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ing in H mart>를 읽고 있다. 예전에는 내용 이해가 안 될 때만 단어를 찾아봤다면, 이 책은 대충 맥락상 파악이 되도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는 죄다 찾아보며 읽어서, 오래 걸린다. 문장이 막 어려운 건 아닌데 은근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고, 식재료 단어는 정말 생소하다. 우리 영어 공부할 때 식재료 같은 거 안 배웠잖아요..? 하지만 생활에선 필요한 것들. 예를 들어 대파(scallion). 그러니까, 책 진도는 38쪽까지밖에 못 나갔지만 이 책에서 찾은 단어만 저장한 네이버 단어장에는 234단어가 저장되었다는 것… 내가 어휘력이 약하다는 건 알았지만 좀 심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새로운 단어가 기억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아마 한 단어를 이곳저곳에서 100번은 봐야 기억나지 않을까..?? 저 대파, 라는 단어도 겨우 기억해냈다. 스캐..머더라??
영어공부, 갈 길이 멀다.

이 책은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Ever since my mom died, I cry in H Mart.”
저자 미셸 자우너는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여성이다. 음식에 진심인 엄마와의 추억이 H마트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것. 저자는 H마트는 넓은 마트의 한 진열대에 아시안 요리재료들이 일부 끼어있는 게 아닌, 진짜 아시아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여러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한다.
엄마와 따뜻한 밥의 추억, 이라고 하면 저자의 엄마를 아주 따뜻하고 모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또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그녀의 표현 방식은 살갑지 않다. ”Mommy-mom”, 그러니까 내 아이가 아주 조금만 다쳐도 병원에 달려가는 류의 엄마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엄격했고, 특히 뭘 어지르거나 더럽혔을 때, 설령 아이가 제법 다쳤을지라도 일단 화를 무섭게 내는 엄마다. 그런 그녀가 거의 유일하게 너그러웠던 분야가 먹는 일. 절대 강요하지 않고, 단 하나의 원칙만 고수했다는 것이다- 그건 ‘한 입은 무조건 먹어보기’. 이 원칙 하에 미셸은 산낙지도 잘 먹는 미국인이 되었다.

미셸은 격년으로 여름방학이면 한국에 있는 엄마쪽 할머니댁에 머물면서 두명의 이모와 사촌오빠와 함께 지냈다. 이 할머니도 심상치 않으신데, 줄담배를 태우고 술을 마시며 화투 치는 걸 가장 좋아하고, 하나뿐인 손녀에게 똥침을 날릴 기회를 엿본다… ㅋㅋㅋㅋ 아 똥침 얘기 나왔을 때 빵 터졌다. 똥침이라는 걸 외국인에게 설명해보라.

한국을 경험하면서, 엄마가 가진 외모관리에 대한 강박적인 노력이 엄마의 특이성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특성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는 언어에까지 스며들어 있다는 것.
이 책의 영어 수준을 알려드리기 위해 좀 길지만 이 부분을 인용해 본다.
* In retrospect : 돌이켜보건대, (이 표현은 외웠다!)

In retrospect, I should have been able to hold up this information to my mother‘s obsession with beauty, to her affection for brand labels and all the hours she spent on skin care, and recognize in the source of her attitude a legitimate cultural difference rather than the caprice of her own superficial nagging. Like food, beauty was an integral part of her culture. Nowadays, South Korea has the highest rate of cosmetic surgery in the world, with an estimated one in three women in their twenties having undergone some type of procedure, and the seeds of that circumstance run deep in the language and mores of the country. Every time I ate well or bowed correctly to my elders, my relatives would say, ˝Aigo yep-peu.˝ ˝Yeppeu,˝ or pretty, was frequently employed as a synonym for good or well-behaved, and this fusion of moral and aesthetic approval was an early introduction to the value of beauty and the rewards it had in store. - 32,33쪽


이제 이야기는 사춘기를 넘어서 대학 졸업 후 힘들게 알바 뛰며 사는 모습까지 흘러갔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늘 어딘가 뭉클하거나 공감가는 짜증스러움이 있는데, 거기에 저자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참 읽기에 재미있는 책이다.

최근 아이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요리책을 한권 샀다.
<꼬마셰프와 시작하는 첫 요리>
이중 제일 쉬운 것부터 조금씩 해보고 있는데.. 은근 없는 요리도구나 재료가 많아 쉽지 않다.
얼마전 ‘구름빵’을 시도했을 때였다. 계란 흰자를 겨우 분리해서(분리기도 없음) 넣고 머랭 만들기를 시작했다. 흠, 거품기로 막 저으면 된다는데? (5분 지남) 아 거품이 나니 이제 좀 되는 건가? (10분 지남) 계속 똑같은데? (20분 지남) 이에 좀 하얘지니 곧 되지 않을까? (30분 지남) 아직..아직이야.. 뿔이 서야해..(뿔 모양으로 크림이 고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약 40분 경과후 머랭 완성. 아이들은 처음에 한 5분씩 하다가 나가떨어지고 내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ㅋㅋ

하지만 완성된 구름빵은 의외로 꽤 맛있었고. 폭신폭신 포근포근해서 아이들과 먹고는 몸이 가벼워져 날아갈 것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전동거품기를 샀다. 전동거품기 쓰니 5분이면 되는구먼.. (눈물)

어제는 토마토마리네이드를 만들어 숙성시키는 중. 메밀소바 좋아하는 첫째를 위해 메밀소바도 만들었다(이거 너무 간단하네. 메밀면과 쯔유만 있으면 된다 ㅋㅋ).
박력분을 샀으니 조만간 밥솥케이크도 한번 만들어볼까 한다. 아무래도 밥반찬보다는 간식거리를 시도하게 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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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12-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파 chinese onion 이라고도 하던데.. 저 단어는 처음 보네요.
한국인의 beauty에 대한 obsession... (찔림)
H마트에서 재밌겠는데요.

그나저나, 메밀소바는.... 그건 만들었다고 보기 조금 어려운거 아닙니까... @_@

잠자냥 2025-12-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고생해서 빵 3개 나왔어요?!
그것참 구름이네….🤣

페넬로페 2025-12-2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딸아이가 어릴 때 이 구름빵에 꽂혀 만든적이 있어요. 와 머랭치기 장난 아니더라고요. 계속 번갈아가며 머랭치기해서 겨우 몇 개 만들어 먹은 기억이 있어요.
독서괭님과 완전 같은 경험했어요.
독서괭님 글 읽고 기억소환했어요 ㅎㅎ
H마트에서 울다, 오디오북으로 간간히 읽었는데 책으로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25-12-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이야기만 해도 너무 좋은데 거기에 구름빵 이야기 더해지니깐, 우아~~~ 이 페이퍼 진짜 완벽합니다!!
저도 빨간 책 ㅋㅋㅋㅋㅋ꺼내는 두었는데 아직 시작을 안 했습니다. 저는 몰아서 읽는게 좋더라구요. 그래서 아껴두었다가 찹찹 따라 읽으려 했는데 독서괭님 시작하셨으니, 저도 이제 읽기 시작해야겠습니다.

구름빵 만들기 어려울 것 같은데(특히 머랭 만들기요) 정말 근사한 작품이 나왔네요. 그 와중에 접시 이쁜 거, 무슨 일입니까! 저도 애들 어릴 때, 작은 오븐 사서 피자랑 쿠키를 참 많이도 만들었습니다.
독서괭님~~ 사진 많이 찍어두시기를 권해요. 한참 후에, 엄마가 나 맛있는거 안 해 줬어요~~ 그럴 때 증거사진으로 필요합니다~~

망고 2025-12-2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잘했다고 칭찬할때 ˝아이고 예쁘다˝라고 하는게 외국 시선으로 볼땐 여기다가도 예쁘다를 붙여? 외모에 집착하는 문화구나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예쁘다란 말을 여러 좋은 의미로 우리는 쓰잖아요? 정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구름빵 힘들게 만드셨군요ㅋㅋㅋㅋ결과물 포근포근 맛있어 보여요 저거 먹고 정말 구름처럼 두둥실 떠오르는거 아닌가요? 아가들 잘 붙들어 두셔야 할 듯😁☁️

책읽는나무 2025-12-2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h마트에서 울다. 번역본 먼저 읽고 있어요. 원서는 번역본 선완독 후 읽어보려고 일단 사다놓기만 했어요. 지난 번 다락방 님께서 예문 몇 문장 올려주시면서 어렵지 않죠잉. 하신 것 같아 믿고 샀는데 38페이지에서 234개의 단어를 찾으셨다니…저는 h마트 책을 붙잡고 울 것 같아요.ㅜ.ㅜㅋㅋㅋㅋ
근데 진짜루 이 책 읽으면서 눈시울이 몇 번이나 붉어졌었어요. 공감가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다행히 외출하여 바깥이어 눈 마구 깜빡이며 눈물 집어넣으면서 겨우 참았네요.
저는 책을 읽다가 미셸이 다쳤는데도 엄마가 화를 냈다는 장면과 한 입은 무조건 먹이는 장면..이 두 장면이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 장면들이어서 읽으면서 어찌나 뜨끔하던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 한국 문화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장면들도 신선했구요.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이 슬프기도 하면서 재밌는 장면들도 많아 읽으면서 원서는 더 재밌으려나? 기대하고 있건만…어휴. 대파에서 이미 무너졌습니다.ㅋㅋㅋ
그나저나 구름빵!
저거 울 애들 어릴 때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만드는 건지 몰라 난감했었거든요.
근데 와. 괭 님은 천재시군요. 저렇게 만드는 거였군요? 근데 머랭치기?!
머랭 수동은 아니되옵니다.
딸들 머랭 만들어보겠다고 해서 해보아라! 허락해주고 지켜보았는데 깜놀했잖아요.
머랭은 팔 떨어져나가는 요리ㅜ.ㅜ
전동 거품기 잘 사셨어요.ㅋㅋㅋㅋ
아가들과 구름빵 자주 만들어 먹으면서 구름이가 되겠군요. 사랑스런 가족❤️
근데 요리 안 좋아하신다더니 토마토마리네이드에 메밀소바에 밥솥케잌까지…내년엔 간식 레시피 좀 공유해주세요.
(근데 저는 메밀소바를 만들었대서 진짜? 두 눈이 똥그래졌네요.ㅋㅋㅋㅋ 근데 쯔유 하나로도 맛을 낼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