제2장 두 학파 이야기, 제3장 인지 물결, 제4장 말을 해봐, 제5장 만물의 척도, 제6장 사회성 기술, 제7장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제8장 거울과 병, 제9장 진화인지로 나누어 자기 결정을 후회하는 쥐부터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는 문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인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침팬지 뿐만 아니라 문어, 말벌, 돌고래, 까마귀, 돌고래 등 책 전반에 걸쳐 개별적인 사례를 다루면서 동물들의 환경에 맞게 전문화된 모든 인지 능력이 특별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일부 동물은 우리보다 앞섰을지도 모른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동물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대신에 동물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고, 성경들은 우리의 자연 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이야기했다. 오늘날의 동물인지 연구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이 두가지 태도(사냥꾼의 태도와 농부의 태도)를 모두 볼 수 있다. 때로는 우리는 동물들이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원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거의 할 수 있는 상황 속으로 동물을 몰아넣는다. (본문 431p)

 

 

 

저자가 생생하게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은 경이로운 동물들의 능력을 보게 된다. 다소 어려운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으나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동물들의 놀라운 능력을 통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듯 싶다. 이러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며 저자 프란스 드 발이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문제점은 바로 인간 중심주의적인 사고이다. 이에 저자는 동물 이해하는 방법은 자기 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 지향적, 즉 인간성을 만물의 척도로 내세우는 대신에, 우리는 다른 종들을 그들이 실제로 어떤 존재인가로 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치러머 책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바라본 동물에 대한 우리의 오만함을 깨닫게 한다.

 

 

 

경이로운 과학자가 쓴 경이로운 책. 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프란스 드 발은 코끼리와 침팬지에서부터 무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형태의 생각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_에드워드 O. 윌슨, 하버드 대학 명예교수

 

(이미지출처: '동물의 생각에 대한 생각'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