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양요와 강화의 산문문학 인천학 자료총서 38
조지형 지음 / 보고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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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군이 점령한 강화도를 되찾는 임무를 맡은 군인의 일기,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정든 집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한 부녀자의 수기, 주인공이 총을 맞아도 안 죽는 황당하고 과장된 설정의 소설, 근대의 여명을 바라보는 식민지 지식인의 평론까지……. 병인양요를 둘러싼 다양한 기억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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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 반납 여행 - 전후 일본 사학사의 한 컷 오래된 책을 찾아 자박자박 1
아미노 요시히코 지음, 김시덕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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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낯선 고유 명사가 많이 나와 읽기가 버거웠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고문서들을 주인들에게 되돌려 주고자 발품을 파는 글쓴이의 모습은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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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군인 쥐베르가 기록한 병인양요 그들이 본 우리 15
앙리 쥐베르 외 지음, 유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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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가을, 산둥반도 앞바다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중국 지부항(芝罘港)에서 프랑스 극동 함대 소속 전함 일곱 척이 일제히 닻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동방에 있는 조선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개항하지 않아 서구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그 '미지의 왕국'에서 프랑스인 선교사 아홉 명이 조선인 천주교도들과 함께 처형됐다는 소식이 지난여름 중국에 닿았습니다. 식민지 개척으로 이역만리에 머물던 프랑스인들은 병인박해(丙寅迫害)에 분노했고, 그것은 군사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극동 함대 지휘관 피에르 구스타브 로즈(Pierre-Gustave Roze, 1812~1882) 제독은 천주교를 탄압하는 조선에 보복하고자 전쟁을 일으키기로 결심합니다. 이른바 병인양요(丙寅洋擾)의 서막이었습니다. 로즈 제독은 중국과 일본에 주둔 중인 병력 천여 명을 모았는데, 그 가운데 스물두 살의 젊은이도 한 명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앙리 쥐베르(Jean Henri Zuber, 1844~1909), 뒷날 풍경화를 잘 그리는 화가로 프랑스에서 명성을 떨치지만, 이때만 해도 그는 겨우 해군 소위 후보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햇병아리 군인 쥐베르에게 이번 '원정'은 두 번째 조선행이었습니다. 로즈 제독은 조선으로 쳐들어가기에 앞서 서울로 들어가는 한강 수로를 찾기 위한 정찰 작전을 펼쳤습니다. 이 작전에 선발대로 참여한 쥐베르는 첫 번째 조선행에서 지도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초계함 프리모게호(Le Primauguet)가 강화 해협에서 좌초하는 돌발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프랑스군은 한강 하구에 진입해 조선군의 저항을 뚫고서 서울이 지척인 양화진(楊花津)까지 이릅니다. 정찰 작전은 성공했고, 이제 조선에 본때를 보일 일만 남았습니다. 다만 로즈 제독은 서울이 아닌, 강화도를 공략해 한강을 봉쇄함으로써 조선 조정을 압박하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프랑스의 두 번째 조선 침략으로 드디어 강화도에 발을 디딘 쥐베르는 자기 재능을 살려 눈앞에 펼쳐진 조선의 이모저모를 기록했습니다. 강화도의 군사 시설인 강화외성, 돈대, 강화부성(강화산성)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의 생활상도 세심히 관찰해 글과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이를테면 오늘날 폐허에 가까운 고려궁지(高麗宮址)와는 사뭇 다른, 여러 건물이 들어선 화려한 관아 풍경이 쥐베르가 쓰고 그린 글과 그림 속에 담겼습니다. 또 조선인들이 흔히 쓰던 놋그릇을 "색깔도 매혹적이고 소리 또한 비할 데 없이 맑은 울림"을 낸다며,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지요. 그 속에는 화가 지망생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이 깃들었습니다.

쥐베르가 그린 강화유수부(위키문헌)


이러한 기록이 모여 한 편의 종군기로 완성됐고, 마침내 1873년에 여행 잡지 『르 투르 뒤 몽드(Le Tour du monde)』에 「조선 원정기(Une expédition en Corée)」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쥐베르는 독자들에게 낯선 조선을 알려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것을 의도했겠지만, 「조선 원정기」는 병인양요와 19세기 조선 사회를 이해하려면 살펴봐야 할 사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선 원정기」에는 전투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종군기라기보다는 여행기에 가깝다는 인상마저 들지요. 쥐베르는 조선군이 구식인 화승총으로 무장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군사 기술이 좋고 민첩하면서도 용맹했다고 평가했지만, 정작 문수산성 전투나 정족산성 전투 같은 전황을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선 원정기」만 본다면, 병인양요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프랑스군이 패퇴한 정족산성 전투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앞뒤 상황을 모르는 독자들은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점령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갑작스레 철수한 까닭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물론 "군사적 사건들은 가볍게 훑으면서 특별히 지리와 경치를 상세히 기술"하겠다고 밝힌 대로 쥐베르가 『르 투르 뒤 몽드』의 특성을 고려해 전투 묘사를 일부러 줄였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르 투르 뒤 몽드』에 실리지 않았지만, 프랑스군이 갑곶진(甲串津)에 상륙하거나 강화부성을 공격하는 모습을 옮긴 그림이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쥐베르는 전투 현장을 목격했음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가 시간에 꿩, 거위, 오리 따위를 사냥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거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강화도의 자연 경관을 예찬할 따름입니다. 심지어 자기가 강화도에서 경험한 일을 가리켜 아주 오래오래 추억할 만한 '즐거운 소풍'이었다는 감상도 적었습니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쥐베르의 기록 속 강화도 풍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평화롭게 그려집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돌이켜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쥐베르가 조선의 가옥 구조를 상세히 서술할 수 있던 것은 그가 집주인의 뜻과 상관없이 집안에 마음대로 들어갔기 때문이지 않았을까요? 또한, 쥐베르가 파리의 국립도서관에 있다고 언급한 "주목할 만한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는 몇 권의 장서들을 포함하여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책들"은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外奎章閣)의 의궤가 아니었을까요? 프랑스군은 강화도에서 약탈, 방화, 성폭행 등의 범죄 행위를 저질렀으나, 쥐베르는 그것을 애써 감췄습니다. 굳이 드러낼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감춘다고 모든 것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사대부가 여성으로 전쟁을 몸소 겪은 나주 임씨(羅州林氏)의 증언에서 쥐베르가 숨긴 진실을 일부나마 엿봅니다.

"남동 이참판의 손자 이철주도 거기에서 살았는데, 비록 가난하였지만 좋은 집에서 살림살이 치장이 찬란하였더니, 급한 지경에 이르자 다 버리고 부인네들을 총각 모습으로 꾸미고는 손목을 맞잡고 도망하였다. 결국 그 집도 불에 소실되고 살림살이가 다 부서졌다. 양인들은 이 마을 저 마을로 떼 지어 다니며 여인들을 욕보이고 살림살이들을 탈취하였는데, 남자들 옷과 쇠붙이와 돈이며 양식을 빼앗아 갔다. 또 소를 잡아먹었으며 닭은 더 좋아하였다. 집을 잠그고 도망친 집은 다 부수고 혹 불도 질렀다. (중략) 양인들은 여인을 보는 족족 욕을 보였으니 상계집이 얼마나 되는지 수를 모르겠으나 사대부가 황이천 집 부인과 우리 동네 양반 심선달 부인 둘이 욕을 보았다고 한다."

나주 임씨는 전쟁 직후에 쓴 『병인양란록(丙寅洋亂錄)』에서 프랑스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밝힙니다. 『병인양란록』에는 양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고 남장한 여인들과 프랑스군의 약탈로 폐허가 된 마을 모습이 생생히 나옵니다. 「조선 원정기」에는 나오지 않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사실 「조선 원정기」를 살펴보면, 쥐베르는 선량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는 초라한 초가집에서 사는 조선 서민들의 처지를 동정하고, 논에서 농사일하다가도 프랑스군이 지나가면 넙죽 엎드리던 농부들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방관하거나 침묵했을지언정 전쟁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 온갖 분야에 침투하고 있는 유럽의 영향을 보면서 어느 정도 아쉬움"을 느낀다면서 다양성을 말살하는 제국주의 시대를 비판하는 생각도 지녔습니다. 그렇지만 쥐베르가 종군기를 마무리하면서 남긴 마지막 문단은, 이런 사람마저 제국주의 시대의 광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음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획일성이 세계 도처로 퍼지기까지는 내달려야 할 길이 아직 멀고, 또 여행가들의 온갖 욕망에 부응할 아직 탐험되지 않은 나라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는 공사가들의 공연한 미련 따윌랑은 한쪽으로 제쳐 놓고 오직 프랑스에 바라는 게 있으니, 지나치게 욕심 없는 역할은 이제 그만 버리고 나날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통상 움직임에서 보다 더 큰 몫을 차지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프랑스가 지나치게 욕심이 없다니……. 대영 제국보다 덜하다는 뜻일까요? 지독한 농담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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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明 2025-07-0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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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주교 - 그 기원과 발전 그들이 본 우리 23
파리 외방전교회 지음, 김승욱 옮김 / 살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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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교세를 확장하는 개신교를 견제하면서도 정작 조선의 독립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 천주교의 어두운 과거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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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조차 자유롭지 않던 우울한 시대에도 청춘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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