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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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만 무뚝뚝한 아부지, 소녀감성 어머니 그리고 작가와 13년째 동거 중인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 카리스마 군기반장이며 짜구와 친자매인 뽀또, 까칠 고독한 왕따 쪼꼬와 낭이계의 이승기인 포비 그리고 청설모 같은 봉구까지 다섯 마리 고양이의 일상을 담은 《뽀짜툰 6》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 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포비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쓴 카툰 일기는 다음 만화속세상 화제의 웹툰으로 1권 프롤로그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없이 웃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기에 6권의 출간은 너무도 그리고 또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왠지 집나갔던 고양이가 다시 돌아온 듯한 이 반가움을 어찌 표현하랴. 이번에는 어떤 시트콤과도 같은 즐겁고 유쾌한 일상을 보여줄까?라는 기대감에 책을 펼쳤으나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될 줄이야.

 

 

고양이 집사 인생 13년 차를 맞은 저자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뽀짜툰 6》에서는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와의 이별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 봄 쯤 생겨난 대학시절 동아리 동기들의 단체톡방에서 자식자랑하는 친구들 틈에 능청스럽게 종도 다르고, 평균수명도 다른 자식들을 자랑하는 저자는 이제는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어 얼굴이 꼬질꼬질하고 코딱지도 눈곱도 잘껴서 예전의 빛나고 윤기나는 모습이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이쁘기만 하다.

 

가진 유전자가 전혀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않대도.

나는 이 아들과 사는게 참 좋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본문 19p)

 

 

식사량이 줄고, 먹을 때마다 입이 아픈지 괴로워하기 시작한 짜구, 구내염이 심한 상태라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약을 먹었으나  몇 주 지나니 약도 소용없어 송곳니만 남겨두고 전체 발치를 하게 되었다. 수술 후 전투적으로 먹던 짜구는 또다시 식사량이 줄기 시작했고 동생들이 근처에 오기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듯 해서 최적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사료나 간식도 종류대로 테스트해보고 그나마 잘 먹는 걸 찾아 먹이기도 했지만 약을 끊으면 먹는 걸 괴로워했고 식욕도 떨어지고 조금씩 다른 이상증상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확진도 치료도 불가능에 가까운 복막염 의심 판정을 받게 되지만 기적처럼 낫기를 바라며 스트레스 안 받게 편안하게 해주지만 짜구는 나날이 악화되어갔다.

 

십수년 전 외딴섬같던 내 작고 외로운 단칸방에서 위로와 힘이 되어주던 그 어린고양이가 벌써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49p)

 

저자는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줘서 구내염이 생겼고 그로인해 복막염이 커진건 아닐까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억지로 먹여야 하는건지, 어차피 나을 수 없는 거라면 스트레스도 덜 받게 해 주는게 차라리 나은건지라는 딜레마 소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짜구도 애쓰고 있지만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아픈 몸으로,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는 짜구가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게 보였지만 아직 의식이 또렷한 짜구를 두고 차마 안락사는 생각하기 싫었던 저자. 하지만 발작이 시작되고 고통스러워하는 짜구를 고통속에 방치할 수 없었다.

 

 

짜구의 영혼을 당신께 의탁합니다.

13년 전, 저에게 보내주신 아이.

이제 당신께 돌려드립니다.

이제 그 곳에서 다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이 땅에서 누리지 못했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자유롭게 누리길 …

그리고 … 훗날 우리가 꼭 다시 만나게 되기를 …

간절히 소망합니다. (본문 98,99p)

 

 

내 자식도 아닌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고양이었는데도 왜이리 슬픈건지. 기르던 반려동물와 헤어진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가족과 헤어졌던 기억들이 오버랩 되면서 나도 동화되었나보다. 남겨진 이들의 괴로움과 슬픔이 가슴에 와닿았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기에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짜구와의 이별이 있었지만 좁은 박스 위 고양이 컵케익, 무릎 위 따끈한 봉구, 무릎위 푸짐한 뽀또, 그 뽀또의 분홍코, 통통통 경쾌하게 걷는 봉구의 걸음걸이, 그리고 마약방석의 쪼꼬 뒷다리, 안마의자와 봉구, 벌러덩 누운 포비의 앙 다문 뒷발, 방금 자다 깬 부시시한 뽀또의 얼굴, 함께 쬐는 햇볕, 함께 맞는 바람, 함께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그들의 존재 자체가 있어 이들의 일상은 또 행복하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유쾌함 뿐만 아니라 이별의 아름다움이 준 감동과 따뜻함이 있어 또다른 매력을 뿜어냈던 《뽀짜툰 6》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이들 가족의 유쾌하고 행복한 일상만 보여주게 되기를.

 

 

(이미지출처: '뽀짜툰 6'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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