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 이주헌의 행복한 미술 산책 명화 속 이야기 1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제일 쉽고 재밌게 그림에 관한 글을 쓰는 이주헌의 책을 한 권 더 읽었다


그는 확실히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재주를 가졌다


한길에서 나온 인상파 화가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번역서여서인지, 아니면 원래 미술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인지 굉장히 어려워 한동안 그림에 관한 책을 안 읽은 적이 있다


그림책은 화려한 그림들 때문에 값이 비싸 사기가 망설여진다


 


처음에는 서양화를 봐도 뭘 의미하는지 감이 안 왔는데 책을 몇 권 읽고 나니까 어렴풋이 알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누가 그런 명언을 했는지!


서양의 문화를 지탱하는 두 축이 기독교와 그리스 로마 신화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인상파로 넘어 오면서 그리는 대상이 신화와 성경에서 사람으로 넘어 오긴 했지만, 그래도 서양화를 지배하는 것은 역시 기독교와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그리스 신화 중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헤라 여신을 모시는 여사제가 신전에 수레를 끌고 갈 소가 오지 않자, 그녀의 두 아들이 직접 소를 끌고 신전으로 갔다


어머니는 감격하여 이 효성 지극한 아들들에게 축복을 내려 달라고 했다


헤라 여신은 두 아들에게 지상 최고의 축복을 내린다


그리스인이 최고의 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죽음이었다


죽음을 영원한 휴식으로 생각하는 그리스인들은 가장 행복할 때 죽는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여사제의 두 아들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에 잠들어 영원한 깨어나지 않았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 그 중에서도 고흐의 열정적인 그림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천재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한다


언젠가는 기회가 되서 직접 명화들을 감상하고 싶다


루브르 미술관이나 내셔널 갤러리를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파리나 런던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매일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가치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4-12-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다양한 책 읽으십니다. 전 시기별로 독서를 편향되게 몰아서 하는데 말입니다. 한 몇달 사회과학서만 읽다가 또 몇 달은 인문과학서만 읽고... 요즘은 추리소설만 보고 있지요. 아니다... 요즘은 옮긴 직장에 적응하느라 거의 책을 못 보고 있지요. 아무튼 참 부럽고 대단한 독서력이십니다.

marine 2004-12-04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있는 분야가 좀 많습니다 소설보다는 인문 서적을 더 좋아하고 예술, 특히 그림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공은 과학 쪽이라 그 쪽 서적은 일부러 읽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요즘 저는 반백수 상태라 책 읽는 시간이 많아요 그런데 미래를 위해서 영어 공부라도 해야지 않겠냐는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 좀 받고 있습니다

하이드 2004-12-0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런던 갔을적에 내셔널 겔러리 가보고 거기서 살고 싶었답니다. 정말로요. 더 공부하고 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생각하지만, 다음에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약하며, 오늘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뒤적뒤적. =_=

marine 2004-12-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이드님도 그런 생각하셨군요 전 내셔널 갤러리에서 그림 좀 더 보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놓쳐서 하룻밤 공항에서 지샌 적이 있어요 루브르 미술관은 워낙 방대해서 제대로 볼 엄두도 못 냈는데 내셔널 갤러리는 관람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설계를 참 잘 한 것 같아요 그 말 들으니까 다시 가고 싶네요^^
 
서양화 읽는 법 사계절 Art Library 2
조용진 지음 / 사계절 / 199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쓴 조용진 교수는 동양화 전공자로 "동양화 읽는 법"을 먼저 썼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화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


이주헌이 쓴 것 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교수답게 독자에게 가르치듯 자상하고 교훈적인 서사가 돋보인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림 도판 상태가 너무 작고 (책의 크기가 주는 한계) 그림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그리고, 몇년도 그림이며, 현재 어디에 소장하고 있는가도 그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감상법은 도상학이다


즉, 그림의 소재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알고 보자는 것이다


네덜란드 정물화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책을 읽은 후 도상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말 그대로 그림을 느끼는 게 아니라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 위해 숨은 의미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항상 맨발로 그린다


왜? 벗은 발은 겸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물화에 청어가 그려져 있으면 근면을 의미하고, 팔레트와 석고상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미술을 의인화한 것이다


사과를 들고 있는 나신의 여인은 비너스를 상징하고, 또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의인화 한 것이다


 


인상파 이전의 서양 그림들은 이처럼 다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상파가 혁명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읽는 그림에서 느끼는 그림으로 바뀌었으니까


art란 기술을 의미하여 르네상스나 로코코 시대의 그림을 보면 감탄할 정도로 놀라운 그림 솜씨를 자랑한다


요즘 현대화처럼 저 정도면 나도 그리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도저히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에 화가가 되려면 천재 수준이어야 했다고 한다


단순히 그림 실력만 있어서도 안 되고, 귀족에게 그림을 팔기 위해서는 그림 안에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 되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난 동양화가 그림에 숨어 있는 뜻을 이해하는 읽는 그림이고, 서양화는 눈에 보이는대로 느끼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해석법은 인상파 이후의 그림에만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 적합한 말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스티븐 킹이 쓴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은 아직 안 나오고 그의 이력서만 열심히 읽었다


내가 그에 관해 처음 안 것은 그 유명한 "쇼생크 탈출"을 본 후


정말 감동받았다


그 후로 "그린 마일"과 "미저리"가 그의 작품임을 알고 존경심을 갖게 됐지


그는 정말 독창적인 사람이다


 


무지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역시 풍자적인 문체로 가감없이 풀어 쓰는 게 마음에 든다


스티븐 킹이라는 사람 자체가 위대한 문학가가 아니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과장된 감정을 늘어 놓는 글쓰기는 딱 질색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 교민들이 미국은 이러이러 하더라, 하고 쓴 글과 미국인이 직접 쓴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천지 차이임을 새삼 느낀다


마치 미국인이 쓴 한국과 한국인이 쓴 한국은 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학교 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충분치 못한 경제 생활 때문에 방학 때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그가 끝까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놓치 않은 걸 보면, 확실히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은 다른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편집부장으로 일하고, 지역 신문의 기자로도 아르바이트를 했던 걸 보면 역시 끼가 보인다


결혼해서도 아주 가난했으나 (집에 전화가 없었다고 하니까) "캐리"라는 책 한 권으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어 50여편의 소설 중 40여편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일단은 무지하게 부럽다


특히 그처럼 풍자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가 정말 부럽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은희경인데, 언제나 삐딱한 시선으로, 혹은 자조적인 말투로 그래, 세상은 다 그렇지, 뭐 이렇게 지꺼리는 그 태도가 아주 매력적이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는 뒷편에 소개된다


기대된다


 


스티븐 킹이 말하는 창작론은 최대한 간단하게 쓰라는 것이다


가능하면 헤밍웨이처럼 단문으로 건조하게 쓰는 게 좋다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수식어구 남발하지 말고 가능하면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간단히 써라


 


사실 나는 무지하게 길게 쓰고 미사여구 화려한 글을 좋아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같은 건조한 문체는 별루...


스티븐 킹 같은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위대한 천재들 (이를테면 헤밍웨이나 스타인벡 같은) 에 대한 컴플렉스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노력을 한다고 해서 위대한 작가들에게 가까이 갈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잘 쓸 수는 있다고 희망을 준다


정말 천재들은 타고나는 것인가...


 


독서를 많이 하라는 충고는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다


하루에 6-8시간 이상 책을 읽어야 잘 쓸 수 있는 기본 소양이 생긴다고 한다


거의 직업적으로 읽으라는 소리군


그는 심지어 차에 타면 오디오북을 듣고 헬스 클럽에서 운동하면서도 TV 대신 책을 읽는다고 한다


오, 놀라워라


이거야 말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던가


 


우리 나라에도 오디오북이 많이 생겼음 좋겠다


퀸의 노래도 매일 들으면 질리지 않느냐는 그의 말처럼, 출퇴근 시간에 유행가 듣는 것도 지겹다


오디오북은 성경책에나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는 꽤 보편화 됐나 보다


그도 오디오북을 통해 일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울 2004-11-2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많이 올라오네요. 오디오북은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구 운전도 오래해서 많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국내에도 시도를 하고 있는데 상황이 조금 다른가봐요. 제가 아는 곳은 "내림과 올림"이라고 고전에 대해 몇권? 구입해서 들은 적이 있어요. 괜찮은 방법이기도 한 것 같구요.

marine 2004-11-2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선별해서 괜찮은 리뷰만 올렸는데 그냥 읽은 책들은 다 흔적을 남겨야겠다 싶어 시간 날 때마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이드 2004-12-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사놨는데, 아직 안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두껍고 글씨 많은 책은 아니지만, 기대하고 있어요. 근데, 나나님 별을 보니, 제 별이 너무 후한것 같습니다. ^^ 전 괜찮으면 별 4개. 진짜 개인적인 취향으로 맘에 드는 경우에는 별 다섯개, 보통인데, 맘에 안 드는 점 있으면 별 3개. 진짜 싫으면 2개 이렇거든요. 아, 글은 맘대로 써요. 싫어하는거 막 욕하면서. 최민식 사진집과 웬디 수녀 책이 대표적인 케이스.

marine 2004-12-0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무지하게 감동해서 할말을 주체할 수 없으면 별 5개(미셸 푸코나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같은 거), 크게 공감하면 별 4개 ("이미지와 환상" 같은 거) 대부분은 별 3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2개, 진짜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니냐면 별 1개 줍니다 사실은 제가 너무 짜게 준 거 아닌가 싶어 별점을 다시 매겼는데도 짜게 보이나 봐요^^
 
WHY NOT? -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 읽기
유시민 지음 / 개마고원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유시민을 좋아한다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칼럼들에 기고한 글들을 읽으면서 논객으로서의 유시민을 좋아하게 됐다


서울대 출신에다가 독일 유학파인 그는 객관적인 학벌에 걸맞게 글도 참 잘 쓴다


논리적이고 똑똑하며 비판의 칼날도 엄정하여 독자의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홍세화나 진중권 보다 좀 더 중립적이라서 더 부담없다


 


이 책은 옛날에 읽은 건데 요즘 유시민이 화제의 검색어에 오른 후 덩달아 이 책까지 순위에 올라 다시 한 번 읽게 됐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에 쓴 책이라 정치적인 글들은 흘러간 얘기들이지만, IMF 직후 쓴 우리 경제 분석을 지금도 귀기울려 경청할 만 하다


뭐든 본인이 직접 하는 건 힘들다


비판은 쉽다


그렇다고 해서 비판자한테 니가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 수는 없다


원래 비판하는 사람은 삐딱한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으로 나선 유시민이 상당히 걱정된다


과연 본인의 신념을 현실과 잘 타협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까?


 


흔히들 수출은 선이고 수입은 악이라고 한다


재벌들의 전매 특허는 정부 규제 때문에 경제 활동하기 힘들고, 수출 산업에 지장 생긴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국민의 과소비를 규탄한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 적당한 소비는 필수이고, 국민들 야단치기 전에 재벌들 비판해야 할 꺼리들이 널려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사회주의가 무너진 이 판국에 시장 경제의 가치를 의심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모든 것이 시장 경제, 자유 경쟁 등의 구호만으로 해결되는가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든다


자유주의란 나와 반대되는 사람의 자유를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많이 다원화 됐지만 확실히 우리 사회는 전체주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특히 제일 잘 하는 말, 국론통일, 일사불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4-12-0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시민 의원 좋습니다. '경제학 까페'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쉽고 재밌고, 삐딱하게 ^^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토론에서의 카리스마도 대단하지요. 정치판에 뛰어든 모습이 안스럽긴 하고, 가끔 욕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나중을 기약하고 뛰어들었으니, 저도 그 나중을 기대해 봅니다 . 본인에게도 지역주민에게도 오랜동안 팬이었던 저 같은 사람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바래요.

marine 2004-12-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경제학 까페 재밌게 읽었어요 그런데 실은 이 글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저랑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이웃분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었답니다 알라딘은 정치적 성향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 글쓰기 편한 점도 있어요
 
조선의 왕 - 가람역사 30 조선사회사 총서 1
신명호 지음 / 가람기획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 역시 출판될 당시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다시 한 번 빌려 읽었다


그 때 용의 눈물이 인기 있을 때라 한참 조선 왕 시리즈가 나왔었다


일반인이 쓴 에세이 형식의 흥미 중심이 아니라 전공자가 꼼꼼하게 기술했고 (뒷편에는 본인의 논문도 실었다) 실록을 바탕으로 한 거라 신뢰감이 생긴다


 


절대 권력자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과로와 스트레스로 단명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왕들의 수명이 무척 짧았다


영조나 숙종 같은 경우만 환갑을 지냈을 뿐, 다들 40대에 일찍 죽었다


최고의 의료진이 돌보는 국왕의 수명이 이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52년간 재위한 영조는 82세로 천수를 다 누렸는데, 식사 시간을 반드시 지켰다고 한다


신하들을 장악하고 있던 영조는 절대 쉽게 결제를 안 해 주고 토론을 벌일 때가 많아 종종 저녁 시간을 넘겼는데, 웃긴 건 자신은 시간만 되면 칼같이 식사를 하고 온다는 거다


당연히 신하들은 대전에서 대기


저녁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온 왕과 다시 격론이 벌어지면 배고프고 지친 신하들이 지는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 같은 건강 습관이 영조를 장수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한다


 


조선 왕들 중 가장 금슬이 좋았던 커플은 세종 대왕


아버지 태종에 의해 처가가 몰살을 당하고 왕비의 어머니는 제주도 관노로 유배 갈 정도로 몰락해 한이 많았을 소헌 왕후를 무척 사랑해 둘 사이에는 8남 2녀라는 굉장한 자식을 낳는다


그렇다고 세종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건 아니었다


성군답게 (?) 궁의 많은 여자들에게도 골고루 사랑을 나눠 주어 세종은 조선 국왕 중 가장 많은 자식을 둔다


소헌 왕후가 말년에 낳은 막내 아들 영응대군의 육아를 후궁인 신빈 김씨에게 맡긴 걸 보면, 왕비와 후궁 사이의 관계도 아주 좋았다고 생각된다


친정이 몰살되면서 한이 많았을 소헌 왕후가 자식도 많이 낳고, 첩들과도 잘 지낸 걸 보면 세종이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 탓도 있겠지만, 그녀 자신이 무척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을 것 같다


 


후궁을 한 명도 안 둔 왕은 숙종의 아버지 현종이다


현종 시대에는 예송 논쟁 외에는 별 사건이 없어 사극에 등장을 안 해서인지 좀 낯선 인물이다


그는 명성 왕후에게 1남 3녀를 낳았을 뿐 다른 후궁을 얻지 않았다


바람끼가 없고 점잖은 타입이었을 게 분명하다


아무리 아내를 사랑한다고 해도, 왕이라는 신분상 한 여자만 바라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분명히 본인 성격 탓일 거다


후궁 때문에 속끓일 일 없는 명성 왕후는 아들도 턱 하니 낳았으니 아마 제일 행복한 왕비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대비들에 비하면 빨리 죽는다 그것도 아들 병 낫게 해달라고 한겨울에 찬물로 목욕하다가...)


 


27명의 조선 국왕들 중 제일 불쌍한 사람은 광해군이다


최근 들어 그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라기 보다는, 폐위된 후 무려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라는 척박한 유배지에서도 18년을 버틴 걸 보면, 폐위되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오래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병약한 연산군은 폐위되자 마자 적응 못하고 몇 개월 만에 바로 죽어 버렸으니까


빨리 죽는 게 속 편할 뻔 했다


왕으로 있다가 서인으로 떨어지는, 조선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은 광해군의 심정은 어땠을까?


실록에 보면 유배지에 배속된 관리인들마저 (신분이 최하층민인데도) 그를 비웃고 함부로 대했다고 하는데, 그 모든 수모를 감내해 내고 긴 수명을 유지한 걸 보면, 그는 마인드 컨트롤의 대가였을 것 같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을 순간은 인목 대비에게 폐위 교서를 받을 때였을 것이다


철천지 원수였던 그녀에게 자신의 죄목을 조목조목 들어야 했을 때, 그 기분이 어땠을까?


사실 광해군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책임이 상당 부분 그녀에게 있다


10여세나 어린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것만도 부담스러운데, 시집 오자마자 떡하니 적자 아들을 낳아 주니, 서자 출신 컴플렉스를 갖고 있을 광해군으로서는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황 판단 못하고 아들을 질투하던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 활약상이 뛰어나 신망을 얻는 터라) 광해군의 지위를 흔들다 세자를 바꾸지도 못하고 죽어 버리는 바람에 늦게 본 귀한 적자 영창대군만 권력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말았다


 


왕비가 적자를 생산하지 못해 후계자 문제로 복잡해질 때가 많았는데, 폐위된 불행한 두 왕비들은 (연산군과 광해군비) 아들도 셋씩이나 잘 낳았다


자식이 없었으면 그나마 자기선에서 끝났을텐데, 자식들마저 죽음으로 몰고 갔으니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두 왕비 모두 인심을 잃은 남편들에 비하면 좋은 평가를 받던 후덕한 여인들이라 더욱 그녀들의 삶이 비극적인 것 같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왕을 들자면 역시 숙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장래가 걱정되고 밉다 하더라도 아들, 그것도 세자를 낳아 준 여자에게 사약을 내릴 수 있을까?


더구나 그녀는 기존의 왕비를 폐비시키고 국모의 자리로 올려 줄 만큼 열렬하게 사랑했던 여자가 아닌가?


아들을 못 낳는다는 이유로 인현왕후를 폐위시킨 것이나, 그녀를 다시 복위시키고 장희빈을 사사한 걸 보면 숙종은 대단히 변덕스럽고 잔인했던 것 같다


그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영조 역시 자식을 뒤주 속에 가둬 죽였을 것이다


하긴 성종 역시 아들, 그것도 세자를 낳아 준 윤씨를 폐위시키고 사약까지 내렸으니 역시 보통 잔인한 성격이 아니다


연산군의 피 속에는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 성종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 잔인한 왕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


그렇게 따지면 경빈 박씨와 복성군을 죽인 중종도 마찬가지긴 하다


더구나 복성군은 비록 서자이지만 큰 아들인데...


 


조선 국왕들의 일상 생활과 이면을 살펴 본다는 건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현재와 가까이 있고, 문화적으로도 훌륭한 국가를 운영했기 때문에 사료도 풍부해 그들의 일상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생동감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