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404 Not Found

 

 

1

 

독서실에만 가면 머리가 빠개질 것만 같다. 냉방병이라니. 살다 살다 이런 사치스러운 병에 걸릴 줄은. 더운 여름, 새참으로 고봉밥 한 그릇이면 세상 근심 다 잊고 하하하하 소처럼 밭을 갈던 뼈대 없는 상놈집안 우리 조상님들 뵙기가 부끄럽다. 제 몸에 흐르는 상놈의 피를 순수하게 지켜내지 못한 나약해빠진 선비st 돌연변이 후손을 용서하옵소서…….

 

에어컨이 빵빵해서 처음에는 좋았다. 남극마냥 추운 것도 아니었고. 지방사람(fat man)일수록 냉기에 강한 법이므로 나는, 하다못해 오래 축적한 내 배만큼은 냉방에 지지 않으리라 믿어왔는데, 배한테 배신감. 이럴거면 내가 널 달고 다니는 이유가 없잖아. 꺼져 버려, 제발……. 긴 팔, 긴 바지, 담요, 수면 양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한없이 머리가 아프다. 답이 없다. 혹시 지구온난화로 점점 주거지를 잃어간다는 북극곰의 저주는 아닐까? 황제펭귄들이 세종기지에서 훔쳐온 지푸라기로 syo인형을 만들어서 머리에 꽝꽝 못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얘들아 그러지 마요……. 미안해, 인간이 많이 나빴지?

 

머리가 아파서 그런가, 글자는 눈에 안 들어오고, 계속 잔다. 마냥 잔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잔다. 자고 일어나도 어쩐지 피곤하다. 또 잘 수 있을 것 같다. 독서실에서 나오면 냉장 보관된 돼지고기 같이 축 늘어져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러고는 이제 더위와 싸워야 한다. 세상에 온통 적이다. 미치겠네.

 

 

 

2

 


한국 SF계를 책임질 새로운 별이라는 평을 주워듣고 김초엽을 샀는데, 어찌하다보니 테드 창과 병행독서 중. 아무리 기대주라지만, 이건 너무 가혹한 짓인가……. 읽은 데까지는 떡발그러나 아직 표제작과 수상작은 읽어보기 전이므로, 기대감을 버리긴 이르다!

 

그러나 테드 창 역시 아직 표제작 등판 전이다…….

 

 

 

3

 

몸이 힘드니까, 다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은 마음이다. 근데 뭐 하고 있는 게 있어야 때려치우지. 고작 책 좀 읽고, 문제집 몇 권 푸는 게 다거늘, 그것도 못 버틸 거면 때려 쳐, 인마! ! 그럴까요, 그럼!

 

이러고 있습니다.

 

 


4

 

감기약 같은 거라도 먹어야 하나…….

 

 

 

--- 읽은 ---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 158 ~ 279

+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49 ~ 142

+ 하면 좋습니까? / 미깡 : ~ 323

 

 

--- 읽는 ---

= 도서관 여행하는 법 / 임윤희 : ~ 77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 98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 ~ 55

= 중국 근대사 / 이영옥 : ~ 53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19-07-2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마syo. 목도리. 비니. 바람막이 잠바. 핫팩. (이건 좀 오바인가. 삼겹살 굽고 싶은 내 마음인가...)

syo 2019-07-24 21:51   좋아요 1 | URL
빛의 속도로 등판하셨네요. 빛의 속도로 갈 수 있군요.

반유행열반인 2019-07-24 21:53   좋아요 1 | URL
으아니요 그게 아니고 제 리뷰 달고 확인 누르니 syo 글이 떠서 뭐지 내가 먼저 등록 눌렀다 메롱 했네요

북다이제스터 2019-07-2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방병 조심하세요. ~~~^^

syo 2019-07-24 22:04   좋아요 1 | URL
늦었어요.... 먼저 가세요, 전 이미 틀렸어요.

북다이제스터 2019-07-24 22:05   좋아요 0 | URL
???

syo 2019-07-24 22:06   좋아요 1 | URL
걸렸거든요 전 이미... 북다님은 부디 살아남으시길...

Forgettable. 2019-07-2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 사람.... ㅋㅋㅋㅋ 이런 유머에 터지다니 ㅠㅠ

syo 2019-07-24 22:42   좋아요 0 | URL
저조차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방식인데, 역시 그물은 넓게 던져야 하는 거군요..... 자꾸 배운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7-25 07:40   좋아요 0 | URL
뽀 실망이야.....

블랙겟타 2019-07-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제가 공부하는 곳은 빵빵한 정도는 아니라 괜찮긴 합니다만. ㅠ 아이고 syo님 건강 유의하시옵소서 (˃̣̣̣̣̣̣︿˂̣̣̣̣̣̣ )
이번 글에서 신기하게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 많이 보이네요. (˘⌣˘*)

syo 2019-07-25 13: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블렉겟타님은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하고 계실까요. 나도 거기서 하고 싶다..... 이건 안 가자니 더워서 못 하겠고 가자니 추워서 못 하겠으니....

수이 2019-07-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방병 넘 힘들어요. 아프지 마요 syo님. 근데 다 때려치우고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 저는 수시로 들던데 ㅎㅎ 따뜻한 거 많이 마셔요. 독서실에서 공부 계속 해야하는 거면 보온병에 뜨끈한 물,차,커피 한가득_

syo 2019-07-25 13:44   좋아요 0 | URL
오늘은 날이 좀 궂어서 그냥 선풍기 켜고 집에 앉아있습니다. 뜨끈한 액체가 도움이 되나 보죠?? 다음 번에는 커피 한 도라무 챙겨가야겠네요. 감사합니다!!

cyrus 2019-07-2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어컨 바람 조심하고 있어요. 에어컨 바람이 뼈를 약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에어컨 바람을 통풍 발병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syo 2019-07-25 13:45   좋아요 0 | URL
역시 사이러스님의 모든 아픔은 거기로 귀결되는군요..... 고작 머리만 아파도 이렇게 힘든데 ㅜㅜ

stella.K 2019-07-2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점 세상에 상놈의 피, 양반의 피가 어딨습니까?
그래도 스요님의 독특한 유머는 알아 드리리다.ㅋㅋㅋ

그래서 저 김초엽의 소설은 별로라는 건가요?
찬사하느라 튄 침이 제 얼굴에 맞을 정돈데...

syo 2019-07-25 15:51   좋아요 1 | URL
그 피는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입니다.
내 피는 빼박 상놈의 피, 우리 집은 뼈대 없어..... 이런 마음이요.

몇 작품 더 읽고 마음이 바뀌는 중이에요. 별로 아닙니다. 좋아요.
찬사하느라 얼굴에 맞은 그 침을 인정합니다.