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는 아이 어름삐리 우리나라 그림동화 6
신지은 글, 정지윤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출간과 동시에 인형극으로 공연되었다는 이 책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쓴 작가는 남사당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공부했으며 이런 흔해빠진 유물이나 문화유산이나 들먹거리는 출판사가 아닌 정말 살아있는 우리 조상들의 정신 세계를 간직하고 아낄 줄 아는 출판사 그리고 편집자가 있다니.

사라져가는 유물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특히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무척 높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우리 것을 알려 줄까? 거기에 앞서 그런 책을 만들려 하면 어떤 것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것을 만들까? 그러면 정말 줄줄이 나오는 것들이 있다. 사라져가는 것들. 그러나 그보다 더 잘 모르는 어쩌면 관심도 없을 남사당패의 어름삐리를 소재로 삼다니.

줄타기 시범은 일반 사람들은 몰랐다. 영화 왕의 남자가 나오면서 줄타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 줄타기를 잘하기 위해 광대는 얼마나 어려운 일을 겪는지. 대교출판의 어름삐리는 그냥 줄타기를 능숙하게 잘하는 광대가 아니라 줄타기를 잘 못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남사당패 공연을 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는 것부터 이야기를 해준다.

그다음 남사당패의 공연들이 꾸밈없이 전해진다. 버나 광대들 접시가 뱅글뱅글 살판의 인간탑 쌓기, 이야기는 어름삐리가 줄에서 떨어지면서 절정에 도달한다. 여기에 인형들의 걱정 속에 조금씩 전해오는 어름삐리의 슬픔과 기쁨과 외로움을 담아서 한발 한발 사뿐사뿐 걸어가는 발놀림이 전해오는 책이다.

마지막 말은 마음에 깊이 남는다.

우리 마음대로 움직이고, 우리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세상으로 가자.

남사댕패를 소재로 한 이책은 분명 작가만의 몫이 아니었을 것이다. 편집자의 이해와 안목이 이책을 함께 만든 것이니 그 공이 돋보이는 책이 바로 이책이다.

그림 또한 그 구성과 색감과 캐릭터의 표정하나하나가 살아있어서 만든 사람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 책을 보면서 책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고 책 자체로서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동안의 그리 눈여겨보지 않았던 대교 출판의 책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는 즉시 소장본과 같은 책이다. 아이가 재미나게 읽고 공연도 보며 함께 보고 즐기고 참여하는 일석3조의 효과도 누림과 동시에 어른이 보아도 감동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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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6-2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관심가네요.
우리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우리 교육은 안타깝지요.
우리 것을 사랑하는 이들의 수고로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3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훑어보아야겠어요 ^^

같은하늘 2010-06-2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것을 알게 해주는 이런책은 어른인 저도 배우게 되는 내용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