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은아,
엄마는 말이야.
네가 태어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된단다.
엄마를 달라지게 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고 엄마 자신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못마땅한 것도 좋아지게 되고 그래.
며칠전 엄마 친구 선영이 아줌마가 빌려준 장난감을 받으러 왔단다. 그걸 회사로 가지고 오면서 엄마는 생각했어. 롤러 코스터와 작은 피아노 장난감이었는데 내가 7개월즈음 된 태은이를 아기띠로 안고 당시에 롤러코스터와 피아노아 공과 찹쌀까지 얻어서 지하철 두번 갈아타고 먼길을 걸어서 어떻게 왔을까 하고 말이야.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친구도 놀라더라. 그래 너 정말 대단하구나. 태은이가 너를 강하게 만든 것같아.
그래 엄마는 정말 네 덕분에 못 들 게 없고 못 할 게 없는 슈퍼엄마가 된 것같아.
엄마는 말이야.
엄마는 어깨가 넓어서 옷 폼이 안나고 등발이 있어보이는 체형이라 늘 못마땅했단다.
하지만 너를 업을 때 어깨가 넓어서 참 좋더구나. 팔베게를 해도 네가 머리를 떨구지 않고 잘 기댈 수 있으니 정말 어깨가 넓어 다행이야 하고.
엄마는 목소리가 너무 어려보여서 그게 참 못마땅했단다.
하지만 아이같은 목소리로 너와 이야기를 하면 친구같이 재미있게 말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잘 꾸밀 줄 모르고 대강 대충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았단다. 엄마를 위해서는 예쁜 그릇에 밥먹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태은이를 위해 예쁜 그릇과 예븐 커텐을 골라보고 김밥과 샌드위치를 예쁘게 싸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단다.
네가 엄마를 더 여성스럽게 아기자기하게 발전시키는 것 같아.
예전 엄마는 혼자서는 뭐 하나 헤내지도 못하는. 늘 못난 체형에 툴툴거리기만 하는 엄마였다면 믿어지겠니?
어제는 태은이가 밥을 안먹기에 엄마가 말했지.
태은이가 밥을 안 먹으면 엄마가 속상해. 하지만 태은이가 밥을 먹으면 엄마는 정말 기뻐. 태은이는 엄마가 속상한게 좋아? 기쁜 게 좋아? 하니 밥을 먹는다고 입을 벌리더군요.
착한 우리딸.
고맙다. 태은아.
엄마를 변화시켜서 고맙고 엄마를 위해주어서 고마워.
엄마가 최선을 다해 우리 태은이를 예쁘게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