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혜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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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징검다리 클래식》은 현직 국어 선생님의 꼼꼼하고 풍성한 해설이 있다는 점에서 제가 많이 좋아하는 시리즈입니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해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경험한 청소년들의 요구와 필요에 걸맞은 해설과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백 년 이백 년 전의 세계 명작을 왜 지금 굳이 읽어야 하는지, 현재적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등이 풍성한 정보 팁과 시각 자료로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수록되었기 때문이죠.

 

《멋진 신세계》는 500연 년 뒤인 26세기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디스토피아를 그린 20세기 최고의 예언적 소설로 과학 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10대를 위한 필수 고전으로 뽑히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처음 접하는 고전이었는데 읽다보니 진보가 다소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과학 혁명으로 세상은 나날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인류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주기도 하지요. 이 딜레마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과학이 존재하는 의미를 먼저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멋진 신세계》를 재조명 해봐야 할 거 같아요.

 

난자 하나에 배아 하나……. 그래서 한 명의 사람이 되는 것. 보통은 그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거치면 나자는 발아하고 성장하고 분열한다.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96개의 싹이 생겨나고, 그 싹은 하나하나의 태아가 디어 어른으로 성장한다. 에전에는 하나의 난자에서 한 명의 사람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아흔 여섯 명의 사람이 동시에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발전'이다. (본문 13p)

 

"우리는 알파에서 엡실론까지 태아의 사회적 기능을 미리 설정하고 훈련시킵니다. 태아를 사회적 인간으로 길러 낸 뒤, 하수도 청소부나 미래의 배양 및 사회 기능 훈련 센터 소장을 육성하기도 하지요." (본문 23p)

 

집은 육체적으로 불결한 것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추잡한 곳이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붐비며 생활하다가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찰로 숨통을 조이고, 온갖 감정이 뒤섞여 악취를 풍기는 토끼 굴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누추함 그 자체였다.

게다가 가족간의 친밀함이란 또 얼마나 답답한 것인가? 위험하고 음락하고 정신 나간 짓이다! 어머니는 미친 사람처럼 자식을 품었다. 마치 새끼 고양이를 품는 어미처럼 '자기' 자식들을 말이다……. (본문 55p)

 

작품 속 26세기 세계 연합국의 아이들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헙 접시 위에서 수정되고 유리병 속 암퇘지의 싱싱한 복막 조각에 심어져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을 따라 완성됩니다. 이 세계는 다섯 계급으로 나누어 필요에 따라 계획적으로 생산되는데 전체 인구의 9분의 8에 해당하는 하층 노동 계급은 하나의 난자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수십 명씩 대량 생산이 되지요. 이들에게는 계급 의식 등을 세뇌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명사회에서도 돌연변이가 존재합니다. 최고 계급 출신이지만 이단아인 버나드 마르크스는 북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구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뛰어난 외모와 세익스피어를 좋아하는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 존을 만나게 됩니다. 버나드는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존은 문명사회를 동경해서 함께 문명사회에 함께 돌아갑니다. 존은 '야만인 선생'이 되어 스타가 되지만 문명인의 실상과 마주하게 되면서 문명사회에 환멸을 느끼게 되지요. 존으로 인해 문명사회 역시 파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아기들은 자라면서 꽃과 책을 보기만 해도, 심리학에서 '본능적 혐오'라고 일컫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유아기에 훈련된 조건 반사 작용은 평생토록 변하지 않으니까. 이 아기들은 죽을 때가지 책과 식물로부터 안전해질 것이다." (본문 34p)

"우리는 그들이 시골을 아주 싫어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러나 시골에서 벌어지는 운동 경기는 모두 좋아하도록 설정하고 있지. 또한 시골에 가서 운동을 마음껏 즐기려면 복잡한 장비를 사용해야만 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그들은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된 제품까지도 소비하게 되었지. 이것이 바로 조금 전과 같은 전기 충격 훈련을 하는 이유이다." (본문 35p)

 

26세기는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감정을 기술의 힘으로 조절합니다. 존은 문명사회의 레니니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문명사회에서 자란 레니니와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지요. 뿐만 아니라 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슬퍼하는 존에게 문명사회의 사람들은 오히려 호통을 칩니다. 이들에게 죽음은 그저 생물학적 현상일 뿐이니까요. 이들은 아기일때부터 책과 폭발음, 꽃과 전기 충격 훈련으로 불가항력적인 조합에 길들여져 있을 뿐입니다.

 

“눈부신 발전 끝에 지금은 노인도 일을 하고 성적 쾌락을 즐기지. 삶을 즐기는 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랄까.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길 여유도, 필요도 없어졌다. 오락으로 꽉 찬 생활 중에 어쩌다 운이 나빠서 잠시 짬이 난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야말로 환상적인 효력을 지닌 소마가 있으니까." (본문 84p)

 

이렇듯《멋진 신세계》는 과학의 힘으로 슬픔과 고통을 없애고 행복만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존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과학혁명을 통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이었어요. 가상의 미래모습이었지만 우리가 과학혁명에 대한, 행복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이 가상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되어줄 것입니다. 미래를 이끌어갈10대 청소년 외에도 누구라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당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따금 흘리는 눈물 한 방울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요."

"언젠가는 죽어야 할 유한하고 불안한 삶을 운명에 그대로 맡기고 달걀 껍데기 하나라도 얻기 위해서라면 죽음과 위험을 무릅써라.(<햄릿>4막 4장) 당신은 이 말을 듣고 느끼는 게 없습니까? 신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입니다. 아, 물론 신이야말로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 자체이기는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 내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본문 340,3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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