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봤다. 재미있다. 책을 보고 느낀점만큼 깨알같은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고 느낌이 있고 더구나 책에 없는 훈훈한 배우가 있다..  

다문화 가정 장애인 아버지 모태가난 공부는 바닥 주변이 다 찌질하고 너저분하고 게다가 똥주선생까지 자신을 못괴롭혀서 안달인 상황에서... 완득이은 참 잘 자란 소년이었다. 아무리 밉고 맘에 안드는 아버지라도 누군가가 욕을 하면 참을 수 없고 가난하고 하나도 볼거없는 집구석이라 가출을 해도 결국 다시 돌아오고 첨보는 이방인 엄마도 그냥 뚝뚝하지만 다정하게 맞아준다. 친구의 느닷없는 고백이나 하소연도 그냥 묵묵히 들어주고 선생님의 억지나 완력도 그냥 견딘다.  

어쩌면 엇나가도 한참을 나갔을, 그래서 역시나 그럴 수 밖에 하고 예상하게되는 수순을 밟지 않고 아직은 순수하고 반듯하게 그렇게 그 자리에 있다. 예전 드라마'꽃보다 아름다워"에 김흥수라는 배우가 연기한 아들이 그랬었다 공부도 못하고 주먹질 하고 엄마나 누나한테 대들고 영 맘에 안들게 구는 녀석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아들을 보면 그래도 참 반듯하게 잘 자랐다는 느낌을 줬다., 그건 배우가 주는것도 있겠지만 그 역활이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는 근본적인 천성 순함 착함 바름이 드러날 수 밖에 없어 보이는 뭔가가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성공을 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고운 말을 쓰고 법을 지키고 욕도 안하고 뭐 그래서 반듯한게 아니라 욕도 하고 주먹질도 하지만 그래도 어른 말을 들을 줄 알고 지킬건 지킬 줄 알고 있는 기본은 다 가진 느낌의 반듯함  뭐 그런게 완득이에게도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너무 이뻐해서 생기는 착각인지는 모르겠다) 

김윤석은 그 자체가 똥주선생이다. 도데체 공교육에서 무얼 가르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사실 학교가 대입을 위한 입시학원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 수업에 충실히 하는 것이 선생님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일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어른으로 존재하는 것 그것도 선생님의 의무가 아닐까.. 그렇게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봐주고 믿어주고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안다면 어떤 아이들이 삐뚤어 질 수 있을까.. 그게 부모든 선생님이든 아니면 이웃집 오지랍넓은 형이나 아저씨라도 " 나는 너를 믿는다."라는 든든한 눈길로 나를 간섭하고 때리고 다독이는 누군가만 있다면 아이들은 외롭지 않을거같다.  

완득이는 그런 사람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삐뚤어지지않고 반듯하게 자란건지 모르겠다.똥주 선생이나 아버지 모자라는 삼촌 그리고 집나간 어머니조차 그를 믿어주고 지켜봐 준다는 느낌이들었다. 

완득이와 똥주선생님의 관게는 참 따뜻하게 재미있게 책만큼이나 잘 묘사되어있는데 아버지는 조금 죽은 느낌이다. 책에서 아버지가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완득이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참 의외이면서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동주선생과 완득이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일까 의외로 완득이에게 툭툭 던져지듯 조언을 해주고 지켜주는 다른 사람은 조금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나 삼촌 그리고 격투기 관장님등도 완득이에게는 좋은 어른이었는데 

영화는 책과 다르지 않게 흘러가고 그다지 큰 굴곡없이 넘어간다. 사실 완득이 정도면 그렇게 절망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만큼 따뜻하고 원만하게 흐른다. 그리고 끝도 해피앤딩이고   그래서 조금 편치 않는 것도 있고 다행이다 싶은 점도 있다.  

극장아 완득이 또래 혹은 조금은 어린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봤을까.. 학교 생활 장면에서 공감하는 웃음도 많이 나왔었는데.. 이 아이에게도 누군가 똥주선생이 있을까 

나와 함꼐 본 내 아이들에게도 똥주선생처럼 껄렁거리면서도 정의롭고 든든한 누군가가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 이건 청소년용 책이나 영화가 아니라 어른들이 보고 조금 뜨끔해지고 얼굴이 붉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내가 낳고 키우는 아이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일까 그들이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쁜 길로 빠지고 유혹에서 흔들릴때 지켜봐주고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믿을 수 있는 어른 일까.. 아니 어른이기는 할까.. 

요즘 아이들 어쩌고 저쩌고 하기전에 내가 요즘 어른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내 기준이 있는 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그리고 완득이는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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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 볼행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둘이 다시 만나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외로운 남자가 만난다. 어느날 갑자기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여자가 남자의 공간으로 불쑥 들어오면서 만남이 시작된다, 그렇게 조금씩 만남이 거듭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사정을 알게 되고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고 그렇게 헤어지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한 여자를 남자가 구해주고 둘은 사랑을 확인하게 함께 살게 된다. 

사랑하면서 변하게 된 남자는 이제 정말 제대로 살고 싶어지고 여자는 더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여자가 왜 사고가 나고 시력을 잃게 되는지를 알게된 남자는 여자를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주고 싶어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는 남자의 거짓말에 수술대위에 오르고 남자는 죽을지도 모를 곳으로 떠난다. 여자는 시력을 찾고 새로운 삶을 찾지만 눈을 뜬 여자앞에 오로지 남자만 없다. 남자는 여자의 수술 성공 소식을 알게되자마자 죽음과 마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자는 삶을 적극적으로 꾸리면서 살아가고 남자와 우연한 만남.. 그러나 한번도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 여자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여자의 개가 그리고 거북이가 남자의 존재를 알려주고 둘은 다시 만난다. 

어찌보면 흔한 멜로고 소지섭의 쓸쓸하고 어두운 표정이 홍콩 느와르를 닮아있기도 했다. 그래도 뻔한 스토리 뻔한 크리셰를 보면서도 마음이 졸이고 눈물이 나고 먹먹먹해지는 게 결국 멜로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주인공들 안타까운 스침에 괜히 내가 애가 타서 숨도 못쉬다가 마지막에사 겨우 한숨 돌린다. 

소지섭의 쓸쓸하고 그늘진 얼굴에 한효주의 밝고 긍정적인 미소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게 사랑이구나 서로 모자란부분과 넘치는 부분이 아귀가 딱 맞는 구나 하는게 보이는 커플이다. 텔레비젼에서는 별 매력없어 보이던 한효주가 참 다정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반듯하게 잘 자라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우누 사람... 그런 기운이 어둡고 외로운 소지섭의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참 조화롭게 둘이 잘 어울렸다. 

한때 미쳐서 극장을 찾아가며 보던 홍콩 영화가 생각났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뒷골목만 전전하던 남자주인공이 밝은 여주인공을 만나서 사람이 변하고 여주인공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위험한 일도 감수하고 일이 벌어지고 여주인공은 남자의 비극을 모른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남자는 피투성이가 되어 눈을 감으면서 그 여자를 그리워하고.. 그 위로 알 수 없지만 쓸쓸하고 매혹적인 홍콩노래가 흐르고... 혹은 몇년후  두 사람은 다시 환한 미소로 우연히 만나게 되고... 뭐 그런 영화에 빠져서 별별 극장을 다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  

어두운 배경속의 소지섭은 그때의 장국영 유덕화 주윤발 등등을 떠올리게 하고 한효주는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저 밝기만 하고 철이 없던 여주인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한효주가 연기하는 정화는 더 어른스럽고 단단하고 야무지다) 빛고 어둠처럼 둘이 함께 있어야 그 존재감이 드러나고 서로의 가치가 드러나는 사이처럼 둘이 함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이야기가 끝나면 어쩌나 어쩌나 맘을 졸이긴 첨이다. 한때는 "이런 뭣같은 우연이 다있나... 이런 얼렁뚱땅 해피엔딩이라니" 하면서 흥분하고 함부로 재단하면서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행복해지는 걸 갖잖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서일까 

둘이서 헤어지고 소지섭이 모른 척 하고 한효주가 헤메고 하는 내내 영화가 여기서 끝나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 마지막에 긴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영화든 현실이든 누군가 울게되고 슬프게 되는 건 정말 싫다. 유치하고 어이없어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 그게 더 맘이 편하고 좋다.  영화적인 미학이니 완성도니 그런건 모르겠지만 예쁘고 사랑스러운 두 남녀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기고 그래도 다시 웃을 수 있게 된데만 만족한다. 

둘이 잘 되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극장문을 나선다.  

이 가을 혼자 울고 싶다면  조용히 극장에 가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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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는 그냥 습관처럼 보는 거같다 

이제는 호불호를 떠나서 그냥 영화가 상영되면 숙제를 하듯이 보러간다. 어두운 극장에 숨어서 보고 있노라면 키득거리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는 기분을 느끼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면 해치웠다는 기분이 들곤한다. 

익숙한 북촌이 많이 나오는 영화였다. 정독도서관이 나오고 삼청동이 나오고 피맛골의 고갈비집이 나오고 인사동이 나온다. 어딘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나갔던 골목 내가 스쳐가며 무심하게 눈길을 주었던 가게 간판들이 하나씩 둘씩 나오면서 편안하다. 

배경은 편안하지만 인물들은 편하지 않다. 홍상수는 어디서 이렇게 특징이 없으면서도 강렬한 인물들을 모아오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늘 찌질하면서도 허세를 부리고 그리고 항상 여자들에게 질질 목매이면서도 나중에는 도망치듯 달아난다. 

여자들은 늘 그렇듯.. 안되요 되요되요하는 식이다,  

얼마동안인지 알 수없지만 지방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사는 전직 영화감독이 선배를 만나 북촌으로 와서 만나는 여러사람들 스쳐지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흑백화면을 통해 보여진다 시간상의 순서와 영화의 흐름이 맞게 가는지 아니면 시간을 거슬러 가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상관은 없다.  

성준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와서 거리를 방황하고 약속을 기다리고 선배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옛여자를 찾아가서 질질 짜다가 나중에는 말도 안되는 것들을 늘어놓으며 떼내려고 애쓰고 그러면서 다른 여자에게 껄떡대고 첨 만난 학생들에게 진상을 부리고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도 어색해하고 괜히 투덜거리고 그리고 마지막 어정쩡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며 끝난다. 

사람들의 사이가 거리가 있다 친하다고 우리는 너무나 상대를 잘안다고 상대의 생활방식에 간섭하지만 사실 잘 모른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바라보는 그 사람의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믿어버리고 규정지어버린다. 성준도 그 선배를 잘 아는 거 같지 않고 선배도 보람이라는 후배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성준이 옛애인인 경진은 얼마나 알며 경진을 닮은 술집주인을 얼마나 알까 그냥 보이는대로 보고 보여지는대로 믿어버리고 그렇게 규정해버린다.  

사실 젊은 시절 치기어린 모습으로 성준패거리같은 짓들을 한 적도 있다. 밤새 술을 마시고 밑도끝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지고 괜시리 진지해지고 가기가 너무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하다고 주장하고 그리고 쓰린 속을 달래면서 후회하면서 밤이 되면 또다시 술잔앞에 모인다. 그러나 이제 나이 먹어 그런 짓을 하기엔 쑥스럽고 그 짓이 얼마나 허전하고 어이없는 지도 잘 안다. 

사실 혿상수가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의 전작들에서도 그랬듯이 홍상수의 의도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홍상수가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사이 이야기들 어이없고 유치한 대화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게 아프기만 하다 

부질없는 몸짓 행동들 말들 그리고 만남들.... 그런것이 모여 인생을 이어가고 삶을 지속하게 한다. 살면서 부끄러운 짓을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있으랴... 

부끄럽고 다시 생각하기 싫은 그런 면면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아니 적어도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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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BLUELIPS님 :) [북촌방향]이 홍상수 감독 영화였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홍상수 감독 영화랑 비슷하겠구먼... 이랬답니다. 홍상수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씀, 저도 동감이에요. 그저 우리 모습을 담아 놓은 것 같아요.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기도 한, 우리의 모습이요 ^^;;

푸른희망 2011-09-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집에 흔적을 남기신 첫손님이시네요... 반갑습니다. 홍상수 영화는 감독의 의도는 몰라도 관객 개개인이 자신을 투영해서 볼 수 있는 영화 같더라구요.. 그리고 왠지 숙제처럼 나올때마다 봐야 개운하더군요..
 

 

아무 생각없이 선택한 영화.. 사실 고르고 봐야하는 상황이엇다면 절대 볼 일이 없었던 영화다 

시간이 맞았고 마침 그때 시작했었고... 그래서....  

첫장면에서 샤넬이 애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건지 어쩐지는 몰라도 코르셋을 찢어 벗는데서 시작한다. 몸을 조이는 코르셋을 하나하나 풀다가 잘 안되니까 그냥 찢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굴레나 어떤 편견 세상의 눈으로부터 자유롭고 구속받고 싶어 하지 않는 샤넬의 성격이 그렇게 드러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샤넬의 친구가 후원하는 러시아 음악과 발레 공연이 이어진다. 기존의 관습을 뒤엎는 음악과 츄츄와 토슈즈를 벗어버린 헤괴망칙한 발레의 동작과 표현들이 무대를 덮는다 사람들은 당황하고 놀라고 야유하고 급기야는 경찰까지 출동해서 소동을 막아보지만 결국은 실패  

하지만 샤넬은 그 공연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관습을 뒤집는 자신의 자유분방함과 닮았다고 생각했을까 러시아 혁명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가난하게 기걱하는 스트라빈스키를 자신이 후원하고 자신의 별장으로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둘의 불륜이 시작되고 그것을 눈치채는 스트라빈스키의 아내는 괴로워한다. 샤넬과 불륜에 빠지면서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을 제대로 만들 수 없고  방황하고 자꾸 그 여자에게 빠진다. 샤넬은 모르겠다 빠지는 듯 하면서도 차갑게 자신의 사업도 제대로 운영한다.  자신의 재봉사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임금으로 밀고 나가고 냉정하게 향수개발도 진행시킨다. 

그러는 동안 스트라빈스키는 자꾸 위험하고 나쁜 사랑에 혹은 정염에 빠져들고 결국 아내는 참지 못하고 남편의 곁을 떠난다. 아내가 떠나면 음악을 계속 해나갈 수 없고 그렇다고 샤넬을 떼어내자니 이미 빠질 만큼 빠져버렸다.  

아내가 떠나고 샤넬도 그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안다는 걸 알고 그런지는 모르겟지만 스트라빈스키에게 차갑게 대하고 스트라빈스키는 술에만 의지한채 음악에 몰두한다. 그리고 곡이 완성된다. 샤넬의 비밀 후원으로 봄의 제전은 다시 무대에 오르고 이번엔 제대로 찬사를 받고 막이내린다.  

그리고 영화는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두사람이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것을 번갈아 보여주며 끝난다.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후회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쩼든 샤넬 덕에 스트라빈스키는 성공한 것이고 샤넬을 괜찮은 후원인이 되었던 것이고 자신의 성공도 지켜냈다. 

조금은 어이없이 영화는 끝난다. 음악가의 전기도 아니도 치정에 가까운 사생활을 보여주면서 .. 

영화를 보면서 스트라빈스키가 그렇게 찌질하게 보일 수가 없다. 첫 공연을 앞두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 그리고 아무것도 없으면서 주제 남자라고 샤넬의 후원제안을 거절하던 모습.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게 받아들이는 것... 너무나 찌질하고 좀스럽게 매달리는 것 그러면서도 샤넬에게는 예술가가 아니라 그저 옷을 만드는 사람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어찌되었던 샤넬의 덕에 자신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고 음악을 완성할 수 있었음에도 그리고 꽤 괜찮은 음악가임에도 영화에서의 스트라빈스키는 참 찌질하고  허세에 쩔어보였다. 음악을 한다하면서 가족을 외면하기도 하고 예술을 함네 하며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 .. 그렇게 찌질함에서도 위대한 예술이 탄생할 수 있겠구나..  

샤넬을 연기한 안나 무글리리는 그 자체가 샤넬이었다. 샤넬이 그렇게 고혹적으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샤넬 수트를 입고 샤넬 패션을 하고 도도하게 화면을 쳐다보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샤넬이 저렇지... 하는 이미지를 충분히 보여줄 만큼 매력적이다. 게다가 여러번 바꿔입고 등장하는 샤넬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들을 객쩍은 생각. 절대 예술하는 남자에게 딸을 주면 안되겠다하는 거다. 예술을 한다고 똥품을 잡고 모둔 행동들을 예술을 위한 과정이라고 미화할 줄 아는 남자라면 참 아니다 싶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도 않고 예술이란 현실의 삶과는 다른 풍경을 낳긴 하겠지만 모든것이 예술때문에 참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족..  

 불현듯 아마데우스가 떠오른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아마데우스와 그를 시기했던 살리에르 만약 모짜르트가 죽지 않고 장수했더라면 그땐 살리에르가 이기지 않았을까 영화속에서 살리에르는 아마데우스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욕심이 많고 찌질한 남자로 나오지만. 큰 한방은 없어도 꾸준히 노력하고 작품을 내는 노력형 수재가 아니었을까... 아마데우스의 화려한 천재성도 방탕한 생활이 이어진다면 그 바닥을 보였을지 모르고 결국은 꾸준히 해내는 살리에르를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살리에르가 정말 아마데우스를 이기고 싶었다면 그렇게 서서히 죽여서 요절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가늘고 길게 살게해서 그 끝을 보게 해야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 의미없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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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단순하고 별 일 없이 영화가 흘러간다. 

핀란드에서 한 일본인 여자가 일본 가정식 식당을 열었다. 아직 낯선 이방인이라 손님이 없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청년이 매일 와서 커피를 마신다. 그러나 첫손님이라는 이유로 그건 공짜다. 아직 실제 매상은 없는 상태 그래도 주인여자는 태평하다. 

우연히 여행온 키큰 여자와 함께 지내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기내에서 가방을 잃어버린 안경낀 여자가 와서  다시 같이 지낸다.  

일본요리를 해보라는 권유에도 따뜻하고 일상적인 음식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식당을 하고 싶다고 한다.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이 와서 따뜻한 밥 한끼에 먹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싶다는 것 

영화는 보는 내내 나도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이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 다소 지루한 일상만 나열될 뿐이지만 그들의 넉넉하고 태평한 모습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그 편안함이 위로가 된다. 

일본의 오니기리는 참 특이한 음식이다. 그저 간해서 꾹꾹 다져만든 주먹밥안에 작은 반찬 한가지만 넣고 만든것,,, 별것 아니고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거 같지만 그 속에 정성이 있고 만들어  주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 우리나라 예전 주먹밥이 그런 거였을까 

영화속에 나오는 말중에 커피는 남이 내려주는 것이 맛있고  오니기리도 남이 해주는 게 맛있다는 말이 나온다. 주부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늘 가족에게 누군가에게 밥을 차려내야하는 입장에서 누군가가 초라하고 서툴지만 나를 위해 만들어 주는 밥은 세상 어느 진수성찬보다 맛잇지 않을까 .... 영화는 그렇게 여자들이 공감하고 특히 결혼하고 나이 먹고 조금 지치고 세상에 찌들었지만 마음속에 아직 허전한 희망이 남아 있는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나도 그랬어 나도 그래... 하는 마음이 드는.... 

정갈하고 햇살이 드는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조금 무료한 표정, 하나하나 살펴보며 장을 보는 모습 한적하고 보잘것 없는 항구  야외카페에서 햇볕을 쬐는 모습 등등등...하나하나가 참 여유롭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 누군가에거 무얼 먹인다는 것 그건 말없는 위로이고  배려이다. 뭔가 도움되는 말을 해줄 수는 없고 등을 두들겨주고 도닥거려주는 것도 아니지만 지치고 힘들고  막막한 이들이 먹는 밍밍한 오니기리는 큰 힘이 된다.  

배고플 때 봐도 기분좋은 영화... 심심한 듯한 일본 영화가 나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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