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주의자의 꿈 -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조희봉 지음 / 함께읽는책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책 에세이들은 언제나 나에게 작은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나와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고백, 특히 요즘 사회에서는 자칫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되기 쉬운 책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을 과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불끈 솟는다
사는데 별 도움이 안 되더라도, 남들이 시간낭비 한다고 비웃더라도 나는 내 길을 가련다는 베짱을 부릴 수 있게 된다
한편 동지 의식도 느낀다
요즘처럼 인문학이 죽어가는, 그야말로 인문학의 위기인 시대에, 전자책으로 인해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예측이 난무하는 시대에, 새 책도 아닌 헌 책 모으기에 열정을 불사르는 이런 책들은 꼭 읽어 줘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저자는 책 좋아하는 사람을 열독가와 수집가로 나눈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소유하는 데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라 가끔 내가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지 의심될 때도 있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도 꽤 있나 보다
아빠의 경우 수집가 쪽이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아빠의 탐욕적이다시피 한 책 수집에 불만이 많았다
한 권을 제대로 읽은 다음 다른 책을 살 것이지, 왜 일단 모아 놓고 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이란 모아서 장식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읽기 위해서 있는 것인데 책 자체를 숭배하는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그 놈의 책들 때문에 주거 공간을 침해당하면서 감히 내 책까지 쌓아 놀 엄두를 못내고 읽는 즉시 처분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책을 읽는다
요즘처럼 독서열이 왕성할 때는 원하는 것만큼 책 사려면 월급이 꽤나 축날 게 뻔하다

저자는 자신과 같은 수집가는 소유 보다 읽는 것에 더 열심인 열독가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워낙 많은 책을 모으다 보니 읽는 속도가 사 들이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모으다 보면 내 서재에 꽂혀 있는 이상 언젠가는 읽게 되리란 기대감 때문에 행복해진다고 고백한다
아빠 역시 그랬다
책에 대한 아빠의 철학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싼 것이 책이니까 책 사는데 돈 아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 내 손에 들어 온 책은 결국 다 읽게 되니까 미처 못 읽더라도 일단 모으고 보자는 것이다
다행히 아빠의 경우 헌 책들을 모으지는 않고 대신 서점에 나오는 책을 바로바로 사는 스타일이라 서재는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저자의 경우 헌책 수집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 책을 들여 오면 일단 표백제로 표면을 깨끗하게 닦은 후 아스테지로 표지를 싸는 정성까지 들인다
이쯤 되면 헌책 수집도 하나의 취미가 되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 같다

사실 나는 헌 책에 별다른 애정이 없다
저자는 신영복의 옥중서한을 영인본으로 묶은 "엽서" 를 최고로 치지만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 뒤 읽기를 포기했다
남들은 신영복이 직접 옥중에서 깨알같이 써내린 엽서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감동한다던데 나는 일단 읽기가 불편해 감동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영인본을 포기하고 깨끗하게 인쇄되서 나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을 택했다
말하자면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이지, 책 자체가 갖는 형식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같은 책도 기왕이면 새로 나온 개정판을 본다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때문에 가끔 오래된 판본을 본다
그런데 일단 종이질이 떨어지고 인쇄 상태가 좋지 못하면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나서 가능하면 요즘 나온 책, 혹은 개정판을 보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책 자체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서인지 읽은 책도 쉽게 선물하곤 한다
더구나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워낙 왕성해 같은 책을 또 펼쳐 본 적은 별로 없다
다시 읽으면 그 때 느꼈던 감동이 쇠퇴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저자의 헌책 사랑을 읽으면서 수집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헌책인 값도 싸기 때문에 나처럼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돈은 없는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책을 먼저 소유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원하는 책을 서점에서 쉽게 사는 것 보다 헌책방을 뒤져서 갖게 될 때의 기쁨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가끔 독서는 당연한 것이므로 취미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무엇인가 목적 있는 책읽기를 하라는 소리 같아 반발심이 생긴다
책 읽기는 공부가 아니다
우표를 수집하듯, 골프를 즐기듯, 대중가요를 듣듯, 그저 재미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락거리고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이런 책 에세이를 보면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기 힘들지 않을까?

저자는 이윤기의 전작주의자를 자처하는데 실제로 그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이윤기의 글세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컸으면 생면부지의 그에게 편지를 써 주례를 부탁했을까?
나는 아직, 재밌게 읽은 책은 많아도 반드시 만나 보고 싶은 작가는 찾지 못했다
가끔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 봤지만 만나 본 적도 없는 작가에게 간곡한 편지를 써서 제자로 삼아 달라고 할 만큼 깊은 인상을 받은 책은 없다
그런 점에서는 저자가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다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이나 "환상의 책" 등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열심히 해서 정말 작가가 이렇게 생각했는지 편지를 보내고 싶은 생각은 해 봤다
워낙 빠져든 책이라 작가가 창조한 인물의 내면 세계, 즉 책에 드러나지 않는 성격까지 나름대로 분석해 본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미국 작가라 내가 느낀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기란 매우 어려운 노릇이다
또 그의 모든 책을 읽고 싶거나 그를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누군가의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은 어쩌면 독서인으로서 최고의 행복인지도 모른다
자기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아무나 얻을 수 없는 기쁨일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넘쳐나는 책들을 기막힌 방법으로 소장하고 있다
사실 책장이란 것이 책 소장이라는 본래의 목적 보다는 인테리어 역할이 더 큰 법이다
그래서 책장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그만큼 책 놓을 공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일본의 유명한 독서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사과 상자에 책을 저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과 상자에는 책이 안 들어간다고 한다)
저자는 벽돌과 합판을 이용해 책을 꽂는다
이렇게 하면 벽 한 면을 책으로 가득 채울 수 있고 공간도 훨씬 덜 잡아 먹는다고 한다
대략 700권 정도를 쌓을 수 있다고 하니,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멋진 책장을 갖는 것 보다는 보다 많은 책을 쌓을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데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방법이다
허접한 베스트셀러나 유행타는 깊이가 얇은 책 말고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깊은 울림을 가진 책들로만 서재를 꾸미겠다는 저자의 야무진 다짐이 아름답다

저자는 "숨어 있는 책" 이라는 동호회를 통해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만난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대에 헌책 수집이라니, 게임이나 당구 등에 미칠 젊은이들이 헌책에 미치다니, 놀랍고도 감사할 따름이다
반드시 책이 모든 활동의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열정은 천박하지 않고 순수하며 고귀한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책에 대한 열정을 읽으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수집가의 책을 읽었으니 이제 나 같은 성향의 사람, 즉 책 자체 보다는 읽는 것에 더 열정적인 열독가의 책을 읽고 싶다
저자는 그래도 성공한 사람이다
용감하게 직장을 때려 치우고 취미을 직업으로 선택했으니 말이다
이제 그는 본격적인 글쟁이로 나설 것이다
독서 칼럼만 써도 밥벌이가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저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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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와꼬맹이 2004-12-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자체를 소유한다고 해서 책의 의미까지 가질 수 없고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고 해서 지혜를 얻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제 경우에도 아버님과 유사한 스타일이지만 저는 다른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제 딸아이가 성장하면서 아빠의 독서 이력을 간접적으로 보게 된다면 나름대로 아빠를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램도 숨어 있으니까요. 나나님의 바램처럼 좋은 칼럼이 많아지길 함께 기원합니다.

여울 2004-12-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젼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죠. 아스테지를 붙이고 새책처럼, 그리고 벽돌책장이 참 맘에 들었는데, 천성적인 게으름으로 아직도 제책들은 늘 어지럽혀져 있답니다. 수집가와 열독가라, 저는 문틈에 서성이고 있는 것 같군요. ㅎㅎ. 중요한 것은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 탈 이지만...님처럼 소유욕은 점차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용도 들고, 동네서점도 팔아줘야하고 해서 도서관...책방...인터넷을 왔다갔다하고 있어요. ㅎㅎ 저도 책 다시 읽는 것 좋아하지 않는데 최근에 습관이 조금 바뀌고 있어요. 괜찮다는 책 몇번씩 보기로 올해 습관이 드는 것 같더군요. 열독, 즐독하시구요.

marine 2004-12-2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토님, 저도 아빠 책들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누군가와 서재를 공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의 정신 세계도 함께 받아들인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토토님의 딸도 토토님의 책들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숙할 것이고, 좀 더 크면 아빠와 공유할 수 있는 세계가 커질 겁니다 저와 저희 아빠처럼요^^



여울마당님, 저도 요즘은 책 자체에 많은 애정을 느낍니다 솔직히 말하면 항상 경제적 여유가 발목을 잡지요 그렇지만 조희봉씨처럼 헌책 수집에 애정을 가지면 부담이 덜할 것 같아요 좋은 책일수록 대중에게는 인기가 없고, 그런 책의 가치를 알아 보고 열심히 사 주는 것도 독서인의 의무 같습니다 저도 고전을 꼭 소유하려고 합니다 읽을 때마다 새롭거든요 물론 다 아빠 책이지만요^^

kleinsusun 2004-12-2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8hobook.co.kr/common/pds/pds_list.asp?DataID=2

조희봉님 홈페이지랍니다.

춘천 광장서적 홈페이지의 한공간을 쓰고 있어요.

시간 나실 때 들려 보세요!

marine 2004-12-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수선님 너무 고마워요 실은 수선님 홈피에서도 "숨어 있는 책" 을 봐서 꼭 가 보고 싶었어요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도 수선님 리뷰 읽고 읽었답니다^^
 
세상의 모든 클래식
박준용 지음 / 마고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끌려 책을 신청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600페이지에 이르는 만만찮은 두께를 자랑한다
일단 분량에 질려 며칠 동안 떠들어 보지도 않고 책상에 고이 모셔 놨다가 반납일에 닥쳐 할 수 없이 첫 장을 펼쳤다
생각보다는 술술 읽어졌다
음악이나 미술을 소개하는 책들이 다 그렇듯,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해석보다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치중해서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에 수많은 음악가와 연주 단체들을 소개하는지라 완독하려면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이 책의 미덕을 들자면 바흐와 헨델로 시작하는 바로크 음악부터 20세기 현대 음악까지 서양 음악의 전 역사를 훑고 있고, 서양음악의 탄생지인 유럽부터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의 공연 현황을 비교적 소상히 알려 준다는 데 있다
즉 이 책 한 권이면 어디 가서 아는 체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과 공연 소개에 열심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덜 알려진 작품이나 오케스트라 등을 소개하는 건 좋은데 저자의 욕심이 워낙 크다 보니,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이 수십장에 걸쳐 나오면 곧 흥미를 잃게 된다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곧 지루해질 것 같고, 오히려 음악에 조예가 있는 사람, 특히 각국의 교향악단이나 협주단 등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으면 훨씬 재밌을 것 같다
불행히도 나는 완전 초보자이기 때문에 꽤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서양 음악의 역사를 서술하고 2부에서는 각국의 음악 공연 단체들을 소개한다
바흐와 헨델을 비롯해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등의 유명한 음악가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지라 재밌게 읽었지만, 스트라빈스키나 쇤베르크 같은 현대 음악가들은 아무래도 흥미도가 떨어졌고, 2부에 등장하는 수많은 연주단체들을 읽을 때는 솔직히 지루했다
일단 각 단체들의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들은 클래식은 음반을 통한 것이 고작이라) 모두 다 비슷하게만 느껴졌다
집에 있는 클래식 음반들은 누구 작품인지 구별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누가 연주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
다만 카라얀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그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 하모닉 얘기가 나올 때는 반가웠다
아빠가 객석을 몇 년간 정기구독 한 적이 있어서 지휘자와 연주자들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주빈 메타, 번스타인, 제임스 골웨이 등등 한 번쯤은 읽어 본 적 있는 사람들이 쭉 나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독서도 마찬가지지만 음악 역시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관심을 갖고 함께 듣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수 신화가 히트친 노래 중에 내가 무척 즐겨 듣는 멜로디가 있었다
귀에 꽂히는 게 무척 인상적이고 대중 가요답지 않게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에서 따온 리듬이라고 한다
클래식이라면 지루하고 따분한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클래식도 관심만 가지면 대중 가요처럼 쉽게 들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 언젠가 라디오에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흘러 나와 가슴이 뭉클한 적이 있었는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라는 걸 알았다
얼마 전에는 비발디의 사계를 전곡 다 들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부분 말고도 주옥 같이 아름다운 선율이 많은 걸 알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왜 비발디의 사계가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곡인지 알게 됐다
결국 어렵다는 선입견이 클래식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이다

지금은 "클래식 100선"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파는 음반들을 듣고 있는데, 귀가 좀 트이면 누가 연주했는지에 관심을 갖고 찾아서 듣고 싶다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는 것도 관심을 유발시키는 좋은 방법 같다
특히 줄거리가 있는 오페라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책도 책이지만 직접 공연장 가서 듣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지방에 있기 때문에 유명 공연을 들을 기회가 적지만 꼭 유명한 단체가 아니라 해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의외로 많은 연주들이 공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에도 무명 연주자나 작곡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데 결국 음악이란 생활의 작은 기쁨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영화 보러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공연을 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오늘부터는 지방 신문을 들고 문화면을 열심히 살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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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신부 한정판 [dts] - (3disc)
김호준 감독, 김래원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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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를 영화다 그냥 한 번 웃고 끝나면 되는 건가?  "가문의 영광" 이라든가,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 를 볼 때와 똑같은 기분이다

이 영화의 어처구니 없는 점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일단 제일 중요한 전제부터 잘못 됐다 문근영이 왜 16세에 결혼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할 타당한 이유를 생각해 내기 힘들었을까? 영화에 따르면 문근영을 결혼시킨 할아버지는 완전히 미친 놈이다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곧 죽을 거라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열 여섯 된 손녀의 결혼을 강행하는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다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차라리 약혼을 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문근영이 16세에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시나리오 작가의 치명적인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영화는 김래원과 문근영의 귀여운 연기로 이끌어 나간다 약간의 코미디를 기대하고 봤는데 웃기는 장면도 간간히 있기는 한다 무엇보다 문근영이 깜찍하고 예쁘다 연기를 잘 하는 건 아닌데 (하긴 이런 영화에서는 진지한 것이 오히려 분위기를 가라 앉히겠지만) 표정 연기라든가 오버하는 것 등이 귀엽게 나온다 자기 또래를 연기해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일까? 특히 이진우라는 선배와 사귀는 장면은 진짜 귀여웠다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사귀고 헤어지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가 보다

영화에서는 김래원과 문근영의 신혼 생활이 알콩달콩 재밌게만 나왔는데 현실적으로 과연 재밌기만 할까? 재밌는 건 한 달에 하루쯤이나 되고 나머지 29일은 괴롭지 않을까? 시부모 집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딴 살림을 났던데 그 집안일은 누가 다 한단 말인가? 우리나라처럼 수능에 목숨 거는 나라에서, 고등학생이 집안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닌다고? 소녀 가장도 아니고 정상적인 집안에서 자란 고등학생에게 가능한 일일까? 자율학습에 학원에 엄청난 학습량과 대학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리는 학생들에게 과연 결혼 생활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영화의 설정에 진짜 화가 난다 채림과 감우성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그래도 채림이 대학생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는 진짜 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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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 우리가 몰랐던 우리말 324가지
김세중.남영신.박용수.이수열.장하늘.정재도.조재수.최인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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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다 보면 완독하는데 실패한 책이 꼭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 책은 열심히 읽으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일단 재미가 너무 없다 나는 평소 문법이나 띄어쓰기 등에 관심이 많은데, 본격적인 우리말 책을 읽으면 중간에 꼭 이렇게 그만두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맞춤법이나 국어 실력은 중학교 때 국어 시간에 배운 게 전부다 그 뒤로는 실력을 키우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꼭 실패하고 만다 그런 거 생각하면 중학교 때 열심히 배워 두길 참 잘 한 것 같다 이런 형식 말고 실제로 헛갈리기 쉬운 경우를 문답식으로 풀어 쓰는 건 어떨까? 나처럼 올바른 맞춤법을 쓰고 싶지만 어려운 책은 못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이 책 수준은 거의 국어 교과서다 시험을 치지 않는 이상 줄 그어 가며 열심히 읽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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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4-12-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서 교과서처럼 필요할 때 조금씩 봐야지 않을까 싶어요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 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쓰기" 등도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우리말 바로쓰기 책들은 너무 어려워요 흑흑

여울 2004-12-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바뀐 맞춤법 요약본이 있더군요. 웃인지? 윗인지? 장이인지?쟁이?인지 너무 헛갈려요. 보려고 주머니 속에 두었는데, 어느 옷인지? 가물가물 거리네요. ㅎㅎ.

글구. 이오덕 선생님 책을 몇권 본 적이 있는데, 우리말에 스며있는 영어문법,표현, 일본어문법 표현..들(**적,  등-->들..) : 수동태는 없다 같은 개요는 알겠지만, 워낙 식민지? 근성이 박혀있어서인지? 개요를 따르면 표현이 너무 어색하구,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구해서 그냥 삽니다. 포기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기도 하구. 하지만 옳은 표현, 옳은 습관은 길들여야 할 것 같기두 합니다.  폼이 좋아야 하듯...ㅎㅎ

글샘 2004-12-1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춤법은요, 정말 나빠요. 너무 복잡하죠? 그렇지만 헷갈릴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국립국어연구원'의 사전에서 찾아보시면 탄탄한 힘을 가질 수도 있을겁니다. 관심이 중요해요.

marine 2004-12-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은 국어 선생님이시지요? 저희 엄마도 국어 선생님이라 맞춤법 헷갈리면 엄마에게 물어 보는 게 제일 빨라요 역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겠지요? "국립국어연구원"은 즐겨찾기에 두고 찾아 보겠습니다
 
밀애
변영주 감독, 김윤진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전경린의 소설 때문에 꼭 보고 싶던 영화였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지만 뒤로 갈수록 빼어난 문장력과 함께 독자를 흡입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줄곧 이종원을 떠올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규는 이종원과 딱 어울릴 것 같아 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솔직히 실망스럽긴 하다
이종원은 역시 탤런트의 한계를 못 벗어나는 것일까?
잘 생기고 분위기 있긴 한데 연기가 너무 밋밋하다
얼마 전 애정의 조건에서 보여 준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 모습에서 조금도 벗어나질 않는다
좀 더 강렬하고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 주면 얼마나 좋을까!!
잘 생긴 배우의 평범한 연기는 참 안타깝다
김윤진 역시 삶의 의욕을 잃은 미흔을 표현하는데는 별로였다
그녀는 오히려 규를 만난 후 새로운 사랑에 불타는 밝은 모습이 훨씬 잘 어울린다
남편이 바람핀 후 삶의 의욕을 잃고 마치 시체처럼 살아가는 불행한 여자의 연기는 너무나 상투적이고 뻔해서 지루하기까지 했다
나중에 규와 정사를 벌이면서 의욕적으로 변한 모습은 아주 잘 어울렸다
아무래도 자기 이미지를 탈피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이 영화에서 제일 돋보이는 사람은 미흔의 남편으로 나온 계성용이다
신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연기 잘 한다
세월이 지나면 훌륭한 주연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바람을 핀 후 아내에게 들켜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애쓰는 소심한 남편 역에 딱이다
특히 참다 참다 못해 폭발해 그녀에게 소리지르는 씬이나, 욕정에 불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섹스를 기대하는 씬 등은 가히 최고라 할 만 하다
나중에 미흔이 바람핀 사실을 알고 분노하는 장면도 괜찮았다
그런데 실은 영화보다 소설에서 훨씬 생생하게 묘사된다
나는 늘 글로 읽는 소설보다는 눈으로 직접 장면을 보여 주는 영화가 훨씬 생생할 거라 기대하는데, 왜 이 믿음을 배반하는지 모르겠다
감독의 연출력 한계인가?
심리 분석은 자세히 묘사하는 소설이 탁월하지만 장면 묘사는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실감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글로 묘사하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미흔이 모텔에서 나온 것을 본 규는 혹시나 하면서 그녀를 다그치다가 규에게 쓴 편지를 발견한 후 미친듯이 분노하면서 그녀의 목을 조르려고까지 한다
자기는 가족을 위해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까지 내려와 헌신하는데 정작 마누라는 다른 남자랑 놀아 났다는 걸 알면 얼마나 기가 막힐 것인가!!
처음에는 잡아떼아가 편지가 발각되자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고 미흔은 체념한 듯 말한다
"날 용서하지 마, 날 버려"
남편 효경은 더욱 분노하며 내가 누구 좋으라고 널 버리겠냐며 그녀에게 폭행을 가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서 나는 질투심에 불타는 남자의 끔찍한 폭력성과 아내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떠는 그 분노를 실감나게 느꼈는데 영화에서는 너무 밋밋하고 단순하다
분노하는 효경역은 실감나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미흔역이 정말 별로였다
어떻게 해서든 변명을 하려고 하지만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발견된 후 자기보다는 규의 신변을 걱정하며 죽는 한이 있어도 규의 이름을 불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미흔의 절박한 심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남편 손에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만은 어떻게 해서든 남편의 분노와 복수심으로부터 지켜 주고 싶은 그 안타까운 심정이 영화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핀 정부의 이름을 불지 않는 것에 더욱 분노한 효경은 미흔의 목을 졸라 죽이려고까지 하고, 미흔은 거의 순교하는 심정으로 버틴다
소설가 전경린이 감독 변영주 보다 몇 수는 위다

마지막에 교통사고로 규가 죽는 걸로 처리된 것도 불만이다
너무 뻔하고 상투적이다
사랑의 도피를 한 주인공 중 한 명이 사고로 죽는 설정은 너무 통속적이고 진부하다
소설에서는 세련되게도 규의 소식을 듣지 못한 걸로 처리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마을에서 들리는 무성한 소문만이 미흔의 가슴을 괴롭힐 뿐이다
맨 마지막에 남편과 이혼한 미흔히 일용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가면서 사진관에서 혼자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제일 멋진 장면 같다
나름대로 꾸몄지만 어딘지 모르게 남루해 보이는, 일상의 비루함과 고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민층의 모습으로 변한 미흔은 애써 웃으려고 하지만 미소는 슬플 수 밖에 없다
억지로 웃어 보지만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는 김윤진이 이 장면에서 제일 예뻤다
사실 이 장면은 소설에는 없다
소설에서는 효경과 이혼한 후 단칸방에서 근근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로 끝난다
불륜의 댓가가 이렇게 비참하다는 것을 소설에서는 너무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경제력이 없어 감히 그와 헤어질 꿈조차 못꾸던, 남편의 표현대로 시체같던 시절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어쨌든 이제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두통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니까 말이다
하나 뿐인 아들과 이별해야 함이 가장 가슴 아프겠지만 뭘 하든 댓가는 따르는 법이다

TV를 틀어 놓은 채 하루 종일 멍하게 앉아 있는 미흔이 효경에게 중얼거린다
"삶이 하찮아 견딜 수가 없어, 도무지 진정한 것이라곤 없어 니 옆을 떠나지도 못한 채 벌레처럼 붙어 있는 내가 견딜 수가 없어"
이 말에 효경은 분노를 떠트리며 너 진짜 독한 여자다, 내가 서울 생활 다 접고 촌구석에 처 박혀 너와 수진이만 위해 살려고 이렇게 애쓰는데 넌 맨날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고, 그렇다고 내가 한 번이라도 뭐라 한 적 있었어? 너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니?...
규의 심정도 이해가 가고 미흔의 고통도 이해가 간다
단 한 번 바람핀 걸 가지고 몇 년을 괴롭히는 아내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고, 두통에 시달리는 아내 때문에 서울 생활까지 접고 내려와 오직 가족에게만 충실하려고 이렇게 애를 쓰는데 아내는 조금도 나아지지가 않는다
사실 미흔이 좀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어지간 하면 용서할 만 하건만, 더구나 남편의 외도를 묵인해 주는 우리 관습에 비춰 보면 확실히 미흔은 집요한 구석이 있다
한 번의 배신감을 견디질 못하는 것이다
그녀 자신이 한 곳에 몰두하는 타입이고 옳고 그름을 칼 같이 긋는 성격이라 배신감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소설에서 보면 미흔의 배신을 안 뒤 효경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왜 하필이면 이 때니... 내가 너와 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곳에 내려와 애쓰는 바로 지금 왜 나를 배신했니...
효경이 느낀 그 절망감과 안타까움, 혹은 분노를 공감할 수 있다
사실 서울 사람들은 시골에 내려가는 걸 대단한 결정을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워낙 서울 중심이라 지방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이다
사실 효경이 내려온 시골은 지방의 군 단위나 돼 보이는데 일상이 너무나 지루하고 무료해 보인다
도무지 변화라곤 없을 것 같다
사실 살아 보면 그렇게까지 지루한 곳은 아닌데 영화나 소설의 묘사를 보면 지방은 항상 서울에 비해 한적하고 조용한 곳으로 나온다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의 편견이 많이 느껴진다
소설에서 규는 사립 우체국장으로 나오는 반면, 영화에서는 의사로 나온다
의사라고 하면 샤프하고 세련되며 부유할 것 같은데 시골 의원인 규를 보면 좀 심란하게 느껴진다
"사" 자 신랑감으로 결혼 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구사하는 (옛날 말이긴 하지만) 그 가치가 시골 의사에게서는 별로 느껴지질 않는다
그의 시골 진료소를 또 어찌나 초라하게 셋팅을 갖췄던지...

메이킹 필름을 통해 변영주 감독을 처음 봤다
전혀 예상 외의 모습이었다
일단 덩치가 남자만큼 크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여자 감독의 어감이 주는 부드럽고 가냘픈 이미지가 전혀 없다
확실히 감독은 현장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격정멜로 밀애" 라는 홍보 문구는 마음에 드는데 솔직히 시나리오나 영화 편집 등은 너무 지루하고 뻔하다
배우도 이미지 보다는 연기력으로 골랐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섹스 어필 쪽에서는 딸리지만 김윤진 보다는 배종옥이 훨씬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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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4-12-1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영화에서 사진관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제 홈피 "소설 vs 영화" 에 전경린 소설이랑 밀애 대비해서 쓴 글이 있거든요.

시간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저랑 <밀애> 보고 아주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아서요.

marine 2004-12-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읽고 코멘트 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