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내고 운동하라는 한의사의 엄명을 받고 오랫만에 산을 올랐다.
집 뒤가 바로 관악산이라
10월중순부터 은행잎 거리가 되어있는 마을 어귀를 지나 산에 접어 들었는데
일부러 가파른 코스를 선택했다.
땀을 내자
강박관념
하지만 문제는 나는 땀이 잘 안나는 체질이다.
그래도 땀을 내보려 씩씩거리고 올라가다 잠시 허리를 뒤로 젖히고 주위를 둘러봤다.
나무들은 거의 다 옷을 벗었고
나무들이 벗어버린 옷들은 땅 위에 수북하게 쌓여 온 산을 뒤덮었다.
정말 가을이었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산은 단풍구경나온 사람들로 몸살을 앓지만 겨울로 들어서는 산은 적막하고 단아하고
쓸쓸하고 아름답다.
운동한답시고 카메라를 안들고 온 탓을 하며
나는 여기 저기 눈도장을 밖아 놓았다.
이곳에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겠지.
그땐 산에서 또 다른 향취가 나겠지.
그때가 오기전에만 감상할 수있는 마지막 가을산을 많이 봐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