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할라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앤디 멀리건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궁금한 적이 없었다. 

인터뷰하듯 하는 기법. 그것도 한 인물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인터뷰. 지루하지 않은 인터뷰 혹은 기자에게 고백하는 듯한 기법이 새로우면서도 익숙하고 내내 기대에 차오르게 한다. 

안녕 베할라를 읽기 전 바로 앞서 나는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을 읽었다. 쓰레기에서 뭔가를 주워 올리며 사는 사람들이 이야기. 그래서 안녕 베할라의 첫 시작부터 베할라는 쓰레기 도시이고 그곳에서 쓰레기를 줍고 산다는 라파엘의 이야기에 나는 심드렁해졌다. 또 쓰레기를 줍는 이야기로군.  

그런데 이문장부터 나는 그 예상이 깨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연히 그걸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대체 그게 뭐지? 쓰레기 투성이 속에서 뭔가를 발견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뭔가 대단한 것이 발견되고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 예상과 기대는 깨지지 않고 내내 이어져 정말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늦은 시간까지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쓰레기 하치장에서 하루하루 쓰레기를 줍고 살아가는 라파엘. 재앙, 두려움을 뜻하는 이름이 베할라는 시의 모든 쓰레기가 모여지는 곳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꺼려하고 밑바닥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곳의 아이들은 누구나 탈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도 어려우며 학교를 다니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곳에 봉사단체가 들어와 학교라는 이름이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키려 하지만 아이들은 신고 다니지 않고 팔아치운다. 옷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쓰레기 마을 베할라에서 주운 옷들. 

라파엘과 그의 친한 친구 가르도. 그리고 생쥐와 함께 지내서 레트라 불리는 아이, 신부의 인터뷰 혹은 고백과 같은 문체로 이야기된다. 

라파엘은 어느 날 꺼피찌꺼기가 문은 가방을 발견한다. 가방 속에는 어마어마한 돈과 열쇠, 지도, 그리고 신분증이 들어있다.  

말그대로 횡재를 한 것이다. 주운 것이니. 그러나 단지 주운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묘미. 다음날 경찰이 등장하여 가방을 찾기 시작한다. 

단지 쓰레기를 뒤지며 사는 삶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줍게 되는 가방과 그 가방의 행방을 쫓는 경찰 사이에 쫓고 쫓기는 숨고 숨기기는 모험이 시작된다. 이런 모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찾는 것은 가방 밝은 빛. 아이들은 무서움, 두려움, 그 밖에 여러가지 어른들의 견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로 어른들의 부패, 부조리와 맞선다.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인의 이야기 그 뒤에 본의아니게 연루되어 협박과 쫓김을 받게된 아이들. 어른들이 부패는 매우 현실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이를 알려준다는 것이 겁날 정도다. 어른들을 얼마나 불신할까 싶을 만큼. 그러나 신부님과 수녀님처럼 아이들을 돕는 어른들도 있으니 안심이 된다. 모든 것이 아이들만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다지 이책을 신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른은 적절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더불어 이책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당당하고 멋지게 어른들을 따돌리며 그들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 계속 되는 궁금증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에도 지금은 멋지게 편한 난지도가 있고 어딘가에 쓰레기가 모아지는 곳이 있다. 게다가 골목주변 재활용쓰레기를 줍는 분들이 날마다 보인다. 그들을 돌아보며 결코 낯설지 않았던 이 이야기는 필리핀에 있는 진짜 쓰레기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로써 사람들은 그게 관심을 가질 테니.   

세상에 사람이 못살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차별받을 사람 역시 없다고.  

곧 영화로 나온다는 안녕 베할라. 책을 읽었지만 영화가 몹시 기대된다. 라파엘과 가르도, 레트를 영상으로 만난다면 그 아이들의 얼굴이 어떨지 궁금하다.  

많은 것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며 스릴이 있어 그리고 멋진 결말에 여름을 유쾌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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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서재에서 만난 그 책이군요.

하늘바람님, 저는 쓰레기하면 항상 생각나는게
그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훔쳐서 조사하면, 그사람의 사생활을 다 알 수 있다는
구절을 책에서 읽은 적 있어요. 그 이후로 쓰레기가 은밀한 부끄러움처럼 느껴져요. ㅎㅎ

하늘바람 2011-07-28 14:30   좋아요 0 | URL
앗 그 사람의 사생활. 이라 하니 엄청 찔리고 부끄럽네요

하양물감 2011-07-2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 출판사를 별로 안좋아하다보니(지극히 개인적으로) 아무리 좋은 책이라해도 눈길이 가다 마네요. 이것도 병이겠죠? --''

하늘바람 2011-07-28 22:27   좋아요 0 | URL
음, 에공 그런데 재미는 정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