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우 아저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8
민사욱 그림, 송정화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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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우수 출판콘텐츠 당선작 <<붉은 여우 아저씨>>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시리즈의 48번째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에 걸맞는 붉은 색의 표지 삽화가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네요. 색감은 강렬한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 속을 걷는 나무, 모자를 쓴 독수리, 붉은 자켓을 입은 하얀 여우가 왠지 코믹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표지삽화입니다. 이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더니 뜻밖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네요.

 

 

흰 털을 가졌지만, 항상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신발을 신고, 붉은 가방을 메고, 붉은 옷을 입고 다녀서 '붉은 여우 아저씨'라 불리는 여우가 있습니다. 저는 까만 색 콧수염이 좀더 인상적었지만요. 이른 아침, 붉은 여우 아저씨는 친구에게 전해 줄 것이 있어서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답니다. 집을 나서고 얼마쯤 지나자 붉은 여우 아저씨는 들풀 가득 찬 곳에 오게 되었어요. 멀리 대머리 독수리 한 마리는 키 큰 나무에 홀로 앉아 있었지요. 헌데 그때, 대머리 독수리가 잽싸게 날아와서는 붉은 여우 아저씨의 모자를 물고 갔답니다. 대머리 독수리는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어요.

 

 

"고마워요, 붉은 여우 아저씨. 그동안 혼자여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요. 이제는 이 붉은 모자 덕분에 더 이상 대머리라고 놀림을 받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자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잘 되었다며, 친구를 만나는 데 함께 가 주지 않겠냐고 합니다. 대머리 독수리는 환하게 웃으며 아저씨랑 함께하면 행복할거라며 따라나서지요. 붉은 여우 아저씨와 대머리 독수리는 먼 길을 떠났어요. 그러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에 오게 되자 대머리 독수리는 잠시 햇볕을 피해 가자고 말합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는 너무 덥고 지쳐서 버드나무 곁에 신발을 벗어 두고 다리를 쭉 뻗고 누웠어요. 그때, 버드나무가 갑자기 온몸을 힘겹게 움직이더니 붉은 여우 아저씨의 신발을 성큼 신는 거에요. 그러더니 웅덩이로 달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목말라 죽을 뻔했지만 붉은 신발 덕분에 더 이상 목마르지 않게 되었다며 붉은 여우 아저씨에게 고마워하네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이번에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를 만나는 데 함께 가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붉은 여우 아저씨, 대머리 독수리, 버드나무는 함께 하게 되었고 바다에 오게 되었지요. 그러다 모두 지쳐서 잠이 들었을 때 숭어 한 마리가 붉은 여우 아저씨의 가방을 낚아채 잽싸게 알들을 가방에 넣었어요.

 

 

그리고 더 이상 알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게 된 숭어도 붉은 여우 아저씨와 함께 친구를 만나러 가는 데 함께 하게 됩니다. 이들은 눈이 소복이 쌓인 하얗고 고용한 마을에 이르렀고, 붉은 여우 아저씨는 작은 집 앞에 웅크리고 있는 한 아이를 보게 됩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는 달려가 자신의 붉은 옷을 벗어 아이에게 덮어 주지요.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가 묻습니다.

 

 

"붉은 여우 아저씨, 이제 친구를 만난 거예요?"

 

 

붉은 모자, 신발, 가방, 옷도 없는 붉은 여우 아저씨는 하얀 털만 남게 되었지만, 친구를 만났다며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아저씨는 친구들에게 모자와 신발과 가방과 옷 뿐만 아니라 영원한 친구가 되어 주겠노라고 약속했지요. 대머리 독수리, 버드나무, 숭어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갔지만 붉은 여우 아저씨는 그들이 놀림을 받지 않게 되어서, 목마르지 않아도 되어서, 알을 잃어버릴 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가 되지요. 붉은 여우 아저씨가 만날 친구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그 여정을 따라갔는데 뜻밖에도 친구들은 여정을 통해 만나게 된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와 숭어 그리고 아이였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이 아니라 나눔과 동행을 통해 모두의 친구가 되기 위해 길을 나섰던 것은 아닐까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기도 하고, '행복한 왕자'같기도 하네요. 붉은 여우 아저씨는 나눔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정말 마음 따뜻한 아저씨인거 같아요. 대머리 독수리와 버드나무, 숭어는 아저씨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함께 동행을 하게 되고,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나눔과 동행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붉은 여우 아저씨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같았지만, 전혀 창피하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행복한 왕자처럼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보였으니까요. 사랑을 실천하는 붉은 여우 아저씨를 통해 우리는 나누는 것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네요.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붉은 색이 참 강렬하게 느껴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 붉은 색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붉은 여우 아저씨>>가 추운 겨울처럼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어 함께 나누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듯 따뜻한 이 그림책이기에 많은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네요. 우리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그림책은 어떨까요? 모두가 따뜻한 겨울이 될 거 같아요.

 

(이미지출처: '붉은 여우 아저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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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이웃, 미루 은나팔 그림책
이향안 지음, 배현주 그림 / 은나팔(현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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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삽화도 예쁘고 이야기는 더 예쁜 그림책 <<꼬마 이웃, 미루>>입니다. 다세대가 함께 모여사는 우리 집 빌라 건물 복도에는 집집마다 내놓은 물건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어느 집 꼬마의 자전거, 어느 집 아줌마가 내놓은 부업 박스, 또 어느 집에서는 재활용 봉투를 내 놓았고, 어느 집에서는 깨진 화분을 내 놓았지요. 사실 저는 오고갈때 그다지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아서 그렇게 내놓는 것에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네요. 제가 아닌 누군가는 그 물건들로 인해 불편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된 것이지요. 타인에 대한, 이웃에 대한 배려가 참 많이 부족했음을 깨닫습니다.

 

 

 

주인공 미루네 옆집에는 두 볼은 찐빵처럼 퉁퉁, 목소리도 대포 소리처럼 퉁퉁, 언제나 심통 난 퉁퉁 할머니가 삽니다. 미루는 할머니가 왜 매일 화가 나 계실까 궁금했어요. 그러다 오늘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요. 바로 미루의 자전거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의 휠체어가 자전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던 거에요. 그런데 자전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할머니의 휠체어는 한 번도 쌩쌩 달려 보지 못했으니까요. 미루는 좋은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옆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지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외출하셨는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네요. 할아버지네 화분을 치워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번에 미루는 뽀글 아줌마네 집으로 갔습니다. 아줌마에게 복도에 있는 물건을 치워달라고 부탁했지만 뽀글 아줌마는 어린 녀석이 별걸 다 참견한다며 놀이터에나 가서 놀으라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아줌마 기분이 오늘 아주 나쁜가 봅니다. 한숨을 내쉬며 미루는 이번에 방긋 아줌마네 초인종을 누릅니다. 혹시 미루의 얘기를 들어줄지도 모르잖아요. 미루는 아줌마에게 빨래를 치워달라고 부탁합니다. 아줌마는 빨래는 햇볕에 말려야 잘 마른다고 했지만 미루가 할머니의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다고 말하자 그 생각을 미처 못 했다 하시며 빨래걸이를 집 안으로 들여놓으셨지요. 착한 미루도 아줌마를 도와 빨래를 옮기네요.

 

"할머니 생각을 왜 못 했을까? 미루가 알려 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니. 미루야, 고마워!"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뽀글 아줌마도 문을 열고 나오셔서 집 앞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마침 외출했던 할아버지도 미루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미루의 좋은 생각을 칭찬하시며 화분을 치워주셨지요. 다음 날은 일찍부터 퉁퉁 할머니 집 문이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외출을 하려고 문밖으로 나온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할머니는 한참이나 지긋이 복도를 바라보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셨지요.

 

 

"고맙기도 해라!"

 

 

미루의 옆집에는 할머니가 삽니다. 언제나 웃음 짓는 방실 할머니가 살지요. 정말 예쁜 이야기죠? 꼬마 미루의 작은 노력과 배려로 퉁퉁 할머니는 방실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죠.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청하다보면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골목에서 함께 콩나물을 다듬는 등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전 그 당시를 추억하며 저절로 미소를 짓곤 해요. 불과 30년도 안 되었지만 세상은 너무도 변해버렸습니다. 층간 소음으로 싸우고, 이웃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지요. 그 시절의 그 문화가 그리운 것은 비단 저 뿐은 아닐 거에요. 많은 이들이 그 시절 이웃과 더불어 행복했던 문화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미루처럼 작은 노력과 이웃에 대한 작은 배려만 있으면 가능하지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이었는데 미루를 통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네요. 오늘은 저로 인해 함께 사는 이웃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았는지 주변을 둘러봐야겠어요. 미뤄두었던 건물 앞 청소도 하구요. 이 작은 시작이 저와 이웃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하지 않을까요? 너무도 예쁜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그림책 <<꼬마 이웃, 미루>>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미지출처: '꼬마 이웃, 미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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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심장 단비어린이 그림책 17
조대현 글.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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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으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며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라고 하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이나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굴이 어떠하든, 키가 어떠하든,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귀한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 광대한 우주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존재가 아닐까 싶네요. 여기 '어떤 모습이든, 무엇이 달라졌던 그래도 우리는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아주 귀여운 그림책 한 권이 있습니다. 바로 단비어린이에서 출간된 만화가 조대현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 <<호랑이 심장>>이 그것이지요.

 

 

깊은 숲 속에 호랑이 왕이 있었어요. 동물들은 모두 숲 속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호랑이를 존경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은 호랑이는 숲 속의 의사인 부엉이 박사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호랑이 왕의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부엉이는 이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다른 심장을 이식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지금 생명을 이어 가기 위해선 사슴의 심장을 이식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숲 속의 왕인 호랑이는 사슴 심장을 달고 사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부엉이는 죽을 때까지 호랑이 왕님이 사슴 심장을 이식받은 사실은 비밀로 지켜 주겠다고 했지만, 이보다는 자존심이 문제였지요. 며칠을 고민한 호랑이는 부끄러움보다는 죽음이 더 두려운 탓에 결국 사슴의 심장을 이식받기로 했어요. 부엉이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지요. 수술은 잘 되었고 이제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만 호랑이는 우울하기만 했어요. 그 때 토끼를 괴롭히는 멧돼지가 보였고 호랑이는 자기도 모르게 멧돼지에게 소리쳐 토끼를 구했습니다.

 

 

늦은 밤, 집에 도착한 호랑이는 집 앞에 자기보다 몸집이 두 배나 큰 곰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알고보니 곰이 아닌 커다란 바위였지요. 호랑이는 겁이 많아져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호랑이는 사슴 심장을 달고 부끄럽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결심을 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기하지요. 폭포로 간 호랑이가 다시 한 번 죽음을 결심했을 때 이 모습을 보게 된 부엉이는 사슴 심장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호랑이를 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으며, 얼마 전 구해준 토끼 역시 늘 호랑이님을 왕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네요. 호랑이 심장이든 사슴 심장이든 상관없다고 말이죠. 다음 날 숲 속은 여느 날과 같았어요. 호랑이는 동물들을 잘 지켜 주었고, 숲 속의 동물들은 변함없이 왕을 존경했지요.

 

 

호랑이는 달라진 자신의 심장 때문에 움츠러 들었습니다. 사슴 심장이 갖게 된 뒤로 바위를 보고도 놀랐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하지만 사슴의 심장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호랑이 왕으로서의 지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혹 아이들은 머리를 자르거나, 이가 빠져 자신의 모습이 조금 달라지면 다음 날 친구를 만나는 것을 많이 걱정합니다. 달라진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리거나 싫어하게 될까 걱정인거죠.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입니다. 머리 모양이 달라졌다고, 이가 빠졌다고 해서 내가 아닌 것은 아니죠. 내가 어떤 모습이든, 무엇이 달라졌든 간에 우리는 모두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걱정말고 용기를 가져보세요.

 

<<호랑이 심장>>은 이렇게 사슴 심장을 갖게 된 호랑이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고 용기를 주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어떤 모습이든, 무엇이 달라졌든 그래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꼭 기억하게 될 거 같아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용기와 자존감을 갖고 자라길 바래봅니다.

 

(이미지출처: '호랑이 심장'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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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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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명사. 언제나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감방을 원형으로 만든 원형감옥. 그리스어 파놉토스는 모두에게 보인다는 뜻. (표지 中)

 

영국 최고의 사실주의 영화감독 켄 로치가 영화화 결정하고 Scottish Screen 문학상 수상, 2012년 영국 서점 선정 최고의 데뷔작, 2013년 최고의 젊은 영구 작가 선정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소설이며 열다섯 살에 파놉티콘에 갇혀 실험 대상이 되어버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 <<파놉티콘>>의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져 읽어보게 된 소설이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언어가 너무도 거칠어 받아들이기가 좀 어려운 작품이었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보지만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허나 아나이스의 이야기는 파놉티콘이라는 감시 체제가 자기 검열의 형태로 구조화되고 내면화된 현 감시 사회, 즉 우리 대다수의 일상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역자의 말처럼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앞서 '파놉티콘'의 정의에 대해 쓴 것처럼 파놉티콘은 '모두 본다'는 의미로, 이는 영국의 철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구조는 이중 원형으로, 바깥 원에는 수용자들이 배치되고 안쪽 원에는 감시탑이 배치되어 모든 수용실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수용자들은 감시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감시자의 감시를 받지 않을 때조차 자신이 감시받는다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저들은 날 보고 있고, 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저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본문 7p)

 

이 소설은 열다섯 살의 소녀인 아나이스가 '파놉티콘' 시설에 입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나이스는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위탁가정을 스물세 군데를 옮겨 다니다가 입양이 되었지만, 열한 살 때 나온 후 지난 4년간 스물일곱 번을 옮겨 다녔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아나이스는 이렇게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폭력과 약물에 길들여지게 된다. 아나이스는 폭력 전력이 상당하다. 마리화나 소지, 흉기 소지, 헤로인 17그림 소지 등 16개월 동안 무려 100건이 넘는 위반 행위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이번에 아나이스가 이 시설에 오게 된 것은 경찰을 공격했고 그 경찰이 혼수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파놉티콘에 들어오게 된 아나이스는 시설의 비슷한 류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고 몰래 들여온 약물을 복용한다. 이들의 생활을 엿볼 때 언뜻 보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감시자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곳에도 없는 것이다. 단 아나이스의 상상의 세계만 빼고 말이다. 아나이스는 자신만의 생일 게임으로 자유를 즐긴다. 상상 속에서 그녀는 다양한 삶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파리를 생각하자. 뉴욕, 피렌체, 제이를 생각하자. 제이와 키스하는 생각, 제인의 품에 안긴 느낌을 생각하자. 경찰이 작아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머리 크기가 묘하게 안 맞는다 싶을 정도였는데, 곧 코가 점점 길어지더니 몸 전체가 빠른 속도로 내게서 멀어진다. (167p)

 

 

사실 거칠고 노골적인 표현들로 인한 흡입력 부족 때문에 아나이스를 통해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소설의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나의 독서력이 많이 부족했다. 책을 읽은 후에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역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로소 이 소설이 가진 의미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열다섯 살의 사춘기 아나이스의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청소년 소설이라 하기엔 너무 버거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고지식한 나의 생각으로 인해 청소년 소설의 주제와 이야기의 폭이 넓어진 것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아나이스가 다른 어떤 소설 속 인물들보다 인상적이고 특별한 이유는 십대 사춘기 '소녀'로서 겪는 (비)일상적인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초현실을 진솔하게 그려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춘기 소녀의 환상과 두려움, 욕망과 꿈, 당돌함과 무모함, 투박함과 예민함을 거침없이 담고 있기에. (옮긴이의 말 中)

 

물론 사춘기 소녀가 겪는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담아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나이스의 현실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독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무지수이다. 분명한 것은 이는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이고, 나의 독서력은 부족하며, 상당히 고루한 편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트레인스포팅」의 저자 어빈 웰시가 이 소설을 두고 "페이지마다 열정과 놀라운 스토리텔링의 마법이 가득해 생기가 넘친다. 매우 감명 깊은 작품이다." 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을 볼 때, 내가 알지 못하는 이 소설만의 의미와 매력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거칠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인해 이 소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듯 싶었는데, 역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소설을 알게 되었다. 이를 음미하며 다시 읽는다면 분명 그 매력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고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시금 꼭 읽어볼 생각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내게 낯설었지만 그동안 꽉 막혔던 사고를 조금은 열어볼 수 있었던 작품은 아닐까 싶다.

 

헐벗은 느낌, 노출된 기분이다. 이는 아나이스가 반복하는 말이다. 실제로 아나이스는 자신을 보호해줄 피부가 없는, 우리 대다수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여러 사적이고 사회적인 울타리를 누리지 못하는 '취약' 청소년이다. 하지만 이런 소삭을 들킨 것만 같은 느낌은 사실 보편적이다. 다만 우리 대개는 혼돈의 시절을 지나게 되고 그렇기에 이에 성장통이란 이름을 붙이고 잊어버릴 여유가 있다면, 또 많은 이들이 나이와 사회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그 진통을 오래 안고 가야 한다는 점, 그리고 많은 경우 계속해 불안정한 삶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한편 다른 차원에서는 그러한 헐벗은 느낌이 나날이 보편화되어 지극히 당연한 것은 받아들여지고, 심지어는 그를 반기고 끊임없이 제 헐벗은 상태를 재확인해야 하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아나이스의 이야기는 파놉티콘이라는 감시 체제가 자기 검열의 형태로 구조화되고 내면화된 현 감시 사회, 즉 우리 대다수의 일상과 다시 만난다. (옮긴이의 말 中)

 

(이미지출처: '파놉티콘'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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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 - 상식을 뛰어넘는 29가지 육아법
헤더 슈메이커 지음, 김정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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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아이는 성향이 서로 너무도 다르다. 책 제목에 있는 단순히 '욕심'에 대해서만 얘기한다면 큰 아이는 욕심이 많은 편이고, 작은 아이는 욕심이 조금 덜한 편이다. 두 아이가 어릴 때 간식, 장난감에 형제 혹은 친구들과 욕심을 부리면 혼을 내곤 했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양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는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즉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함이었다고 나는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의 행동이 부모의 꾸지람으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는 여전히 욕심이 많다. 하지만 두 아이의 성장 과정을 쭉 지켜본 결과 아이의 욕심이 간식, 장난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함께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성적으로도 증명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간혹 욕심이 많은 것에 대한 혼내고 꾸짖었던 것이 결국은 부모의 잘못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보곤 했다. 그리고 이것은 '욕심'에 한정된 것만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도 같이 해보곤 한다. 헌데 그런 나의 생각에 명쾌한 해답을 줄 만한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바로 세종서적에서 출간된 <<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자녀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부모들에게 전하는 신선한 충고를 담고 있다. 슈메이커의 '상식을 뛰어넘는 법칙'은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들, 다시 말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감정을 표현할 자유, 자유 놀이 시간에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선택, 남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에 대한 이해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것들은 아이들의 성장에 꼭 필요하다. _로렌스 J.코언

 

 

 

이 책은 29가지 육아법칙을 차례로 수록하고 있다. 법칙을 담은 차례를 먼저 살펴보는 것만으로 지금껏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육아와는 전혀 다른 법칙에 먼저 놀라게 된다. 아주 간단하게 먼저 살펴보자면, 법칙 05 손으로 치고, 발로 차도 괜찮다, 법칙 09 양보하지 않아도 괜찮다, 법칙 10 장난감을 독차지하게 놔두어라, 법칙 18 폭탄과 총, 악당을 허락하라, 법칙 23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 법칙 24 욕설을 허락하라, 법칙 25 아이의 거짓말을 즐겨라 등이 있다. 제목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자제시키고 통제했던 모든 것들을 저자 헤더 슈메이커는 흔쾌히 허락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는 제목 그대로 아이들을 키우는데 있어 우리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는 옮고 그름에 반하는 개념들이 들어있는데, 이렇게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법칙에는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이유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의 발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실제로 이런 발상 자체는 급진적이라기 보다는 그저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본질은 아이가 거리낌 없이 말하고, 한계를 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 그러니까 결국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감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이 상식을 뛰어넘는 법칙들은 몇몇 일반적인 관점을 완전히 뒤집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이의 자존감을 확장하고 동정심을 키우는 일과 닿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법칙은 유년기 특유의 맹렬한 변화의 속도에 대한 좋은 해독제가 된다. 아이들의 놀이 및 휴식 시간은 전국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다섯 살 된 아이들에게 책 읽는 것이 우선순위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놀이 학교 철학'을 통해 여러분은 놀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생활 기술을 어떻게 제공하는지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거절에 맞서는 일이든, 친구 의견에 반대되는 일이든, 격렬한 감정을 이겨내는 일이든, 충동을 조절하는 일이든 말이다. 아이들은 늘 그래왔듯이 놀이를 통해 이런 기술들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다. (본문 19p)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양보하길 기대하고 그러한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만 전형적인 어른의 관점에서 보는 양보란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짓밟는 것이며 아이들에게 잘못된 교훈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른에게 양보란 신뢰, 우정, 관대함에 관한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양보란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놀이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물건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락받을 때, 아이들은 신뢰와 관대함이라는 교훈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놀잇감을 수많은 이유로 독차지 하는데, 물건을 독차지하는 흔한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려는 데에 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의 놀이가 자기 주도적일 때, 그것은 주로 자신의 욕구를 총족시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여러분이 놀이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신의 권리를 한결같이 지지해줄 것이라는 신뢰, 자신이 원하는 만큼 뭔가를 계속해서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진정한 신뢰가 형성될 때 물건을 독차지하려는 행동을 멈춘다.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입증해주는 역할을 해주던 물건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본문 207p)

 

 

 

처음에는 다소 당혹스러웠던 상식을 뛰어넘는 법칙이었으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그 법칙의 본질에 수긍이 간다.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당혹스러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폭력적이거나 거짓말이나 욕설을 하는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에 따른 부모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보다는 아이들의 권리부터 보장해야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통제가 아닌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입장에서 다소 당혹스러운 아이들의 행동이 발달 과정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놀이 학교 철학’이 이렇게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일들을 조언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발달 상태를 볼 때 세 살에서 일곱 살까지는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놀면서 다른 아이들과 하고 싶은 대로 상호작용을 할 때에 사회성 기술과 감정적 인지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융통성 및 충동 조절 능력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中)

 

 

(이미지출처: '욕심많은 아이로 키워라'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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