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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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목동인 가스파르는 자신의 양들을 해치고 위협하는 늑대를 죽입니다. 이는 목동의 입장으로 당연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죽게 된 늑대에겐 새끼 늑대가 있었답니다. 가스파르는 어미 늑대를 죽였던 겁니다. 가스파르는 자신의 양들을 지키기 위해 늑대를 죽인 터라 새끼 늑대는 살려주게 된답니다. 그런데, 이제 새끼 늑대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자라게 됩니다. 언젠가 엄마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며 말입니다.

 

결국 이 늑대가 가스파르에게 엄청난 복수를 하고 맙니다. 양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는 끔찍한 복수를 말입니다. 복수에 성공한 겁니다. 그렇게 입장이 또 다시 바뀝니다. 가스파르에게는 늑대야 말로 철천지원수가 된 겁니다. 이렇게 늑대와 나이든 목동 사이는 극단으로 치닫게 됩니다.

 

누군가는 끝을 봐야만 끝날 것 같은 갈등 상황, 그러던 차 어느 순간인가 둘 간의 갈등이 사라져버리고 대 자연 속에서 둘 모두 하나의 생명에 불과함을. 그리고 은원을 잊고 서로 화해하게 되고, 돕게 되는 존재가 됩니다. 이런 화해가 순식간에 일어나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화해를 통해 결국 둘 간의 갈등 역시 자연 속에서의 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각자 자신의 자리, 자신의 상황에 충실할 뿐이었음을 알게 되죠. 그러면서도 둘 모두 생명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때론 늑대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복수에 과연 성공할까 싶다가도, 복수에 성공했는데도 정작 그 복수가 결코 후련하지 않습니다. 어느 샌가 나이든 목동 가스파르에게 감정이입이 된 거죠. 순식간에 모든 양을 잃어버린 목동의 분노가 어떨지 짐작하며 과연 이 분노가 어떻게 표출될지 두려운 마음까지 갖게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보며 무섭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런 감정 역시 책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갈등의 상황은 이처럼 무섭게 마련이니까요? 갈등의 상황은 결국엔 서로의 생명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이런 화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어느 샌가 화해하게 되는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그러니 결국 책이 의도하는 것은 이 화해겠죠. 자연 속에서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본능에 솔직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관계, 내가 살기 위해 타자의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결코 탐욕을 부리지 않으며 오히려 타자의 생명까지 챙길 수 있는 묘한 생명존중의 모습, 이런 묘한 화해가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아닐까 싶네요.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의 묘한 느낌의 그래픽노블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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