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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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영화가 있습니다. 2016년 개봉했던 영화《룸》이 바로 그것이지요. 7년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 좁디 좁은 방 한칸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아들 잭, 이 모자의 감동적인 탈출과 적응을 담아낸 내용이었습니다. 북폴리오 《마쉬왕의 딸》을 읽게 되면 아마 누구나가《룸》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쉬왕의 딸》은 《룸》의 이후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나는 이제 아버지를 사냥해야 한다!'라는 문구가 굉장히 자극적인 반면,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학교에 가는 대신 1950년대 나온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한 무더기와 로버트 프로스트 선집 옐로우 에디션으로 글을 배우고, 자전거를 탄 적도 없고, 전기나 수도같은 것도 몰랐던, 12년 동안 대화를 나눈 사람이라고는 어머니와 아버지밖에 없었던, 그래서 어머니와 자신이 사실은 유괴범에게 납치당한 상태였던 것도 몰랐던 헬레나. 구출되었을 당시 헬레나는 열두 살이었고 어머니는 스물여덟 살이었습니다. 2년 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헬레나는 지금 과거 딸의 엄마가 되었고 잼과 젤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하면서 평범한 삶을 보내고 있지요. 하지만 어느 날 제품을 배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헬레나는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죄로 무기징역 죄수가 되었던 아버지 제이콥 흘브룩이 교도소 이송 중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탈출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헬레나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했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교도관 둘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 속 어딘가,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던 양갈래 머리의 꼬마는 아버지가 자유를 찾아 기뻐하고 있지요. 헬레나는 그를 미워했지만 아버지가 안됐다는 마음도 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탈옥으로 경찰이 찾아오면서 지금껏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아버지의 존재,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게 되자 헬레나는 지금껏 자신이 조십스럽게 쌓아올린 두 번째 삶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스티븐은 두 딸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가지만 헬레나는 이 상황을 고칠 방법, 자신의 가족을 돌려받을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아버지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홀로 남지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스티븐에게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헬레나는 그렇게 아버지를 쫓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를 잡아서 다시 감옥에 넣게 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라는 것을. 저 황야를 탐험하는 일이라면 그 누구도 아버지와 비길수 없지만, 아마 나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버지와 12년을 살았으니까. 아버지는 나를 훈련시켰고, 자신이 아는 걸 나에게 전부 가르쳤다. 난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알고 있다. 무엇을 할지도, 어디로 갈지도 안다. (본문 57p)

 

심장이 쿵쿵대고 손바닥에 땀이 찼다. 사냥을 나가기 전에는 으레 긴장되지만, 지금 사냥해야 할 것은 아버지였으니까. 어릴 적 내가 사랑하던 남자이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12년 동안 나를 돌봐 주었던 사람이며 지난 15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를 나는 사랑해야한다. 아주 오래전 나는 그에게서 탈출했고, 이제 그가 탈출해 내 가족은 부서져버렸다. (본문 74p)

 

어린시절 헬레나는 모든 것을 잘 해냈던 아버지를 존경했고 숭배했으며 사랑했습니다. 무능했던 어머니와 달리 자신에게 사냥, 낚시, 수영 등을 가르쳐준 아버지만이 자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지요. 아버지를 쫓는 과정에서 헬레나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렸고 아버지는 딸이었던 자신을 사랑했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납치했던 남자를 꼭 닮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요.

 

 

자신의 가족을 걸고 게임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의 추격전을 담은 《마쉬왕의 딸》은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로 긴장감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입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에서 여성은 늘 피해자였지만, 인디언 전사로 자랐고, 아버지에게 배운 사냥과 추적 능력이 있는 헬레나는 영웅처럼 등장하고 있지요. 이 점이 현 사회의 약자인 여성들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능력해보이기만 했던 어머니, 그리고 가족을 위해 아버지를 쫓는 헬레나 서로 다르지만 같았던 모성애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무섭지만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긴장감으로 흥미를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마쉬왕의 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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