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영화는 그냥 습관처럼 보는 거같다 

이제는 호불호를 떠나서 그냥 영화가 상영되면 숙제를 하듯이 보러간다. 어두운 극장에 숨어서 보고 있노라면 키득거리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는 기분을 느끼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면 해치웠다는 기분이 들곤한다. 

익숙한 북촌이 많이 나오는 영화였다. 정독도서관이 나오고 삼청동이 나오고 피맛골의 고갈비집이 나오고 인사동이 나온다. 어딘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나갔던 골목 내가 스쳐가며 무심하게 눈길을 주었던 가게 간판들이 하나씩 둘씩 나오면서 편안하다. 

배경은 편안하지만 인물들은 편하지 않다. 홍상수는 어디서 이렇게 특징이 없으면서도 강렬한 인물들을 모아오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늘 찌질하면서도 허세를 부리고 그리고 항상 여자들에게 질질 목매이면서도 나중에는 도망치듯 달아난다. 

여자들은 늘 그렇듯.. 안되요 되요되요하는 식이다,  

얼마동안인지 알 수없지만 지방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사는 전직 영화감독이 선배를 만나 북촌으로 와서 만나는 여러사람들 스쳐지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흑백화면을 통해 보여진다 시간상의 순서와 영화의 흐름이 맞게 가는지 아니면 시간을 거슬러 가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상관은 없다.  

성준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와서 거리를 방황하고 약속을 기다리고 선배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옛여자를 찾아가서 질질 짜다가 나중에는 말도 안되는 것들을 늘어놓으며 떼내려고 애쓰고 그러면서 다른 여자에게 껄떡대고 첨 만난 학생들에게 진상을 부리고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도 어색해하고 괜히 투덜거리고 그리고 마지막 어정쩡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며 끝난다. 

사람들의 사이가 거리가 있다 친하다고 우리는 너무나 상대를 잘안다고 상대의 생활방식에 간섭하지만 사실 잘 모른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바라보는 그 사람의 모습을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믿어버리고 규정지어버린다. 성준도 그 선배를 잘 아는 거 같지 않고 선배도 보람이라는 후배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성준이 옛애인인 경진은 얼마나 알며 경진을 닮은 술집주인을 얼마나 알까 그냥 보이는대로 보고 보여지는대로 믿어버리고 그렇게 규정해버린다.  

사실 젊은 시절 치기어린 모습으로 성준패거리같은 짓들을 한 적도 있다. 밤새 술을 마시고 밑도끝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지고 괜시리 진지해지고 가기가 너무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하다고 주장하고 그리고 쓰린 속을 달래면서 후회하면서 밤이 되면 또다시 술잔앞에 모인다. 그러나 이제 나이 먹어 그런 짓을 하기엔 쑥스럽고 그 짓이 얼마나 허전하고 어이없는 지도 잘 안다. 

사실 혿상수가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의 전작들에서도 그랬듯이 홍상수의 의도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홍상수가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사이 이야기들 어이없고 유치한 대화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게 아프기만 하다 

부질없는 몸짓 행동들 말들 그리고 만남들.... 그런것이 모여 인생을 이어가고 삶을 지속하게 한다. 살면서 부끄러운 짓을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있으랴... 

부끄럽고 다시 생각하기 싫은 그런 면면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아니 적어도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1-09-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BLUELIPS님 :) [북촌방향]이 홍상수 감독 영화였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홍상수 감독 영화랑 비슷하겠구먼... 이랬답니다. 홍상수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씀, 저도 동감이에요. 그저 우리 모습을 담아 놓은 것 같아요.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기도 한, 우리의 모습이요 ^^;;

푸른희망 2011-09-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집에 흔적을 남기신 첫손님이시네요... 반갑습니다. 홍상수 영화는 감독의 의도는 몰라도 관객 개개인이 자신을 투영해서 볼 수 있는 영화 같더라구요.. 그리고 왠지 숙제처럼 나올때마다 봐야 개운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