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색의 독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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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좋아하고 제법 많이 읽었다. 예전엔 국내 출간된 작품은 모두 읽었었는데, 요즘은 몇 권을 놓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거의 읽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다작 활동을 펼쳐내고 있는 작가. 그러면서도 어느 것 하나 평균 이하의 작품이 없는 작품들. 작가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재미나게 읽었던 작품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살인마 잭의 고백이란 작품이다.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장기기증이란 너무나도 귀하고 선한 희생의 행위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의료계의 추악함을 헤집어 놓은 작품이다.

 

그 뒤로 살인마 잭의 고백을 잊고 있었는데, 작년(2021)<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가 연달아 두 권이 출간되었다. 알고 보니 이 시리즈는 벌써 7권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인데, 국내에는 현재 3권까지 출간되었다. 그 두 번째 책 일곱 색의 독은 색깔을 제목에 담아 사건을 색으로 재해석하여 담아내고 있는 7편의 연작단편소설집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고 한 편 한 편 만으로 독립적인 사건이 진행되는 연작단편소설집이다(, 마지막 이야기만은 첫 번째 이야기와 연관되고 있다.)

 

배우 뺨 칠만큼 잘생긴 외모의 형사 이누카이는 실제 배우가 꿈이었던 형사다. 그래서 배우수업을 받았는데, 그 때의 경험으로 사람의 표정에서 그 사람이 거짓을 말하는지, 뭔가 감추고 있는 게 있는지, 아님 진실을 말하는지를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집어낸다. 이로 인해 경시청 안에서 검거율 1-2위를 다투는 유능한 형사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이런 능력이 여자 용의자들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조실에 마주 앉아 있는 여자 용의자들의 거짓말에는 속절없이 넘어가곤 한다. 그래서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붙었지만, 이런 별명은 도리어 남자 범죄자들의 거짓은 철저하게 밝혀내는 놀라운 능력을 오히려 돋보이게도 한다. 그런 이누카이가 해결해 내는 7권의 사건이 펼쳐진다.

 

고속버스가 방호책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여 한 사람이 사망하고 몇몇 승객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운전기사는 사고 후 즉각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사죄하게 되는데, 운전기사는 업무에 지장이 있을만한 개인적 사정은 하나도 없다. 철저하게 운전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며 운행에 나섰지만, 일시적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만 것이다. 단순한 졸음운전 사고로 사건이 결말 맺게 되려는데,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가 사건을 담당한 교통경찰인 동기를 찾아온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 이누카이는 진지하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는 운전기사의 tv 속 인터뷰 장면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이 사건은 의도적인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어떤 사연이 감춰져 있는 걸까?

 

이렇게 시작하는 7건의 사건들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폭력에 내몰린 자살 이면에 감춰진 자살 강요사건, 공원 옆 벤치에서 가슴을 깊숙이 찔린 채 발견된 문학상을 받은 가수와 곧장 범행을 자백한 또 한 사람은 작가지망생 사건, 꽃뱀 부부에 놀아난 노총각의 놀라운 반전사건, 노숙자들을 괴롭히는 청소년 범죄, 성 정체성 이면에 감춰진 부모의 추악한 범죄은닉, 상대도 알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살인을 부추긴 이의 자살 사건 등 7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회파 작가답게 가벼운 듯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는 공장 폐수문제, 학교 폭력 문제, 출판업계의 더러운 상술, 순수함과 모범생이란 가면 속에 감춰져 있는 노숙자를 향한 폭력범죄, 그리고 몇 푼 안 되는 정부지원금을 타기 위한 사망 은닉 등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반전의 대왕이란 수식어답게 대부분의 이야기가 반전이 있다. 이야기를 읽으며 과연 이 사건은 어떤 반전이 감춰져 있을까 기대하는 재미도 있다. 아울러 이런 반전을 놀랍게도 정확하게 꼬집어 내는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는 어느 한 권만 읽더라도 금세 이누카이의 팬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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