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 대장 단비어린이 그림책 23
김인자 지음, 문보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딘가 익숙한 삽화가 눈길을 끌어 찾아보니 몇 개월 전 감동받았던 그림책 《친할머니 외할머니》의 작가의 작품이네요.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하는 것만큼은 다름이 없는 가족의 사랑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던 《친할머니 외할머니》를 읽으면서 우리 가족의 모습을 참 많이 떠올렸던 터라, 할머니를 주제로 한 저자의 또다른 그림책《나는 할머니 대장》이 너무도 반갑게 느껴졌답니다. 할머니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담뿍 느껴지는 듯 하네요.

 

 

 

할머니가 계시다는 건 또다른 든든함인 거 같아요. 어린 시절 할머니는 아빠 엄마보다 더 힘이 세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힘이 센 아빠도 할머니의 한 마디에 꼼짝 못하셨으니 할머니는 정말 대장처럼 느껴졌지요. 저자도 저와 같은 느낌을 가졌었나 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는 할머니와 둘이서만 살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는 전혀 외로워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는 할머니도 자신도 '우리 집 대장'이라고 소개합니다.

 

 

 

그 뿐 아니에요. 할머니는 운동 대장이고, 심술 대장이고, 텔레비전 보기 대장이고, 군것질 대장이며, 약 먹기 대장이기도 하지요. 또한 겁쟁이 대장인데다 기다리기 대장이고 울보 대장, 넘어지기 대장, 싸기 대장, 잠자기 대장이기도 하지요. 물론 아이도 할머니와 똑같이 대장입니다. 할머니와 아이는 똑같아요.

 

 

 

이런 대장 할머니가 편찮으시네요. 이제 아이는 할머니를 지키는 씩씩한 대장이 됩니다. 물론 할머니는 아이의 영원한 대장이지요! 할머니에 대한 느낌을 너무도 잘 표현한 그림책인거 같아요. 지팡이를 짚고, 기운이 점점 없어져도 할머니는 언제나 우리들의 대장이지요. 키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커다란 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나는 할머니 대장》을 읽다보면 누구나 할머니와의 추억을 먼저 떠올리면서 따뜻하고 그리운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그림책이지요. 어른들도 그렇게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으니까요. 할머니를 생각할 수 있어서 가슴 따뜻해지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 '나는 할머니 대장'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콘텐츠로 창업하라 - 빈손에서 성공하는 새로운 창업전략
조 풀리지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두지만, 대다수가 창업에 실패하곤 한다. 우리는 흔히 창업을 준비할 때 상품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주목받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SNS 등으로 사람들의 취향이나 관심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요즘, 이러한 방식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창업에 성공한 이들은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 걸까? 창업에 대한 관심여부를 떠나 이 궁금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궁금증을 이 책《콘텐츠로 창업하라》로 풀어내보자.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성공하는 창업 공식은 따로 있다!

"상품 없이 먼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아라"

 

책을 본 순간 책띠지의 문구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상품 없이' 창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요즘 가장 주목받는 마케팅 분야인 ‘콘텐츠 마케팅’ 용어의 창시자이자 초고속성장기업 ‘콘텐츠마케팅연구소’의 CEO인 조 풀리지는 창업에 대한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상품 없이 오디언스(이 책에서는 고객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개념으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모여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콘텐츠 제작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따라서 향후 고객으로 발저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뜻)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오늘날 사업을 시작하는 절대적인 최상의 방법은 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디언스를 끌어들이고 늘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여러분을 좋아하고 여러분이 보내는 정보를 좋아하는 충성도 높은 오디언스가 확보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오디언스에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델을 나는 '콘텐츠 창업'이라고 부른다. (본문 17p)

 

빈손으로 성공하는 새로운 창업전략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창업하라》는 총 8PART로 나누어 소개된다. PART 1 여정의 시작-마음속에 목표를 품고 시작하라, 콘텐츠 창업의 기회, PART 2 스위트 스폿-지식 또는 기술에 열정을 결합하기, 스위트 스폿에 오디언스 추가하기, PART 3 콘텐츠 틸트-콘텐츠 틸트의 힘 이해하기, 콘텐츠 강령 만들기, 콘텐츠 필트를 찾아내는 방법, PART 4 토대 구축-플랫폼 선택하기, 콘텐츠 아이디어 구성, 콘텐츠 일정표, 콘텐츠 인력 구성, 공동 출판 모델, 재목적화 계획 세우기, PART 5 오디언스 모으기-모델 전체를 이끄는 핵심 측정지표, 검색성 높이기, 오디언스 훔치기, 소셜미디어 통합, PART 6 다각화- 3·3모델, 사업 확장하기, 콘텐츠 자산 인수, PART 7 수익화-수익이 나기를 기다리며, 수익모델 구축, PART 8 다음 단계의 콘텐츠 창업-모두 통합하기, 콘텐츠 창업 운동에 동참하라 등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는 창업 공식을 이야기한다.

 

통합마케팅의 아버지이자 『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즈』라는 책의 저자인 돈 슐츠는 세계 어디에 있는 어느 회사든 다른 회사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모방하고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한 가지, 커뮤니케이션 방식만 빼고. 잠재고객 및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우리가 자신을 현실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로버트 로즈와 칼라 존슨은 공저인 『경험:제7시대의 마테킹』에서 궁극적인 차별화 요인은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에 대해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라고 주장하면서 슐츠의 논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창업 전략을 창업가는 다른 회사보다 전략적인 우위에 있게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전체가 상품 홍보가 아니라 콘텐츠 경험을 축적하고 오디언스를 모으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본문 59p)

 

저자는 이 책에 그동안 여러 전략을 활용해 사업을 키운 모든 비결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먼저 오디언스를 확보하고 나중에 상품과 서비스를 결정하는 방법은 경제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오늘날 사업을 시작하는 절대적인 최상의 방법은 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디언스를 끌어들이고 늘릴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렇듯 이 책은 창업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몇 가지 핵심 단계를 따름으로써, 무엇보다 먼저 오디언스를 모으고 나중에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세계 각지의 대다수 스타트업 기업은 다른모든 회사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창업이라는 여정을 시작한다. 대다수 스타트업 기업이 결국은 실패하는 데도, 왜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인가? 공식이 바뀌어야 한다. (본문 3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신세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혜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푸른숲주니어 《징검다리 클래식》은 현직 국어 선생님의 꼼꼼하고 풍성한 해설이 있다는 점에서 제가 많이 좋아하는 시리즈입니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해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경험한 청소년들의 요구와 필요에 걸맞은 해설과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백 년 이백 년 전의 세계 명작을 왜 지금 굳이 읽어야 하는지, 현재적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등이 풍성한 정보 팁과 시각 자료로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수록되었기 때문이죠.

 

《멋진 신세계》는 500연 년 뒤인 26세기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디스토피아를 그린 20세기 최고의 예언적 소설로 과학 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10대를 위한 필수 고전으로 뽑히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처음 접하는 고전이었는데 읽다보니 진보가 다소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과학 혁명으로 세상은 나날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인류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주기도 하지요. 이 딜레마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과학이 존재하는 의미를 먼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멋진 신세계》를 재조명 해봐야 할 거 같아요.

 

난자 하나에 배아 하나……. 그래서 한 명의 사람이 되는 것. 보통은 그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거치면 나자는 발아하고 성장하고 분열한다.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96개의 싹이 생겨나고, 그 싹은 하나하나의 태아가 디어 어른으로 성장한다. 에전에는 하나의 난자에서 한 명의 사람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아흔 여섯 명의 사람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발전'이다. (본문 13p)

 

"우리는 알파에서 엡실론까지 태아의 사회적 기능을 미리 설정하고 훈련시킵니다. 태아를 사회적 인간으로 길러 낸 뒤, 하수도 청소부나 미래의 배양 및 사회 기능 훈련 센터 소장을 육성하기도 하지요." (본문 23p)

 

집은 육체적으로 불결한 것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추잡한 곳이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붐비며 생활하다가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찰로 숨통을 조이고, 온갖 감정이 뒤섞여 악취를 풍기는 토끼 굴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누추함 그 자체였다.

게다가 가족간의 친밀함이란 또 얼마나 답답한 것인가? 위험하고 음락하고 정신 나간 짓이다! 어머니는 미친 사람처럼 자식을 품었다. 마치 새끼 고양이를 품는 어미처럼 '자기' 자식들을 말이다……. (본문 55p)

 

작품 속 26세기 세계 연합국의 아이들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헙 접시 위에서 수정되고 유리병 속 암퇘지의 싱싱한 복막 조각에 심어져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을 따라 완성됩니다. 이 세계는 다섯 계급으로 나누어 필요에 따라 계획적으로 생산되는데 전체 인구의 9분의 8에 해당하는 하층 노동 계급은 하나의 난자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수십 명씩 대량 생산이 되지요. 이들에게는 계급 의식 등을 세뇌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명사회에서도 돌연변이가 존재합니다. 최고 계급 출신이지만 이단아인 버나드 마르크스는 북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구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뛰어난 외모와 세익스피어를 좋아하는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 존을 만나게 됩니다. 버나드는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존은 문명사회를 동경해서 함께 문명사회에 함께 돌아갑니다. 존은 '야만인 선생'이 되어 스타가 되지만 문명인의 실상과 마주하게 되면서 문명사회에 환멸을 느끼게 되지요. 존으로 인해 문명사회 역시 파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아기들은 자라면서 꽃과 책을 보기만 해도, 심리학에서 '본능적 혐오'라고 일컫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유아기에 훈련된 조건 반사 작용은 평생토록 변하지 않으니까. 이 아기들은 죽을 때가지 책과 식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다." (본문 34p)

"우리는 그들이 시골을 아주 싫어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러나 시골에서 벌어지는 운동 경기는 모두 좋아하도록 설정하고 있지. 또한 시골에 가서 운동을 마음껏 즐기려면 복잡한 장비를 사용해야만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그들은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된 제품까지도 소비하게 되었지. 이것이 바로 조금 전과 같은 전기 충격 훈련을 하는 이유이다." (본문 35p)

 

26세기는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감정을 기술의 힘으로 조절합니다. 존은 문명사회의 레니니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문명사회에서 자란 레니니와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지요. 뿐만 아니라 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슬퍼하는 존에게 문명사회의 사람들은 오히려 호통을 칩니다. 이들에게 죽음은 그저 생물학적 현상일 뿐이니까요. 이들은 아기일때부터 책과 폭발음, 꽃과 전기 충격 훈련으로 불가항력적인 조합에 길들여져 있을 뿐입니다.

 

“눈부신 발전 끝에 지금은 노인도 일을 하고 성적 쾌락을 즐기지. 삶을 즐기는 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랄까.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길 여유도, 필요도 없어졌다. 오락으로 꽉 찬 생활 중에 어쩌다 운이 나빠서 잠시 짬이 난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야말로 환상적인 효력을 지닌 소마가 있으니까." (본문 84p)

 

이렇듯《멋진 신세계》는 과학의 힘으로 슬픔과 고통을 없애고 행복만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존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과학혁명을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이었어요. 가상의 미래모습이었지만 우리가 과학혁명에 대한, 행복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이 가상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되어줄 것입니다. 미래를 이끌어갈10대 청소년 외에도 누구라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당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따금 흘리는 눈물 한 방울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요."

"언젠가는 죽어야 할 유한하고 불안한 삶을 운명에 그대로 맡기고 달걀 껍데기 하나라도 얻기 위해서라면 죽음과 위험을 무릅써라.(<햄릿>4막 4장) 당신은 이 말을 듣고 느끼는 게 없습니까? 신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입니다. 아, 물론 신이야말로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 자체이기는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 내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본문 340,34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영화가 있습니다. 2016년 개봉했던 영화《룸》이 바로 그것이지요. 7년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 좁디 좁은 방 한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아들 잭, 이 모자의 감동적인 탈출과 적응을 담아낸 내용이었습니다. 북폴리오 《마쉬왕의 딸》을 읽게 되면 아마 누구나가《룸》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쉬왕의 딸》은 《룸》의 이후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나는 이제 아버지를 사냥해야 한다!'라는 문구가 굉장히 자극적인 반면,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학교에 가는 대신 1950년대 나온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한 무더기와 로버트 프로스트 선집 옐로우 에디션으로 글을 배우고, 자전거를 탄 적도 없고, 전기나 수도같은 것도 몰랐던, 12년 동안 대화를 나눈 사람이라고는 어머니와 아버지밖에 없었던, 그래서 어머니와 자신이 사실은 유괴범에게 납치당한 상태였던 것도 몰랐던 헬레나. 구출되었을 당시 헬레나는 열두 살이었고 어머니는 스물여덟 살이었습니다. 2년 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헬레나는 지금 과거 딸의 엄마가 되었고 잼과 젤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하면서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지요. 하지만 어느 날 제품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헬레나는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죄로 무기징역 죄수가 되었던 아버지 제이콥 흘브룩이 교도소 이송 중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탈출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헬레나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했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교도관 둘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 속 어딘가,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던 양갈래 머리의 꼬마는 아버지가 자유를 찾아 기뻐하고 있지요. 헬레나는 그를 미워했지만 아버지가 안됐다는 마음도 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탈옥으로 경찰이 찾아오면서 지금껏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아버지의 존재,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게 되자 헬레나는 지금껏 자신이 조십스럽게 쌓아올린 두 번째 삶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스티븐은 두 딸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가지만 헬레나는 이 상황을 고칠 방법, 자신의 가족을 돌려받을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아버지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홀로 남지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스티븐에게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헬레나는 그렇게 아버지를 쫓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를 잡아서 다시 감옥에 넣게 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라는 것을. 저 황야를 탐험하는 일이라면 그 누구도 아버지와 비길수 없지만, 아마 나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버지와 12년을 살았으니까. 아버지는 나를 훈련시켰고, 자신이 아는 걸 나에게 전부 가르쳤다. 난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알고 있다. 무엇을 할지도, 어디로 갈지도 안다. (본문 57p)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으레 긴장되지만, 지금 사냥해야 할 것은 아버지였으니까. 어릴 적 내가 사랑하던 남자이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12년 동안 나를 돌봐 주었던 사람이며 지난 15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나는 사랑해야한다. 아주 오래전 나는 그에게서 탈출했고, 이제 그가 탈출해 내 가족은 부서져버렸다. (본문 74p)

 

어린시절 헬레나는 모든 것을 잘 해냈던 아버지를 존경했고 숭배했으며 사랑했습니다. 무능했던 어머니와 달리 자신에게 사냥, 낚시, 수영 등을 가르쳐준 아버지만이 자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지요. 아버지를 쫓는 과정에서 헬레나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렸고 아버지는 딸이었던 자신을 사랑했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납치했던 남자를 꼭 닮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요.

 

 

자신의 가족을 걸고 게임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의 추격전을 담은 《마쉬왕의 딸》은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로 긴장감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입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에서 여성은 늘 피해자였지만, 인디언 전사로 자랐고, 아버지에게 배운 사냥과 추적 능력이 있는 헬레나는 영웅처럼 등장하고 있지요. 이 점이 현 사회의 약자인 여성들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능력해보이기만 했던 어머니, 그리고 가족을 위해 아버지를 쫓는 헬레나 서로 다르지만 같았던 모성애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무섭지만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긴장감으로 흥미를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마쉬왕의 딸'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에게만 무뚝뚝한 아부지, 소녀감성 어머니 그리고 작가와 13년째 동거 중인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 카리스마 군기반장이며 짜구와 친자매인 뽀또, 까칠 고독한 왕따 쪼꼬와 낭이계의 이승기인 포비 그리고 청설모 같은 봉구까지 다섯 마리 고양이의 일상을 담은 《뽀짜툰 6》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 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포비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쓴 카툰 일기는 다음 만화속세상 화제의 웹툰으로 1권 프롤로그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없이 웃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기에 6권의 출간은 너무도 그리고 또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왠지 집나갔던 고양이가 다시 돌아온 듯한 이 반가움을 어찌 표현하랴. 이번에는 어떤 시트콤과도 같은 즐겁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에 책을 펼쳤으나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될 줄이야.

 

 

고양이 집사 인생 13년 차를 맞은 저자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뽀짜툰 6》에서는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와의 이별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 봄 쯤 생겨난 대학시절 동아리 동기들의 단체톡방에서 자식자랑하는 친구들 틈에 능청스럽게 종도 다르고, 평균수명도 다른 자식들을 자랑하는 저자는 이제는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어 얼굴이 꼬질꼬질하고 코딱지도 눈곱도 잘껴서 예전의 빛나고 윤기나는 모습이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이쁘기만 하다.

 

가진 유전자가 전혀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않대도.

나는 이 아들과 사는게 참 좋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본문 19p)

 

 

식사량이 줄고, 먹을 때마다 입이 아픈지 괴로워하기 시작한 짜구, 구내염이 심한 상태라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약을 먹었으나  몇 주 지나니 약도 소용없어 송곳니만 남겨두고 전체 발치를 하게 되었다. 수술 후 전투적으로 먹던 짜구는 또다시 식사량이 줄기 시작했고 동생들이 근처에 오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듯 해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사료나 간식도 종류대로 테스트해보고 그나마 잘 먹는 걸 찾아 먹이기도 했지만 약을 끊으면 먹는 걸 괴로워했고 식욕도 떨어지고 조금씩 다른 이상증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확진도 치료도 불가능에 가까운 복막염 의심 판정을 받게 되지만 기적처럼 낫기를 바라며 스트레스 안 받게 편안하게 해주지만 짜구는 나날이 악화되어갔다.

 

십수년 전 외딴섬같던 내 작고 외로운 단칸방에서 위로와 힘이 되어주던 그 어린고양이가 벌써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49p)

 

저자는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줘서 구내염이 생겼고 그로인해 복막염이 커진건 아닐까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억지로 먹여야 하는건지, 어차피 나을 수 없는 거라면 스트레스도 덜 받게 해 주는게 차라리 나은건지라는 딜레마 소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짜구도 애쓰고 있지만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아픈 몸으로,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는 짜구가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게 보였지만 아직 의식이 또렷한 짜구를 두고 차마 안락사는 생각하기 싫었던 저자. 하지만 발작이 시작되고 고통스러워하는 짜구를 고통속에 방치할 수 없었다.

 

 

짜구의 영혼을 당신께 의탁합니다.

13년 전, 저에게 보내주신 아이.

이제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이제 그 곳에서 다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이 땅에서 누리지 못했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자유롭게 누리길 …

그리고 … 훗날 우리가 꼭 다시 만나게 되기를 …

간절히 소망합니다. (본문 98,99p)

 

 

내 자식도 아닌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고양이었는데도 왜이리 슬픈건지. 기르던 반려동물와 헤어진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가족과 헤어졌던 기억들이 오버랩 되면서 나도 동화되었나보다. 남겨진 이들의 괴로움과 슬픔이 가슴에 와닿았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기에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짜구와의 이별이 있었지만 좁은 박스 위 고양이 컵케익, 무릎 위 따끈한 봉구, 무릎위 푸짐한 뽀또, 그 뽀또의 분홍코, 통통통 경쾌하게 걷는 봉구의 걸음걸이, 그리고 마약방석의 쪼꼬 뒷다리, 안마의자와 봉구, 벌러덩 누운 포비의 앙 다문 뒷발, 방금 자다 깬 부시시한 뽀또의 얼굴, 함께 쬐는 햇볕, 함께 맞는 바람, 함께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있어 이들의 일상은 또 행복하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유쾌함 뿐만 아니라 이별의 아름다움이 준 감동과 따뜻함이 있어 또다른 매력을 뿜어냈던 《뽀짜툰 6》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이들 가족의 유쾌하고 행복한 일상만 보여주게 되기를.

 

 

(이미지출처: '뽀짜툰 6'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