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dts] - 할인행사
소피아 코폴라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재미없다

지루하고 삭막했다

 너무 절제되서 감동이 없다

 영화와 관객의 의사소통 마저 중단되어 버린 느낌이다

 도무지 캐릭터들과 분위기에 전염이 안 된다

 스틸컷에서 매력적으로 나왔던 스칼렛 요한슨은 막상 영화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입이 좀 튀어나온 구조라고 해야 되나?

 오히려 평범하게, 진부하게 생긴 빌 머레이가 훨씬 돋보였다

 중년의 소외감을 얼굴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는 느낌

 뻔한 로맨스로 흐르지 않은 건 좋다

 아마도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감독의 역량이겠지

 갓 결혼한 새내기 주부와 중년의 영화 배우가 이국 땅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동안 만나서 서로를 위로하다가 섹스로 이어지는 구조는 너무 흔해 빠져 통속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두 남녀 주인공이 원하는 것은 지루한 일상의 자극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정체성, 특히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낯선 이국땅에서 중심을 잃어 버린 자신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그 균형 감각이 아니었을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4-12-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절절하게 봤던 영화인데요, lost in translation 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로 바꿔놓은건 너무 쌩뚱맞지 않나요? -_-a

marine 2004-12-3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따라 했다네요 그런데 뭐라고 번역하면 좋을까요?

하이드 2004-12-3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안되면 그냥 '로스트 인 트렌스레이션' 으로 하는게 낫겠지요. 음.
 
마음을 움직이는 뇌, 뇌를 움직이는 마음
성영신.강은주.김성일 엮음 / 해나무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자들이 쓴 뇌에 관한 책이다 심리학이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뇌 연구에도 크게 관여하는 걸 알았다 하긴 정신이란 것도 뇌의 작용일테니, 당연한 얘기이긴 하다 솔직히 내용은 좀 어려웠다 저자 서문에서는 교양 수준으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다고 했지만,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수준있다는 말도 된다 책 분량도 만만치 않다 몇 번 정독해야 내 지식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뇌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다 인간의 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실제 뇌 용량의 10%도 안 쓴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문학적인 표현으로 잘못된 얘기라고 한다 뇌는 우리 몸의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고 정신 세계를 만들어 내는 엄청난 일을 하는데 실제 용량의 10% 만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나도 이 표현에 의문을 가졌는데 역시 잘못된 것임을 확인했다 심령술이나 무의식의 세계 떠벌이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도 없이 사변적인 얘기만 늘어 놓는다 그저 자기 머릿속에서만 생각한다 과학이 모든 것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입증하지 못한다고 해서 초현실적인 세계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주장은 옳지 않다 과학처럼 그들도 증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고스톱이나 산이름 외우는 것도 치매 예방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니까 예방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충고한다 남자의 뇌는 여자보다 크지만 뇌 용량은 지능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큰 뇌를 가진 동물은 인간이 아닌 코끼리이기 때문에 뇌의 크기와 지능은 별 관계가 없고 대신 체구와 뇌의 용량에 상관관계가 있다 또 체중당 뇌 용량도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체중당 뇌 용량이 가장 큰 동물은 의외로 다람쥐였다 지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냅스라고 한다 단순 지식이 많은 것보다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뇌의 주름이 많냐, 적냐는 별 의미가 없고 시냅스가 얼마나 발달했는가가 지능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한다

여러가지 재밌는 사실들이 많다 무엇보다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초한 믿을만한 얘기들이 많아 마음에 든다 정말 21세기는 뇌의 시대가 될 것 같다 학술적인 책들을 많이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 몸과 의학의 한국사
신동원 지음 / 역사비평사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선님의 리뷰를 읽고 접하게 됐다 종이질이 워낙 좋아 넘기는 손맛이 장난 아니었다 올컬러로 삽입되는 사진이나 그림도 보기 좋았다 그런데 여기저기 발표한 글들을 한데 모아서 그런지 전체적인 구성은 유기성이 부족한 편. 그게 좀 아쉽다 그래도 한 사람이 쓴 거라 산만하지는 않다 마지막에 한의학과 서양 의학의 비교는 기대한 것에 비해 내용이 너무 빈약해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아무래도 한의학 쪽에 더 애정을 둔 것 같은데, 한의학의 치료 효과 때문이 아니라 전통 의학이라는 관점, 즉 우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족주의적 관점은 본질을 흐리게 한다는 안타까움을 버릴 수가 없다 비단 한의학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개량 한복 입고 녹차 마시면 전통을 사랑하고 애국자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보수성과 폐쇄성이 답답하다 영어 잘 하는 게 세계화가 아니라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우리 것이 최고라는 폐쇄성을 버리는 게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

호열자는 콜레라를 이르는 말이다 토지에서 최씨 가문을 멸망시킨 무서운 병이 바로 콜레라다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된 만큼 항생제가 없고 위생 시설이 낙후된 당시로서는 치명적인 무서운 병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박멸된 두창, 즉 천연두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 걸리면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달리 치료법이 없었다 두창의 가장 무서운 후유증은 장님이 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 맹인의 상당수가 후천적 이유로 장님이 됐다고 한다 저자는 심청전을 통해 조선시대 맹인의 생활상도 잘 보여 준다

저자는 의료의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의학이 차지한 바가 크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알렌이 세운 광혜원이나 지석영의 종두법이 과장된 신화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래도 저자는 서양 의학이 도입되면서 우리의 전통 의학이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장금의 실록 기록에 대해서도 자세히 분석한다 실록에 이름이 오를 정도이고, 왕의 투약 결정에 참여한 걸 보면 대단한 실력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권력자에게 희생되는 약자로 등장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왕의 진료에 참여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과 권력을 쥐고 있었을 것 같다 의원이 "유의" 같은 양반도 있었던 반면 의녀는 관노 출신이기 때문에 왕의 진료에 참여하는 어의녀가 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4-12-3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사야겠어요. Thanks to를 꾹 누르고 갑니다.

marine 2004-12-3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이 리뷰 좀 허접하죠?? 수선님이라고 이 책 리뷰 써서 오늘의 리뷰 당선된 분 있거든요? 그거 읽어 보세요 그런데 값이 좀 비싸네요 17800원!! 책은 수준 있어요
 
존경받는 부자들
이미숙 지음 / 김영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간단하게 쓰는 리뷰

미국 사회가 곧 망할 것 같아도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한 시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중 자선에 대한 의무감은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 지나치게 사례 위주로 소개하는 면도 없진 않지만 (분석력이 다소 약함) 한 번쯤 우리의 자선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책. 읽기도 쉽고 지나친 찬사나 비약은 보이지 않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선 문화는 연말에 불우 이웃 돕기나 수재 의연금 내는 정도인데, 미국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대부분의 미국인이 (무려 70% 씩이나) 기부 혹은 자원 봉사를 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주류 사회로 편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선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서민들이야 밥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치지만, 왠만큼 돈 번 사람들은 한 번쯤 사회적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빌 게이츠의 기부금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다 2백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번 만큼 쓰는 씀씀이도 대단하다 그의 부모가 평생 자선 사업에 헌신했다고 하니, 단순히 보이기 위한 제스춰는 아닌 것 같다 세이노의 칼럼을 읽다 보면 왜 남이 돈 번 것을 나쁜 눈으로 보느냐, 가난한 건 다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해서다, 우리나라는 부자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자주 눈에 띄는데 이 책 한 번 권해 주고 싶다 단기간의 집중적인 경제 성장으로 정당한 부의 축적이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고, 번 만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무를 실천한 부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왠만큼은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복지 국가이고 좋은 나라 아닌가? 가난의 사회적 구조를 무시한 채 개인의 불성실 탓으로 돌리는 글을 읽을 때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미국은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큰 곳인데, 유럽이 오랜 근대화 과정을 통해 국가가 부의 분배와 빈민 구제에 나선 반면, 미국은 역사가 짧고 연방 정부의 힘이 적은 대신 자선 문화를 통해, 즉 개인이 나서서 빈부 격차를 메꿔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IMF 겪으면서 무한경쟁이니, 빈부격차니 하는 말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자선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인듯 하다 자선 문화가 오래된 만큼 우리나라처럼 일시적으로 방송국에 간접적으로 기부하는 대신 미국인들은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에 소액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기부한다고 한다 평생 모은 돈을 어디다 쓰는지도 모른 채 한 대학에 맡겨 버리는 식의 기부 문화는 바꿔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기업 역시 장학 사업에 치중하는 대신 보다 다양한 분야의 자선 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미국 산업화 1세대인 카네기와 록펠러 등이 재단을 세워 기부 문화를 정착시켰듯, 현대나 삼성 역시 이제는 사회에 대한 환원을 실천할 때라고 한다 정주영이 대통령 선거 나가는 대신, 정주영 재단을 세워 자선 사업을 했다면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다웠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는 가족 공동체 의식이 너무 강해 자선이나 기부 문화가 쉽게 정착하기 힘들 것 같다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내 놓을 정도로 헌신적인 부모들이지만, 온 정성을 가족에게 쏟아 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에게 신경 쓸 여유는 적어지는 법이다 시민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연대 의식인 만큼 이제 가족을 넘어 함께 사는 이웃에게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때다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시민 정신도 함께 성숙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울 2004-12-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ymca인가요 기부금이 년 몇조라고 들었는데. 기업이 낸 기부금 역시 6.*%로 일반 기부금에 비해 낮은 비율에 놀랐습니다. 또한 빌게이츠를 비롯한 부자들의 돈쓰임새로 볼 때, 미국에 대한 욕들을 많이 하지만, 미국을 끌고가는 또 하나의 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부금 역시 감정에 격해 불쑥해버리는 우리가 어떻게 쓰이는지와 사회단체에 대한 애정들이 더욱 많아졌으면해요. 상근자들 역시 허걱거릴 정도로 어려우니 말입니다. 그러구 보니 제가 몸담고 있는 단체도......ㅎㅎ

marine 2004-12-3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그야말로 NGO의 천국으로, 대기업 직원 못지 않은 대우를 받는다고 하네요 돈을 번 만큼 사회에 일정 부분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재단에서 1% 나누기 운동을 한다고 하니, 동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미국에서는 수입의 5%를 기부하고 주 5시간을 자원 봉사에 쓰라는 운동이 일어났대요 국가적으로는 7%를 원조하라고 하는데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복지 국가들이 이 비율을 잘 실천하고 있다네요 미국은 국가적인 면에서 보면 형편없이 낮지만 개인들이 워낙 큰 돈을 국제적으로 기부해서 간극을 메꾼다네요 기부 문화가 발달한 만큼 자국에 한정시키지 않고 국제적인 시각으로 보더라구요 얼마 전에 읽은 "환경 위기의 진실" 을 보면, 자연을 보호하고 싶으면 산업화를 막을 게 아니라 3세계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먹고 살 수 있도록 국제 원조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대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한데 자연 보호할 여력이 있겠냐는 거죠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나부터 작은 실천하는 게 중요하겠죠??

여울 2004-12-3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입의 5%와 주5시간...괜찮은데요. 주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체 생활인 중심으로 ...

2불?도 되지 않은 세계평균임금으로 보면 나만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겠네요. 동감합니다요.

marine 2004-12-3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은 그렇다 쳐도 매일 한 시간씩 자원 봉사한다는 거, 진짜 힘들 것 같지 않아요? 먹고 싶은 거 덜 먹고 돈 내면 그만이지만 직접 가서 일하는 건 보통 노력으로 안 될 것 같아요 돈을 기부하는 것 뿐 아니라, 직접 몸으로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전 돈 벌면 도서관에 기부하려고요 낙도 어린이에게 책 보내기, 이런 거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오래되서 집에서 썩는 그런 책 말고 깨끗하고 재밌는 신간으로 보내 주고 싶어요^^

코마개 2005-01-0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게이츠는 아무리 기부를 많이해도 기업가가 지켜야할 첫번째 덕목이 안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물건 제대로 만들자' 이런 하자 투성이 물건 마구 팔아대도 되는 겁니까? 제대로 된 물건 팔고 그 수익으로 기부하면 이뻐 보일것을...

marine 2005-01-0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업가들의 도덕성을 따지자면 빌 게이츠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다 걸려 들겠죠 기업 윤리도 안 지키면서 기부도 안 하는 뻔뻔한 놈들 보다는 훨씬 더 낫지 않겠어요?
 
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기대를 너무 많이 했어서인가?
생각만큼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지난 번에 읽은 같은 저자의 책,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원하는 내용은 책의 역사 같은 객관적인 얘기 말고 저자 자신의 책에 대한 애정을 기대했는데 이 부분이 좀 적었다
개인적인 에세이라기 보다는 책 읽기에 대한 일반론이 많았다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 보는 건 재밌는 책이다

미국의 어떤 정신분열자는 각 도시의 도서관에서 수십만 권의 책을 훔쳤다고 한다
심지어 그가 털지 않은 도서관은 별 볼 일 없는 도서관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전국 각지의 도서관에서 절도 행위를 계속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잠도 안 자고 책만 읽고 살았는데 책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 때문에 급기야는 도서관에서 훔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도 다 옛날 말일 정도로 요즘은 책 절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농촌에서 수박 서리 하면 도둑놈으로 몰리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책 값이 비싸긴 하지만 다른 재화에 비하면 아주 싼 편인데 왜 그는 책을 훔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을까?
희귀본을 갖고 싶어서?
사실 나는 책 자체에 대한 소유욕은 없는 편이다
책만 쌓아 놓고 읽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구나 새로 나오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책을 보고 또 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래서 책을 훔쳐서까지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아직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도서관에 가면 절판본을 비롯 온갖 희귀한 서적들이 다 비치되어 있고 대여까지 해 주는데 헌책방을 전전하면서 수집에 열을 올리지도 않는다
그 점에서는 참 다행스럽다
나도 탐욕적일 만큼 책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인데 다행히 소유 대신 읽는 행위에 대해서만 몰두하는지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을 다 가지려고 한다면 월급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저자는 유명 인사를 인터뷰 하는 장면을 볼 때 마다 꼭 그 뒤의 서재에 무슨 책이 꽂혀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전작주의자의 꿈" 을 쓴 조희봉 역시 같은 고백을 한다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의 서재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까 독서 성향을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읽는 책 목록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을 읽는다면 더더욱 내면의 세계를 짐작하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맞선을 보게 된다면 뻔한 질문 대신 어떤 책을 즐겨 읽느냐는 질문을 해 보고 싶다

탐서주의자란 책을 탐하는 사람을 일컫어 생긴 조어다
뭐든 욕심내거나 집착하는 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술이나 담배, 섹스 등에 집착하는 것 보다는 책에 집착하는 게 훨씬 바람직한 건 아닐까?
나는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부차적인 이득이고 우리가 책을 읽는 진정한 이유는 재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저자 역시 다만 읽으라고 충고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는 질문에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은 일단 열심히 쓰라고 충고한다
저자 역시 독서의 방법론에 대해 열심히 읽으면 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야 말로 가장 올바른 독서법이라고 믿는다
자기 수준에 맞고 흥미가 생기는 가벼운 책부터 읽으면 된다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듯 책을 펼치면 된다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책을 일상에서 멀어지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책을 가진 사람은 은행원인데 약 5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5만권이면 시골 도서관 보다 많은 장서수다
우리나라에 딱 한 종 뿐인 어떤 책은 집 한 채 값을 주고 샀으며 15억에 팔라는 일본 어느 기업의 제안도 거절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 사람에게 책은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업계에 관련된 사람도 아니면서 5만 권이나 되는 책을 개인이 모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대단하다
다른 것도 아닌 책에 대한 열정이라 더욱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사람은 죽을 때 과연 이 책들을 어떻게 처분할까?
이 정도 장서 수준이면 도서관 등에 기증해도 길이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자식들이 아버지의 열정을 이해한다면 유산으로 물려 줘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아빠의 서재를 보면서 저 많은 책을 아빠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나에게 물려 주면 될 것 같다
내가 읽어 치우면 되는 것이다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을 보면 주인공 마르코에게 삼촌은 죽으면서 돈 대신 수 천 권의 책을 물려준다
마르코는 매일 책을 읽어 치우고 읽는 즉시 헌 책방에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나는 그거야 말로 책을 해치우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읽은 후 버리면 책의 임무를 다 수행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읽기에 대한 가볍고 즐거운 에세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4-12-2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책을 버리는건 '살책' 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저자가 썼었죠? 그리고 맞선 나가서 '무슨 책 읽으세요?' 했다간 실망하고 그 맞선 깨지기 십상일껍니다. -_-a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아서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저자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작가들의 글을 빌려 쓴다고 했듯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 좋았구요. 근데, 저도 리뷰에서 썼지만, 정말 이해안가는점. 셀린저는 책 표지에 워낙 민감해서 번역되는 책에 대해서도 군더더기 있는거 싫어서 감수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예로 들기를 셀린저의 '목수 어쩌구 ' 하는거. 근데, 그거 보면 표지가 장난아니게 난삽하거든요. 그러면서 얘기하기를 자기자신도 표지가 과한거 싫다고 하면서, 이 책, 표지도 그렇고, 책 내부도 그렇고, 디자인이 정말 정말 정말 꽝! 이지않나요?

marine 2004-12-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읽지 않고 버리는 게 살책이고, 읽은 후 버리는 건 책에 대한 의무를 다한 거라 생각해요 하긴 맞선 보러 나가서 책 이야기 하면 상대가 저한테 질리기 십상이겠죠 전 북디자인 화려한 게 좋아요 요즘은 다들 예술이잖아요? 지난 번에 이 저자가 쓴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보다는 훨 낫던데...^^

여울 2004-12-2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어마한 책도둑이 있군요.ㅎㅎ. 홍성 한 대안학교에 지인이 있어 가을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요. 한 유명한 국어학자분이 5000권?의 책을 기증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난감해하더군요. ㅎㅎ. 그리고 도서관을 들렀는데 기증받은 책들이 정말 많더군요. 인문사회과학도서관 같아서 많이 놀랬습니다. 대학도서관들이 별도의 기증을 받고(코너) 지역에 개방하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기증을 어디에 할까? 망설이는 분들도 제법 계시더라구요.ㅎㅎ

marine 2004-12-2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찾아 보니까 수십만 권까지는 아니구요, 300개의 도서관에서 약 3만 권의 책을 훔쳤대요 6년 형이랑 벌금 20만 달러 선고받았다네요 불행히도 그는 정신분열자였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정신분열자라... 우리도 기증 문화가 활발해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