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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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에만 가면 머리가 빠개질 것만 같다. 냉방병이라니. 살다 살다 이런 사치스러운 병에 걸릴 줄은. 더운 여름, 새참으로 고봉밥 한 그릇이면 세상 근심 다 잊고 하하하하 소처럼 밭을 갈던 뼈대 없는 상놈집안 우리 조상님들 뵙기가 부끄럽다. 제 몸에 흐르는 상놈의 피를 순수하게 지켜내지 못한 나약해빠진 선비st 돌연변이 후손을 용서하옵소서…….
에어컨이 빵빵해서 처음에는 좋았다. 남극마냥 추운 것도 아니었고. 지방사람(fat man)일수록 냉기에 강한 법이므로 나는, 하다못해 오래 축적한 내 배만큼은 냉방에 지지 않으리라 믿어왔는데, 배한테 배신감. 이럴거면 내가 널 달고 다니는 이유가 없잖아. 꺼져 버려, 제발……. 긴 팔, 긴 바지, 담요, 수면 양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한없이 머리가 아프다. 답이 없다. 혹시 지구온난화로 점점 주거지를 잃어간다는 북극곰의 저주는 아닐까? 황제펭귄들이 세종기지에서 훔쳐온 지푸라기로 syo인형을 만들어서 머리에 꽝꽝 못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얘들아 그러지 마요……. 미안해, 인간이 많이 나빴지?
머리가 아파서 그런가, 글자는 눈에 안 들어오고, 계속 잔다. 마냥 잔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잔다. 자고 일어나도 어쩐지 피곤하다. 또 잘 수 있을 것 같다. 독서실에서 나오면 냉장 보관된 돼지고기 같이 축 늘어져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러고는 이제 더위와 싸워야 한다. 세상에 온통 적이다. 미치겠네.
2
한국 SF계를 책임질 새로운 별이라는 평을 주워듣고 김초엽을 샀는데, 어찌하다보니 테드 창과 병행독서 중. 아무리 기대주라지만, 이건 너무 가혹한 짓인가……. 읽은 데까지는 떡발… 그러나 아직 표제작과 수상작은 읽어보기 전이므로, 기대감을 버리긴 이르다!
그러나 테드 창 역시 아직 표제작 등판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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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힘드니까, 다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은 마음이다. 근데 뭐 하고 있는 게 있어야 때려치우지. 고작 책 좀 읽고, 문제집 몇 권 푸는 게 다거늘, 그것도 못 버틸 거면 때려 쳐, 인마! 네! 그럴까요, 그럼!
이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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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같은 거라도 먹어야 하나…….
--- 읽은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 158 ~ 279
+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49 ~ 142
+ 하면 좋습니까? / 미깡 : ~ 323
--- 읽는 ---
= 도서관 여행하는 법 / 임윤희 : ~ 77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 98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 ~ 55
= 중국 근대사 / 이영옥 : ~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