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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부자들
이미숙 지음 / 김영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간단하게 쓰는 리뷰
미국 사회가 곧 망할 것 같아도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한 시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중 자선에 대한 의무감은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 지나치게 사례 위주로 소개하는 면도 없진 않지만 (분석력이 다소 약함) 한 번쯤 우리의 자선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책. 읽기도 쉽고 지나친 찬사나 비약은 보이지 않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선 문화는 연말에 불우 이웃 돕기나 수재 의연금 내는 정도인데, 미국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대부분의 미국인이 (무려 70% 씩이나) 기부 혹은 자원 봉사를 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주류 사회로 편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선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서민들이야 밥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치지만, 왠만큼 돈 번 사람들은 한 번쯤 사회적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빌 게이츠의 기부금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다 2백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번 만큼 쓰는 씀씀이도 대단하다 그의 부모가 평생 자선 사업에 헌신했다고 하니, 단순히 보이기 위한 제스춰는 아닌 것 같다 세이노의 칼럼을 읽다 보면 왜 남이 돈 번 것을 나쁜 눈으로 보느냐, 가난한 건 다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해서다, 우리나라는 부자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자주 눈에 띄는데 이 책 한 번 권해 주고 싶다 단기간의 집중적인 경제 성장으로 정당한 부의 축적이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고, 번 만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무를 실천한 부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왠만큼은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복지 국가이고 좋은 나라 아닌가? 가난의 사회적 구조를 무시한 채 개인의 불성실 탓으로 돌리는 글을 읽을 때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미국은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큰 곳인데, 유럽이 오랜 근대화 과정을 통해 국가가 부의 분배와 빈민 구제에 나선 반면, 미국은 역사가 짧고 연방 정부의 힘이 적은 대신 자선 문화를 통해, 즉 개인이 나서서 빈부 격차를 메꿔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IMF 겪으면서 무한경쟁이니, 빈부격차니 하는 말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자선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인듯 하다 자선 문화가 오래된 만큼 우리나라처럼 일시적으로 방송국에 간접적으로 기부하는 대신 미국인들은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에 소액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기부한다고 한다 평생 모은 돈을 어디다 쓰는지도 모른 채 한 대학에 맡겨 버리는 식의 기부 문화는 바꿔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기업 역시 장학 사업에 치중하는 대신 보다 다양한 분야의 자선 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미국 산업화 1세대인 카네기와 록펠러 등이 재단을 세워 기부 문화를 정착시켰듯, 현대나 삼성 역시 이제는 사회에 대한 환원을 실천할 때라고 한다 정주영이 대통령 선거 나가는 대신, 정주영 재단을 세워 자선 사업을 했다면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다웠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는 가족 공동체 의식이 너무 강해 자선이나 기부 문화가 쉽게 정착하기 힘들 것 같다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내 놓을 정도로 헌신적인 부모들이지만, 온 정성을 가족에게 쏟아 버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에게 신경 쓸 여유는 적어지는 법이다 시민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연대 의식인 만큼 이제 가족을 넘어 함께 사는 이웃에게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때다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시민 정신도 함께 성숙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