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펼치며] 드라마 전개따라 책 내는 시대 [06/05/23]
문학의 존재 의미 곱씹어봐야

문학출판 시장은 시시각각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매체를 따라잡기에 바쁩니다.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기를 업고 소설이 만들어지는 세상입니다. 그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첨단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인기배우 배용준과 손예진이 출연하는 영화 '외출'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순수문학으로 등단해 활동하고 있는 작가 김형경이 소설 '외출'을 발표해 화제가 되었지요. 그것도 순수 본격문학 작품만 책으로 발간해 온 정통의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작품이라 한국문단은 잠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설 작품을 영화화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영화를 소설화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주변 장르로의 문학의 전락. 그래서 당시 문단 안팎에서 소설 '외출'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기도 했어요. 흥행을 노린 영화를 제재로 소설을 쓴다는 비판도 쏟아졌지요.

그래도 어쩝니까. 일본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화보집 전문 출판사로 알려진 '화니북스'가 배용준과 최지우가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를 소설로 꾸며 현지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로 히트한 관련 작품을 독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가 '뉴스'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이런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어요. 지난 15일부터 안방 시청자들을 찾아간 MBC 월화드리마 '주몽'은 정말 특이한 형태로 소설화되고 있습니다. 정말 놀랄 지경입니다.

드라마 '주몽'을 공동집필한 방송작가 최완규, 정형수가 소설가 홍석주와 함께 주몽을 소재로 대하소설을 단계적으로 완성하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한 드라마나 영화가 히트한 뒤 출판이 이루어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아예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드라마와 소설의 동시 발표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지요. 출판사 '황금나침반'은 15일 드라마 '주몽'의 첫 방영에 맞춰 1권 출간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 권씩 전 5권으로 이 소설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랍니다. 드라마 흐름을 따라 소설이 발표되는 것이지요. 출판사측은 이를 두고 OSMU(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출판에 도입한 획기적인 시도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작품성과 대중성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신화에서 역사로 다시 태어난 위대한 불멸의 영웅' 주몽은 드라마 속을 종횡무진 누빈 뒤 다시 소설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독자를 잃어가고 있는 소설문학이 영상시대에 맞춰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유용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순수 문학은 자체적으로 독자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씨 없는 장르'인가요. 아닙니다. 본격 문학의 효용가치는 지금 이 시대에도 유용합니다. 외면하는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론을 더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말입니다. 문학의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곰곰이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내면 심리를 그린 영화 '외출'을 보고 난 대부분의 관객들은 "무난하지만 뭔가 싱겁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이들 관객은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장르로 꾸민 소설 '외출'을 읽고는 영화에서 느꼈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설 '외출'은 창작동기가 상업적이었지만 섬세한 문장에다 함축성 강한 대사와 구성 등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는 것이지요. 문학은 문학으로서 존재하면 그 효용가치는 높아지고 덩달아 독자층도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강춘진 기자) = 국제신문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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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5-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볼때마다 참 빠르다고 느낌니다..어찌 그렇게 모두들 정보에 빠른지..하긴 정보에 빨라야 또 사니까..
티비에 나오면 서점에서도 눈에 확 띠는 곳에 있음에..

하늘바람 2006-05-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상 볼때 드라마 하기 전에 미리 관련 소식이 돕니다. 출판사에

stella.K 2006-05-2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몽 되게 재밌더라구요.^^

2006-05-2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5-2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06-05-2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주몽 저도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