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 죽을 것 같다.
남의 일처럼 여겨지던 일들이 순차적으로 내게 벌어지고 있다.
정말 남의 일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아픔은 쓰다듬기는 커녕 뒷골목을 헤매는 강아지 만큼도 안스러워 하지 않았다.
이런 일로 겪는 아픔이란 게
구시대적이라 생각했고
한심하게도 여겼다.
그런데 난 지금 너무 속상하다
절망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희망이 있다지만
너무 지친 탓에
무섭고 두렵고 슬프다.
생전 누구에게 화 한번 제대로 제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살았는데
무슨 잘못을 그렇게 한 걸까
옛어른들 말씀처럼 전생에 죄가 많은 걸까
아무 것도 안하면서 발을 동동 거리는 걸까
나만 아프면 괜찮은데 나로 인해 내 가까운 사람이 아프다
너무 미안하고 너무 속상하다
나만 안 행복하면 괜찮은데
내 아끼는 사람이 더불어 외로워 진다.
그게 너 미안하고 죄스럽고 슬프다
신은 꼭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던데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괜히 난리 치는 거라면 참 좋겠다
전생에 나는 너무나 행복하고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았나 보다 그 행복과 사랑이 넘치고 넘쳐
신은 이생에 내게 그걸 앗아가려 했나
공평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를 평생을 외롭게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신의 공평에
나는 웬지 불공평을 느끼고
그래서 밉고 그래서 나는 방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아진다
봄이라 꽃이 피고
바람이 따스하고 햇살도 눈이 부신데
난 두껍고 칙칙한 겨울 코트를 걸치고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